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기업가정신과 정부 정책

경제성장과 발전의 핵심은 기업가정신과 투자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추구하며 이는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부나 정책이 시장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누가, 언제, 어떤 혁신을 성공시킬지 알 수 없으므로 정부가 개입해 특정 집단을 유리하게 만들거나 불리하게 제한하면 기업가정신의 실험을 저해하고 부의 창출 기회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작동하게 하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의 역할과 기업가의 역할은 다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가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자유롭게 밤낮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찾아 경제발전의 역동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권력과 결탁한 이익 추구가 아니라 누구든지 혁신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기영합적 자원 재분배를 억제하고 정부 간섭을 줄이며 공무원의 책임감과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당한 기업 이윤과 부정부패에 의한 부의 축적이 다르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특권층이 승패를 결정하는 시장에서는 혁신도, 공정한 경쟁도,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산업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보 비대칭성이 큰 현실에서 정부는 특정 산업을 지정하기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은 중요하지만 어느 분야가 주도할지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정부는 특정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모든 신산업의 출발점이 될 전체 생태계에 필요한 기반 시설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인력 확보, 교육 등 기반 시설의 확충과 정비다. 인력양성, 전력망의 스마트 그리드화, 안정적·친환경적 에너지 확보, 전력저장기술 개발, 송배전망 개선 등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모든 신산업의 기반이다. 새 정부는 산업 기반 현대화를 국정 과제로 삼아 민간이 마음껏 혁신할 수 있는 제도와 기반 시설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규제 혁신도 기업가정신 회복의 핵심 과제다.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많은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중심으로 재설계해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제도화하면 참여자들은 동등한 정보 획득 기회의 기반에서 공정하게 경쟁해 기업들이 예측할 수 있는 환경에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성과에 따른 차별적 동기 부여 기능을 통해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도록 경쟁하게 만드는 생태계이지만 동기 부여 기능이 취약하다. 동기 부여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경기의 명확한 법과 제도로 전 국민이 규칙을 잘 지키면서 활기차게 뛰어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들도록 관리해야 한다. 성공의 보상은 강화하고 실패는 함께 감내하는 제도를 마련해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 환경 속에서 누구나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의로운 경쟁과 창의적 파괴가 일상화되고 잠재된 기업가정신이 깨어날 때 우리 경제는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는 혁신과 포용이 균형 잡힌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

[이슈&경제] ‘국민주권·사람 중심’ 관광 시대 열자

경기도 지자체의 여러 관광지를 갈 때마다 느꼈던 것은 비슷한 시설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본 것과 똑같은 레일바이크가 있고 또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출렁다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국내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레일바이크,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집라인이 반복되는 현실 말이다. 마치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놀이공원 프랜차이즈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벤치마킹’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 있다. 성공한 다른 지역의 관광시설을 보고 “우리도 저런 것을 만들자”는 식의 접근이 전국을 하나의 복사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진정한 벤치마킹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의 어원을 살펴보면 측량할 때 기준점을 표시하는 ‘벤치마크(Benchmark)’에서 나온 말로 자신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다른 곳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되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자원과 특성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관광의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사람’이다. 제주도 ‘해녀의 부엌’을 떠올려보자. 이곳의 특별함은 화려한 시설이나 최신 기술에 있지 않다. 1970•80년대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해녀 할머니들의 삶과 지혜를 경험하게 된다. 방문해 해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최근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절로 생각난다. 이는 관광의 본질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관광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용 인증샷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의 진솔한 만남과 교류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인 것이다. 경기도만 해도 수원 화성의 역사적 가치, DMZ의 생태적 특수성, 이천 도자기의 전통 기술, 가평의 청정 자연환경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유 자원을 바탕으로 그 지역만의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면 관광객들은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시설은 비슷할 수 있어도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은 절대 복사할 수 없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문화, 그들만의 이야기를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의 열쇠다. 다행히 최근 출범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국민이 주인이 돼 다양한 경험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관광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관광 목적지로서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몇 가지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먼저 지자체의 ‘복사·붙여넣기식’ 관광시설 개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관광시설 개발 시 반드시 지역 고유성과 차별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원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지역주민들의 관광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관광의 본질이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그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스토리텔링 교육, 서비스 마인드 교육, 외국어 교육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관광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 간 관광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유사한 시설의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만나 문화를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활동이다. 그러나 현재의 획일화된 관광 개발은 이러한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와 함께 이른바 복사·붙여넣기식 관광에서 벗어나 국민주권과 사람 중심의 관광 시대를 열어가길 희망한다. 이것이야말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슈&경제] 추경, 위기 극복의 마중물 돼야

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스타트업본부장 2025년 6월 현재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12·3 계엄 이후 약 반년간의 정치적 혼란과 국정 공백은 내수 위축과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 이탈을 초래했고 대외적으로는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외교 공백으로 이어지며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내외 모든 면에서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된다. 먼저 수출 부문에서 타격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관세전쟁을 재개하면서 대외 교역 환경이 급속히 악화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6월 경제 동향’에 따르면 “5월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수출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5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으며 대미 수출은 8.1%나 줄었다. 특히 주력 품목인 자동차는 무려 32%나 감소했고 철강과 알루미늄은 관세가 50%까지 상향되며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했다. 내수 역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통계청의 ‘4월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민간 소비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2%, 직전 분기 대비 12.89% 감소했다. 동시에 금융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약 15조원 증가한 719조2천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연체된 원리금은 4조원이 늘어난 13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내수 부진과 금융 부담이 맞물리며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 양 측면에서 위기가 중첩되며 국가경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 평가되는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민생 회복과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국민 민생 회복 지원금, 지역화폐 확대,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 등을 집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정부보다 한발 앞서 위기 대응에 나섰다. 민선 8기 경기도는 4천785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며 지역화폐 발행 지원(299억원), 무역위기 대응 패키지(85억원), 스타트업 글로벌 펀드(50억원), 글로벌 수출기업 육성(13억원) 등이 포함됐다. 현재 진행 중인 도의회 심의가 마무리되면 바로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재정건전성,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비교적 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위기가 우리 경제의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고 동시에 민생 현장에서 극심한 어려움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지금 상황에서 추경은 단순한 예산안이 아니라 무너지는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실질적 도구이며 국민 생활을 지켜줄 수 있는 마중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정부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추경이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하게 편성·집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머뭇거림이 아니라 과감한 결단이다. 이번 추경이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슈&경제] 이재명 시대 부동산 정책은

