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AI로 인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미국 온라인 교육업체인 체그의 주가가 2023년 5월3일 하루에 48%나 폭락했다. 이유는 챗GPT로 인해 사업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체그가 하는 일은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일이다. 누가 하는가? 학생들이 질문하면 사람이 답변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사람이 숙제를 대신해 주는 데는 몇 시간, 며칠이 걸린다. 그러나 챗GPT에 물어보면 1초면 답변을 해준다. 그러니 체그의 신규 사용자가 급감했고 결국 체그의 주가는 하루에 48% 급락했다. 인공지능(AI)의 효과가 이처럼 곳곳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AI는 이제 일상이 돼 가고 있다. 인도의 콜센터 노동자가 35만명이고 필리핀 콜센터 노동자가 40만명이다. 인도에서 필리핀으로 콜센터를 옮기는 이유는 인건비는 필리핀이 300달러로 인도의 250달러보다 비싸지만 미국식 영어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AI가 말을 한다면 75만명의 콜센터 직원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오리지널 미국식 영어를 쓰는, 잠들지도 않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는 AI가 이들을 대신할 수 있다. 이제 AI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컴퓨팅 파워다. 컴퓨팅 파워는 다운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컴퓨터의 사양이 아주 좋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3조원을 베팅한다고 했다. 그래서 컴퓨팅 파워는 개인에서 AI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인용 컴퓨터의 사양이 좋아질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도 사양이 좋아질 필요가 없다. 서버단에서 컴퓨팅 파워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만 빠르다면 모든 것이 클라우드 AI 컴퓨터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서버로 모든 프로그램을 돌린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프로그램이 구독형 모델로 갈 것이다. 구독형 모델은 어떤 점이 기업에 좋을까? 첫 번째, 주가가 꾸준히 올라간다. 매달 결제를 하는 구독형 모델은 삼성전자같이 메모리가 잘 팔릴 때는 주가가 올랐다가 안 팔리면 주가가 떨어지는 사이클 산업이 아니다. 매달 꾸준히 결제를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바탕으로 한다. 구독자만 꾸준히 늘어난다면 주가는 지속적으로 올라간다. 구독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면 이미 들어와 구독 모델에 중독된 구독자들에게 가격을 올려 다시 순이익을 높일 수 있다. 마치 과자 기업이 과자의 가격을 올리거나 과자의 중량을 줄여 순이익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이클 산업의 기업은 한 번 팔아먹고는 그만이다. 따라서 주가의 멀티플(배수)이 크게 줄 수 없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 이상 되기 힘들다. 두 번째로 독과점 기업이 된다. 구독형으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는다면 독과점 기업이 된다. 독과점 기업은 한 번 시장을 잡으면 그 구독 모델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 분야에서 독과점 기업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를 가지고 PC시장에서 수십년간 1위의 자리를 지켰다. 애플, 구글은 스마트폰의 iOS와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십수년을 과점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슈&경제] 신혼부부 규제 전면 폐지와 공공주택 공급 건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최근 대한민국의 태풍 같은 전세사기 건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그 원인을 두고는 임대차 3법의 급격한 통과로 인한 부작용, 집값의 하락에 따른 역전세, 집값의 80%가 넘는 쉬운 전세대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금 완전보증으로 전세사기꾼들에게 표적사기를 하도록 한 문제 등 여러 원인과 진단이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세사기 피해지원상담센터에 상담을 오는 피해자들의 70~80%가 2030세대라고 한다. 전세대출이라도 받아 신축 빌라에 잠시 살다가 돈을 좀 모아 아파트 전세로 가고, 좀 더 허리띠를 졸라 매 작은 아파트라도 장만해 보고자 하는 꿈이 전세사기로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이번에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필자는 그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정말 깊이 고민해 큰 결단을 해야 할 문제다. 우선 신혼부부들이 결혼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살 집이 있어야 한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다니면서 청춘 남녀가 지금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부모님 도움을 받아 전세나 월세보증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나은 형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날 30대 젊은 제자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구조의 단면을 말해 준다. 혼인신고를 하면 안 된단다. 혼인신고를 하면 종전에 집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은 생애최초 혜택을 못 본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집이 있는 사람과 혼인신고를 하면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무주택자 특별공급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혹시 결혼하려는 사람과 동거 중 아이를 임신하거나 출산하면 혼인신고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 출산 후에 한부모가정으로 등록을 해야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자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하려는 사람이 소득이 높아도 혼인신고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부부합산 소득이 높으면 아파트 살 때나 여러 가지 특별공급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으라고 하지만 현실의 대한민국 신혼부부를 위한 제도는 혼인신고를 하면 불리한 규정과 제도로 돼 있다. 필자는 이참에 대통령과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로 모든 2030세대 신혼부부 규제를 전면 폐지하고 배우자 소득이나 배우자 주택 소유와 관계 없이 결혼해서 혼인신고를 하면 공공주택(공공분양 또는 공공임대)을 무조건 주는 정책을 펼칠 것을 건의한다. 결혼해서 혼인신고를 하면 최소 18평 공공주택을 주고 아이가 하나 있으면 25평형, 아이가 둘이면 32평형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있으면 더 넓은 공공주택을 주는 방식이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신혼부부들에게 정부 보증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만난 신혼부부도 이 같은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고 5060세대 부모님의 꿈은 결혼한 자녀들 집 사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했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나 우선매수권 정책도 좋지만 선제적으로 정부가 2030 신혼부부들에게 결혼하면 무조건 공공주택 보금자리를 마련해줘 지금이라도 잘못된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이슈&경제] 규제 강화를 넘어서 안전이 가야 할 길

