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치매’ 이제는 모두의 문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세계 각국의 치매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천 500만명이며 매년 약 150조원의 의료비를 소요한다. 특히 가속화하는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오는 2030년 치매 환자가 7천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인구 고령화와 치매에 대한 단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WHO의 발표를 통해 치매라는 문제가 이미 우리의 눈앞에 와있음을 실감한다. 치매는 기억장애를 비롯해 언어장애, 시공간 능력장애,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질환이다. 가벼운 기억장애로 시작하지만 중증의 상태에서는 24시간 관리와 보호감독이 필요하며, 심지어 가족들에 대한 기억조차 지워버린다. 마지막에는 노인을 갓난 아기로 만들어 버린다. 치매가 무서운 이유다.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을 보호자에게 의존해야하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간 병하는 가족들까지 힘겹다. 특히 경제활동을 해야할 사람들이 간병에 매달려 사 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의료비를 포함한 치매에 드는 직간접적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며 비용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가 사회적 문제 또는 국가적 재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치매종합관 리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치매관리법 제정, 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 등 치매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이어 2017년부터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중앙치매센터를 필두로 다양한 치매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치매에 대한 접근은 사회전 반적인 관심과 다각화를 요구한다. 지난 8일 프로야구 구단 SSG 랜더스가 인천시 광역치매센터와 함께 치매극복의 날 (9월 21일)을 알리고, 치매인식 개선을 위해 시구와 시타를 비롯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야구와 치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라 생각할 수 있지만, 치매는 전방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현재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 은 없다. 그럼에도 제약업계에서는 치매 치료제의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 하고 있다. IT업계는 치매환자를 위한 인공지능 돌봄 로봇을, 보험업계는 다양한 치매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고령 인구뿐 아니라, 1인 가구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이 치매 환자가 되면 누가 돌볼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을 지금부터 차근차 근 준비해야 한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플로깅(Plogging)이란 걷는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스웨덴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플로깅은 건강도 챙기면서 동시에 환경도 보호할 수 있기에 인기가 있다. 국립국어원은 대체가능한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했다. 이 운동법의 유행은 세계인이 환경보호와 기후변화방지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194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유의미한 감축을 이뤄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전지구적 약속이다. 그러나 각국이 목표한 감축량은 쉽사리 달성하지 못했고, 유엔(UN)은 단호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균기온이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후 121개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하는 등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가 되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내세웠다. 개인과 기업, 단체 등 각 경제 주체가 생산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이 주요 이슈가 되면서 조림의 중요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산림청은 나무심기를 통한 새로운 산림조성이 대기 중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기 때문에 이롭다고 설명한다. 이용가치가 적은 불량림을 경제림으로 조성하기 위해 전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한적십자사의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은 해마다 식목일 즈음이 되면 국토사랑 에코프렌즈 환경 캠페인의 하나로 식수행사를 진행한다. 이는 지난 1953년 4월5일 부산의 청소년적십자(RCY)단원 중고등학생 200여명이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재조성하기 위해 부산시 암남동 뒷산에 1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이 계기다. 이후 전국RCY단원 1만여명이 식목일 전후로 조림에 참여하고 있다. 같은 선상에서 인천지사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나눔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 나눔걷기 행사는 인천시민이 비대면으로 걷기를 진행하며 쓰레기 줍는 환경정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앞서 말한 플로깅(plogging) 운동을 차용했다. 걸으며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도 할 수 있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올해도 같은 내용의 활동을 기획하여 진행할 계획이다. 어린 묘목일수록 탄소 흡수량이 높다고 한다. 어린 묘목이 잘 자라 탄소저장창고로서의 역할을 해줘 기후변화를 막고 나은 미래를 가져오듯,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작은 활동에 참여하는 손길과 발걸음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것이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회장