이재명 시대가 열렸다. 낭만적인 축하만 하기에는 이재명 정부 앞날에 놓인 가시밭길이 마음에 걸린다. 미국에서 촉발된 관세 무역 전쟁과 저성장, 경기 침체, 미래 먹거리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어려운 문제가 부동산인 것 같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치솟는 서울 한강 벨트 집값,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악성 미분양, 건설업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풀어야 문제가 산적해 있다. 손대기만 하면 튀어 버리는 어려운 집값 문제를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방향까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최근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말하는 분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번에도 설마.”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뚱딴지같은 소리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진보 정권인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 많은 규제정책을 남발했음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천정부지 올라가는 집값을 바라보던 국민 마음에 생긴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있다. 집값이 크게 상승했던 진보 정권과 달리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집값이 오르지 않고 안정됐다.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진보 정권=집값 상승’, ‘보수 정권은 집값 안정’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규제를 한 것이지 규제해서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과거로 가면 진보 정권인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IMF 외환위기로 집값이 내려가자 모든 규제를 풀어 주택시장 살리기에 집중했고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1기 신도시를 포함해 200만호 건설과 토지공개념 등 무서운 규제정책을 병행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지만 진보 정권의 우월주의로 인한 과도한 자신감과 집값 상승은 투기이고 시세차익은 불로소득이라는 굳어진 이념이 만들어낸 규제 만능주의 영향으로 출구가 없는 막무가내식 규제 폭탄이 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신뢰를 잃어버린 잘못도 분명히 있다. “우리가 집값을 잡을 테니 우리 믿고 집을 사지 마라.” 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책임한 말인가. 그 말을 듣고 집을 팔거나 사야 할 사람이 사지 않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친 분노가 정권 심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는 일단 집값 문제에 약간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했던 말을 되새겨보면 다음과 같다.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 “중산층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 과도한 세금 규제로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공급을 늘려 서민 주거 안정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정책 기조인 것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공약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공이 주도해 유휴부지 활용, 신도시 건설, 1기 신도시 재건축을 포함해 노후 계획도시 정비, 재건축 재개발 절차 및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신혼부부와 다자녀에 우선 공급을 하겠다고 한다. 주택 공급은 빵공장과 달라 추진하면 보통 10년 이상은 걸린다.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을 해도 10~15년은 걸린다. 건축비 상승에 따른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 종교 부지 이전 등 조합 내부의 갈등, 기부채납을 둘러싼 지자체와의 갈등이 터지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문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택 공급을 시장이 과연 믿고 기다려 줄지, 또 시장의 집값이 상승하더라도 정부가 세금 규제를 하지 않고 참고 기다릴 수 있을지 이것이 문제다. 최근 서울 한강 벨트(강남 3구,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동작구, 영등포구) 집값 상승이 무섭다. 과거에는 한번 올릴 때 5천만원씩 올렸다면 요즘은 2억~3억원씩 올린다. 이게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 폭등했는데 확대 재지정을 했음에도 거래량만 줄었지 집값은 계속 오른다. 집값은 건드릴수록 부작용이 커지는 것 같다. 마치 사춘기 중2병 아들처럼 야단을 쳐도 때려도 달래도 용돈을 줘도 백약이 무효다. 부모님이 막을수록 엇나간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이 돼 있다. 부동산, 특히 수요가 많은 서울 집값은 공급에 집중하면서 수요는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어떻게 지켜보고 있단 말인가. 아마 정부는 지켜보고 싶어도 시장의 민심과 언론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서울 한강 벨트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면 정부도 개입할 수밖에 없다. 세금보다 대출 규제로 문턱을 올려 수요 억제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데 다행히 안정을 찾으면 좋지만 그럼에도 다시 과열되면 결국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양도세 중과 유예를 하지 않는 세금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시장에 달렸다.

[이슈&경제] 기업가정신이 천하지대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정신은 농심으로 근면 자주 협동이었다. 농심은 땅의 척박함과 품종을 탓하지 않는다. 덜 좋은 씨앗도 정성을 기울이면 싹이 나고 척박한 토양도 농심으로 가꾸다 보면 옥토가 된다. 한국은 제1, 2, 3차 산업혁명을 한 세대 만에 성공적으로 끝내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이 시대에는 농심에다 기업심을 융합해야 하는 기업가정신이 천하지대본이다. 개인소득의 결정 요인은 자본, 노동, 능력, 기업가정신, 출신 배경 등이지만 분배 관련 논의에서 기업가정신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오류다. 기업가정신과 경쟁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 원동력을 무시하고 분배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러와 반자본주의 정서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번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핵심이나 그 단어가 쓰이는 구체적인 문맥은 다양하다. 종종 위험부담자나 지도자의 임무조항, 개혁가나 창업가의 혁신, 경제발전의 수단 혹은 부의 불공평한 분배 요인을 의미한다. 경영대학에서는 새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과 같은 의미다. 기업가정신은 본질적으로 이윤 창출 기회의 발견과 개척을 통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며 자본주의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 첫째, 반드시 혁신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에서는 기업이윤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이윤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창조적이어야 한다. 이윤은 재화를 좀 더 가치 있게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부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더 생산적이 되는 학습 과정이다. 기업가는 혁신을 통해 부를 창조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늘 학습하는 중이다. 혁신, 창조, 학습의 기업가정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주어진 대로만 볼 게 아니라 열린 견해로 봐야 사물의 다양한 용도와 가치를 발견하고 학습할 수 있다. 한 사물의 경제적 중요성은 시간과 각자의 지식 수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사물의 가치는 그것의 값진 용도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금전적 가치가 크지만 그 유용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치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19세기에 다이아몬드 원석은 아프리카 원주민에게는 장난감이었지만 영국의 탐험가에게는 고가의 보석이었다. 19세기 말까지 중동지방에서는 땅에서 솟아 나오는 흑갈색의 액체를 구역질 나는 백해무익한 것으로 여겼으나 내연기관의 연료로 가공될 수 있다는 것을 안 미국인은 ‘검은 황금’으로 봤다. 천지에 흔한 모래 규소는 정보기기에 꼭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로 가공된다. 기업가정신은 어떤 것이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용도를 갖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기업가의 이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용도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고 발견된 가치에 대한 정당한 요구다. 모두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각자는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며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할 때마다 그 발견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가정신이라는 용어는 대부분 기업이라는 조직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윤의 기회를 발견하고 부를 창출해 많은 사람이 혜택을 얻어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기업가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를 발견한다는 것은 상황에 대한 개인적 인식과 역량의 문제로 객관적 확실성이 희박하다. 그 기회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공 여부는 그것을 실행해 보기 전에는 아무도 올바르게 예측할 수 없다. 기업가적 기회의 발견은 종종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우연히 있게 된 누군가에 의해 갑자기 이뤄지기 때문에 우발적이다. 기업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부의 창출 기회 발견에 대한 공통적인 결정 요인은 없다. 아무도 누가 성공한 기업가일지, 어떤 종류의 혁신이 어떤 분야에서 만들어질지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계획할 수도 없다. 최선의 방법은 시장에서 모두가 최상의 역량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각자의 발상을 시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실패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은 시도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공적으로 혁신할 것이고 그 성공은 차례차례 넓게 모방될 것이다. 이것이 자유경쟁 시장체제의 진정한 이점이다. 즉, 각자의 발상을 기꺼이 역량을 다해 자유롭게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험해 봄으로써 그 결과로부터 혜택을 보거나 고통을 받는 경쟁을 통해 증명된 승자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시장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경쟁 시장체제에서 기업혁신과 경제발전이 어떤 다른 형태의 경제체제보다 더 빠르고 더 활발한 이유다.