얼마 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제1, 2호 1심 판결이 있었다. 각각의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일련의 판결을 보면서 처벌 위주의 안전규제 강화가 과연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처벌 위주의 규제만으로는 재해를 발생시키는 종합적인 요인을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전은 기계설비·장치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근로자의 심리, 행동특성, 주변환경, 경영여건 등 종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즉, 재해는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안전은 처벌을 통해 관리상 결함을 최소화하는 제도 개선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안전규제 강화를 넘어 실효적인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재해를 근원적이며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기업의 자율에 기반한 안전관리 체계로 변모해야 한다. 법적인 규제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도 안전 관련 사회적·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고 안전한 사업장 구축을 위해 책임을 갖고 규제 규율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 근로자의 참여와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안전제일의 경영방침과 의지가 시스템화돼야 한다. 둘째, 스마트 안전이 확산돼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은 이상징후 혹은 중대 결함을 조기에 찾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이 같은 기술과 접목된 스마트 안전은 사고 징후 자체를 예측하고 근로자 각각에게 맞춤형 안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근원적 재해 예방이 가능하다. 스마트 안전이 널리 활용되기 위해 정부는 기업에 할부제, 보조금 지급 등 재정적 지원 확대, 공공조달 입찰 시 가점 부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도 재해로 인한 사후적 비용을 지출하기보다 스마트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셋째, 현장별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가 정착돼야 한다. 특히 건설재해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관리 감독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영세하다는 이유로 법률에서 정한 책임과 의무를 간과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규모 건설현장의 재해 집중도와 여건을 고려해 책임 각성과 지원에 기반한 안전 확보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처벌이 아닌 계도 목적의 근로감독 빈도를 높여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각성시키되 접근성 높은 지원 사업과 교육을 동반해 자율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안전규제 강화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제적인 재해 예방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시 한번 처벌 위주의 안전관리는 재해 예방의 정답이 아니며 그 이상을 넘어 기업 자율, 스마트 기술, 사업장 특성에 기반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슈&경제] 애증의 한중관계

중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중국 행보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중국이 타키투스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일찍이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타키투스는 그의 저서 ‘타키투스의 역사’에서 “황제가 한 번 사람들의 원한의 대상이 되면 그가 하는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시민의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키투스의 이 말은 훗날 ‘타키투스의 함정(Tacitus Trap)’으로 불리며 국가나 위정자의 말과 행동이 신뢰를 잃으면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모두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극복 과정에서 확진자 정보에 대한 불신과 지역 봉쇄 등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지역 봉쇄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와 불편이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타키투스의 함정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의 행태는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면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듯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 주변국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모든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 냉전적 사고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그동안 중국이 주변국에 가한 위협과 언행 불일치로 인해 국제사회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대외 상품 무역 규모가 급증해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 및 외환보유액을 달성하면서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다. 또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의 명목 국민총생산(GDP·4천920억달러)은 한국(3천560억달러)의 1.4배에 불과했지만 약 30년이 지난 2022년 중국 명목 GDP(18조3천212억달러)는 한국(1조7천342억달러)의 10.7배로 경제 규모가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한중 양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계획이 발표된 이후 한중관계는 암흑기로 접어들게 됐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더 나아가 중국에 진출에 있는 한국 유통기업에 대한 영업정지 등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왕래마저 차단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 강화 조치를 빌미로 다시 한번 우리 국민과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일방통행식 대외정책은 반중(反中) 정서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평가다. 지금 중국은 국가잠재력이 무섭게 성장하는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이 커진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이웃 국가를 압박하는 데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면 그것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패권국가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중국이 이른바 전랑외교를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당과 국가에 대한 지지와 충성을 유도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동참하는 국가들을 압박하는 모습은 글로벌 리더로서 중국의 위상을 약화시킬 뿐이다. 한중 양국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이라고 했다. 중국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웃 국가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상호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슈&경제] 테슬라는 왜 하필 지금 치킨게임을 시작했을까?