[인천시론] 언제까지 이런 방역을 계속해야 하나

지난 16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TV로 봤다. 손흥민의 멋진 골도 골이지만 약 6만 명의 영국 관중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해 무관중 개막한 프리미어 리그는 552일 만에 관중을 전면 허용했다.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넘으면서 일상으로 복귀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통 큰 결단이다. 물론 아무나 경기장에 들어온 건 아니다. 예방접종을 완전히 마쳤거나, 경기 시작 48시간 이내에 음성 확인을 받아야 입장이 허용된다. 영국은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2만3만 명이 나온다. 영국의 이런 결단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나뉜다. 접종이 완료되면 코로나랑 같이 사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가야 한다는 견해와 다 같이 죽는 꼴 이라는 견해다. 영국은 지난 7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모임 제한 등 방역수칙을 전면 완화했다. 싱가포르 역시 지난 6월 말 확진자를 아예 집계하지 않고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해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관리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 정부도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치명률은 1.78%였지만 접종이 시작된 후 치명률은 0.5%까지 낮아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민을 겁주는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고 중증 환자, 입원환자 중심으로 대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드 코로나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접종 실패에 따른 4단계 거리두기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책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국민은 정부가 시킨 대로 온갖 불편과 고통을 감수했지만 희망이 절벽이다. 백신 확보와 관련한 정부의 말을 믿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김부겸 총리는 22일 대책 회의에서 모더나 백신을 700만회 분을 확보했다고 말하고 정부 관계자는 추석 전에 70%의 전 국민 1차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1차 접종만으로는 지금의 고통을 해소하기 어렵다. 문제는 국민이 이런 고통을 언제까지 겪어야 하느냐다. 문 대통령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저조한 백신 확보는 모두 내 책임이며 우리가 겪는 고통도 내 책임이라는 사과를 통절하게 느껴야 한다. 짧고 굵게 가겠다던 대통령의 말은 공수표가 되었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신음 소리는 커져만 간다. 제때 백신 확보가 어렵다면 방향을 전환해 국민을 살리는 방역이 되어야 한다. 이인재 동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

[인천시론] 기후위기 대비 ‘합리적 에너지믹스’ 정책 중요성

이례적인 폭염 중에 탈원전 정책을 두고 여야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야당은 블랙아웃 위기를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비판하고, 여당은 전력량은 열돔 현상과 짧은 장마 기간이 겹치면서 공급 예비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이와 같은 논쟁은 폭염 속에서 코로나19 확산과 전력 부족까지 걱정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최근 빌 게이츠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앙의 심각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실가스 발생이나 사고위험이 없고 폭염이나 한파 등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저렴한 에너지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현실적인 방안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효율적인 에너지믹스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은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석탄은 그 가격은 싸지만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석탄만큼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에너지원을 시급하게 찾기 힘든 형편이므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감축하는 신기술의 대표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 등을 발전시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대안이 될 수 있다. 에너지믹스는 섞는다는 뜻의 Mix를 적용한 합성어로 에너지원을 다양화한다는 의미이다. 석탄이나 원자력 같은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과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 에너지원의 융합을 통해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에너지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탄소중립 2050의 달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념적 편향성이 없는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석탄, 가스, 수소, CCUS, 원자력, 신재생 등을 가장 효율적인 비율로 정해 에너지믹스 정책을 수립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숙의과정을 통해 결정된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바껴도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고문현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딱 한 권의 책

책을 딱 한 권만 갖고 무인도에 간다면 당신은 무슨 책을 갖고 갈 것인가?요즘 누가 책을 가지고 가나?휴대폰만 있으면 되지.어디까지나 가상의 질문이다.교회 장로인 내 친구는 당연히 성경이고,독실한 불자는 금강경이나 법화경일 가능성이 높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외국어 사전이라고 한다.어떤 외국어 사전도 상관없으며 무인도에서 그 외국어를 완전히 마스터하겠다고 말한다.나에게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일까?고르기가 쉽지 않다. 살면서아,바로 이 책이야라고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설령 있다고 해도 다시 보면 뭔가 부족하다.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1931-2019)은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만 한다고 말했다. 말은 맞는데 책을 쓴다는 게 어디 만만한 일인가?오래전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버릇이 있다.공감하는 내용이 나오면 해당 페이지에 견출지를 붙인다.정말 좋은 대목이 나오면 노트에 기록한다. 이런 노트가40권이 넘는다.글을 쓸 때나 인용하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체계적으로 분류가 되지 않아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매우 유용하다. 라쇼몽(羅生門)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는 글을 쓰다 막히면 손에 집히는 아무 책이나 펼쳐보면 다시 쓸 수 있었다고 한다.심지어는딕슨영숙어사전을 펼친 적도 있었다. 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경지는 아니지만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학자든 작가든 자기가 전공하는 대상이 있다.주역이나 논어,사기나 자치통감,단테나 셰익스피어,칸트나 니체 등 다양하다. 자신의 전공이고,존경의 대상인 저작물을 아끼는 것은 당연하나 너무 천착한 나머지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게다가 다른 책들을 욕한다.신뢰가 가지 않는다.맹자는책 속에 있는 것을 다 믿는다면 책이 없느니만도 못하다라고 말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고 특히 종이책은 쇠퇴일로다.책을 읽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하고 책을 읽어 무슨 득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책을 잘못 읽어 세상을 힘들게 하는 일도 많다.자치통감을17번 읽었다는 마오쩌둥은 수천만 명의 백성을 죽게 만들었지만 셰익스피어의리어왕을 읽은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 혁명을 일으켰다. 책은 삶의 필수품이라고 주장하지만 고장난 나침반일 수 있다.인터넷에서 책에 대한 설명을 검색해보면 엄청난 포장과 상업주의로 범벅이 돼있다.알맹이 없는 내용에 휩쓸리게 되느니 안 읽는 게 낫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자칫 실천보다는 이론,행동보다는 말을 앞서게 만들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보다는제대로 된 책을 읽어 나의 길을 찾아보려 한다가 맞는 말이다. 딱 한 권의 책은 불가능하지만 나 자신을 바꿔보려는 노력은 가능하다. 이인재 동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