[이슈&경제] ‘수도권 관광 혁신안’ 차기 정부에 제안

우리는 여행을 단순히 ‘즐거움’으로만 생각하지만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세계 각국은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약 10%를 관광에서 창출하지만 한국의 관광산업 GDP 기여도는 고작 2.8%로 비교 대상 51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약 1천637만명에 도달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은 전년 대비 32%나 증가했다. 그러나 내국인의 관광 지출은 오히려 4.7% 감소하는 등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핵심 축인 경기 및 인천지역의 관광혁신은 국가 경제 활성화의 열쇠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50.8%가 밀집해 있으며 2020년 기준 세계 수도권 경제 규모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적 잠재력이 크다. 차기 정부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수도권 관광 혁신안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디지털 기술 기반 스마트 관광 인프라 구축이다. 오늘날 관광객들은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경험하는’ 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관광지에서 더 짧은 시간을 머물지만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 차기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도권 관광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혼잡도 관리, 개인 맞춤형 관광 코스 추천, 축제장에서의 주차 및 식음 결제시스템 등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의 잠재력 있는 관광지를 서울과 연계하는 AI 맞춤형 스마트 관광 생태계를 조성하면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늘리고 지역 간 관광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 둘째, 수도권 지역별 특화 관광 콘텐츠 개발이다. 현재 수도권 관광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차기 정부는 서울-인천-경기도를 아우르는 ‘수도권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서울의 도심·역사·문화와 인천의 해양·섬 관광 및 외래객 환승 관광, 경기도의 자연·생태·융복합 관광을 연계해 수도권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마이크로 투어리즘(근거리 여행)’과 ‘숏컷여행(1박2일 수준의 짧은 숙박여행)’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수도권 내 특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셋째, 민관 협력 기반 관광산업 거버넌스 혁신이다. 관광산업은 숙박, 음식, 교통, 쇼핑, 엔터테인먼트, 체험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연계된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관광정책은 부처별, 행정구역별로 분절돼 있어 통합적인 정책 추진이 어렵다. 차기 정부는 수도권 관광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실 내 ‘관광진흥비서관’ 신설과 지자체에서는 서울-인천-경기도를 아우르는 ‘수도권 관광협의체’를 설립해 지역 간 경계를 넘어선 통합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관광 혁신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과 문화적 자긍심 고취, 국민 삶의 질 향상까지 포함한다. 또 수도권을 통해 활성화된 관광은 다시 지방소멸지역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차기 정부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혁신안을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수도권 관광을 혁신하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K-관광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슈&경제] 기술혁신, 해답은 사람에게 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Deep Tech)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를 비롯한 최신 첨단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혁신의 결과물이 곧바로 막대한 규모의 신시장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을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우리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이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현재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전의 자원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분야는 기술혁신의 많은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코드와 알고리즘,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술혁신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딥테크의 발전은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재다. 자원이 부족한 경제적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사람의 힘’이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한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해외 유학 지원,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들의 연구 환경 제공을 위한 과학기술 출연연의 설립, 기업 부설 연구소의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핵심적 요인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출연연의 혁신 성과들이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원자력,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이 기술 창업에도 뛰어들면서 출연연은 현재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는 여러 이유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고 인재들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가 심화하면서 양과 질의 모든 면에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구 인력 부족 규모는 2024~2028년 약 4만7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불과 5년 만에 약 60배 급등한 수치다. 여기에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낮은 처우, 사회적 인식 저하 등의 문제로 인력의 해외 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어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딥테크 분야의 인재 부족이 더욱 심화하고 국가 경쟁력도 추락할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인재 유출 방지와 인력 양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공계 대학생 및 박사 후 연구원 처우 개선을, 김문수 후보는 AI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을, 이준석 후보는 전문 기술 석·박사 양성을 위한 인재 공급 구조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우리는 ‘심각한 인재 부족’이라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개발기에 정부가 했던 것과 같이 ‘사람’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수한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연구 환경이나 주거, 보상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혁신 국가인 미국 이상의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그야말로 이전에 없었던 파격적인 지원책 말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변화가 아닌, 근본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슈&경제] 차기정부에 바란다... 이런 부동산 정책을

