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2025년 뉴노멀, 트럼프

상호관세 90일 유예, 국내외 증시 회복세
트럼프, 달러 가치 조정 위한 협의체 검토
美 경제정책 변화 따른 선제적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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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 진흥원 스타트업 본부장

요즘에는 사용 빈도가 뜸해 보이는데 얼마 전까지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였다. 뉴노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하는 개념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규제 강화 등이 주요한 뉴노멀로 논의됐다.

 

글로벌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그 자체로 뉴노멀의 범주에 포함돼야 할 것 같다. 트럼프는 2기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관세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아이콘인 트럼프를 새로운 표준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는 현재의 상황은 표준이라는 것이 기준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 이외에 확실한 것이 없다는 점을 우리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정세를 보면 당분간 트럼프가 글로벌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취임 첫날 동맹국인 멕시코,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주변국을 긴장시킨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관세 정책으로 우리 기업을 불확실성의 공포에 빠뜨렸다. 지난 2일 있었던 상호관세 발표에서는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를 기준으로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중국에는 34%, 대표적 대미 무역흑자 국가인 일본과 우리나라에는 각각 24%,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중 간의 관세 갈등으로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던 9일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상호관세 발표 시 급락했던 국내외 증시는 9일 유예 발표로 급등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 상황이 언제 어떻게 또 달라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지지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한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주변의 억만장자 지지자들마저 ‘상호관세가 너무 성급하고 공격적이다’, ‘심각한 정책적 실수다’, ‘국가 간의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벌어진 미국 국채 폭락 사태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90일 유예 조치’가 발표되며 다소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세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다음 무기는 환율이라는 이야기들이 벌써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가치 조정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그 유명한 1985년의 ‘프라자 합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아찔하다.

 

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으로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인 트럼프와 그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분간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지배력이 큰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트럼프의 경제 정책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 정치적 혼란이 전략적 대응의 공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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