테슬라의 순이익이 급감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테슬라의 치킨게임 때문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이제 전기차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진입했다고 봤다. 현재 세계에서 팔리는 차 가운데 10대 중 1대는 전기차다. 따라서 시그모이드 곡선상 10% 구간인 느린 시작 단계는 넘어갔다. 이제 20~90%구간인 빠른 가속 단계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시그모이드 곡선상 빠른 가속 단계에서 치킨게임이 시작된다. 치킨게임은 가격은 낮추고 공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가는 전략을 펼친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어 적은 마진으로도 생존하며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다. 테슬라는 애플처럼 럭셔리 브랜드 전략은 포기하고 더 많이 전기차를 파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럭셔리보다는 더 많이 파는 전략을 선택했을까?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치킨게임을 하면 더 많이 팔 수는 있지만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테슬라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FSD로 받는 월 구독료가 높아진다. 그렇지만 테슬라의 치킨게임으로 막상 순이익이 떨어지면 결국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테슬라는 이때 치킨게임을 시작했을까?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효했다. 법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보면 미국 자동차에는 보조금을 주고 중국 자동차와 배터리를 넣은 자동차는 미국에서 못 팔게 할 것이다. 유럽도 유럽판 IRA를 발효한다. 여기의 핵심도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배제하는 것이다. 지금 전기차를 사서 쓰는 나라는 주로 어디인가? 선진국인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이다. 한국, 일본 등이 있지만 파는 미국, 유럽, 중국에 비하면 점유율이 미미하다. 신흥국들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주로 쓰고 있다. 따라서 미국,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를 팔지 못하게 하고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끊은 이 시점이 테슬라가 딱 전기차 치킨게임을 하기 좋은 시점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은 밖으로의 시장은 진출하지 못하게 하고 중국 내에서 테슬라의 가격 할인과 싸워야 한다. 반대로 테슬라에 유럽과 미국은 자신의 앞마당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전기차 가격 할인만 하면 잘 팔린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싹을 잘라 놓으면 압도적으로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하다. 그래서 테슬라가 중국에 잘 보이기 위해 메가팩 공장도 중국에 지은 것이다. 테슬라가 시작한 치킨게임으로 어떤 기업들이 망할까? 중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으로 전기차를 만들던 기업들이 대부분 망할 것이다. 그리고 내연기관차도 안심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내연기관차 기업은 차를 팔아도 영업이익률은 4~5%가 대부분이다. 요즘 전기차 팔고 보조금 받아 겨우 수익 올리고 있었는데 테슬라가 가격 인하를 하니 GM, 포드도 전기차 가격 인하를 안 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 자동차 기업들의 적자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내연기관차는 테슬라처럼 전기차에 올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노조를 비롯해 판매 조직과 같은 고용 인원이 많고 내연기관차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들도 스텔란티스처럼 합병을 해 덩치를 키우거나 망할 것이다.

[이슈&경제] 결혼·교육·일자리가 어우러진 도시주택건설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좋단 말이냐?”라는 이수일과 심순애 신파극에서부터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2002년 세간에 화제가 된 영화에 이르기까지 결혼을 함에 있어 사랑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조건을 선택할 것인지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운 시대적 화두다. 결국 심순애는 소설 속 장안 최고 갑부 아들 김중배의 다아아 반지를 선택했고, 이수일은 충격을 받아 돈 버는 것에 혈안이 되는 고리대금업자가 됐으며,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시간강사 남자 주인공과 결혼하지 않았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사실 영화 만큼이나 더 영화 같은 현실 앞에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는 3포세대, 여기에 추가로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는 ‘5포세대’라고 부른다. 셀 수 없이 포기한 것들이 많아 그 수조차 셀 수 없어 MZ세대들은 이를 ‘N포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되는 문제들을 젊은 세대들은 ‘N포세대’라며 자기위안을 삼고 있다. 기성세대만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큰 담론이고,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어 풀고 나가야 할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는 부동산 전문가로서 특별법으로 1기 신도시를 다시 정비하고, 아직 3기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 젊은 세대들이 안고 있는 결혼, 교육(육아 포함), 일자리 문제가 잘 고려되는 도시 주택건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본다. 미래 세대가 있어야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만큼 저출산 정책에서 제일 우선하는 정책은 결혼 시 살 집을 마련해 주는 제도를 정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기를 바란다. 무조건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주택을 통해 저렴한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결혼하면 우선적으로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또 아이를 낳으면 영유아를 국공립어린이집이나 국공립유치원에 보내서 부모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 4대문 안에 집값이 가장 안정적인 곳은 교육 인프라가 잘 돼 있는 대치동, 목동, 상계동인데 그 이유가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이다. 결국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1차적으로는 주거와 육아, 교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베드타운으로 조성한 것이다. 경제적인 기반시설이 잘 들어서서 일자리가 잘 만들어져야 결국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에만 서너시간을 길에서 낭비하면 저녁에 아이들을 케어할 수 없고, 결국 신도시는 잠만 자는 곳으로 전락해 집값이 폭락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만들고 새로운 도시 주택건설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결혼, 교육, 일자리가 어우러진 그런 계획도시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1기 신도시 특별법에서는 이런 부분을 촘촘히 설계해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고, 가까운 일터에서 퇴근을 하며 아이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슈&경제] 정자교 붕괴, 시설물 안전관리 보완하는 계기 되길

빗속에 우산을 쓴 한 사람이 다리 보행로를 걸어가는 가운데 보행로가 갑자기 우측으로 기운다. 순식간에 보행로 전체가 붕괴하고, 이 사람 역시 우측으로 넘어지면서 사라진다. 바로 얼마 전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의 충격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 내용이다. 이번 사고의 구체적 원인은 차후 밝혀지겠지만 근본 원인으로 시설물 안전관리체계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분당 정자교는 ‘시설물안전법’ 관리 대상인 제2종 시설물이다. 제2종 시설물은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 실시가 의무화돼 있다. 이에 따라 분당 정자교는 지난해 11월 정기안전점검 ‘양호’ 등급, 2021년 5월 정밀안전점검 C(보통) 등급으로 판정됐다. 당해 등급은 경미한 결함이 있지만 사용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 양호한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2명의 사상자가 난 분당 정자교의 상태가 사용 가능한 수준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올해 1월에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 보도육교가 내려앉았다. 이 역시 ‘시설물안전법’ 제3종 시설물로 지난해 12월 A(매우 양호)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일련의 붕괴사고는 시설물 안전관리체계의 핵심인 점검·진단 신뢰성 문제, 즉 부실 점검·진단이라는 고질적 병폐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시설물 부실 점검·진단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저가계약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듯하다.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주된 점검·진단의 86.6%인 14만5천건이 ‘안전점검 등 비용산정기준’에 못 미치는 저가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발주의 경우 기준 대비 70% 미만으로 계약된 건이 전체의 72%에 달했고 50% 미만도 절반이 넘었다. 민간발주는 더 심각해 전체 발주 물량의 83%가 기준 대비 10% 미만의 금액으로 계약되고 있다. 저가계약은 부실 점검·진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공공의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한편 부실 점검·진단의 원인은 산업계 내부 에도 있다. 시설물 점검·진단시장은 성장세에 비해 업체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과당경쟁 및 상위 소수업체의 수주 편중이 심화된 상태다. 이는 저가계약이 관행으로 고착화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내실 있는 점검·진단을 위해 무엇보다 저가계약에 관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시설물 점검·진단 및 유지관리산업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영세한 중소기업의 내실화를 도모하고 건실한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 또 기술자 역량 강화와 신규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더욱이 신기술 도입을 통한 시설물 안전관리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육안관찰’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점검 방식은 신뢰도가 낮고 다수의 시설물을 점검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실 점검·진단의 근절은 처분 강화와 점검체계 변경, 신기술 활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발주자 인식 개선과 충분한 예산, 건전한 산업구조와 함께 사회적 인식 변화와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가 부실 점검·진단을 해결해 시설물 안전관리체계의 빈틈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슈&경제] 경기도 제조업의 생존요건