조기 대선으로 21대 대통령을 뽑는 6·3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도 국가 경제와 사회 모든 부문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주요 정당에서 발표한 부동산 공약부터 살펴보자. 번호와 지지율 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공약은 다음과 같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4기 스마트 신도시를 개발하고 노후 공공청사 및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며 서울 도심 및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3기 신도시도 빨리 안 되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기 신도시를 빨리 추진할 수는 없고 10~15년 후 인구 구조나 사회 여건상 과연 서울이 아닌 4기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맞는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어렵겠지만 개선 필요성은 언급한 만큼 보완은 가능할 것 같고 양극화를 야기하는 다주택자 규제 폐지는 지지 기반의 성향을 고려하면 힘들 것 같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단, 이념성의 논란을 야기했던 국토보유세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교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GTX A, B, C는 지연 없이 추진하고 D, E, F 신규 노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윤석열 정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눈에 띈다면 경기 북부 접경지까지 KTX, SRT를 연장 운행하겠다는 것인데 의정부 정도는 괜찮지만 수요가 거의 없는 접경지에 상징성만 바라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힘 부동산 공약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을 상향하고 대학가 반값 월세존 지정으로 청년주택 공급 확대,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건설해 특별공급을 확대하며 출산한 부부와 양가 부모 세대를 위한 돌봄 시설을 갖춘 세대 공존형 아파트를 공공택지의 25%에 만들겠다고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현실적으로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시장에서 공감할 만한 수준의 물량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역시 GTX 신설 노선인 D, E, F를 임기 내 착공하고 지방 5대 광역시에 광역급행철도인 GTX를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작고 과연 지방에 필요한 것이 GTX인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다주택자 규제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는 추진 의사는 있다고 하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워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당선 가능성은 작지만 개혁신당의 부동산 공약은 가장 현실적이고 공감이 된다. 용적률 대폭 상향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방 3개, 화장실 2개 전용 59㎡형 주택 집중적으로 공급하며 지방 미분양 해결을 위해 임대등록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또 성공 확률 20%에 그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주택조합제도도 폐지한다. 사실 지역주택조합제도는 좋은 취지와 달리 현실은 내 집 마련을 갈망하는 수요자들의 염원을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 보완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폐지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사회초년생 생애 최초 구입 시 취득세 50% 감면,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 전용 59㎡ 주택 취득 시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자녀가 생겨 큰 평형으로 이사할 때 비과세 혜택, 65세 이상 고령자가 주택 매도 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급 확대 등 생애주기에 맞춘 주택 세금 감면도 눈에 띈다. 공약은 공약이고 현재 부동산시장의 최대 화두는 양극화 문제 해결이다. 강남 등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만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고 있고 나머지 지역들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지방 미분양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는 부동산을 넘어 장기 침체로 들어가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극화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왜곡된 규제정책을 바로잡고 지방 경쟁력 강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1년 내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면 5년간 양도세 면제, 취득세 면제, 재산세 50% 감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배제, 분양가 할인 정도의 패키지 혜택을 줘 빨리 준공 후 미분양과 미분양 주택을 털어야 한다. 또 주택 수로 규제의 강도를 정하는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하고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만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현재의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고쳐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5년 거주 10년간 보유하거나 10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은 착한 임대인에 대해서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 아파트를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도 잘살 수 있도록 지방 자산가들이 벌어지는 서울과의 격차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지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인구 증가 시절에 설계된 도시개발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구도심 정비를 통해 신규 아파트 공급을 늘리도록 주택 공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 신규 아파트 개발로 쉽게 세수를 늘리는 안일한 지자체의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민간 대기업 양질의 일자리가 지방으로 많이 내려갈 수 있도록 50년 토지 무상 임대, 10년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에 막대한 투자를 해 포항공대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강남 집값 잡기가 아니라 지방 경쟁력 강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다. 임기 내 마무리하지 못해도 된다. 10년, 20년이 걸려도 좋다. 우리 미래세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는 서울 집중 양극화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

[이슈&경제] 시장경제 창달과 국부 창출의 길

모든 개인과 기업이 인간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양만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면 국민이 원하는 각종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끊임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 성장이고 국부의 증대다. 시장경제는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하도록 해 효율적 자원 배분과 경쟁을 통한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경제체제다. 시장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이므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일으켜 부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로 언급될 만하다. 시장은 주어진 것이 아니고 원활한 거래를 통해 성과에 따른 차별적 동기 부여 기능을 통해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도록 경쟁하게 만드는 생태계이지만 동기 부여 기능이 취약하다. 더구나 주 52시간 노동 제한과 같은 규제나 제도로 방해하면 경제성장은 뒷걸음질 칠 수 있다. 따라서 차별적 동기 부여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경기의 명확한 법과 제도로 전 국민이 규칙을 잘 지키면서 활기차게 뛰어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들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유재산권의 보장이다. 생산수단인 자본의 사적 소유권 보장은 가장 효율적인 자산관리 방법이며 자본의 배분과 조정이 자발적 거래로 자유롭게 결정되는 가격 기구를 통해 경쟁해 의사결정이 분권적으로 행해지는 구조는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둘째, 시장에 의한 생산과 분배다. 시장은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사람들에게 성과에 따른 차별적 동기를 부여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거래는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자율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셋째, 자유주의 원리에 입각한 자본주의다.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과 재화·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인정하며 민간경제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신념 체계다. 넷째, 정당한 사익 추구의 인정이다. 더 많이 노력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경제활동의 원동력이 된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후 인류는 지난 250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37배 증가했다. 다섯째, 다양성과 경쟁의 존중이다. 시장경제의 생명은 다양성과 경쟁에서 나온다. 다종다양한 경쟁자가 많을수록 인간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려 노력한다. 이는 홍익인간의 이념 중 하나인 만유병육(萬有竝育), 즉 모두가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과 통한다.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획일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여섯째, 친자본·친기업 문화 조성이다. 자본은 노동의 친구이며 기업 번영의 열쇠다. 자본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과 삶의 질을 개선하며 국부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곱째, 법치주의 확립이다. 시장경제와 관련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법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경제 운영이다. 계약이행 보장, 공정경쟁 유도 등은 기업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며 법은 경제활동 참가자 모두에게 공정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이처럼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 가운데 사유재산권 보장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며 나머지 여섯 가지는 시장생태계의 구성 요소다. 결국 시장경제를 잘 운영하는 길은 사유재산권의 보장과 시장체제에 기반한 생산과 분배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국민을 잘 먹여 살리기 위해 국방, 치안, 외교 등의 기본적인 역할 수행과 동시에 국부 창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국부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창출하며 정부는 시장경제가 원활히 작동해 경제성장, 안정, 형평,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가장 먼저 명확한 경기규칙 마련과 실행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지켜야 할 공정한 규칙을 정하고 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또 사회간접자본을 잘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 보완 기능 강화이다. 불충분한 시장의 동기 부여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조치한다. 이와 함께 독과점, 외부효과, 공공재 등으로 인한 시장 실패를 적절히 교정한다. 정부 자체가 하나의 독점 공급자이기 때문에 평가와 감시 시스템을 정비해 비효율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불확실성 제거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공기업 민영화,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 이양, 중복 기능 통합, 공무원의 생산성과 행정 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재화와 서비스는 사유재, 공공재, 준공공재로 구분되며 민간이 더 잘 공급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에 맡기고 공공은 최소한의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부 규제, 조세, 준조세를 줄이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슈&경제] 2025년 뉴노멀, 트럼프

요즘에는 사용 빈도가 뜸해 보이는데 얼마 전까지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였다. 뉴노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하는 개념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규제 강화 등이 주요한 뉴노멀로 논의됐다. 글로벌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그 자체로 뉴노멀의 범주에 포함돼야 할 것 같다. 트럼프는 2기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관세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아이콘인 트럼프를 새로운 표준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는 현재의 상황은 표준이라는 것이 기준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 이외에 확실한 것이 없다는 점을 우리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정세를 보면 당분간 트럼프가 글로벌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취임 첫날 동맹국인 멕시코,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주변국을 긴장시킨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관세 정책으로 우리 기업을 불확실성의 공포에 빠뜨렸다. 지난 2일 있었던 상호관세 발표에서는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를 기준으로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중국에는 34%, 대표적 대미 무역흑자 국가인 일본과 우리나라에는 각각 24%,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중 간의 관세 갈등으로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던 9일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상호관세 발표 시 급락했던 국내외 증시는 9일 유예 발표로 급등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 상황이 언제 어떻게 또 달라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지지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한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주변의 억만장자 지지자들마저 ‘상호관세가 너무 성급하고 공격적이다’, ‘심각한 정책적 실수다’, ‘국가 간의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벌어진 미국 국채 폭락 사태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90일 유예 조치’가 발표되며 다소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세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다음 무기는 환율이라는 이야기들이 벌써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가치 조정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그 유명한 1985년의 ‘프라자 합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아찔하다. 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으로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인 트럼프와 그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분간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지배력이 큰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트럼프의 경제 정책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 정치적 혼란이 전략적 대응의 공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이슈&경제] 탄핵과 조기대선 그리고 부동산

