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정익 소방항공기’라도 있었다면

산불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경북 의성과 안동,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순식간에 수만㏊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희생자가 늘어나고 수만명이 대피소로 몸을 피해야 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모든 장비를 총동원했으나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투입된 전국의 산불 진화 헬기들은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을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25일 의성 산불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하며 조종사 한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국가 재난 상황을 지켜보며 한 비행기의 존재가 절실하게 떠올랐다. ‘고정익 소방항공기’. 헬기처럼 회전하는 날개가 아닌 고정된 날개를 가진 항공기로 해외의 산불 진압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비행기다. 고정익 소방항공기는 헬기보다 훨씬 강력한 물 투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강풍이나 급변하는 기상 상황에서는 헬기의 화재 진압 투입이 어려워 산불의 초기 차단 및 확산 방지에 한계가 있다. 반면 고정익 항공기는 강한 바람에도 운용이 가능하며 헬기에 비해 넓은 작전 범위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 비행기가 있었더라면 이번 산불 진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소방항공기 도입 요구는 이전부터 있었다. 21대 국회에서 의정부를 지역구로 둔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은 고정익 항공기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2023년 5월 국회 소방청 현안질의에서 “고정익 항공기, 즉 비행기를 활용한 산불 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방청을 설득하는 데 힘썼다. 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는 ‘산불진압 소방항공기의 특징과 효율적 운용방안 연구’라는 정책자료집을 통해 고정익 항공기 도입의 당위성을 재차 역설했다. 고정익 항공기는 국내에서 잠시 도입한 적이 있다. 2012년 경남에서 헬기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저수 능력을 갖춘 캐나다산 기종의 고정익 항공기를 연간 120일간 20억원에 임차 도입한 바 있었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와 야간 산불 진화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계약이 중지됐다. 고정익 항공기가 국내 실정에 안 맞을 수 있다. 항공기가 비행하며 물을 담을 만한 강이나 호수가 마땅치 않아 공항에서 소방차를 이용해 물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산이 많은 국내 지형에는 항공기보다 헬기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고정익 소방항공기가 없다. 도입 시도는 있었다. 지난해 산림청이 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군 수송기에 물탱크를 부착하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국방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악의 산불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다. 이제는 고정익 소방항공기 도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소방항공기를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예산과 운영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고정익 비행기 도입이 힘들다면 담수 능력이 큰 산불 진화 헬기를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 대응을 미룬다면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가 된다. 재난은 예고 없이 오지만 대응 체계는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데스크칼럼] 이전투구로 얼룩진 세계 1위 기업

지난해 추석 전부터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갈등이 해가 바뀌어 설이 지났음에도 해결 국면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MBK연합 측과 고려아연 현 경영진 간 공방은 중국 자본 논란, 비밀조항 위반, 불투명한 투자 등 서로 간의 비방으로 갈등 상황이 극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을 해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방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를 도입한 후 거의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이슈가 등장하는 등 다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 사이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라는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은 기업 위상뿐 아니라 서로 간에 직간접적인 유무형의 타격을 입고 있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글로벌 1위 회사가 아니라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경제 및 안보에 중요한 기업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돼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이는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은, 구리 등 산업계 대표 비철금속 외에도 희소금속 생산과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일부 희소금속은 특정 몇 개 국가만 생산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측면에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전 세계 광산에서 들여온 아연과 납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희소금속인 인듐과 텔루륨, 코발트, 카드뮴 등을 생산한다. 특히 비스무트와 안티모니 같은 희귀 금속은 첨단산업,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원으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비스무트와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안티모니와 관련 금속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모니는 원자력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48%를 차지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갈륨, 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통제에 나섰다. 미국이 반도체 핵심 장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핵심 장비를 만드는 원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맞불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원료 통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며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 원자력 등에 쓰이는 다른 광물에도 확대할 것은 명확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비스무트와 안티모니를 대다수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의 안티모니 수출 통제에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며 국내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이라는 회사는 사실 소비자 등과는 거리가 먼 대표적인 B2B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이제 고려아연의 경영권 이슈는 비단 기업 간, 자본과 기업 간의 이슈가 아닌 국가의 문제로 봐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직후 내놓은 화해의 메시지에 산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 측에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 의장 제도 등을 제안했다. 양측이 향후 공동 경영에 대한 협의를 이뤄낼 수 있는 여지 및 해결의 출구 전략이 열린 셈이다. 양측이 벌여온 갈등에서 벗어나 서로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지역사회, 정치권에서도 기업간 공동 협력을 끌어내 다시 세계 1위 기업의 명예를 되찾아 줘야 한다.