최근 글로벌 제조업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통과시킨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미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및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다수 포함시켰다. 여기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본질은 기술패권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의 전면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는 미중 갈등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 제조업은 범용제품의 경우 후발 개발도상국과의 가격경쟁을 극복해야 하고 첨단제품은 기존 제조업 강국인 미국, 독일, 일본과의 기술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강력한 제조공장 및 제조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세계 각국이 자국 내 제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 제조업 수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산업공동화를 방지하고 첨단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과거 개발연대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경박단소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 육성전략은 우리 산업정책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첨단제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지난 3월15일 경기 용인을 국가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업단지를 새로 지정해 6대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전략은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도에 많은 기회와 더불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기도는 수원, 용인, 성남, 평택 등에 첨단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어 타 시도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는 결국 수도권 규제 해법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첨단 제조업 육성전략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경기도의 산업구조를 보면 특정 산업군에 대한 편식이 심하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기도의 주요 산업별 수출 비중은 반도체 32.9%, 기계장비 16.8%, 자동차 11.1%, 화공품 7.4% 등이다. 반도체, 기계장비, 자동차 산업이 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구조는 경기도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 개선이 불가피하다. 특히 경기 남부 벨트 중심의 산업 편중은 도내 지역 간 산업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아무리 첨단산업이라 하더라도 소재·부품, 뿌리산업 등이 받쳐주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 등 벨류체인(Value Chain)과 관련된 중소·중견기업 등 핵심적인 기업에 대한 육성전략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특히 대기업 완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소재 등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스마트 팩토리 구축 고도화 등은 경기도 차원에서 촘촘한 검토와 추진전략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제조 현장의 인력 문제도 경기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 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는 인력의 남방한계선이 회자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유지에 절대적인 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서울 근교가 남방한계선이라는 얘기가 있는 만큼 우수한 연구인력이 경기도내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주 환경, 근무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첨단제조업 육성전략 못지않게 경기도 제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슈&경제]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을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미 당국이 예금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장은 안정됐다. 그렇다면 옐런은 왜 예금에 대한 안전을 보장했을까? 이는 위기의 진앙이 바로 ‘뱅크런’(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 상황을 보자. 실리콘밸리뱅크는 위험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출하고 예금을 미국의 장기물 국채에 투자했다. 미국의 연준은 2022년 초부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채 장기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가손실만 나는 상황이지 확정손실은 아니다. 즉, 팔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장부상 손실이 아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자 미래를 먹고사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다. 스타트업은 할 수 없이 거래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뱅크에서 돈을 지속적으로 빼갔다. 결국 실리콘밸리뱅크는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국채 장기물을 팔 수밖에 없었고, 평가손실에서 확정손실로 바뀌자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그러자 ‘스마트폰 뱅크런’이 일어났다. 뱅크런인데 스마트폰 뱅크런이다. 그전까지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창구에서 돈을 뽑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큰 금액을 뽑을 수 있다. 문제는 큰돈을 맡긴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의 자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간 데 있다. 결국 실리콘밸리뱅크는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후 중소은행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그리고 미 당국과 연준은 다른 중소은행으로 뱅크런이 번지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실리콘밸리뱅크의 예금을 전액 보장해 줬다. 여기서 왜 하필이면 예금일까?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가 다른 점은 규모를 알 수 없는 파생상품 같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아니라는 얘기다. 뱅크런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채 가격의 하락과 벤처, 스타트업들의 자금 경색이 맞물리며 일어났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대형 투자은행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은행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따라서 파생상품 같은 위험한 상품으로 위기가 발생할 일은 없다. 그런데 이번의 위기는 미국의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가 국채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어난 위기다. 지금은 미국의 예금자가 불안한 상태다. 내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을 실리콘밸리뱅크처럼 보장해 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일어나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위험이 국채가격 하락의 위험에서 다시 뱅크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즉, 뱅크런이 일어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면 국채가격 하락과는 관계없이 바로 은행이 망한다. 이렇게 중소은행이 도미노로 망해 버리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의 진앙은 어디인가? 바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의 자산이 손실을 입고 신용등급 강등 이후 뱅크런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앞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만약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소은행들은 도미노 파산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고 조만간 내리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슈&경제] 영끌족과 서민 위한 주택담보대출 개선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자’는 사람을 줄인 말을 ‘영끌족’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 시기에 부동산이 급등하다 보니 20, 30대 젊은층이 아파트 값이 더 오를까 조바심 때문에 영끌족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천455만원이었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0% 이상인 가구는 21.8%에 달한다. 