111일간 이어진 탄핵 레이스는 8 대 0 전원일치 탄핵 인용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60일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책에 민감한 부동산시장 입장에서 정권이 바뀌는 대선이라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한 조기 대선 이후 집값이 급등했던 학습효과가 있어 이번에도 조기 대선 결과가 나오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다르다. 상승기 구간에서 발생했던 그때의 탄핵과 달리 조정기 구간에서 발생한 이번 조기 대선은 불확실성이 제거되더라도 큰 폭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 규제와 저성장과 불경기로 인한 똘똘한 한 채 현상 때문이지 부동산시장 흐름이 상승기여서 오른 것이 아니다.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서울 강남 집값이 이상 급등을 하면서 계엄과 탄핵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녹은 상태이고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이미 숨 고르기 보합세로 접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대선까지는 정중동 보합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기 대선 이후에는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부동산시장은 요동칠 수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 둬야 하니까. 국민의힘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여당과 야당의 대립 구도 속에서 입법 지원을 받기 어려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를 통해 시장을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먼저 정리를 해보면 취득세 중과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될 것 같다,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 폐기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브레이크가 걸리며 전국 개발사업을 대규모 조정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하고 전세 갱신 10년을 추진하며 국토보유세도 추가될 것이다. 예전 공약이나 추진하려던 정책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행정권과 입법권의 절대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막대한 책임이 따른다. 누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기에 야당 시절 쉽게 반대하고 쉽게 내지르던 말의 무게를 강하게 느낄 것이기에 시장이 우려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취득세 중과는 이미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서울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하고 있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민주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기에 중단할 수는 없다. 전세 갱신 10년은 이미 이재명 대표 입으로 안 한다고 한 정책인데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추진할 만큼의 명분은 없다. 반시장적인 정책을 밀어붙일수록 절대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 절대 일방적인 도주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이념보다는 눈치가 빠르고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이 대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시 추진할 것이고 강남 집값이 다시 폭등하면서 과열되면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하겠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면 굳이 선제 규제를 해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남발의 부작용을 몸소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며 공급 확대 정책은 더하면 더했지 중단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극화 문제는 현실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해결하기는 어렵다. 부자 감세 논란을 무릅쓰고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할 수 있겠는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출산율을 올리면서 지방의 인구와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하겠는가. 결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책은 시장이 만드는 것이기에 시장이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으면 급격한 부동산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슈&경제] AI 혁신이 이끄는 산업 변화·미래 성장 전략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촉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공장이 활성화되며 완전 자율 제조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기술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생산공정의 의사결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초당 스마트폰 1대를 생산하는 자동화 공정도 실현되고 있다. 또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은 기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고 로봇과의 협업 자동화 시스템은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AI 비전 시스템을 통한 품질 관리와 불량품 검출 역시 생산 효율성을 향상하고 있다. 의료 산업에서도 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은 방사선 촬영 이미지에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연어 처리 기술은 의료기록 분석을 통해 의사의 진료를 보조한다. 더 나아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함으로써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농업도 AI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AI로 잡초만 골라 빛으로 제거하는 로봇, 필요한 곳에만 농약과 비료를 뿌려주는 AI 자율주행 트랙터, 농작물 선별부터 수확까지 관리하는 로봇, 양치기 로봇 등 AI 기술이 농업을 바꿔 노동력 부족 완화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AI는 교육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성향을 분석해 최적화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동 평가 시스템은 시험 채점과 성취도 분석을 자동화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며 AI 챗봇은 학습 상담과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AI는 금융 분야도 데이터 분석과 예측 모델을 활용해 금융 위험을 줄이고 있다. AI 기반 챗봇과 가상 금융 어드바이저는 고객 응대와 투자 상담을 자동화하며 실시간 사기 탐지 시스템은 이상 거래를 감지해 보안을 강화한다. 개인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과 자동 자산 관리에도 AI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물류 산업에서는 AI 기반 경로 탐색과 자동화 창고 관리 시스템이 물류 흐름을 최적화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은 최적의 배송 경로를 제시하고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자동화 배송 시스템은 물류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유통 분야에서는 AI를 통해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하며 가상 쇼핑과 AI 챗봇 기반 고객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중심 경제 구조가 강화되고 기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융합 산업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AI는 인간과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품질 개선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 창출을 가속할 것이다. AI를 사회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연결한다면 AI는 미래 산업 발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은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투자와 AI 컴퓨팅 센터 구축을 통해 범용 AI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발된 AI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국내 기업이 산업 전반에 AI를 적극 활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과 농업을 위해 스마트 공장화와 스마트 팜을 추진하고 근로자들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전환 교육도 필수적이다. 또 공공 부문과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보안 강화 특화 클라우드를 구축해 민감 데이터 공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추론형 AI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도입해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1964년 시작된 우리의 산업혁명은 중화학공업 육성과 기술 인력 양성 전략 덕분에 성공했다. 금오공고, 특성화 공고 등에서 연간 수만명의 기술 인력을 배출하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정예 인재들이 산업 현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KIST와 KAIST 등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이 있었다. 앞으로도 AI 중심의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AI를 선도하는 국가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 AI 기술을 확산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같은 AI 혁신과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

