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이 심각하다. 국립국어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언어에서 소리 나는 대로 쓰기, 과도하게 줄여 쓰기, 은어 및 비속어 남용, 외래어나 외국어 오남용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몇 해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EBS와 함께 초·중·고교생의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나’ , ‘×새끼’ 같은 욕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고 청소년의 65.6%가 ‘매일 욕을 한다’고 응답했다니 걱정이다. ‘극혐’, ‘노잼’, ‘깜놀’ 등 나이 드신 분이 요즈음 청소년의 카톡 내용을 이해하려면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 판이다. 아예 자모(字母)만 써서 ‘ㅎㅎ’, ‘ㅋㅋ’, ‘ㅇㅋ’ 정도는 상용화한 지 오래다. 이 정도까지 악화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청소년의 언어생활이 점점 저속해지는 것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는 것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유튜브나 TV, 인터넷 등 방송매체의 언어 오염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사회자나 출연자의 비속한 언어 사용이나 자막에 등장하는 쌍소리, 맞춤법 무시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젊은이들에게 생각을 물으면 열이면 열 사람이 “같애요”를 남발한다. 우승 소감을 물으면 “우승해서 기쁜 것 같애요”, “속상한 것 같애요” 투다. 대체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가르치기는 한 걸까. 케이팝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글’로 노랫말을 흥얼거리고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한국어 학당이 북적인다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모국어’가 대접을 못 받고 있으니 기막힌 역설이다. 한글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국민이 37%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1년에 한 번 한글날만이라도 온 국민이 1446년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그날을 되새겨 보고 우리의 말과 글을 아름답게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K-컬처가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지금이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다. 언어생활은 한번 길들이면 단기간에 바꾸기 힘들다. 느리지만 서서히 아름다운 말, 이쁘게 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글학회나 국어교육학회 같은 단체에서 우리말을 정화하기 위한 계몽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막상 지역사회에서는 이런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등 모든 학교, 학원까지 동참하고 문화예술단체, 청소년보호단체가 나서 ‘아름다운 우리말 쓰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진정한 지역공동체의 완성은 자라나는 청소년과 어른들의 올바른 언어생활이 첫걸음일 수 있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06-22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