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TV로 봤다. 손흥민의 멋진 골도 골이지만 약 6만 명의 영국 관중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해 무관중 개막한 프리미어 리그는 552일 만에 관중을 전면 허용했다.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를 넘으면서 일상으로 복귀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통 큰 결단이다. 물론 아무나 경기장에 들어온 건 아니다. 예방접종을 완전히 마쳤거나, 경기 시작 48시간 이내에 음성 확인을 받아야 입장이 허용된다.
영국은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2만∼3만 명이 나온다. 영국의 이런 결단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나뉜다. “접종이 완료되면 코로나랑 같이 사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가야 한다”는 견해와 “다 같이 죽는 꼴” 이라는 견해다.
영국은 지난 7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모임 제한 등 방역수칙을 전면 완화했다. 싱가포르 역시 지난 6월 말 확진자를 아예 집계하지 않고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해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관리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 정부도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치명률은 1.78%였지만 접종이 시작된 후 치명률은 0.5%까지 낮아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민을 겁주는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고 중증 환자, 입원환자 중심으로 대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드 코로나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접종 실패에 따른 4단계 거리두기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책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국민은 정부가 시킨 대로 온갖 불편과 고통을 감수했지만 희망이 절벽이다. 백신 확보와 관련한 정부의 말을 믿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김부겸 총리는 22일 대책 회의에서 “모더나 백신을 700만회 분을 확보했다”고 말하고 정부 관계자는 “추석 전에 70%의 전 국민 1차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1차 접종만으로는 지금의 고통을 해소하기 어렵다.
문제는 국민이 이런 고통을 언제까지 겪어야 하느냐다. 문 대통령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저조한 백신 확보는 모두 내 책임이며 우리가 겪는 고통도 내 책임”이라는 사과를 통절하게 느껴야 한다.
짧고 굵게 가겠다던 대통령의 말은 공수표가 되었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신음 소리는 커져만 간다. 제때 백신 확보가 어렵다면 방향을 전환해 국민을 살리는 방역이 되어야 한다.
이인재 동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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