이는 2012년 조사 기준 8.37%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청년가구 10가구 중 2가구는 연간 총소득의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은행연합회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들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원금상환유예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프리워크아웃(pre workout)’이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개인과 기업 등에 만기 연장, 신규 자금 대출 등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프리워크아웃은 사전 채무조정의 성격으로 부도나 파산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응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워크아웃과는 다르다. 여러 금융회사에 진 빚을 최장 3개월 동안 못 갚는 사람들에게 연체이자 면제와 원금 상환유예 혜택을 주는 이 제도는 2009년 3월 금융위원회가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기관 간 협약을 통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이 모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지나친 압류 또는 경매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금융회사의 협력 형태로 워크아웃제도를 활용했다. 미국의 금융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고 만기를 30, 40년으로 연장하는 형태를 취해 경매 진행에 대한 완급 조절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정부와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주담대 원금상환유예 지원 대상 차주 기준에 현행 실직, 폐업, 휴업, 질병 등 외에도 금리 부담이 가중돼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애로를 겪는 경우를 추가했다. 여기서 금리 부담 판단 기준은 금융위원회가 주요업무 추진 계획 등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DTI를 70% 이상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주담대 원금상환유예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을 현행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 조정해 더 많은 차주의 상환 시 어려움을 경감해 주도록 했다. 특히 임차인들의 전세금 반환 애로사항을 경감해 주기 위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각종 제한을 일괄 폐지한 정책은 서민들의 임대보증금 반환 지연 고통을 반영한 정책으로 높이 평가된다. 이번 금융정책에서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대출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대환 시 기존 대출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금리상승·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기존 대출한도의 감액을 방지하도록 했고 서민과 실수요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대출한도도 폐지했다.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허용하고 주택임대와 매매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허용해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젊은층이 영끌족이 된 건 지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다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원금상환유예제도와 새 금융정책를 통해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인구소멸 시대, 우리는 대비하고 있는가?

초등학생의 장거리 통학, 노인들만의 거리와 마을, 일자리 부족, 세금 증세,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노후 불안 등. 올해 20세로 지방에서 살 어느 한 청년이 맞이할 20년 후 모습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인구 과밀 상태인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로 개교한 지 40년 만에 폐교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기인한다. 실제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78명으로 또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년 전과 견줘 0.03명 준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2020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합계출산율이 0.5 이하까지로 떨어져 재앙에 가까운 파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인구 문제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축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소멸 시대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인구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관점도 있다. 일본의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인구가 줄어들면 오히려 환경수용력(환경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최대 개체수)이 좋아져 최적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량화, 획일화를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는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허덕이며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워낙 짧은 시기 내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낭만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인구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국가·경제·사회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수조원을 들이고 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다”, “정책에 공감하기 어렵다”,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같은 아우성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구 감소 원인은 경쟁 위주의 사회구조, 획일적인 가치관 등 복합적 원인에 기인하나 그 대처 방식이 ‘아이 낳으면 돈 준다’라는 식의 근시안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 대책도 보육, 양성평등, 부동산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특히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두뇌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근로자의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인구 감소가 특정 연령, 지역, 산업, 재화에 어떤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이내가 우리가 인구 소멸 시대의 충격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슈&경제] 대내외 불확실성과 중소기업

지난 2월 말부터 일주일간 인도네시아에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국 경제에 대한 경외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 공무원들은 한국 경제의 성공 경험에 대한 노하우 전수를 원하고 있다. 이번 출장에서 한국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의 노하우 전수를 위한 지식전수사업(KSP)과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현지의 기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뜨거워 한편으로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감도 잠시,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지만 이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으로 이어져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인플레 잡으려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잡는 것은 아닌지 현장에서 느끼는 고금리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심각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 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우리 중소기업에 험난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고 있어 교섭력과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경계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익 앞에서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명제를 각인시켜 주고 있다. 수출 실적도 나빠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2023년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보다 더 센 악재가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충격이 가해지면서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발표하는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중소기업은 매출이 감소하고 비용은 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호재보다는 악재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비상경영 사태로 접어든 기업들은 운영자금이나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재고가 쌓이고 있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도 비관은 금물이다. 지난 3년간에 비해 별로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이지만 2023년 중소기업계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드리운 위기 상황이 반복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 상황도 과거처럼 어렵사리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2023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중국 등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및 조기 해제로 인한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가시화될 경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개별 경제주체의 적극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기존 경제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닥친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자구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기중앙회에서 발표한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마케팅 강화’(44.4%), ‘채용 확대 등 경기회복 대비’(30.4%),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등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대내외 여건이 나빠져도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키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슈&경제] 챗 GPT와 광고시장의 미래