[인천시론] 인천 공공의료와 제2인천의료원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높은 전염력이나 인체 면역 반응 회피 중 하나의 특징만 보이던 기존 변이와 달리 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변이로 WHO 사무총장은 올가을에 심각한 계절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연일 1천 명대 확진자가 속출하는 등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도 매주 높아져 지난 한 주 주요 변이 검출률은 47.1%로 절반에 가까워졌다. 특히 전체 분석 건수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이 33.9%로 전주보다 10%p가량 뛰었다. 즉 전체 감염자 세 명 중 한 명이 델타 변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장기화하면서 지역마다 병상과 의사 부족 현상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인천의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90%를 넘어 곧 환자를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의료 분야의 지역 간 격차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민간병원과 달리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료복지를 위해 운영된다. 따라서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할 수 있는 진료를 하거나 코로나19 등 대규모 감염병 대응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 의료비를 절감하는데 기여하거나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천의 공공의료는 전국에서 최하위권을 맴돌 정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인천의 전체 의료기관 총 194곳 중 공공의료기관은 단 8곳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4.1%로 전국 평균 5.5%에 비해 1%p 이상 낮은 수치다. 게다가 공공병상 비율은 더욱 심각하다. 인천의 공공병상 비율은 4.5%로 전국 평균 9.7%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천시민 2천222명당 공공병상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인구 10만명당 공공의료기관에 속한 의사, 간호사 수는 각각 4명과 20명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병상, 의사, 간호사 수 모두 7개 특광역시에서 최하위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시는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한해 약 5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인천의료원에 대한 지원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확충하고 개선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제2인천의료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요구대로 제2인천의료원을 건립하든 인천적십자병원을 활용해 전환하든 인천의 공공의료 개선방안이 절실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인천시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인천시론] 최악의 기후위기, 탄소중립 기회로 활용하자

지구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최고기온이 4050도에 달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사상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다. 북유럽과 러시아 시베리아도 연일 30도가 넘는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폭염은 바다와 육지에서 달궈진 공기가 대기로 돌진하면서 기류 정체 현상을 만들어 생겨났다.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해 해당 지역에 열기가 갇히게 되는 열돔현상의 원리이다.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졌을 때 발생하는 열돔현상과 지구 온난화의 연관성이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지구가 현재와 같은 빠른 속도로 가열되고 있는 원인이 인간 활동에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과학계가 증명했고, 유엔에서 그 대책을 위한 국제적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기후변화의 누적된 결과로 이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인간의 활동이 줄었음에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유의 임계치인 410ppm을 2019년에 넘겼고 2020년에는 412.5ppm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지구상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는 빨라지고 그 영향으로 태양열 반사도가 떨어지고 오랜 세월 동토(凍土)에 갇혀 있던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나와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가중시킨다. 또 바다의 염도가 변해 지구의 해류 순환에 영향을 주어, 예전과 다른 특이한 양상의 라니냐, 엘리뇨가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요, 연쇄적 악순환이다. 2020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더 높아졌다.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그 온도 상승이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역대 최악의 이상 기후를 가져왔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 말에는 3℃ 이상 오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기 힘든 곳이 될 수도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 기온 상승폭을 최대 2.0℃까지만 허용하고, 더 노력해서 가급적 1.5℃는 넘기지 말자고 합의했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기준으로 45%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온실가스배출목표 종합보고서를 보면 2030년의 감축량은 2010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소극적인 태도 또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후변화 완화정책과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적응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존재하는 모든 자연함을 지키기 위해