[데스크 칼럼] 40대 ‘탁구 대통령’ 유승민에 거는 기대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해 경쟁했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40대 젊은 기수’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체육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8년간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이기흥 현 회장과의 다자 대결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던 선거에서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유 후보는 1천209표의 유효표 중 417표(득표율 34.5%)를 얻어 이기흥 회장(379표)에게 불과 38표 앞선 신승이었지만 예상 밖 결과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 후보 승리의 원동력은 변화를 바라는 체육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직무정지와 여러 권력 기관의 감사 및 수사를 받은 이 회장의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표심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는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반(反)이기흥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의 목소리가 컸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필패론’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6명의 출마자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유 후보가 역대 최연소 대한체육회 수장이 된 것은 그의 진정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 당선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치러진 IOC 선수위원선거에서도 23명 후보 가운데 2위로 당선됐다. 3년 뒤에 치러진 대한탁구협회장선거에서는 탁구계 대선배를 압도적 차로 제치고 당시 최연소 대한체육회 종목 단체장에 피선됐다. 이 같은 선거 ‘불패 신화’에 그의 측근들조차 ‘믿기지 않는 결과’이자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1994년 경기도 탁구대회에서 당시 초등 5학년이던 유 당선인의 비범함을 목격했다. 또래의 선수 중에서도 유난히 날카로운 눈빛과 집중도에 놀랐다.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중학 2학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서 금메달을 차지해 ‘탁구 황제’에 등극했다. 스타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와 체육 행정가로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그에게 변화 혁신을 바라는 체육인들이 참신성에 기대어 대한민국 체육 수장의 중책을 맡겼다. 이 같은 체육인들의 바람에 유 당선인은 “변화의 열망에 몸이 부서져라 화답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체육은 혼돈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6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물리적 통합은 이뤘으나 아직도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했다. 정부와의 갈등으로 1천억원의 예산이 삭감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집행하는 상황이다. 체육회의 자율성과 재정 자립 문제, 민선 체육회 출범 후 5년이 지나도록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체육회의 예산 집행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40대 젊은 리더에게는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에 대한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자신감과 도전을 즐기며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체육계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구태를 벗어나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펼쳐야 한다. 그리고 체육인들이 대한민국 체육이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줘야 한다. 유 당선인 역시 지난 선거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탕평 인사를 통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기용하는 포용책으로 체육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데스크칼럼]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는 길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에 대한민국 체육계가 요동치고 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를 앞두고 이기흥 현 회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첨예한 대립, 체육회 내부 갈등으로 혼돈의 늪에 빠져있다.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위한 ‘셀프 연임 도전 승인’과 ‘정관 개정’이 빌미가 됐다. 최근에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이 회장을 비위 혐의로 수사 의뢰하자 문체부는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대한체육회는 정부 조치에 맞서 직무 정지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체육회 노조와 시민 단체 등이 나서 이 회장의 3선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경기단체연합회와 전국시·도체육회장협의회 등은 정부의 압박을 규탄하는 등 혼란스럽다. 불교계까지 나서 대통령에게 공정 선거를 촉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 치러질 대한체육회장선거에는 6명의 인사들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수면 아래서 관망하고 있는 잠재적 후보자들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돼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체육회장 도전의 뜻을 밝힌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체육계의 변화와 개혁을 천명하고 있다. 지방체육회의 재정 자립과 선수·지도자 처우 개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 등 출마의 변은 ‘대동소이’하다. 예비 후보들은 선수와 지도자, 체육단체장 등으로 체육계에 몸담았던 경험과 스펙을 강조한다. 40대 초반의 젊은 기수 유승민 전 IOC 위원과 지난 선거에도 나섰던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출마 채비를 마쳤다. 이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회장에 맞설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공정성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최근 상황은 이를 담보하기 어렵다. 체육회 내부의 공정치 못한 선거 규정도 그렇고 이를 빌미로 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 체육 단체들의 편 가르기 행태 등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체육계의 선거가 정치권 선거판과 판박이가 돼 가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규칙 속 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계가 바로 서고 전문체육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균형 있는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체육인들 스스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가오는 체육회장선거에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가 누군지 올바른 선택이 요구된다. 체육계가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자치권을 되찾는 지름길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체육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데스크 칼럼] 사교육 공화국 넘는 해법 필요

최근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학생 1인당 월평균 43만4천원, 전체 규모 27조1천14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교육제도 내에서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 안정적인 직종에 대한 과도한 선호와 경쟁,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의대 광풍’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정된 직업을 얻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교육은 스펙을 쌓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사교육비의 급증 원인 중 하나는 불안정한 대학입시 제도다. 수시, 정시 등의 빈번한 입시제도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면서 사교육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유도한다. 또 공교육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불러온 ‘이권 카르텔’의 존재 역시 사교육 시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고 이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사들이 행정 업무가 아닌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을 개선하고 수업의 질을 높여 학생들이 사교육 없이도 충분한 학습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학교 교육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이권 카르텔’을 발본색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교육 시장에 관여하는 이권 카르텔은 교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 공교육 내에서의 모든 자원이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제도적 감시를 강화하고 사교육 시장의 불법적인 부분을 철저히 단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교육 문제는 교육 내부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구조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제한되고 직종 간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사람들은 소위 ‘승자독식’의 직종에 몰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직업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직종 간 과도한 소득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의 매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공교육 문제를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닌 범정부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사교육 공화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교육 및 직업 구조의 불평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교육에 대한 과열 경쟁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사교육 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결국 사교육 문제는 단순히 공교육 개선이나 입시제도 개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구조를 해결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며 직업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