구글은 시작 화면이 네이버와 다르다. 구글의 시작 화면은 검색할 수 있는 메뉴바가 하나 있고 깔끔하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구글이 서양의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해서’라는 말이 있다. 동양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누비는 등 일종의 ‘서핑’을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 시간을 때우기보다 필요한 것을 검색하려는 속성이 강하다는 얘기 말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구글은 순수하게 검색으로 얻어지는 정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는 진실된 인간의 욕망을 알아내는 정보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즉, 내가 정말 필요해서 검색바에 키워드 검색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검색을 통해 나온 것이 나의 욕망이다. 일부러 거짓말로 검색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은 검색을 통해 나온 나의 욕망으로 돈을 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챗 GPT라는 인공지능 검색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광고시장이 열렸다. 그전까지 구글의 검색 광고는 내가 필요한 것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 결과가 나오면 그중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왔다. 예를 들어 강남역의 맛집을 찾는다고 치자. 맛집 검색 후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후 내가 찾는 맛집의 별점, 가격대, 분위기, 메뉴 등을 또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지금까지의 검색은 조건에 맞춰 내가 필요한 것을 다시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키워드 검색은 글의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챗 GPT는 맥락을 알 수 있어 훨씬 검색이 쉽다. 예를 들어 ‘강남역 인근에 여자 4명이 1인당 3만원대에 금요일 저녁에 식사 가능한 분위기 있는 맛집을 찾아줘’라고 검색할 수 있다. 원래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무수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랐던 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정답만을 원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키워드 검색을 넘어 인공지능 검색으로 넘어가는 이유다. 물론 검색 결과보다 광고를 한 곳이 상위에 등록되고 광고라고 나타날 것이다. 사람은 첫 화면, 첫 줄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머리를 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는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이다. 따라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려면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 없이 첫 줄을 클릭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검색의 첫 화면 첫 줄을 사려고 광고주는 엄청난 광고비를 내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과 챗 GPT를 연결했다. 구글도 조만간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내놓을 것이다. 인공지능 검색시장에서 구글은 어차피 이겨도 본전이다. 왜냐하면 이미 본인이 가지고 있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다면 구글이 망할 정도로 타격이 심할 것이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주가가 엄청나게 뛸 것이다. 검색 광고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산업이 아니니 약간의 돈을 쓴 것 빼고는 져도 본전이라고 본다. 이같이 인공지능 검색이 새로운 광고시장을 여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잡는 자가 새로운 광고시장을 잡게 될 것이다.

[이슈&경제] 노후계획도시의 새로운 도약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과거 어느 아파트 광고 카피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100만호’로 대표 되는 1기 신도시 건설은 서민들에게 좋은 집에서,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만들어 줬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에 대해 1989년 4월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근교 5개의 1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1992년 말 입주를 완료해 총 117만명이 거주하는 29만2천가구의 대단위 주거타운이 탄생했다. 그 후 30여년이 흘렀다. 그 당시에 주목 받던 1기 신도시는 이제 노후한 아파트가 됐다.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의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노후한 아파트 개발을 위해 최근 정부에서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필자는 정부가 발표한 해당 특별법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을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이주대책 부분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노후계획도시의 범위다.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택지 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그 범위로 하고 있다. 통상적인 시설물 노후도 기준인 30년이 아닌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기준을 설정한 것은 도시가 노후화되기 이전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높이 평가된다. 둘째, 질서 있고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 국토교통부 수립 가이드라인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방침과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세부적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의 근거를 명확히 했다. 기본방침은 기본계획의 가이드라인이며 기본계획은 특정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시장·군수가 수립하는 행정계획으로 기본방침과 같이 10년 주기로 수립하며 5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셋째, 시장·군수 등 지정권자가 기본계획에 따라 도시 재창조를 위한 사업이 이뤄지는 구역으로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건폐율 등 도시·건축 규제와 안전진단 규제 등이 완화 적용되는 등 특별법에서 정하는 각종 지원 및 특례사항이 부여되도록 한 것은 지방화시대에 잘 맞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넷째, 특별정비구역은 도시기능 향상, 도시 재창조, 이주대책 실행 등 공익적 목적을 가지는 사업들이 함께 진행되는 구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종 특례와 지원사항을 부여하도록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도시기능 강화를 위한 통합 개발을 유도하는 한편 주민 생활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면제 또는 완화해 적용하도록 한 것은 주민들을 위한 행정으로 평가된다. 해당 특별정비구역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주대책이 원활해야 한다. 이번 특별법에서는 사업시행자 몫이었던 이주대책수립의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그간의 불안한 이주대책 문제에 청신호로 해석된다. 이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속도감 있게 추진돼 집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인프라 관리 ‘골든아워’ 놓치지 않으려면