재난(Disaster)이란 단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별(Star)의 의미가 숨어있다. 재난이 어원상 파괴, 불일치를 뜻하는 Dis와 행성, 별을 의미하는 라틴어 Aster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난은 별의 위태로운 모습을 의미한다. 자연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별과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러나 홍수, 지진, 화재와 같은 통제가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면 그 자연의 모습은 쉽게 위태로워진다. 1년 중 상대습도가 가장 높아지는 장마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화재사고와 그에 따른 인명피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지난 6월17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진압작업을 펼치던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했다. 그는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중 혹시 남겨졌을지도 모르는 인명구조를 위해 내부로 진입했으나 불길이 다시 치솟으며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지난 29일에는 울산 원도심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화상을 입은 노명래 소방대원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기도 했다. 이 역시 혹시라도 구조하지 못한 이가 있을까 다시 구조작업을 펼치던 중 거센 화마에 발이 묶여 심한 화상을 입게 되고 목숨을 잃은 상황이다. 화재 원인은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선반 위 콘센트에서 생긴 불꽃이 꼽힌다. 울산 화재의 경우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나 미용실 안쪽이 발화 지점이며 근처에 배치된 가전제품과 전기배선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여름에도 화재는 안심할 수 없다. 에어컨, 선풍기와 같은 냉방기기의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화재도 증가한다. 소방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총 692건인데 이 중 70% 이상이 6월에서 8월에 발생했다. 에어컨 화재 원인도 주로 누전이나 합선과 같은 전기적 요인이 73%로 가장 많았다. 감염병에도 예방이 최선의 치료이듯 그 모든 재난에는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거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선두에서 재난예방과 대응활동을 한다. 따라서 혹서기와 장마철이면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재난구호물품을 확보한다. 올해 3월 인천 연수구 아파트 화재폭발 사고 발생했을 당시 가장 먼저 현장으로 가서 긴급구호품과 비상식량세트를 재난 이재민에 제공하는 등 긴급구호활동을 펼쳤다. 그 외에도 적십자사는 레드알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취약계층 세대에 가스유출방지기기를 설치하고 소화기 배치 및 사용법 안내 활동을 한다. 안전교육기관으로서 수상안전교육과 심폐소생술 교육과 같은 재난안전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재난은 한 사람에서 생겨 커진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재난은 방심과 무관심에서 온다. 가정 또는 회사 내 소화기 배치 등 한 사람의 관심이 재난을 예방하고 개개인의 방화벽이 사회안전망을 만든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위기의 지방자치, 이대로 둘 순 없다

내년 대선에서 지방자치 분야에 이런 공약을 하는 후보에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지겠다. 첫째,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후보.아직도 정당의 검증을 거쳐야 제대로 된 후보를 고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있다. 지방자치는 중앙 정치의 예속물이 아니다.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소신껏 능력을 펼칠 수 있다.국비 지원이란 알량한 논리도 터무니없다.당연히 받을 국비를 마치 자기가 노력해 가져온 양 뻥튀기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더 이상 속아선 안 된다. 둘째,광역시도청과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권한과 기능 조정을 하겠다는 후보. 현행 중앙정부특별광역시도시군구로 되어있는3단계 행정구조를 개편하고 지방환경청,지방병무청,등기소 등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폐지축소를 단행해야 한다. 3단계 행정구조 중 특히 광역시도청의 권한과 기능이 과연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솔직히 생각해 보자.공직의 대부분을 도청에서 근무했던 나로서는 마치 친정을 배신하는 기분이지만,지금의 광역시도청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리고 등기소가 왜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시군구에서 등기 발급업무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등기소 공무원에게 듣고 싶다.과거 외무부(지금 외교부)에서 여권 발급업무를 하면서 시도와 시군구는 믿을 수 없다고 비아냥거렸던 외무부 공무원들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 현실을 보라.시군구에서 발급하니 얼마나 편리한가?권한을 자기 밥그릇이라고 생각하는 후진적 행태가 나라를 망친다. 셋째,말뿐인 지방세 전환을 실천에 옮기고 지역 계획과 주택 정책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후보. 국세가70%가 넘는 현실에서 교부세나 지방소비세니 생색내면서 아직도 지방을 통제하는 중앙정부의 잔꾀는 사라져야 한다. LH사태에서 보듯 중앙이 주택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작태도 마찬가지다.지방과 민간에 맡기면 된다.국토부보다 훨씬 잘할 것이다. 넷째,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결코 따로따로가 아니라면서 교육감 선거를 폐지하겠다는 후보. 교육행정만큼은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진 후보라면 좋겠다.어린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마지막으로 수도권비수도권 문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후보. 30년이 넘는 수도권 규제정책의 결과가 무엇인가?전 국민의 반이 수도권에 살게 됐다는 사실이다.그나마 규제를 했기에 이 정도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꿈을 실현하려면 기존의 틀로는 안 된다.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지방자치와 관련해 이런 공약을 하고 실천하는 후보에게 정말 한 표를 꼭 찍겠다. 이인재 동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