[데스크 칼럼] ‘잠룡’ 김동연호 친노·친문 집결의 의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입지가 좁아진 친노와 친문 정치인들이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구도는 민주당 내 권력 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으며 김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 특히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 강화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민주당 내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빠르게 당권을 장악했다. 이 대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의 노선을 주도하며 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당내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독주 체제는 그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는 당내 세력 분화와 권력 재편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 김동연 지사와 친노·친문 세력의 결집 김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경제 관료로서의 경력을 쌓아 왔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정책적 역량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신뢰를 쌓아 왔고 이러한 점이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얻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의 독주 체제에 대한 반발심과 더불어 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내 다른 세력들이 김 지사에게 눈을 돌리게 만드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그가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친노·친문 세력의 지원은 그가 이 대표와 다른 노선을 취하면서도 당내 기반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으며 이는 그가 향후 민주당 내에서 대권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 김동연의 대권 도전 가능성과 과제 이 대표가 법적 문제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거나 당내 지지를 잃게 되면 김 지사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의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와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은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 이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는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넘어 당내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이 대표의 지지층과도 일정 부분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정치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또 이 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반(反)이재명 세력의 집결체로 인식되는 것을 넘어 김 지사만의 정치적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통합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이 대표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할 때 김 지사가 그 요구에 부응하는 인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스크 칼럼] 전기차 포비아 막을 수 있었다

인천 청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 피해는 가공할 만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 수십대가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소됐다. 이뿐만 아니라 화재로 인해 아파트 단지 전기와 수도까지 상당 기간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전기차 화재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매설된 아파트 전기 수도 등 기반시설들도 모두 불탔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해 이미 전조증상은 있었다. 이번 화재에 앞서 크고 작은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있었고 그때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을 끄지 못해 전소하거나 진화에 장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확인됐다. 상당수 전기차 화재가 충전 중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경기일보도 로컬이슈 리포트(2023년 3월17일자 1·3면) 등을 통해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터라 이번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경기일보가 주목한 부분은 전기차 충전시설이 아파트 등 지하주차장에 급속도로 설치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안전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폐쇄적인 지하주차장에 전기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친환경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 단지 지하 등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안전대책은 역시 미흡했다. 당시 기자들이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몇 곳을 돌아봤는데 화재 발생 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지하주차장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이거나 그 흔한 분말소화기조차 비치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는 사실상 진압할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열폭주를 일으키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안전 관련 법 제도 강화와 화재 발생 시 신속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등을 제안했다. 당시 경기일보 기사를 보고 부천시에서 수원 본사까지 찾아 문의하는 독자가 있을 정도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가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기차 생산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전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심각성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한 경고음도 이미 수차례 울린 상황이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는 사이 대형 사고는 여지없이 발생했다. 언제까지 큰 희생을 치른 뒤 대책이 마련되는 상황을 경험해야 하는지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데스크 칼럼] 소멸의 시대... 인구 감소와 환경 회복의 조화

최근 몇 년간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국가의 존립과 경제성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 감소가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인구 감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소멸 지역을 소멸시키며, 사람이 사는 지역을 보다 콤팩트하게 만들어 살면 지구 환경도 좋아질 수 있다.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도시와 지역의 소멸을 가져온다. 이는 도시의 공공 인프라 유지 비용 증가와 빈 집, 빈 상가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일본의 여러 지방 도시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른 도시 축소를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자원을 절약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멸 지역의 소멸을 인정하고 이를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소멸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발을 멈추고 자연의 복원력을 활용해 녹지와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이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태관광 등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또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의 이주는 도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교통량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자원의 사용량 감소다. 사람이 줄어들면 당연히 물, 에너지, 식량 등의 사용량도 감소한다. 이는 지구의 자원 고갈 속도를 늦추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대규모 농업과 공업이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들면서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다양한 생물종이 복원되면서 지구의 생태적 균형이 회복될 수 있다. 또 콤팩트시티(기능집약도시)의 개념은 인구 감소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콤팩트시티는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 주거, 상업, 공공 서비스 등을 밀집시켜 효율적인 도시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교통 혼잡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보 중심의 교통 체계를 구축해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를 슬기롭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멸 지역을 자연스럽게 보존하고 사람이 사는 밀집 지역을 콤팩트하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 환경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곳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성장의 시대가 아니다. 현재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데스크칼럼] 이제는 협치의 시간