[이슈&경제] 관세전쟁과 기술혁신, 우리는

2기 트럼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으며 결국 중국이 그 중심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지난 집권 시기에도 중국에 대해 강력한 관세 정책을 시행한 바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4일에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10%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 분야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과학법,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2기 트럼프 정부도 GPU 수출 제한 등의 일부 정책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국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인 ‘딥시크 R1(이하 R1)을 세상에 선보이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R1은 인프라, 비용, 인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의 딥테크 기업들에 비해 열악한 여건에서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챗GPT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의 기존 인공지능 기술과 비교할 때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여준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보호무역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변하고 있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래서 중국의 R1은 그저 우수한 인공지능 모델이라는 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어떻게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까. 먼저 우수한 공학인재 양성을 위한 장기적 노력이다. 1991년 덩샤오핑은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세계적 대학 100곳 육성을 위한 ‘211공정’을 제시했다. 이 계획은 장쩌민을 거쳐 시진핑의 ‘쌍일류’ 정책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가 발표한 지난해 결과를 보면 칭화대(12위), 베이징대(13위), 저장대(47위) 등 중국 주요 대학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0위권 내 우리 대학은 서울대(62위)가 유일하다. 다음은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공격적 확대다. 중국의 올해 R&D 투자는 우리 돈으로 800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큰 규모다. 글로벌 경기 침체 확산에도 중국은 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더 크게 늘리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전폭적 투자는 기술혁신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테크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도 중요하다. 얼마 전 끝난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지도부는 테크 산업 육성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를 주도하는 테크기업들을 인터뷰에 세우는 등 힘을 실어주며 글로벌 경쟁에서 테크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은 이렇게 도전에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반대의 길을 가는 것 같다. 기술 초격차 경쟁에 직면하고 있으나 지난해 정부는 사상 최초로 R&D 투자를 대폭 줄였다. 올해 크게 확대했지만 이전으로 회복한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투자 감소가 우수인력 유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공계 우수인력 확보도 어렵다. 의대 정원 확대와 맞물려 최상위급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의 심화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역장벽을 기술 경쟁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미국의 견제에도 길을 찾는 중국의 대응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기술 초격차 경쟁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 투자 확대와 우수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슈&경제] 양극화의 문이 활짝 열렸다

서울시가 쏘아 올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 집값이 고장 난 폭주 기관차를 보는 듯 치솟고 있다. 전형적인 상승장에서나 볼 수 있는 매물 회수나 호가 올리기가 강남 현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족쇄가 풀린 서울의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집값이 오르자 압구정 반포 등 상급지는 물론이고 서울 내 다른 지역들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으며 과천, 판교, 분당 등 수도권도 덩달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일부 지역만 바라보면 한여름이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다. 지방은 미분양도 문제지만 수도권으로 빼앗기고 있는 인구와 자금 유출이 더 심각하다. 서울 상위 20% 고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7억3천666만원으로 전국 하위 20% 아파트 평균인 1억1천620만원과 23.6배나 격차가 벌어졌다. 당연히 서울 상위 20% 아파트는 12개월 상승이고 전국 하위 20% 아파트는 28개월 연속 하락 행진 중이다. 늘어나는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을 보면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기다. 1월 전국 미분양 7만2천624가구 중 73%, 준공 후 미분양 2만2천872가구의 80%가 지방이다. 수도권인 경기도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경기도의 미분양은 1만5천135가구로 수도권 미분양의 77%나 되고 준공 후 미분양은 2천88가구로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평택시는 넘치는 미분양을 못 이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1월 평택시 미분양은 6천438가구로 4천526가구의 부산보다 많고 8천742가구의 대구보다는 적다. 평택시 인구 60만명과 부산 327만명, 대구 236만명 인구 대비 미분양으로 비교하면 평택시가 압도적으로 심각하다. 경기 침체와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강남 집값이 오르지 않았을까. 강남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지방과의 양극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심리가 자극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강남 집값이 난리가 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출산율 감소 및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지방 젊은이들의 인구 유출이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닌데 갑자기 서울 강남 올인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불꽃이 튀었다고 바로 불이 붙지는 않는다. 바닥에 기름이 깔려 있었다는 말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인 기름의 실체는 ‘똘똘한 한 채’의 양극화 현상이다. 2017년 서울 강남 집값이 오르자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들이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으로 지목되면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에 대해 중과세를 적용했다. 세제나 대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데 어느 바보가 여러 채를 보유하겠는가. 이론적으로는 내가 거주하는 1주택만 가지는 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우나 현실은 내가 보유하고 있는 지방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 수도권 똘똘한 한 채를 샀다. 최근 저성장과 경기 침체, 미분양 증가 등 여러 불확실성이 커지자 더 확실한 똘똘한 한 채를 찾기 시작했으니 바로 강남이다. 생활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며 우수한 교육환경과 양질의 일자리까지 다 갖춘 서울 강남으로 들어가기 위해 서울 사람들도, 수도권 사람들도, 지방 사람들도 발버둥 치고 있다. 이러다 차이가 더 벌어져 나만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의 집값 포비아(Phobia)가 확산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기는 다주택자 규제를 없애고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자산의 금액으로 규제 강도를 정해야 한다. 서울로 향하는 돈을 지방으로 돌리고 미분양도 소진하기 위해 1년 한시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면 주택 수 제외, 5년간 양도세 면제, 취득세 면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면제, 저리 대출, 분양가 할인 정도의 파격적인 특단의 대책도 나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재를 배출할 지방 국립대를 포항공대 수준으로 육성해 지방 경쟁력을 키워야 지방도 살고 서울도 산다. 지금 상태를 방치하면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져 지방은 굶어 죽고 서울은 배 터져 죽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슈&경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대응전략

