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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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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대응전략

美·EU 보호주의 심화… 대중국 수출 감소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 강화, 기업 지원해야
미래산업 분야 전략적 투자·인재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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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 경희대 명예교수

2025년은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과 유럽연합(EU)의 새 체제 가동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주요국은 첨단산업의 공급망 내재화, 전력 에너지 기반 확대, 국방 강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미래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상 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선진국이 기술을 주도하고 한국이 소재·부품을 공급하며 중국이 조립을 담당하는 구조였으나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정책 이후 중국의 생산기지가 아세안과 멕시코로 이전했다. 현재 중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배터리, 가전제품 등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은 칩과 과학법(칩스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자국 내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원료와 부품의 자국산 사용 비율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커플링을 본격화하면 미중 통상 갈등은 관세, 기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격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관세법, 희토류관리법 등 자국의 통상법 체계를 정비하며 국제 관행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중 경쟁 산업에서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된 소재·부품 산업은 미국의 수입 규제와 엄격한 원산지 심사로 인해 위험이 커질 것이다. 또 중국이 EU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수출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과 동남아에서 역외 우회 투자를 확대하면 한국 기업은 중국산 제품과의 직접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만큼 한국 기업은 시장 변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국제 협력 강화와 기업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EU는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며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제품여권제도(DPP), 공급망실사(CSDDD) 등의 도입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또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며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감시하고 있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이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친환경 경영 체제를 강화해야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EU 시장에서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기업이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신행정부가 그린뉴딜을 폐지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미국과 EU 간 통상 마찰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 정책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자국 생산을 확대하며 대중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도 반도체법과 CBAM을 통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내재화 전략은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미국과 EU의 보호주의 심화는 한국 수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래산업 분야에서 AI와 바이오 기술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AI 및 바이오 기술의 국제 표준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첨단 산업에서는 제품 성능과 효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세보다 기술 규제 같은 비관세 조치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AI, 바이오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R1 모델을 공개하며 AI 혁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투자에 소극적이며 지방 관광도시 개발 등 부동산 부양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5년 예산에서도 AI 및 기술개발 투자보다는 부동산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한국이 AI 혁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AI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활용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AI 혁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기술혁신과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한편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에서 2024년 557억달러로 급증하며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이 이에 적합한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을 통해 한국의 공급망 가치를 높이고 미중 디커플링 속에서 안정적인 대미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 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술혁신, 공급망 다변화,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AI와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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