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93개 회원국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고 2021년 유엔무역개발위원회의(UNCTAD)에서 32번째 선진국으로 지정됐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국력, 삶의 질, 미래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 객관적으로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기관들이 여러 분야에 대해 국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경쟁력평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평가, 국력평가, 세계경쟁력평가, 삶의 질 평가 등이다. 제4차 산업혁명(디지털 대전환) 시대인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디지털경쟁력을 보자. 가장 권위 있는 ‘IMD 세계 디지털경쟁력 순위’는 3대 분야, 9개 부문, 54개 세부지표로 돼 있다. 2024년 67개 평가국 중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같은 6위이며 인구 2천만 이상인 나라만을 보면 미국 다음으로 2위다. 한국은 미래준비도와 신기술적용도가 지난해 1위에서 3위로 내려앉고, 지식요인은 10위에서 8위로 오르고, 기술요인은 12위에서 14위로 낮아졌다. 가장 강한 부문은 사업 민첩성 2위, 과학집중성 4위, 훈련과 교육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보기술통합이 12위이며 자본여건(17위), 규제여건(18위) 및 재능(19위)은 처져 있다. AI 경쟁력은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2024년 9월 글로벌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83개국 중 종합 6위로 평가됐다.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은 부문은 개발능력, 정부 전략, 인프라, 규모이고 낮은 부문은 강도, 상용화, 인재, 연구, 운영환경 등이다. 2024년 12월 발표된 미국 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국력평가조사는 10개 부문(1위 국가를 100점)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모험심(22.8·51위), 민첩성(74.8·10위), 문화적 영향력(63.9·7위), 기업가정신(80.8·7위), 문화적 유산(39.0·32위), 발동력(79.1·5위), 사업 개방성(46.4·70위), 힘(64.3·6위), 삶의 질(50.3·25위), 사회적 목적(12.4·42위) 등에서 종합점수 78.1로 6위를 차지했다. 2024년 IMD 세계경쟁력 순위는 67개국 중 20위로 지난해(28위)보다 8단계 올랐다. 4대 분야 20개 부문을 평가하는 데 4개 분야별로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낮은 부문을 2개씩 보면 경제적 성과(16위)는 국제무역(47위)과 물가(43위)이고 정부 효율(39위)은 기업 관련법(47위)과 공공 재정(38위)이며 사업효율(23위)은 생산성(33위)과 노동시장(31위), 인프라(11위)는 보건 및 환경(30위)과 교육(19위)이다. 이런 낙후된 부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나 희망적인 것은 경제 성과의 고용(4위)과 인프라의 과학 인프라(1위)다. 삶의 질의 초점은 과거의 생존과 안전, 물질적 풍요에서 정신적 행복과 만족을 강조하는 생활방식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은 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갈등, 낮은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높은 자살률, 빈부격차의 심화 등 때문에 삶의 질이 높지 않다. 삶의 만족도 지수(0~10점)를 작성하는 OECD의 ‘삶의 질 2024’ 보고서에서 OECD 평균은 7.4였으나 한국은 6.5로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32위였다. 2010년 가구 소득, 소득 불평등, 고용률, 성별 임금 격차 등에서 OECD 평균에 뒤진 상태였으나 현재는 물질 영역에서 2010년 대비 모두 개선됐다. 한국은 지난 10여년간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음에도 실제 국민 일상에서 완전히 체감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세계 경제력 10위권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으며 개혁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01-19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