제9대 인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이 사실상 끝났다. 국회와 달리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합의를 통해 원 구성이 이뤄져 간다. 오는 7월1~2일 열리는 제295회 임시회에서 여야 시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후반기 의장은 지난 20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정해권 산업경제위원장(연수1)이 선출됐다.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장 출마 자격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전반기에 상임위원장을 지낸 시의원들에 대해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의원총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결국 모든 시의원이 의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고 정 위원장과 한민수 의회운영위원장(남동5) 등이 후보로 나왔다. 이후 국민의힘은 제1부의장에 이선옥 시의원(남동2)을 비롯해 행정안전위원장 김재동 시의원(미추홀1), 산업경제위원장 김유곤 시의원(서구3), 건설교통위원장엔 김대중 시의원(미추홀2), 교육위원장엔 이용창 시의원(서구2)을 각각 선출했다. 의회운영위원장은 임춘원 시의원(남동1)이 맡는다. 이와 함께 민주당에서는 제2부의장엔 이오상 시의원(남동3), 문화복지위원장은 유경희 시의원(부평2)이 맡는다. 특히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다행인 점은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협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단독 처리한 것에 대한 보복성인 셈이다. 그동안 시의회는 관례적으로 다수당은 의장과 제1부의장을 비롯해 의회운영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경제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5개 주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소수당은 제2부의장과 문화복지위원장 등을 맡아 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국민의힘은 제2부의장과 문화복지위원장을 민주당에 양보하면서 보복성 ‘독단’이 아닌 ‘협치’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인천시의회 의장 후보인 정 위원장도 “국회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시의회에서는 합리적으로 협치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협치가 앞으로 집행부의 예산 심의 등에서도 계속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국민의힘 내부의 협치다. 의장 및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빚은 갈등은 잊고 이제 앞으로 2년간 시의회가 해야 할 역할을 고심해야 할 때다. 승자는 포용과 배려란 도리를 지켜야 하고 패자는 승복과 협조란 도리를 지켜야 한다. 시의회의 모든 활동은 언론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의 감시를 받고 잘잘못은 모두 기록에 남는다.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이고 여야가 서로 협치하는 것이 바로 인천시민을 위한 올바른 활동일 것이다.

[데스크칼럼] 앙꼬 없는 찐빵

20년 전. 당시 잘나가던 한 연예인이 던진 전설의 발언이 있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무엇이 문제냐고? 배경을 살펴보자. 이런 괴이한 발언이 나온 이유에 대해 그 연예인에 따르자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긴 했지만 취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도였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본인은 제정신이었고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말도 안 되는 변명이기에 지금도 정황상 확실한 사안을 모순되는 말로 부인할 때 비유로 번번이 쓰이고 있다. 참고로 그 연예인은 그 사건 이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에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사실상 재기도 하지 못한 채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 5월 또 하나의 음주망언이 나왔다. 경찰과 JTBC 등에 따르면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는 김호중씨는 사건 초기 “유흥업소를 방문한 뒤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는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랬던 김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가 사고 열흘 만에 당시 소속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음주망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시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그리고 결국 터질게 터졌다. 지난 18일 검찰은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김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정황상 언론에 수천번 나온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대다수의 국민들은 음주운전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운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하며 김씨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가 됐는데, 음주운전 혐의는 온데간데없다. 검찰은 “김씨 아파트와 유흥주점 등의 CCTV를 분석해 김씨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당시 김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번 사례를 통해 조직적인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의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앙꼬 없는 찐빵’.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이나 생각 등에서 중요한 것이 빠졌을 때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찐빵에 숨어 사는 무수한 법꾸라지들이 있다. 일반인은 (그럴 능력이 없어) 법의 심판을 그대로 받아야 하고, 그들은 비웃듯 법망을 피해 나간다. 국민들이 이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이 김씨도 살리고, 법의 권위도 드높일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

[데스크 칼럼]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참전 용사를 기억하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충일에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찬에 참석한 유공자들을 한 명 한 명 거명하며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우리 사회가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과 그 유족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이고,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6년 9월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이 강원 강릉시 부근에 좌초됐다. 이른바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이다.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 26명이 강릉 일대에 침투한 사건으로 우리나라 육군은 49일간 소탕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잠수함 승조원과 대한민국 군인, 민간인들이 사망하고 승조원 1명이 생포됐다. 육군 28개 부대, 해군 1개 함대, 공군 1개 전투비행단, 수십만의 예비군, 경찰병력이 참여했다. 이 작전은 평균 일일 전투병력 4만2천명, 연일 전투인원은 150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작전이었다. 공식적으로 군인 12명, 예비군 1명, 경찰 1명, 민간인 4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27명이며 민간 손실액은 2천억원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필자는 당시 육군 모 부대 복무 중에 이 작전에 투입됐다. 무장공비 침투지역에 헬기를 타고 갔다. 실탄과 수류탄, 50㎜ 고폭탄을 지급받고 수색 정찰과 매복에 들어갔다. 작전 중 아군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작전에 투입됐던 특전사 소속 간부가 헬기를 타고 내려오던 중 머리에 총알을 맞고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작전 시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살상 능력이 뛰어난 적과 조우한다는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군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임무였다. 49일간의 작전이 마무리되고 대부분의 아군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복귀하지 못한 동료 아군도 상당수 있었다. 생포된 간첩의 증언에 의하면 임무의 진짜 목적은 김영삼 대통령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1996년 10월7일 춘천시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에 참석하는 김 대통령을 저격할 계획이었다. 잠수함이 좌초되지 않았다면 국가 요인이 다수 암살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마련한 오찬에는 제2연평해전 참전 용사인 황창규 원사, 연평도 포격전에 참전했던 정경식 준위 등 서해 수호 장병 대표와 군 복무 중 순직한 고 전새한 이병의 유족, 임무 도중 순직한 고 장용훈 경장·고 허승민 소방위의 유족들도 함께 자리했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박동군, 박차생 참전 용사와 최근 유해가 발굴된 고 전병섭 하사의 조카 전춘자씨가 특별 초청 대상자로 참석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은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야 한다. 특별히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참전 용사로서 함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동료 영웅들과 그들의 유가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길 부탁한다.

