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 극복하고 中 ‘딥시크 R1’ 선봬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R&D 투자 확대 韓, 우수인재 양성해 기술경쟁력 키워야
2기 트럼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으며 결국 중국이 그 중심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지난 집권 시기에도 중국에 대해 강력한 관세 정책을 시행한 바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4일에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10%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 분야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과학법,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2기 트럼프 정부도 GPU 수출 제한 등의 일부 정책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국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인 ‘딥시크 R1(이하 R1)을 세상에 선보이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R1은 인프라, 비용, 인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의 딥테크 기업들에 비해 열악한 여건에서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챗GPT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의 기존 인공지능 기술과 비교할 때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여준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보호무역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변하고 있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래서 중국의 R1은 그저 우수한 인공지능 모델이라는 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어떻게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까.
먼저 우수한 공학인재 양성을 위한 장기적 노력이다. 1991년 덩샤오핑은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세계적 대학 100곳 육성을 위한 ‘211공정’을 제시했다.
이 계획은 장쩌민을 거쳐 시진핑의 ‘쌍일류’ 정책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가 발표한 지난해 결과를 보면 칭화대(12위), 베이징대(13위), 저장대(47위) 등 중국 주요 대학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0위권 내 우리 대학은 서울대(62위)가 유일하다.
다음은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공격적 확대다. 중국의 올해 R&D 투자는 우리 돈으로 800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큰 규모다. 글로벌 경기 침체 확산에도 중국은 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더 크게 늘리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전폭적 투자는 기술혁신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테크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도 중요하다. 얼마 전 끝난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지도부는 테크 산업 육성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를 주도하는 테크기업들을 인터뷰에 세우는 등 힘을 실어주며 글로벌 경쟁에서 테크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은 이렇게 도전에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반대의 길을 가는 것 같다. 기술 초격차 경쟁에 직면하고 있으나 지난해 정부는 사상 최초로 R&D 투자를 대폭 줄였다. 올해 크게 확대했지만 이전으로 회복한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투자 감소가 우수인력 유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공계 우수인력 확보도 어렵다. 의대 정원 확대와 맞물려 최상위급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의 심화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역장벽을 기술 경쟁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미국의 견제에도 길을 찾는 중국의 대응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기술 초격차 경쟁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 투자 확대와 우수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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