[인천시론] 인천공항철도와 보편적 교통복지

인천공항철도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 14개 역을 운행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철도다. 2007년 1단계 구간인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노선 개통을 시작으로 2014년 청라국제도시역, 2016년에는 영종역이 추가로 개통되면서 영종, 청라 주민들이 서울을 오가기 위한 대중교통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주요 간선철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항철도의 이원적 운임체계로 인해 영종 지역 주민들은 영종대교를 지나자마자 높은 지하철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기본요금 900원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불과 한 정거장 차이인데도 서울역까지 요금이 1천850원에서 2천750원으로 크게 오른다. 이에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운임체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인천공항철도는 두 가지 운임체계인 수도권 통합요금제와 독립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는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청라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는 독립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렇게 하나의 노선에 두 개의 운임체계가 적용되는 것은 전국에서 인천공항철도가 유일하다. 이 같은 공항철도의 이원적 운임체계로 인해 영종 주민들은 수도권 주민들이면 누구나 받고 있는 환승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영종 주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영종국제도시 주민을 비롯한 인천 시민들은 수도권 통합요금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10년 넘게 차별과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인천시가 정부와 민자 손실보전금 분담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법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인천공항철도 운임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4가지 대안을 도출하고 현재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인천시의회 상임위에선 국토부와 실무협의를 두 번 정도 더 진행하면 협약서 초안이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는 교통국장의 긍정적 답변도 있었다. 즉 페이백 카드를 통해 영종 주민들만이라도 운임을 수도권 통합요금제 수준으로 인하하고 손실분을 국비 또는 시비로 부담하겠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혜택을 보는 대상이 주민등록법상 영종 주민들에게 국한되는 선별적 방식이다 보니 완전한 의미의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그나마 페이백 대안이 최선이 아닐까? 영종 주민들의 보편적 교통복지가 하루빨리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인천시론]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위한 법제도화 필요

대한민국은 헌법이 지배하는 입헌주의국가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능력에 따른 교육이란 정신적육체적 능력과 같이 개인의 일신전속적 능력에 따른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재산가정성별 등과 같은 비전속적 능력에 따른 교육차별은 금지된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국가의 정책 결정에 따라 학교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됐다. 불가항력적인 결정이지만 이로 인한 디지털 교육격차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가정의 경제상황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접속 시설 환경에 따라 교육 수용의 질이 달라지고 부족한 학습량을 사교육으로 메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한다. 원격수업으로 학교의 의미가 변화되면서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들에게 옮겨지고, 가정의 학습지원 부담이 늘어나 교육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지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교육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등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과 고소득층 가정 간의 학습 격차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부실한 원격 수업에 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의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낮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반면에, 원격 수업 공백을 맞춤형 사교육으로 채워 줄 수 있었던 가정의 학생들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앞서는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명문대 합격자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디지털 교육격차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저하를 세심히 살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단발성 지원책에 그쳐서는 안 되고,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화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애학생과 저소득층 취약 계층 학생의 원격교육 지원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신체능력이나 가정환경의 차이가 원격교육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면 부당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를 예상하지 못해 비대면 언텍트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제2, 제3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을 비롯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차별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원격수업에 대한 제도적인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원격수업에 대한 제도 개선에는 취약계층 학생 대상 원격수업 지원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의 원격수업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지원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순국선열의 숭고한 인도주의 뜻을 이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통해 살아 숨쉬는 6월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평화와 자유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스러진 모든 이를 기억하고 감사를 표하는 달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보이는 수많은 생명이 희생했음을 다시금 생각하니 지금 내쉬는 숨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외세 침략에 맞선 의병들, 국토방위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유엔참전용사들, 군사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610 민주항쟁에 동참한 시민들은 모두 인도주의 수호자이다. 범인(凡人)의 평범한 일상을 수호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는 같은 기조의 슬로건을 갖고 있다. Saving Lives로 생명을 살린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제적십자운동 7대 원칙을 통해 대한적십자사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계 모든 적십자사는 생명의 무게에 어떠한 판단 없이 경중을 재지 않고 모든 생명을 살린다. 이러한 적십자운동을 통해 사람간의 이해, 우정, 협력 및 항구적 평화를 증진시키는 것이 모든 적십자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625전쟁 당시 한국정부는 다양한 나라의 도움과 지원을 받았다. 북한의 남침으로 부산까지 밀려난 피난민과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각국 적십자사와 적십자병원이 참전했다.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은 부산에서 의료구호활동을 펼쳤으며, 이탈리아는 자국도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도움 요청에 응하여 제68적십자병원을 파견했다. 이탈리아는 참전국 중 마지막 지원부대 파견국이자 유일하게 유엔 비회원국이기도 하다. 서독 또한 상황이 좋지 못했음에도 수상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 서독 적십자 야전병원을 직접 제안했다. 스웨덴, 서독을 포함한 6개국의 의료지원단 덕분에 한국 정부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다. 적십자병원에는 항상 환자가 쇄도하고 중환자가 늘 만원이었으나 의료진들은 인도주의 이념에 의거하여 환자를 정성껏 돌보았다. 병원이 문전성시였던 이유에는 치료가 무료였다는 이유보다는 차별 없이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태도가 환자들을 다가오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서독 외과 수석의를 지낸 데어 박사는 회고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고 지원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있다.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한국 정부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참전국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100만장을 보냈다. 종전 이후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함께 투쟁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지원해줌에 각국은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이탈리아 참전용사 유가족은 현지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뜻깊은 선물에 감사함을 표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모든 희생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국적인종종교를 넘어서 사람 자체의 가치를 보고 존중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모든 형태의 균열을 방지하고 결속을 다지게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확신이 든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역사의 초고