[데스크 칼럼] 고사 위기 전문 체육…‘올바른 처방 필요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를 전후해 한때 ‘세계 톱10’에 자리했던 대한민국 체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엘리트 체육’으로 일컫는 전문체육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10위를 시작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8위까지 32년간 아홉 차례의 올림픽 중 2000년 시드니 대회(12위)를 제외하곤 여덟 차례 ‘톱10’에 들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직전 2021년 도쿄 대회서 16위로 추락했고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서는 20위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최소 규모인 140명 안팎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기 종목 가운데는 단골 출전했던 축구, 배구, 하키 등이 출전권을 얻지 못한 가운데 여자 핸드볼만이 유일하게 출전할 정도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는 잘못된 체육정책과 저변 약화, 시대 상황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의 딸 부정 입학 사건을 계기로 한국 체육은 대변환기를 맞았다. 전문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의 최저학력제 도입, 전국대회 출전 횟수 제한, 특기자에 대한 대학입시제도 변경, 스포츠인권위 설립 등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정책 변화의 홍수 속에서 전문체육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됐다. 저출산에 따른 저변 약화도 일조했다. 불과 10여년 만에 대한민국 전문체육이 붕괴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체육 정책을 주도하는 전문 기관이 없는 데다 체육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쏟아내는 ‘땜질식 처방’이 쇠퇴를 부추겼다. 정치가 체육을 지배하는 구조가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세계 ‘톱10’을 허문 것이다. 이에 체육계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은 죽었다’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체육계 현실은 역주행이다. 최근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다. 인기 프로스포츠는 물론이고 웬만한 아마추어 종목 선수 영입비와 몸값이 수억원에 이른 지 오래다. 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스포츠 시장의 인플레이션 속 선수들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치솟은 몸값에 비해 국제 경쟁력은 점점 하락해 ‘우물 안 선수’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한국 체육이 국제 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였던 것에 대해 체육인들은 부단한 노력과 강한 정신력을 꼽는다. 서구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열세임에도 스포츠 강국이 됐던 것은 오직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인권 강화와 생활체육에 편중된 정책으로 이제 이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과 선수의 인권을 무시한 강압적인 훈련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대체할 과학적인 지도와 스포츠로 꿈을 이루려는 선수들을 위한 맞춤 정책 마련 등 규제보다는 생태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위기의 대한민국 체육이 소생할 수 있다.

[데스크 칼럼] 한탄강 불법 캠핑 해법은 없나

깨끗한 물과 들, 산, 기암괴석.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그곳에서 쉬고 싶어 한다. 그만큼 각박한 현실을 떠나 조금이라도 힐링하고 재충전하려는 몸부림이다. 코펠, 침낭에 삼겹살과 소주, 맥주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고생스럽지만 자연으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었다. 유력 방송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캠핑하는 장면이 나오고, 유튜브에 무료 캠핑 장소까지 소개해 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캠핑 열풍에 따라 아름다운 자연 명소 곳곳에 캠핑장이 생겼다. 모 연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 인구가 7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캠핑족이 늘면서 자신만의 비밀 캠핑 명소도 등장했다. 정식 캠핑장은 아니지만 조용히 캠핑하기엔 최고라는 곳. 처음엔 혼자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옆에 또 그 옆에 텐트가 쳐졌다. 나중엔 수십 개의 텐트가 군락을 이룬다. 텐트 한두 동 시절엔 괜찮았다. 자발적으로 쓰레기도 치우고 텐트 철수 시 주변 정리도 깨끗이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옆 캠핑족이 쓰레기를 버리고 철수하자 너도나도 쓰레기를 투기하기 시작한다. 풍광 좋은 나만의 비밀 캠핑장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됐다. 좋은 장소를 놓고 텐트 자리싸움까지 벌어진다. 목 좋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예 상시 텐트를 설치해 놓는다. 캠핑 수요가 많다 보니 내가 캠핑을 안 가는 날엔 돈을 받고 대여까지 해 준다. 이번에 경기일보가 현장 확인한 연천 한탄강 국민관광지는 심각했다. 한탄강 국민관광지는 1977년 지정됐다. 주변에 선사시대 구석기 유적지와 선사박물관, 재인폭포 등 명소를 비롯해 한탄강 여울목은 맑고 깨끗한 모래밭으로 이뤄져 있는 관광 명소다. 이곳이 숨은 캠핑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근에 유료 캠핑장이 있는데도 한탄강변까지 차를 끌고 와 텐트를 친다. 물론 불법이어서 자릿세는 없다. 현장에는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장기간 설치된 이른바 알박기 텐트도 많았다. 일부는 타인에게 대여도 해 준단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장마철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물이 불어 이곳에서 캠핑하던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식 캠핑 장소가 아니다 보니 안전장치는 전무하고 보호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행정당국의 해명은 더 아쉽다. 인력 부족은 물론 차박과 야영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극적이다. 연천 한탄강은 캠핑족이 몰릴 만큼 매력적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문제는 돈 좀 아끼자며 공짜 캠핑을 즐기며 청정지역에 쓰레기를 투기하는 캠핑족과 캠핑 수요를 양성화하고 안전한 캠핑을 할 수 있게 돕는 방안을 찾지 못하는 행정당국이다. 요즘 지자체별로 지역 관광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광객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천군도 적극적으로 한탄강에 안전하고 저렴하게 캠핑할 수 있는 공공 캠핑장을 추가로 설치해 캠핑족 수요를 받아 주는 공존의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데스크 칼럼] 2년 인사 시행착오... 현명한 선택 필요

