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폭염 중에 ‘탈원전 정책’을 두고 여야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야당은 블랙아웃 위기를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비판하고, 여당은 “전력량은 열돔 현상과 짧은 장마 기간이 겹치면서 공급 예비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이와 같은 논쟁은 폭염 속에서 코로나19 확산과 전력 부족까지 걱정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최근 빌 게이츠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앙’의 심각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실가스 발생이나 사고위험이 없고 폭염이나 한파 등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저렴한 에너지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현실적인 방안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효율적인 ‘에너지믹스’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은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석탄은 그 가격은 싸지만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석탄만큼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에너지원을 시급하게 찾기 힘든 형편이므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감축하는 신기술의 대표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 등을 발전시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대안이 될 수 있다.
에너지믹스는 섞는다는 뜻의 ‘Mix’를 적용한 합성어로 에너지원을 다양화한다는 의미이다. 석탄이나 원자력 같은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과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 에너지원’의 융합을 통해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에너지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탄소중립 2050의 달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념적 편향성이 없는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석탄, 가스, 수소, CCUS, 원자력, 신재생 등을 가장 효율적인 비율로 정해 에너지믹스 정책을 수립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숙의과정을 통해 결정된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바껴도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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