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남북 평화시대 최일선 전령사, 파주

필자는 파주(坡州)와 인연이 깊다. 과거 군 생활을 파주 금촌에서 보냈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할 때면 부대 앞 통일로의 바람이 왜 그리 매서웠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기자 초년 시절, 가끔씩 찾았던 장단콩 마을도 눈에 선하다. 한적한 시골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동네 어귀마다 고향 어머니의 장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한 장독대가 그립다. 20~30년 전 기억이다. 팔을 쭉 뻗으면 잡힐 듯하지만 이제는 까마득한 추억이다. 그때만 해도 파주 가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서울에서 부대를 오가는 길만 해도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야만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이처럼 춥고도 멀게만 보였던 파주, 강산이 두 세차레 바뀌면서 급변하고 있다. 냉랭했던 남북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파주가 무척이나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파주는 본래 고구려 장수왕 때 파해평사현으로 지칭됐다. 조선 태조 때 서원군과 파평현을 병합, 원평군이라 했고 1461년 파주목으로 승격한 후 1895년 군이 됐다. 파주란 명칭은 조선조 정희왕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희왕후는 조선 역사상 최초의 수렴청정을 한 왕비다. 수양대군의 아내로 시집 왔다가, 수양대군이 왕이 되면서 부부인에서 왕후로 출세한 인물이다. 그는 파평부원군 윤번의 딸로 본관이 파평(坡平)이다.파주는 파평윤씨 가문 때문에 얻어진 명칭이다. 세조는 계유정난 이후 점차 시국이 안정됨에 따라, 정변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아내(정희왕후)에게 무슨 도움을 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원평도호부를 파평윤씨에서 ‘파’ 자를 따와 파주목으로 승격시켰다. 왕비(정희왕후)의 친정 마을이었기에 원평도호부가 ‘목’으로 승격됐고, 지금의 파주란 명칭을 얻게 된 것이다. 파평 윤씨의 시조는 윤신달이다. 태조 왕건을 도와 고려 창업에 공을 세워 삼한벽상공신까지 오른 인물이다. 윤신달의 5세손으로 여진족을 정벌하고 동북 9성을 쌓은 이가 윤관이다. 여진정벌에 17만 대군을 이끌고 출전, 함주와 영주 등 9지구에 성을 쌓아 침범하는 여진족을 평정했다. 그 공으로 벼슬이 수태보 문하시중 판병부사 상주국 감수국사에 이르렀다. 파평윤씨에서는 윤관을 중시조로 삼고 있을 정도다. 파주는 수도 한양과 가까워 임진강을 따라 유통이 발달했다. 고랑포와 문산포가 물류 집산지로 유명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임진강이 가져다준 풍요로움에 사람들의 흥겨운 노랫가락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파주가 남북 평화시대, 메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주는 지금, 통일경제특구를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민선 7기 파주호 선장에 오른 최종환 파주시장은 이 사업을 1호 공약으로 내걸을 정도다. 파주가 꿈꾸는 미래청사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는 이에 부합한 인프라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전협정과 427 판문점 선언의 중심인 판문점이 위치해 있다. 남북의 자유평화마을이 공존하면서 원초적 자연생태, 근대 문화유산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1번 국도를 남북으로 연결하고 경의선 철도와 중국횡단철도(TCR)를 연계하면 유라시아로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 파주는 개성공단과 가장 가까운 도시다. 엘지디스플레이(LGD), 엘지화학, 엘지 이노텍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한 산업 인프라도 풍부하다. 파주는 통일경제특구로 남북간 새로운 물꼬를 트는 진원지로 기록되고 싶어 한다. 한 발짝 더해 동북아 산업, 물류, 교통벨트 허브로서의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다. 그 용트림이 가히 대단하다. 통일경제특구 사업에 대한 최종환 파주시장의 애착은 누구보다 강하다. 시장 재임 초반 성패를 이 사업에 걸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북협력을 넘어 진정한 통일시대 최일선 전령사를 자처하고 있는 파주시. 최종환 파주호가 그 뜻을 차근차근 실현해 보길 기대해 본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민선7기 경기도부지사에 바란다

경기도 행정의 ‘맏형’ 이재율 행정1부지사가 오는 30일 명예퇴직한다. 이 부지사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하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왠지 아쉬움이 크다. 많은 공무원들의 생각이 그렇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로 이백호 부지사(1963년 12월9일~1964년 10월6일)가 첫 부임한 이래 반백년 넘는 동안 32명의 행정부지사와 행정1부지사가 경기도청을 거쳐 갔다. 33번째인 이재율 부지사는 그 어느 부지사보다 인화를 바탕으로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탁월했다는 평을 받았다. 뒷담화(?)가 무성한 공직사회에서 이 부지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작은 흉도 나돌지 않을 정도로 선후배 공무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은 경기도 행정의 산 증인이다. 오는 30일 이 부지사가 퇴임하고, 바로 그날 취임하게 될 김희겸 행정1부지사 내정자(현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이 부지사의 인품과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임으로써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김 부지사 내정자 또한 나름의 장점이 많은 공무원이어서 기대감도 크다. 경기도 본청에는 행정1부지사가, 경기북부를 관할하는 2청에는 행정2부지사가 있다. 또 한 명인 정무부지사는 선출직 도지사가 임명하는데 도지사를 보좌해 정책과 기획 수립에 참여하고 정무적 업무를 수행한다. 이재명호(號)의 첫 평화(정무)부지사로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이 지난 10일 취임했다. 이 부지사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구상과 전략’이라는 저서를 발간, 동북아평화공동체 구축 등 한국 외교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남북현안 전문가로도 통한다. 경기도를 남북교류 협력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재명 지사와 호흡을 맞춰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한달 가까이 돼간다. 경기도청은 16년 만에 진보성향의 이재명 지사가 취임해 도정의 큰 변화가 예고된다. 민선 7기는 광역ㆍ기초단체장뿐 아니라 도의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이 지사는 “협치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를 만들 것”이라며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도의회 의장단도 “견제와 감시, 협력의 기능을 잃지 않겠다”고 하지만 의석의 과도한 편중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도정 실무를 총괄할 부지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도정, 대변혁의 시기에 필자는 정치인, 교수, 공무원 등 나름 도정 전문가에게 민선 7기 바람직한 경기부지사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대략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경기도 조직구성원들이 열린 마음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민생 현장의 도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토론하며, 합리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두번째는, 부지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명확한 업무처리 지침이 중요하다. 새로운 정권 초기에는 현안 과제가 폭주해 조직구성원들 모두 분주하다. 도지사의 철학과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에 따른 판단을 신속하게 해야 업무 효율성이 크다. 갈팡질팡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도지사와의 긴밀한 소통은 필수다. 도지사는 도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역점을 두고 실무는 부지사가 총괄 지휘해야 한다. 세번째는, 도민 의견 수렴에 균형을 맞추는 일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단일화된 만큼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다양한 도민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여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도지사에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정의 핵심은 경기도민이어야 한다. ‘도민을 위한 도정’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는 도지사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공복 (公僕)의 기본자세다. 이용성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카타르 월드컵을 기대한다