총선이 끝난 지 벌써 1개월이 훌쩍 지났다. 이제 다시 선거의 시계는 오는 2026년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맞춰져 ‘째깍째깍’ 돌아간다.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시·군·구의원 모두 이 시계에 맞춰 자신의 정치 활동을 맞춰 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지난 2년간 활동에 대한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2년 동안의 활동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행정가이면서도 정치인인 자치단체장들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성과를 이뤄내야 하고, 이를 통해 2년 뒤 선거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2년은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지만 행정적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현재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사다.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앞으로의 2년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선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선 새로운 인재의 임용은 물론 기존에 임용한 사람의 재배치, 그리고 일부는 해임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민선 8기 들어 선거캠프에 몸담은 사람들에 대한 ‘보은(報恩)’격인 정무적 인사가 있었다. 또 공직사회에 대해선 새로운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는 방향의 행정적 인사가 이뤄졌다. 하반기 정기인사는 이 같은 정무적·행정적 인사 모두 반드시 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천시도 일 중심 인사를 위해 대대적인 정무직 개편 등이 이뤄질 것이란 분위기다. 당연히 공직사회도 많은 승진 인사와 함께 전반적인 재배치가 불 보듯 뻔해 술렁이고 있다. 이 같은 개편에 가장 우선순위는 인재가 가진 능력일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의 배치다. 그동안 이뤄진 인천시 인사에서는 곳곳에서 실패, 패착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윗사람만 좋아하고 아랫사람은 싫어하는 사람, 또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 아예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등. 물론 인사권자의 당초 계획과는 다른 결과겠지만 그 또한 인사권자의 책임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인사 실패 사례는 시행착오로 볼 수 있다. 아직 2년이 남았기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천시민들은 민선 8기 인천시가 이뤄낸 성과와 결과물을 보고 2년 뒤 선거에서 재신임할지, 다른 후보에게 일을 시킬지 결정할 것이다. 4년마다 이 같은 평가를 통해 인천을 이끌어갈 시장을 선택해 왔다. 이제 이번 인사에서 인천시의 충분한 검토와 현명한 선택, 그리고 결정만 남았다.

[지지대] 일본 가는 ‘먹황새 알’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알을 낳는다. 알은 흰색이고 무늬 없이 둥그렇다. 암수 함께 품는다. 부리에서 눈 둘레 색깔이 붉다. 머리에선 녹색 광택이 난다. 배는 흰색에 가깝다. 단독 생활 또는 암수와 함께 살면서 개구리나 뱀 또는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먹황새가 그렇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강송리 절벽에서 1938년 이래 1968년까지 번식해 왔다. 그런데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1979년 1월18일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겨울을 나던 한 마리가 목격됐다. 1968년 5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201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격상했다. 먹황새 알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무슨 연유일까. 복원을 위해서다. 주최 측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다.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가 최근 황새생태연구원의 먹황새 알 일본 수출허가 신청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먹황새 알 4개가 이달 중 일본 타마동물원으로 간다. 어린 먹황새 여섯 마리가 대신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다. 일본은 야생 황새 근친도가 우리보다 높아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먹황새 도입이 시급하다. 연구원 측은 “국내 역시 먹황새 복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구원은 지난 1999년 일본에서 수정된 먹황새 알 4개를 들여와 두 마리를 증식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020년 타마동물원과 먹황새 및 황새 보존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먹황새 알과 어린 새 교환 방안을 논의해 왔다. 문화재청은 황새생태연구원 등과 함께 1996년부터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황새를 들여와 증식·복원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조류 보존을 위해 두 나라가 손을 맞잡았다. 날이 시퍼렇게 선 뾰족한 언어로는 미래가 없다. 먹황새 보존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정치, 경제, 사회 등으로 확산되길 기대하는 마음은 필자만의 바람일까.