뉴스는 역사의 초고(草稿,초벌의 원고)다. 워싱턴포스트 여성 발행인인 캐서린 그레이엄의 말이다.역사의 초고(First Draft Of History)라는 말은 저널리스트의 심장을 뛰게 한다.기자가 한 명의 역사가란 뜻이다. 캐서린 그레이엄 전에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도 있었다. 1900년대 초 역사 현장의 기록은 대부분 역사가와 기자의 몫이었다.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트위터,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나 플랫폼들도 역사의 기록자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카는역사란 역사학자의 숫자만큼 존재한다고 말했다.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협잡꾼보다 못한 인간들임을 보여준다. 이러니 역사의 초고를 자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험난한 여정인지 알 수 있다.소설가 이병주는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말했다. 세상엔 수많은 자서전과 회고록이 즐비하다. 자서전과 회고록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조지 오웰의 말이다.역사의 초고가 될 만한 자서전과 회고록이 몇 권이나 될까.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 쓴둘이서 바꿔봅시다란 책이 최근 발간됐다.노무현 정권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그동안 시중에 나왔던 노무현 관련 서적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염동연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정치인이다.꼭 역사에 남겨야 할 이야기만을 전하겠다는 자세로 썼다고 한다. 사실과 추측을 구분했고,진실이 아닌 것은 과감히 배제해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권 탄생 비화도 충분히 역사의 초고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우선,자화자찬이 없다.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자랑이 앞서면 신뢰가 떨어진다.평가는 독자의 몫이기 마련이다. 둘째,실명으로 된 등장인물이 많다.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공인(公人)의 공과(功過)는 실명으로 나와야 한다.피해를 본 사람에 대해서는 저자가 책임진다는 얘기까지 한다.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장면과 대화가 마치 실시간 중계를 하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친다.지금처럼 녹취가 흔한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기록을 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넷째,내용 못지않은 저자의 필력이다.수십 년 경력의 저널리스트보다 유려한 문체로 종횡무진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문질빈빈(文質彬彬)이란 말처럼 내용과 그것을 담은 그릇이 훌륭하다. 저자는 조만간 하권을 발간한다고 한다.천박하고 부끄럽고 자기 자랑 일색인 자서전,회고록,비망록 홍수 속에서 청량한 한 줄기 폭포수를 맞은 느낌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백령공항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

113개의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 그 가운데 서해안 최북단 섬인 백령도가 있다. 백령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222㎞, 4시간 이상을 달려야 들어갈 수 있는 섬으로 먼 거리에도 두문진과 사곶해변, 콩돌해안 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기상 악화로 결항률까지 높은 탓에 주민들은 삶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백령대청소청도를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은 단 3척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천톤급 여객선을 제외한 2척은 3m 정도의 파도에도 운항이 불가능하다. 인천 연안부두와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지난해에만 82일 결항했고, 연간 결항률은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오는 2023년 5월이면 3척 중 가장 큰 2천톤급 여객선마저 선령 제한으로 운항이 불투명해지면서 그야말로 백령도 주민들은 생존권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그간 추진됐던 백령공항 사업과 새로운 여객선 도입 등 백령도 교통망 확충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백령공항 사업은 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 일원에 25만4천㎡, 약 7만7천평 공항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1천740억원 전액 국비로 진행된다. 50인승 가량 소규모 비행기가 운항하는 소형공항으로, 민군이 모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2.19로 수익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재정평가위원회의 부정적 시각으로 지난해 예비타당성 사업 선정에서 2차례나 연이어 탈락하는 등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공항개발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여객 수요 예측 과다, 지방공항의 적자 문제를 이유로 백령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2곳의 지방공항에서 연간 15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지방공항 신설에 신중하겠단 기재부의 이야기는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울릉공항 사례에 비춰 보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합리성과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총사업비가 12조원에서 최대 28조원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는 가덕도 신공항과 BC값은 1.1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1월 착공한 울릉공항(6천651억 원). 이들은 되는데 백령공항은 왜 안 된다는 걸까? 원칙과 기준도 없을 뿐더러 이중적 잣대가 아닐 수 없다. 백령공항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올해 하반기 백령공항 사업이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령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와 기재부의 각성과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인천시론] 코로나 이후, 다가올 변화에 민감해져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가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우선순위, 삶을 즐기는 방법, 일하는 방식 등이 모두 변했다. 특히 원격근무의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업문화, 조직관리, 리더십도 확연히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잘 운영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변화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고, 변화해야 할 필요를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작하기에는 준비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미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에 늦게 대응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과거 필름산업의 독보적인 선두주자였던 코닥의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 기업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1900년대에 필름을 코닥이라고 부를 정도로 필름 산업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미국 2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코닥은 1980년대 디지털 사진의 위협에 직면했다. 당시 코닥의 기술적 전환에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없어보였다.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코닥의 한 엔지니어가 발명했고, 회사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코닥은 필름 시장의 붕괴를 우려해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을 억지로 늦추려고 시도했지만 1998년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성을 예측한 일본 카메라 기업들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필름 카메라는 급속도로 사장되기 시작했다. 코닥도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른 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코닥의 실적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결국 2012년에 파산했다. 반면 똑같이 사진용 필름 사업을 했지만 후지필름은 디지털 사진의 등장에 코닥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후지필름은 사진용 필름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LCD 패널에 사용되는 필름을 만들었다. LCD 패널은 컴퓨터와 TV의 평면화면으로의 전환 그리고 휴대전화의 수요 증가로 2000년대부터 엄청난 성장을 했다. 후지필름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한 찰스다윈은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 인간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세상은 아찔할 만큼 급변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 착시 현상으로 정체한 듯 보이지만, 각 나라와 기업들은 미래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경쟁자보다 먼저 투자하고, 시장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용기와 적극성을 갖춘 기업과 조직 그리고 개인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우리가 멈출 수 없는 이유