2025년은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과 유럽연합(EU)의 새 체제 가동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주요국은 첨단산업의 공급망 내재화, 전력 에너지 기반 확대, 국방 강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미래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상 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선진국이 기술을 주도하고 한국이 소재·부품을 공급하며 중국이 조립을 담당하는 구조였으나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정책 이후 중국의 생산기지가 아세안과 멕시코로 이전했다. 현재 중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배터리, 가전제품 등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은 칩과 과학법(칩스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자국 내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원료와 부품의 자국산 사용 비율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커플링을 본격화하면 미중 통상 갈등은 관세, 기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격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관세법, 희토류관리법 등 자국의 통상법 체계를 정비하며 국제 관행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중 경쟁 산업에서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된 소재·부품 산업은 미국의 수입 규제와 엄격한 원산지 심사로 인해 위험이 커질 것이다. 또 중국이 EU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수출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과 동남아에서 역외 우회 투자를 확대하면 한국 기업은 중국산 제품과의 직접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만큼 한국 기업은 시장 변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국제 협력 강화와 기업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EU는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며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제품여권제도(DPP), 공급망실사(CSDDD) 등의 도입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또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며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감시하고 있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이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친환경 경영 체제를 강화해야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EU 시장에서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기업이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신행정부가 그린뉴딜을 폐지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미국과 EU 간 통상 마찰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 정책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자국 생산을 확대하며 대중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도 반도체법과 CBAM을 통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내재화 전략은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미국과 EU의 보호주의 심화는 한국 수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래산업 분야에서 AI와 바이오 기술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AI 및 바이오 기술의 국제 표준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첨단 산업에서는 제품 성능과 효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세보다 기술 규제 같은 비관세 조치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AI, 바이오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R1 모델을 공개하며 AI 혁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투자에 소극적이며 지방 관광도시 개발 등 부동산 부양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5년 예산에서도 AI 및 기술개발 투자보다는 부동산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한국이 AI 혁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AI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활용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AI 혁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기술혁신과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한편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에서 2024년 557억달러로 급증하며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이 이에 적합한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을 통해 한국의 공급망 가치를 높이고 미중 디커플링 속에서 안정적인 대미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 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술혁신, 공급망 다변화,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AI와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이슈&경제] 인천의 보물섬, 글로벌 명소로 가는 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여가 패턴은 웰니스 관광과 같은 심신의 피로와 안정을 도모하는 휴식형으로 집중되고 있다. 웰니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섬’은 매력적인 휴가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섬, 관광, 문화, 지역주민을 키워드로 해 섬을 특화하는 관광 사업으로 인천(백령도) 등 전국의 5개 섬을 ‘가고 싶은 K-관광 섬’으로 선정해 전폭 지원하고 있다. 웰니스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며 가장 주목받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는 2023년 전 세계 웰니스 시장 규모는 약 6조3천200억달러로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약 8조9천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IT(약 4조9천700억달러) 및 스포츠(약 2조6천500억달러) 시장보다도 큰 규모로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섬’ 지역 활성화 논의는 지역민의 거주환경 개선 및 생태, 녹색, 에코, 도서, 웰니스 관광 등 다양한 목적으로 1970년 초반부터 50여년 지속돼 오고 있다. 이처럼 긴 세월 동안 섬 활성화 논의 및 지원이 지속되는 것은 섬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섬은 시공간을 초월해 매력적인 휴양지임이 분명하지만 다원적 공간으로서 섬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시간이 겹치는 장소다. 관광객에게는 웰니스 휴양 공간이 되지만 동시에 지역민에게는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의 공간이다. 특히 섬 관광지는 일반 관광지와 다르게 환경보호·보전과 지역민의 안정적인 생활환경 구축이 우선된다. 따라서 섬별로 개발의 개념과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무분별한 개발은 제한돼야 한다. 한편 필자의 일터가 있는 인천은 팔색조와 같은 각기 다른 매력적인 168개(유인도 40개, 무인도 128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인천 섬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웰니스 관광객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웰니스 관광뿐만 아니라 레포츠, 크루즈, 교육 및 워케이션 등 다양한 니즈까지도 충족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파인&길모어(1999년)의 체험경제학(4Es) 모델을 중심으로 인천 섬 자원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세계적 섬 관광 명소로서 멕시코 칸쿤과 전남 청산도를 소개한 바 있다. 또 인천 섬의 특성을 중심으로 크루즈 등 해양레저 관광으로 엔터테인먼트 체험, 서해 5도와 강화도 중심의 안보·평화의 섬 등은 교육 체험, 굴업도나 인천대교의 낙조 감상 등은 미적 체험, 덕적도 일원에서의 자전거(MTB·해변 경관 라이딩) 및 마리나(요트·보트)의 연안 레포츠는 현실도피 체험으로 해 인천 섬 관광 콘텐츠 개발을 제언한 바 있다. 백령도의 경우 워케이션 환경 구축과 함께 기업 주도형 및 개인형 전략 전술을 병행한다면 명실공히 국내외 다수가 찾는 ‘워케이션 섬’으로의 자리 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백령도는 국토교통부의 ‘도서 소형공항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향후 공항 건설이 예정된 만큼 향후 접근 취약점을 보완해 워케이션 섬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연·인문·사회적 자원(기암괴석, 콩돌해안, 접경지역, 효녀심청 스토리 등)이 뛰어나며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워케이션 섬으로 적합하다고 본다. 백령·대청·소청도와 같은 인천의 먼 섬 활성화는 국가 영토 수호의 공익적 가치까지도 실현할 수 있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글로벌 기업 구글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LG유플러스, SK, 롯데, 네이버 외에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이 인천 섬을 ‘잠시 머무는 섬’이 아니라 ‘살고 싶은 섬’으로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는 데 일조해 글로벌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슈&경제] 중국발 딥시크 쇼크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중국의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발표한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 R1(이하 R1)’은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를 뒤흔들었다.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R1은 챗GPT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의 기존 기술과 비교할 때 성능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오픈AI, 메타 등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의 생성형 AI 개발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의 개발비만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딥시크가 공개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R1은 오픈AI의 o1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고 일부 분야에서는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 측정 기준인 미국 수학경시대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은 79.8%를 기록하며 o1의 79.2%를 앞섰다. 코딩 테스트 정확도에서도 R1은 65.9%를 기록한 반면 o1은 63.4%로 평가됐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딥시크 쇼크의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R1의 모델훈련비용은 557만6천달러(약 80억원·사전 연구 및 실험 비용 제외)로 알려졌는데 이는 메타의 AI 개발 투입비용의 10%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딥시크가 R1 개발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H100’이 아닌 저사양의 ‘H800’ 칩을 사용했다는 점 역시 큰 충격을 줬다. H800은 엔비디아가 2022년 미국 정부가 시행한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중국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한 저사양 칩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하드웨어를 활용해 더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만든 셈이다. 기존 AI 모델은 연산에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해 왔고 투자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AI 버블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딥시크의 R1이 더 적은 자원으로 유사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은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R1 발표 직후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나스닥과 AI 관련 종목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연관성이 더 높은 기업은 더 크게 하락했다. 연휴 직후 개장한 국내 코스피도 0.7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10% 가깝게 하락했다.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등 다른 반도체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을 보면 인공지능에 미래 성장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딥시크는 중국의 ‘기술인재 우대’ 환경을 바탕으로 창업 1년여 만에 오픈AI 개발 인력(1300명)의 10% 수준인 139명의 연구진으로 비약적 성과를 냈다. 반면 우리 AI 업계는 여전히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 심화되고 있는 최상위급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을 보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보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정시를 보면 이공계 지원은 지난해 대비 19% 감소했지만 의대 지원자는 2천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의 미래가 있을까. 정부는 이런 점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수 인재 유출을 막고, 해외 인재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 어려운 정치 여건이지만 천재급 인재들이 인공지능같이 도전적인 딥테크 분야에서 충분히 연구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인공지능 석학이었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R1의 등장으로 시장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다. 우리도 인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슈&경제] 금리 인하를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 부흥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동결(4.5%)을 선택했다. 지난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바뀐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싹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의 성명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는 기존 문구가 삭제되고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게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위험이 있어 기준 금리 인하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wait and see’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관세, 감세, 이민자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1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다. 미국과 1.5%포인트 불안한 금리 차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내수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2월 금통위에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2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한 후 당분간 동결하는 ‘wait and see’가 한국은행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 같다. 현재 한미 간 환율과 자금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미국과 기준금리 차를 2%포인트까지 벌리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공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가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 감세,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발언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고물가 주범이었던 과도한 재정 지출과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돌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비용과 물가를 신속히 낮추도록 하겠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 기준금리를 못 올리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켜 기준금리를 먼저 내린 후 협상을 통해 정책의 강약을 조절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당초 세 번 인하에서 두 번 인하로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이 다소 후퇴하긴 했지만 미국의 상황에 따라 다시 세 번 인하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 트럼프 정책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기준금리 인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전망인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금리 인하 폭과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야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금리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다. 기준금리가 세 번 또는 그 이상 인하되면 투자심리 회복과 구매 능력이 개선되면서 하반기 거래량 증가와 상승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번 또는 한 번에 그친다면 하반기 약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금리가 중요하다. 물론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대출금리가 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1%포인트가량 더 올랐다. 가계대출 수요 억제라는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려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7월 3.542%에서 11월 4.58%로 1.038%포인트 급등하면서 예대금리차가 0.98~1.3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푼이 아쉬운 국민들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넣으면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조금씩 인하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나서 대출 문턱을 높이도록 압력을 넣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5개월 만에 대출 정책의 뉘앙스가 살짝 바뀌었다. 하지만 대출 정책의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DSR 3단계는 계획대로 7월에 수행될 예정이며 대출금리가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준까지 내려오지도 않았다. 지난해 6월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연기하면서 촉발된 단기 급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정부가 스트레스DSR 3단계를 어설프게 연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한강벨트 단지들은 지금도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은 조금의 틈만 있어도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출금리가 3% 아래로 내려오지도 않는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은 서울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가 2%대 저금리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고 대출 규제 기조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폭발적인 상승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은 대출금리가 3% 중반 수준으로 내려오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겠고 디딤돌 대출 같은 저리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이라면 굳이 금리 인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슈&경제]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고찰