[데스크 칼럼] 물가 인상에 인상을 쓰다

마땅한 찬거리가 없을 때 맛있는 조미김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웬만한 집 팬트리(pantry·부엌에 인접해 식기나 식료품을 보관하는 방)에 쟁여둔 김 봉지 하나 없으면 한국 사람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김을 ‘국민 반찬’이라고 칭하고 사랑한다. 그랬던 김마저 우리를 배신했다. 이유야 어떠하든 인상(引上)된 물가로 우리들의 얼굴에 인상(人相)을 쓰게 했기 때문이다. 김의 대형마트 판매 가격이 이달 들어 일제히 올랐다. 국내 대표 김 전문업체인 광천김과 대천김, 성경식품이 주요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 가격을 10∼30%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앞서 지난달 초부터 슈퍼마켓 등 일부 유통채널에서 가격을 10∼20% 올린 데 이어 5월 들어서는 마트 판매 가격까지 인상한 것. 이들도 나름대로 항변한다. 업체들은 올해 김 원초(김 가공 전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올라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등 기념일이 몰려 있는 5월. ‘가정의 달’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잔인한 달’이 돼 가고 있다. 치솟은 물가에 필부필녀(匹夫匹婦)들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한마디로 안 오른 것이 없다. 집밥을 해먹든 외식을 하든 지갑을 열기가 두렵다. 통계청의 자료를 들여다보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올라 4월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 증가율인 2.9%를 웃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떡볶이 가격이 5.9% 올라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비빔밥·김밥(5.3%)과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도 올랐다. 39개 외식 품목 중 지난해보다 물가가 내린 품목은 없었다. 물가 상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결정된 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분이 올해 반영되면서 병원비, 약값도 줄줄이 상승세다. 특히 소화제, 감기약 등 일부 상비약의 물가 상승 폭은 전체 소비자물가의 2∼4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한방·치과진료비는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치과진료비는 1분기 3.2% 올라 2009년 3분기(3.4%)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방진료비도 3.6% 올랐다. 2012년 4분기(3.7%) 이후 11년여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약값의 본인부담액도 수가 인상 폭만큼 오르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화제는 올해 1분기 11.4%, 감기약은 7.1% 올랐다. 정말이지 팔짝 뛸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먹지도, 마시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각종 특검도 중요하지만 서민 물가 태스크포스(TF)를 먼저 꾸리는 것이 여야와 정부의 도리가 아닌가 싶은 오늘이다.

[데스크 칼럼] 비혼자가 더 행복한 ‘가정의 달’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다. 사람마다 매월, 계절이 갖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5월은 많은 이들에게 ‘설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달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로자들에게 깨알 같은 휴식을 주는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어린이날(5일)’, 매번 퍼주시기만 하는 부모님들도 이날만큼은 자식들에게 작은 기대를 하시는 ‘어버이날(8일)’,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께 제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스승의날(15일)’까지 모두 ‘5월’ 한 달 안에 예정된 기념일이니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만 19세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년의날(20일)’과 부부간의 관계를 되새기고 화합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만든 ‘부부의날’, 부처님오신날(15일)까지 각종 기념일이 모인 5월이다. 이러한 5월을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으니 5월 한 달은 아무래도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일 것이다. 그러나 5월을 맞이하는 현재 우리 가정의 모습은 과연 설렘 가득할까. 치솟는 물가에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어린아이들 선물에, 부모님 용돈에 한꺼번에 몰려드는 각종 기념일이 반가울 리 없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4월보다 10.6% 상승했고 전기·가스·수도는 4.9% 올랐다. 특히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상승했다.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 과실은 38.7% 상승했다. 특히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이다. 외식물가도 난리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를 보면 냉면, 김밥, 피자, 햄버거 등 대표 외식 품목들이 지난해보다 7%가량 올랐다. 냉면은 한 그릇에 평균 1만1천원을 넘어섰고 김밥은 한 줄에 3천323원, 비빔밥도 한 그릇에 1만769원으로 조사됐다. 삼겹살도 1인분(200g)에 1만9천514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졌으며 맥도날드는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어버이날 빠질 수 없는 카네이션은 한 바구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주변에서는 아이들 장난감 선물 사주고 부모님 용돈과 카네이션 드리고 가족끼리 모여 삼겹살 먹으려면 50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정을 꾸리지 않은 비혼들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9천362명으로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38.5%에 불과했고 아이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0.1%에 달했다. 가정의 달인 5월만이라도 아이 낳고 사는 부부가 행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데스크칼럼] 의대 증원 2천명 ‘악성 루머’