5월은 흔히들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이 많은 기념일의 달이기도 하다. 즐거워야 마땅한 달이지만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을 치루고 있어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바로 코로나와의 전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내고 국민들을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임기 끝날 까지 쉼 없이 달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감염병 종식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전 세계 192개국의 적십자사 직원과 자원봉사자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구호활동을 펼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어떠한 차별도 없이 인간의 고통을 예방하고 경감하고자 노력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한다는 국제적십자적신월 운동의 정신 아래 인도주의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십자운동의 창시자는 제1회 노벨평화상 수상자 장 앙리 뒤낭이다. 그는 이탈리아 솔페리노 전쟁을 마주하며 아군과 적군 구별 없이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구호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에 이와 같은 감상을 담았고 이 책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설립과 제네바 협약의 계기가 됐다. 장 앙리 뒤낭이 겪은 전쟁이 근대 인도주의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적십자사는 장 앙리 뒤낭의 생일인 세계적십자의 날이 되면 이날을 기념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다.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주제는 멈출 수 없는(Unstoppable)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지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으나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엔 아직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는 코로나19 일일 감염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고,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억 5천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연일 4-500명대를 기록하며 좀처럼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직 많다. 이것이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전 세계 적십자사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는 단 한 사람의, 한 단체의, 한 국가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범국가적 전쟁이다. 또한 이 전쟁은 단지 유행병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부수적인 문제들도 양산하고 있다. 개인의 노력과 친절한 행동, 나눔이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번져갈 때 비로소 종식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나가 아닌 우리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하는 이유이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우리는 왜 기다릴 수 없는가

인종차별의 날카로운 화살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려라라고 말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중략) 그러나 당신이 니그로라는 사실에 밤낮으로 괴롭힘 당하고, 매일 매일을 까치발을 하며 눈치를 보고 살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가 왜 기다릴 수 없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1963년 4월 16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감옥에 구금돼 있을 때 동료 성직자에게 보낸 우리는 왜 기다릴 수 없는가(Why We Cant Wait)란 제목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편지다. 킹 목사의 노선에 찬성하는 일부 백인 온건주의자들은 급진적 방법보다는 좀 기다려보라는 말을 많이 했다. 킹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킹 목사는 이 편지를 쓰고 4개월이 지난 후 워싱턴에서 25만여 명의 지지자를 앞에 놓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 함께 미국 역사의 획을 긋는 위대한 연설이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과 킹 목사의 편지와 연설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인권을 보장받고 차별에서 벗어나는 데는 수십 년이 더 걸렸다. 사람은 기다릴 때가 있다. 혹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다. 문재인 정권도 기다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다리면 경제가 회복된다,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 등 말이다. 기다린 결과 파탄 난 부동산과 세계 꼴찌권 백신 접종률만 남았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백신 대신 세계 최초 코로나 치료약에 집착하더니 요즘은 감감무소식이다. 선거 패배 후에는 각종 지원금 준다는 소리도 쏙 들어갔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구한 말 고종의 내탕금(內帑金, 왕의 개인재산)이라도 된단 말인가?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나? 나라를 이끄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현 정권의 상황 인식과 대응은 자해(自害)와 다를 게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부동산 역주행, 한미동맹 파국, 기업규제 강화, 청년 미래 파탄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참혹한 상황을 맞게 된다. 보궐 선거 패배에서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바뀌는 것은 없어 보인다. 우리가 기다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제물포고 송도 이전 신중해야

