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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관짝소년단 속 블랙페이스 논란

매년 이색 졸업사진으로 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는 경기 의정부고 학생들이 ‘어쩌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들은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끈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면서, 얼굴을 검게 칠한 졸업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흑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관짝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장에서 관을 옮기며 춤을 추는 상조회사 직원들의 영상에서 유래했다. 가나에서는 죽은 이가 현세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을 축복해준다는 의미에서, 춤과 노래, 각종 퍼포먼스가 함께 하는 축제와 같은 장례식을 치른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가나의 장례문화에 대해, 사람들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따와 ‘관짝소년단’이라고 이름 붙였고, 일종의 ‘밈’(meme)으로 소비되며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밈이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신체적 유전을 넘어 종교·사상·문화 같은 정신적 사유 활동까지 유전되고 전파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하나의 밈으로써,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구현했고, 그 과정에서 얼굴을 흑인처럼 분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흑인의 외모를 희화화한 소위 ‘블랙페이스(Blackface)’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백인 배우들이 구두약 등으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붉고 두꺼운 입술을 과장하는 등 흑인 노예를 희화화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흑인 광대극’을 공연했던 역사는 ‘블랙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이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분류돼 지금까지도 ‘문화적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아직 청소년인 학생들에게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졸업사진을 재밌게 찍고자 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 가장 핫한 이슈를 ‘밈’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흑인 분장이 웃음의 소재가 된다는 사실은 흑인을 비하의 대상으로 소비했던 비뚤어진 역사를 반복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마냥 이를 지지할 수 없다. 특히 어떤 행위가 차별인가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몰랐다’거나 ‘단순 패러디였다’는 해명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종차별을 비롯한 인권 감수성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서글프다. 이는 동양인의 눈이 서양인보다 작다는 생물학적 특성을 그것이 ‘팩트’라고 하며 밈으로 소비한다면, 우리 역시도 이를 패러디라 하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밈’은 그 취지가 순수했고, 조금의 악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밈이 웃음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이번 블랙페이스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돌직구처럼 묵직하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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