유엔 193개 회원국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고 2021년 유엔무역개발위원회의(UNCTAD)에서 32번째 선진국으로 지정됐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국력, 삶의 질, 미래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 객관적으로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기관들이 여러 분야에 대해 국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경쟁력평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평가, 국력평가, 세계경쟁력평가, 삶의 질 평가 등이다. 제4차 산업혁명(디지털 대전환) 시대인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디지털경쟁력을 보자. 가장 권위 있는 ‘IMD 세계 디지털경쟁력 순위’는 3대 분야, 9개 부문, 54개 세부지표로 돼 있다. 2024년 67개 평가국 중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같은 6위이며 인구 2천만 이상인 나라만을 보면 미국 다음으로 2위다. 한국은 미래준비도와 신기술적용도가 지난해 1위에서 3위로 내려앉고, 지식요인은 10위에서 8위로 오르고, 기술요인은 12위에서 14위로 낮아졌다. 가장 강한 부문은 사업 민첩성 2위, 과학집중성 4위, 훈련과 교육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보기술통합이 12위이며 자본여건(17위), 규제여건(18위) 및 재능(19위)은 처져 있다. AI 경쟁력은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2024년 9월 글로벌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83개국 중 종합 6위로 평가됐다.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은 부문은 개발능력, 정부 전략, 인프라, 규모이고 낮은 부문은 강도, 상용화, 인재, 연구, 운영환경 등이다. 2024년 12월 발표된 미국 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국력평가조사는 10개 부문(1위 국가를 100점)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모험심(22.8·51위), 민첩성(74.8·10위), 문화적 영향력(63.9·7위), 기업가정신(80.8·7위), 문화적 유산(39.0·32위), 발동력(79.1·5위), 사업 개방성(46.4·70위), 힘(64.3·6위), 삶의 질(50.3·25위), 사회적 목적(12.4·42위) 등에서 종합점수 78.1로 6위를 차지했다. 2024년 IMD 세계경쟁력 순위는 67개국 중 20위로 지난해(28위)보다 8단계 올랐다. 4대 분야 20개 부문을 평가하는 데 4개 분야별로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낮은 부문을 2개씩 보면 경제적 성과(16위)는 국제무역(47위)과 물가(43위)이고 정부 효율(39위)은 기업 관련법(47위)과 공공 재정(38위)이며 사업효율(23위)은 생산성(33위)과 노동시장(31위), 인프라(11위)는 보건 및 환경(30위)과 교육(19위)이다. 이런 낙후된 부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나 희망적인 것은 경제 성과의 고용(4위)과 인프라의 과학 인프라(1위)다. 삶의 질의 초점은 과거의 생존과 안전, 물질적 풍요에서 정신적 행복과 만족을 강조하는 생활방식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은 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갈등, 낮은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높은 자살률, 빈부격차의 심화 등 때문에 삶의 질이 높지 않다. 삶의 만족도 지수(0~10점)를 작성하는 OECD의 ‘삶의 질 2024’ 보고서에서 OECD 평균은 7.4였으나 한국은 6.5로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32위였다. 2010년 가구 소득, 소득 불평등, 고용률, 성별 임금 격차 등에서 OECD 평균에 뒤진 상태였으나 현재는 물질 영역에서 2010년 대비 모두 개선됐다. 한국은 지난 10여년간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음에도 실제 국민 일상에서 완전히 체감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세계 경제력 10위권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으며 개혁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슈&경제] 2025년 위기의 한국 경제, 스타트업이 열쇠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의 수습이 요원해 보이는 가운데 2025년 을사년을 맞이한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화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곧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글로벌 경제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며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경기 침체의 삼중고로 고전했던 2024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 할 만하다. 한국 경제는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모색함으로써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2024년 9월 기준)을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구글)으로 이들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벤처캐피털(VC)의 투자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톱10에 포함된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딥테크 분야의 빠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고 있다. 우리도 스타트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결과 매출과 고용의 측면에서 벤처 스타트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간의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스타트업은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혹한기’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VC의 미온적 투자, 신규 비즈니스 시장 진입 환경 저하 등으로 2023년 대비 부정적 변화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 같다. 같은 보고서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 위기 가능성과 경제 상황 악화 전망 등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여건은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새롭게 탄생한 유니콘 현황을 보면 우리 스타트업의 어려운 상황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신규 유니콘은 2021, 2022년 각각 7개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4개, 2024년에는 2개로 줄었다. 매년 신규 유니콘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스타트업 선진국들과는 대조적 상황이다. 스타트업이 현재 한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 극복의 키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각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인공지능 등 딥테크 분야에서 역량 있는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내수와 유통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딥테크 중심으로 전환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딥테크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모태펀드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경기도는 2025년 예산으로 38조7천억원을 확정했다. 2024년 본예산 대비 2조6천억원(7.2%) 증가한 규모다. 경기도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확장 재정의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여전히 혹한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가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 스타트업은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문을 활짝 열어 주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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