인천의 대표적 명문고등학교인 제물포고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교육복합단지를 추진한다고 한다. 도성훈 교육감은 지난달 16일 인천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까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인천교육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단지 예정지로 원도심에 있는 제물포고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교육복합단지에는 진로교육원,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생태 숲, 교육연수원 분원 등 교육 관련 기관들이 조성되고 이 공간을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향후 시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테마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복합단지가 조성될 경우 상주인원을 포함해 연간 유동인구가 112만 명에 이르고 동인천 지역을 포함해 중구 전체에 미치는 경제유발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이를 통해 동인천 지역을 교육과 경제가 선순환하는 원도심 활성화의 발전모델로 구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들의 분산 배치, 수용에 대해선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정당화,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 부지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교육은 경제 논리가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 즉 교육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 교육감의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모델로 삼겠다는 발언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도심 학교를 이전하면서 원도심을 활성화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면서 더 크고 좋은 돌이라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시교육청은 연간 유동인구가 112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복합단지 내 상주하는 인원을 포함한 수치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제유발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도 문제다. 제물포고 송도 이전 논의는 과거 2003년과 2011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 구청장 등 정치인들과 학부모단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결국 무산됐다. 다른 원도심 지역인 부산의 학교들(부산고, 부산남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1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 찬반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섣부른 제물포고 송도 이전은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거나 교육환경을 악화, 황폐화시킬 수 있다. 중구, 동구에서 연수구로 이전한 박문여중고, 대건고, 송도고의 사례가 그렇다. 중장기적으로 각종 재개발이 진행 중인 중구, 동구의 인구 유입에 따른 학령인구 증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물포고 이전 문제,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교육사회적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연구교수

[인천시론] 기후위기 시대, ESG 경영이 대세다

최근 국내외 기업 사이에서 ESG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기업의 전통적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추가적인 비용이 소모되는 환경 보호나 사회 공헌 등의 활동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지구온난화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자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면 기업 이미지의 악화는 물론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ESG란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ESG 경영은 기업이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이러한 투자를 통해 사회적인 책임을 진다는 경영 방식이다. 기업이 EGS 경영을 하려면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고 사회 공헌을 실천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이윤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오히려 ESG 경영이 기업에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갈수록 환경규제가 엄격해지는 상황에서는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오염물 처리비용, 환경사고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 등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기업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세계적인 첨단 기업들은 ESG 경영에 선도적 지위를 자치하기 위해 경쟁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의 기후 혁신 펀드(Climate Innovation Fund)조성해 향후 4년간 탄소제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은 파리 기후 협약을 10년 앞당긴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2030년까지는 10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포장재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국내 대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 기술 개발과 장비 개선, 대체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와 기업 모두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러기에 환경과 사회를 배려한 투명한 경영을 해야만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고, 위기 시 기업을 응원하는 우군을 확보해 위기관리 역량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SG 이슈를 과감하게 선점하고 해결하는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미래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조선구마사’ 폐지, 중국풍과 동북공정

사극 판타지에 엑소시즘(귀신 물리치기)을 더한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분명 될성싶은 작품이었다.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악령이 깃든 좀비 형태의 생시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혈투를 그리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된 직후 문제가 터졌다. 유교를 숭상하며 미신타파에 앞장섰던 태종을 악령에 홀려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무뢰한으로 묘사해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바티칸 사제를 접대하기 위해 찾아간 기생집의 인테리어와 음식, 출연진의 복장까지 과도한 중국색을 입히면서 마치 중국드라마를 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엄연히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들을 왜곡하고, 중국풍을 대거 차용한 대가는 시청자들의 이유 있는 분노였다. 그리고 광고주와 방송사 역시 급히 손절하며 조선구마사는 단 2회 방영 만에 조기폐지되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특히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조선구마사를 북한이 건국된 역사적 기원을 다룬 드라마로 소개하면서, 드라마 속 중국풍이 동북공정의 연장선에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게 된 것이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치명타가 되었다.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해온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벌어진 모든 역사, 특히 고구려나 발해를 포함한 한반도 역사를 중국의 일부로 만들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로, 이를 문화 측면으로 확장한 것이 바로 문화 동북공정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중국은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므로 이들이 부르는 노래 아리랑도 중국의 문화다라며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에도 우리의 한복은 물론, 전통음식인 김치와 삼계탕도 중국이 원조이고, 심지어 민족시인인 윤동주까지 중국인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중 외교에 있어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의 알몸김치 논란에 대해 식약처 직원이 중국을 대국, 한국을 속국으로 표현하며 감히 중국에 답변을 요구할 수 있겠냐며 당연한 듯 걱정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반해, 중국에 대해서는 양국 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같은 역사왜곡 문제를 두고 중국에게만 이토록 관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적 이유라 하기엔 역사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거대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역사를 빼앗긴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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