심장마비 4분, 중증외상환자 1시간, 뇌졸중·심근경색 3시간. 이 시간 내에 의료 처치를 하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하거나, 살아도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따라서 이를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 부른다. 의학적 용어인 골든아워가 최근 위급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또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혈관에 종종 비유되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의 관리에서도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1970, 80년대 집중 건설된 우리 인프라도 어느덧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몸의 혈관처럼 노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 연수 30년을 넘은 중대형 교통시설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년 후에는 약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하수관로, 가스관 등 지하시설도 20년 후에는 6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특성상 사용 연수가 일정 기간 지나면 노후화 수준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런 특성과 현재의 노후화 추세라면 우리에게 남은 인프라 관리의 골든아워는 10년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골든아워 이내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 방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조원에 불과한 연간 인프라 관리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50년에는 무려 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안전·서비스 수준 저하를 유발해 인프라 이용을 위한 미래 부담을 증가시키고 인프라 갭(Gap) 현상을 초래해 국가경쟁력도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노후화에 적기 대처하지 못해 각종 인프라 붕괴사고를 경험한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재원 확보다. 몇 년 전 정부가 인프라 노후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령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국가, 지자체, 관리 주체의 재원 마련과 운영, 분배에 정책과 방안은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첫째, 관리 주체와 지자체의 인프라 개선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기금 또는 캐나다와 같은 인프라 은행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 관리 재원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현재 유류세에서 주행세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 관리 주체의 재원 다각화를 위해 기반시설부담금, 주요 간선도로의 통행료 등 타 재원의 일부를 노후 인프라 정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넷째, 껄끄럽지만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거해 인프라 사용료 상향에 관한 논의도 이제는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을 몸 전체에 공급하는 생명선이다. 노후한 혈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집중 치료를 통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듯이 국가의 혈관인 인프라도 골든아워 내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를 해야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프라 관리의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슈&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新3高’의 후폭풍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으로 인해 작년부터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단행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를 기대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기대난망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필자는 지난 2주 동안 전북, 충북, 충남지역 이노비즈협회를 방문해 현지 기업인들과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이구동성으로 실물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충격이 더해지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마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는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시차 효과가 복합적으로 더해지면서 경기 침체의 골을 더욱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기 위축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마저 급감하고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과거 몇 차례 경제위기 때마다 해외시장은 한국 경제의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선진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2012년 유럽 재정위기에는 미국 시장이 글로벌 성장을 보완함에 따라 한국 경제가 대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3고(新3高)의 충격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계, 기업 및 정부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대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없게 됐으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축소,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신용경색 및 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계와 기업부채의 급증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부담을 증대시켜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3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천871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가계대출은 1천757조원(가계부채 중 93.9%)이며 판매신용은 114조원(6.1%)에 달하고 있다. 가계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1천8조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49조원을 기록했다. 한편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은 2022년 3분기 말 현재 1천723조원, 대기업 대출은 23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어났으며 중소기업 대출은 1천480조원으로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 중소법인에 대한 대출은 819조원,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66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3고의 부정적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계 및 기업부채가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위험이 확산돼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는 차단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수익성이나 자금 조달 여건의 악화로 유동성 압박을 심하게 받는 기업들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 조치로 현장의 불안감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슈&경제] ‘평균 실종’ 시대 생존법

어느 장군이 행군을 막는 강의 평균 수심이 1m라는 사실만 믿고 도하를 명령했다. 그런데 강 가운데에서 물이 갑자기 깊어졌고, 뒤늦게 장군이 회군을 명령했지만 이미 많은 병사를 잃은 이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강의 최대 수심은 2m였다. 이 이야기는 평균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지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평균의 함정 외에도 최근 ‘평균 실종’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자료를 설명하는 대푯값의 하나인 평균이 그 자체의 오류와 함께 모집단 특성의 급격한 변화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소비가 보편화되고 획일적인 교육체계가 등장하면서 동질적인 집단 속에서 평균점수, 평균나이, 평균소득 등 평균은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현상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가 아닌 ‘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 ‘개별값이 산재하는 다극화(N극화)’되면서 평균의 의미는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다. 평균 실종을 초래하는 양극화, 단극화, 다극화는 우리 사회에 여러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이른바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다. 첫째,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양극화로서 소득과 집값 격차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처분가능소득은 807만1천원인 반면 하위 20% 처분가능소득은 90만2천원으로 그 차이는 약 9배에 달했다. 또 지난해 상위 10%와 하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도 약 50배 차이가 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별 간, 세대 간, 노동시장 등에서 양극화는 나타나고 있다. 둘째, 단극화는 절대 우위를 가진 한곳에 세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국가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 인구의 50.3%, 청년 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천대 기업의 86.9%가 집중돼 있다. 또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710만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원 많다. 마지막으로 다극화의 대표적 사례는 사회적 현상과 소비에서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개인의 욕구와 취향에 맞춘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평균 실종 시대에서 무난함·적당함은 애매함으로 전락한다. 양극화·단극화·다극화의 끝점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은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차별화·다양화 전략을 구사해야만 생존 가능하다. 근본부터 바뀌고 있는 산업의 지형도 맞춰 각자의 핵심역량과 타깃을 분명히 하는 새로운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본격화되면서 2023년 전망이 밝지 않다. 그러나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른 치열함으로 새롭게 무장하면 불황은 극복할 수 있고 우리 정치·경제·사회도 진일보할 수 있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슈&경제] 테슬라는 왜 신차 가격을 낮췄을까?

