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제갈량으로부터 얻는 교훈

인류의 역사 이래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그중에는 이름을 남기고 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갔다. 그 수많은 유명인 중에서 필자는 제갈량을 매우 좋아하고 제갈량으로부터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제갈량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그의 비범한 능력보다는 자기를 믿어주는 주군의 신뢰에 대한 그의 진정한 충성심에 있다. 유비가 자기 아들 유선을 잘 보필해달라고 하면서도 유선이 신통치 않으면 제갈량이 황제가 돼 유업을 계승해달라고 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춰 대를 이어 충성하는 진정성으로부터 현대인은 배워야 한다.

둘째, 제갈량은 자기 실력을 기른 후 때를 기다리는 자세를 보여줬다. 유비가 자기를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기의 실력을 기를 생각보다는 자기 PR이나 자리에만 연연해 하는 자세를 보이는데 기다릴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 제1차 북벌 중에 일어난 촉한과 위나라의 전투인 가정전투에서 제갈량은 자기의 명령을 위반해 대패한 마속(馬謖)을 주위의 만류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군법에 따라 처형하고, 자신도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벼슬을 세 등급 깎아 달라는 상소를 올려 우장군·승상사가 됐다. 이러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는 오늘날 법치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법치주의와 자기책임 원칙의 선례로 볼 수 있다.

넷째, 제갈량이 27세에 유비를 따라 정계에 입문한 후 촉한의 승상으로 장기간 재위한 제2의 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 재산은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농토 15경이라고 한다. 막강한 권력이나 정보를 남용해 축재하지 않고 솔선수범한 그의 청백리 정신을 다주택문제로 사퇴한 청와대 수석들을 비롯한 오늘날의 정치지도자들은 배울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위나라와 전쟁을 할 때 지략을 발휘해 위나라의 사마의 중달을 자기가 만든 지뢰 속으로 몰아넣어 죽이기 직전에 갑자기 하늘에서 청천벽력이 생기면서 비가 내려 실패한 사건에서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고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모사재인 성사재천)”는 이치를 절감했는데 오늘날 현대인도 이 교훈으로부터 최선을 다하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이치를 깨닫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한 현대인들은 제갈량으로부터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의 신뢰에 대해 진정성 있게 봉사하는 자세,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자세, 아끼는 측근일지라도 법을 위반하면 법대로 처벌하는 원칙고수, 막강한 권력과 정보를 가졌음에도 이를 남용하지 아니한 청백리 정신, 일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자세 등을 많이 배워 이를 정치현장이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前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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