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장
기축통화의 기원을 경기FTA통상진흥센터의 시각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듯 국가들도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를 비축하는데 이를 ‘외환보유고’라 한다. 이 중 미국 달러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70년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80%가 달러였고 2020년에도 여전히 약 60%에 달한다. 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는 그 비중이 5%에도 못 미친다. 이는 달러가 국제 금융질서를 주도하는 기축통화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십년간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독일, 일본, 중국, 브릭스(BRICS)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국 중심의 통화질서에 균열을 내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을 촉발하는 배경이 됐다.
독일의 마르크화: 냉전 시기 유럽에서 소련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창설하고 독일을 핵심 국가로 삼아 지원하며 마르크화가 유럽의 중심화로 떠오르게 했다. 일본의 엔화: 아시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됐고 중국과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의 재건을 돕게되며 엔화는 아시아 대표 통화가 됐다.
미국의 응징: 독일과 일본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으나 달러에 도전하자 미국은 강하게 대응했다. 1985년 9월 미국은 독일·일본·프랑스·영국과 함께 ‘플라자 합의’를 체결하며 엔화와 마르크화의 강제 절상을 유도했고 이로 인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고 독일은 유로화로 통합되며 개별 통화로서의 위상은 사라졌다.
중국의 위안화: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위안화가 새로운 도전자로 등장했다. 1편에서 언급한 ‘페트로 달러 체제’ 아래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며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중국이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며 ‘페트로 위안’ 체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페트로 달러 체제의 붕괴를 암시했고 미국과 중국의 통화 패권전쟁은 본격화되며 관세전쟁으로 확산됐다.
또 미국과 사우디는 오일 협력국에서 에너지 패권 경쟁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고 사우디는 이란과의 핵무장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관심도 아시아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근저에 달러 패권이 있다면 우리는 이 충돌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브릭스(BRICS): 2023년 8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달러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달러의 역할 변화에도 주목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관세전쟁을 멈출 의향이 있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2017년 시진핑 주석이 글로벌 패권국 도약을 선언한 직후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날, 게임은 끝나는 것”이라며 중국의 도전을 경고한 바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최근 방한 중 “트럼프 정부가 끝나더라도 미국의 관세정책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은 전 세계에 묻고 있다. “패권전쟁에 동참할 것인가, 독자적인 길을 갈 것인가.” 우리는 관세전쟁의 끝에서 ‘환율전쟁’이라는 대혼란을 맞이할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는 실용주의를 내건 정부가 들어섰고 지방자치의 리더십을 자처하는 경기도가 중심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현실에 작게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