테슬라는 중국에서 차 가격을 최대 13.5% 낮췄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약 석 달 만에 중국 시장 차 가격을 또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테슬라는 신차의 가격을 낮췄을까? 전기차가 이미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진입했고, 이제는 테슬라가 치킨게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이란 시장 1위의 기업이 후발주자를 따돌리려고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행위다. 시장 1위 기업은 잉여 현금도 있고 기술도 앞서고 고객의 브랜드 인지도도 있다. 따라서 설비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원가를 최대한 낮춘다면 이제 시장에 막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파산한다. 지금 전기차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중국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전기차가 만들기 쉬운 만큼 전기차를 만들어 팔면 정부 보조금이 기업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올해부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시작된 미국 연준발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자금과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바로 도태된다. 따라서 이제 치킨게임을 하기 딱 좋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테슬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기차의 연간 판매량이 1천만대에 못 미친다. 1천만대가 중요한 이유는 내연기관차 연간 판매량이 9천500만대에서 1억대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연기관차가 전부 전기차로 바뀐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0% 정도 되는 지점이 바로 1천만대이기 때문이다. 시그모이드 곡선에 의하면 10%까지는 모든 전기차 브랜드가 오른다. 그러나 10%를 상회하는 순간부터는 주도 기업이 나타나며 급격히 전기차로 대체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주가는 반대로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치킨게임 때문이다. 전기차 점유율 상위 3~5개의 과점 기업이 후발주자들을 죽이려고 가격은 내리고 성능은 높이기 때문에 할인 판매와 대대적인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장밋빛 미래보다는 철저한 실적과 시장 점유율로 주가가 오르내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1천만대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치킨게임에서 전기차 기업으로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대부분 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시작한다. 그래야 설비투자를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치킨게임이 길어질수록 이익률의 대부분을 재투자에 써야 한다. 재투자는 설비투자, R&D 비용 등을 말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높은 이익률을 재투자에 쏟다가 어느 순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익률이 확 떨어지면 기대치가 꺾이면서 주가는 고꾸라진다. 결론적으로 성장은 가치를 파괴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고 가치를 창출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다. 전자는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성장이고 후자는 치킨게임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하는 성장이다.

[이슈&경제] 새해 주택시장 안정·주거약자 복지 꿈꾸며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상황에서 최근 ‘혁신과 성장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만들어가겠습니다’를 주제로 2023년 업무계획을 국토부는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과제 중에서 필자는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약자 복지 구현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과 정책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시장변화에 부응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다. 주택시장의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전매제한 기간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4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매우 고무적이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의무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진작 폐지했어야 하는 불필요한 규제였다고 본다.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기준이 현행 12억원인데 이 기준도 폐지하고, 특별공급 배정 분양가 상한기준으로 현행 투기과열지구 9억원도 폐지해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 및 특별공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된다. 둘째,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주택건설 사업 전 단계에 걸친 자금 조달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현재 살림살이가 팍팍한 건설사들과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을 위해 장기대출 전환 보증상품을 신설해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또 착공 단계 사업장은 1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공급해 공사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도 5조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는 것은 쓰러져 가는 건설 경기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구현 방안이다. 청년·서민 내집 마련을 위한 공공분양주택 ‘뉴:홈’ 50만가구를 본격 공급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말에 2천30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공고를 시작으로 올해는 서울 도심 등 우수 입지에 사전청약 7천가구를 공급, 공급 체감도를 높여 젊은층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 특히 전세사기 같은 보증금 미환급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선순위 권리관계, 납세증명서 요구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임대인이 세입자 몰래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시중은행에 확정일자 확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대차 시장 건전성 회복을 위한 등록임대 정상화는 칭찬할 만한 정책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어 서민들이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건설사도 자금 조달이 잘 되지 않아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상황에 이른 것을 볼 때 부동산 시장이 금방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시기다.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전세사기가 극성인 것도 정부가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부동산 정책당국자들이 신명나게 일을 해 계묘년 새해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약자들의 복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2023년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고 2023년 계묘년 새해가 시작됐다. 연례행사처럼 각 기관은 신년사와 신년 희망 사항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묻어 난다. 2023년 중소기업계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금석위개(金石爲開)’로 알려졌다. 금석위개는 정성이 쇠와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각오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한국 경제의 위기감에 대한 극복 의지가 담겨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한국 경제는 신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발 고금리로 인한 국내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국제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고물가의 충격이 내수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만만치 않아 2022년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를 초과해 1996년 206억달러 적자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2023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1, 2년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재정 여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가장 비용 친화적인 해법은 역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기술 기반의 창업기업이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 혁신형 중소기업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단은 희망적이다. 혁신형 중소기업 중 기술 기반의 이노비즈 인증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던 2021, 2022년 2년 동안 2천300개나 늘어났다. 기술력과 연구개발 수행체계를 갖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도 2023년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을 역대 최고인 1조8천247억원을 확보해 기대감을 높여 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에 중소기업계가 화답할 차례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재정 지원을 한다 해도 중소기업의 의지가 없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렵다 해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노력은 필수적이다. 2022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마케팅 강화’(44.4%), ‘채용 확대 등 경기회복 대비’(30.4%),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등을 제시해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4년 카드대란도 뛰어넘은 바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경제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 상황도 어렵사리 지나갈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바람대로 2023년 글로벌 통화 긴축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 국제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과 기술에 투자하면서 산업현장을 지키는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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