정부는 지난 2월 초 2025년도 의대 신입생 2천명 증원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10년 뒤 2035년에는 의사가 1만명에서 1만5천명이 부족하다고 앞으로 5년 동안 2천명씩 증원해 최소한 1만명으로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 초기 여론은 정부에 유리했다. 사직하는 전공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상황은 바뀌었다. 의대 증원 2천명의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들은 “지금 당장 의대 증원 2천명 안 하면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냐”며 정부의 증원 강행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천이라는 숫자는 천공의 성씨가 이씨다. 이런 이유로 ‘이천공’에서 2천이라는 숫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아주 빠르게 우리 사회에 퍼져 나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관 후보는 “왜 꼭 2천이냐. 1천800이면 안 되느냐. 대한민국이 2천이라는 숫자와 주술이라는 검은 구름에 물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2천이라는 숫자와 관련한 악성 루머도 퍼졌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비롯해 △학폭 수사관 2천명 증원 △비수도권 취업청년지원 2천명 △인천대교 통행료 2천원 인하 △오염수방류 어민지원 2천억원 △대구 로봇테스트필드 2천억원 △장병 급식비 2천원 인상 △늘봄학교 2천곳 △국민 만남 2천명 △명동 쌀지원 2천kg △공무원 승급 2천명 등이다. 천공은 이번 의대 증원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내 이름이 ‘이천공’이라 ‘2천명 증원’ 정책이 나왔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세력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최근 만난 경기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악성 소문이 퍼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각종 소문이 퍼지는 것은 정부의 2천명 증원의 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른 가설도 제기했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공직자들을 위해 2천명 증원이 급조됐다는 설이다. 세종시가 있는 충청권에 유독 증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충남 137명, 충북 211명, 대전 201명 등 충청권에 549명이 증원된다. 전체 증원의 27%에 달한다. 그는 충청권에 큰 병원도 없고 교수 인력도 없어 증원된 인원을 수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많은 의료인들은 이야기한다. 일부 분야의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인정하지만 증원을 늘린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출범했다. 의사들은 지쳐가고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의사도 환자도 대부분의 국민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 추진 의료개혁이 의사와 환자,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개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일본인에 빠진 대한민국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으로 치러진 MLB 서울시리즈가 20, 21일 이틀간 고척돔에서 야구팬들의 관심 속에 성료했다. 김하성·고우석 선수가 포진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LA 다저스 소속 일본인 선수에 대한 관심에는 못 미친 듯하다. 오타니 쇼헤이. 처음 오타니 선수는 이도류(二刀流)로, 야구 팬 사이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도류는 일본 검술에서 양손(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칼 또는 검을 들고 공수를 행하는 기술의 총칭이다. 또 일본에서는 좌우 양손으로 무기를 다루는 것에서 두 가지 다른 수단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과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다. 오타니 선수는 투수로서 16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고,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서도 매년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 내는 거포다. 야구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진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인 것이다. 오타니 선수는 지난해 LA 다저스와 7억달러(약 9천376억원) 규모의 이적 계약을 맺었다. 이는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 상금과 광고수익 등을 더하면 1조원이 넘어 ‘1조원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타니 선수는 이전부터 뛰어난 실력과 비례하는 훌륭한 인성으로 주목받아 왔다. 고교 시절 작성했던 성실함의 대명사인 버킷리스트에다 슈퍼스타가 된 후에도 야구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포착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욱이 오타니 선수는 한국행에 앞서 베일에 싸여 있던 아내를 공개함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극기와 ‘기다려지다’라는 한글 문구를 올리며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언급해 대한민국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내 역시 일반석에서 활짝 웃으며 응원하는 모습에다 4만5천원짜리 핸드백을 든 사진까지 이슈가 되면서 이들 부부는 완전히 호감형 인사가 됐다. 야구장에는 곳곳에서 오타니 선수의 레플리카를 입은 한국 팬들의 모습이 보였고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오타니 선수의 유니폼은 인기리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인에 대한 노골적인 응원이 이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한일 관계의 특수성에 일본과 일본인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상이었고, 이들에 대한 응원은 곧 매국 행위였다. 그런데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오타니에 대한 신드롬은 바로 인성으로 귀결될 수 있겠다. 일본에 오타니 선수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손흥민 선수가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치러진 아시안컵에서 아홉 살이나 어린 이강인의 손흥민 선수에 대한 하극상으로 ‘인성’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 그리고 등장한 인물이 바로 오타니 선수다. 뛰어난 운동 실력에 훌륭한 인성까지.... 한국의 축구 천재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에 대한민국은 지금 오타니에게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데스크 칼럼] 국제빙상장 선정, 공정성 훼손 말아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1일 오후.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한국스피드스케이트의 메카인 태릉국제빙상장 앞에는 100여명의 경기도 빙상인이 모여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경기도 건립을 위한 빙상인 염원대회’를 열었다. 경기도빙상경기연맹 임원을 비롯, 미취학 어린이부터 한평생 빙판에서 살아온 80대 빙상 원로가 참여해 국제빙상장의 경기도 건립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태릉빙상장 앞에 도내 빙상인이 모두 모인 것은 대한체육회가 공모를 진행 중인 대체 빙상장의 경기도 건립 당위성을 알리고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월8일 공모를 마감한 대체 빙상장 신청에 경기도는 북부지역 빙상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양주시와 동두천시에 김포시가 신청을 했다. 인천 서구와 더불어 강원도의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과 경쟁하고 있다. 국비 2천억원이 투입되는 400m 규격의 국제빙상장 유치에 나선 경기도 지자체들은 지리적 여건과 더불어 건립 이후 활용도 면에서 타 경쟁 도시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빙상선수 등록 기준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24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어 서울시가 410명이며 강원도는 49명에 불과해 국내 80%가 넘는 빙상선수가 경기도와 서울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에 나선 경기도 도시들이 서울에서 불과 1시간 이내 거리로 활용도가 높은 반면 강원도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봤듯이 원거리로 인해 ‘개장 휴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 선수들이 방과 후 이용하는 스케이트장이 1시간 이상의 거리에 세워지면 상당수가 운동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러 오히려 빙상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는 그동안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우수 선수를 배출하며 화수분 역할을 한 대한민국 빙상의 명실상부한 메카다. ‘논두렁 신화’를 쓴 배기태, 김윤만, 제갈성렬을 비롯해 이강석, 김민선 등 국제무대서 국위를 선양한 수많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를 배출해 왔고 현재도 국가대표 선수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 출신 또는 소속 선수들이다. 전국동계체육대회서 경기도가 빙상 종목 20연속 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여러 플러스 요인에도 경기도가 우려하는 것은 공정성 훼손 문제다. 4~5월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가운데 대체 빙상장 건립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적인 개입이다. 후보지마다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앞세워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대한민국 빙상의 새로운 요람으로 자리할 국제빙상장 건립은 현장 실사와 여러 요인을 검토해 최적의 장소를 정해야 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빙상인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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