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Disaster)이란 단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별(Star)의 의미가 숨어있다. 재난이 어원상 파괴, 불일치를 뜻하는 ‘Dis’와 행성, 별을 의미하는 라틴어 ‘Aster’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난은 별의 위태로운 모습을 의미한다. 자연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별과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러나 홍수, 지진, 화재와 같은 통제가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면 그 자연의 모습은 쉽게 위태로워진다.
1년 중 상대습도가 가장 높아지는 장마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화재사고와 그에 따른 인명피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지난 6월17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진압작업을 펼치던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했다. 그는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중 혹시 남겨졌을지도 모르는 인명구조를 위해 내부로 진입했으나 불길이 다시 치솟으며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지난 29일에는 울산 원도심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화상을 입은 노명래 소방대원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기도 했다. 이 역시 혹시라도 구조하지 못한 이가 있을까 다시 구조작업을 펼치던 중 거센 화마에 발이 묶여 심한 화상을 입게 되고 목숨을 잃은 상황이다.
화재 원인은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선반 위 콘센트에서 생긴 불꽃이 꼽힌다. 울산 화재의 경우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나 미용실 안쪽이 발화 지점이며 근처에 배치된 가전제품과 전기배선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여름에도 화재는 안심할 수 없다. 에어컨, 선풍기와 같은 냉방기기의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화재도 증가한다. 소방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총 692건인데 이 중 70% 이상이 6월에서 8월에 발생했다. 에어컨 화재 원인도 주로 누전이나 합선과 같은 전기적 요인이 73%로 가장 많았다.
감염병에도 예방이 최선의 치료이듯 그 모든 재난에는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거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선두에서 재난예방과 대응활동을 한다. 따라서 혹서기와 장마철이면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재난구호물품을 확보한다.
올해 3월 인천 연수구 아파트 화재폭발 사고 발생했을 당시 가장 먼저 현장으로 가서 긴급구호품과 비상식량세트를 재난 이재민에 제공하는 등 긴급구호활동을 펼쳤다. 그 외에도 적십자사는 레드알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취약계층 세대에 가스유출방지기기를 설치하고 소화기 배치 및 사용법 안내 활동을 한다. 안전교육기관으로서 수상안전교육과 심폐소생술 교육과 같은 재난안전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재난은 한 사람에서 생겨 커진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재난은 방심과 무관심에서 온다. 가정 또는 회사 내 소화기 배치 등 한 사람의 관심이 재난을 예방하고 개개인의 방화벽이 사회안전망을 만든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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