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 부흥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동결(4.5%)을 선택했다. 지난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바뀐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싹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의 성명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는 기존 문구가 삭제되고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게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위험이 있어 기준 금리 인하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wait and see’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관세, 감세, 이민자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1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다. 미국과 1.5%포인트 불안한 금리 차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내수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2월 금통위에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2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한 후 당분간 동결하는 ‘wait and see’가 한국은행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 같다. 현재 한미 간 환율과 자금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미국과 기준금리 차를 2%포인트까지 벌리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공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가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 감세,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발언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고물가 주범이었던 과도한 재정 지출과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돌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비용과 물가를 신속히 낮추도록 하겠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 기준금리를 못 올리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켜 기준금리를 먼저 내린 후 협상을 통해 정책의 강약을 조절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당초 세 번 인하에서 두 번 인하로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이 다소 후퇴하긴 했지만 미국의 상황에 따라 다시 세 번 인하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 트럼프 정책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기준금리 인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전망인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금리 인하 폭과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야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금리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다. 기준금리가 세 번 또는 그 이상 인하되면 투자심리 회복과 구매 능력이 개선되면서 하반기 거래량 증가와 상승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번 또는 한 번에 그친다면 하반기 약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금리가 중요하다.
물론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대출금리가 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1%포인트가량 더 올랐다. 가계대출 수요 억제라는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려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7월 3.542%에서 11월 4.58%로 1.038%포인트 급등하면서 예대금리차가 0.98~1.3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푼이 아쉬운 국민들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넣으면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조금씩 인하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나서 대출 문턱을 높이도록 압력을 넣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5개월 만에 대출 정책의 뉘앙스가 살짝 바뀌었다.
하지만 대출 정책의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DSR 3단계는 계획대로 7월에 수행될 예정이며 대출금리가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준까지 내려오지도 않았다. 지난해 6월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연기하면서 촉발된 단기 급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정부가 스트레스DSR 3단계를 어설프게 연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한강벨트 단지들은 지금도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은 조금의 틈만 있어도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출금리가 3% 아래로 내려오지도 않는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은 서울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가 2%대 저금리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고 대출 규제 기조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폭발적인 상승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은 대출금리가 3% 중반 수준으로 내려오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겠고 디딤돌 대출 같은 저리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이라면 굳이 금리 인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