6월 14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지구촌을 축구공 하나로 웃고, 울게 했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아트사커’ 프랑스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 월드컵은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낳으면서 연인원 600억여 명이 TV를 통해 지켜볼 정도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2개 본선 진출 국가는 물론, 200여 지구촌 국가의 모든 사람들이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감동을 느끼고 환호했다. 그리고 그 축제의 마지막 무대 주인공은 20년 만의 우승을 노린 프랑스와 사상 첫 결승에 오른 ‘발칸의 전사’ 크로아티아였다. 러시아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의 초강세 속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몰락, 북중미ㆍ남미의 쇠락으로 요약된다. 힘의 축구와 실리를 추구하는 유럽세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남미 축구를 압도하고 4강 잔치를 벌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ㆍ북중미는 일본, 멕시코 만이 16강에 올랐을 뿐이다. 더불어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독일이 우리나라에 덜미를 잡혀 조별리그서 탈락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이변도 속출했다. 러시아 월드컵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기의 승패가 볼 점유율과 크게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공을 잘 지배하는 팀이 승리한다’는 속설처럼 볼 점유율이 높은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대회서는 20년 만에 우승한 프랑스가 결승에서 그랬고, F조 조별리그서 ‘거함’ 독일을 격침시킨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역습 상황에서의 속도 축구와 골 결정력이 승패를 가르는 ‘실리축구’가 대세로 자리했다.굳이 ‘공은 둥글다’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상대와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와 치밀한 전략ㆍ전술만 갖춘다면 어느 팀이든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강팀을 쓰러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축구에 있어 인구수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인구 33만 명의 아이슬란드가 사상 첫 본선에 올라 선전을 펼쳤고, 410만 명의 크로아티아가 준우승, 1천150만 명의 벨기에가 4강에 진출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비록 16강에 오르진 못했으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강 독일을 거꾸러뜨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태극전사들은 사랑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고, 귀국길 공항에서는 계란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대한민국에서 축구는 야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우리라고해서 크로아타이나 벨기에 같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기 위해선 유소년기부터 체계적인 기술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유망주 육성 및 상비군 인재풀 확대, 서구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체력 육성, 지도자들의 연구 노력, 장기적인 발전방안 마련 등에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축구팬들 역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국 축구의 성장 자양분이 될 국내 리그에 대한 성원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은 끝났지만 세계 각국 축구선수들과 팬들의 관심은 벌써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해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교훈삼아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한국축구도 충분히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지도자를 선발해야 하며, 대회에 임박해 선수를 테스트하고 체력 강화훈련을 하고, 전술 실험을 하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잘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4년 뒤 한국 축구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온 국민이 행복해하지 않을까.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인간 종족 번식의 본능을 깨워라

1915년 출생하신 할아버지는 7남매를 낳으셨다. 대략 조부모 두 분 약 3.5배의 종족을 번식시켰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신 조부모는 생산 활동을 활발하게 하셨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 시기에는 자식이 많으면 부자라 했다. 이들 7남매가 18명을 낳았다. 14명이 18명을 낳았으니 대략 1.3배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시기에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정부는 6·25전쟁 후 베이비붐세대의 인구 증가로 좁은 땅덩어리가 포화 상태가 될 것을 우려해 인구 감소 정책을 펼쳤다. 종족 번식을 강제한 것이다. 소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표어를 내걸고 출산을 제한했다. 결국 ‘둘만 낳아 잘 기르자’의 정부의 말을 들은 7남매는 18명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그들의 자녀 18명은 15명을 출산했다. 이 중 8명이 미혼이니 28명이 15명을 낳은 것이다. 1명당 약 0.53명을 출산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명으로, 10년 전인 2007년(1.25명)보다 0.2명이 줄어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는데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경기도 내 시ㆍ군들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5년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총 865억 4천여만 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돈을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 이런 정책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정부도 지난 10년간 12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올해 출산율은 더욱 악화돼 1.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단순 금전적 지원을 지양하고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 개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단순 지원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 2040세대의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뒀다. 2040세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장시간 노동, 고용과 주거 불안 등에서 비롯된다는 진단의 결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출산 대책은 인구 감소가 심각하니 빨리 아이를 낳아라가 전부였다. 종족을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데 어떻게 출산을 한다는 말인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세대는 18명은 중 절반에 가까운 8명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삼포세대로 시작한 청년들은 오포, 칠포, 구포로 결혼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데 아이를 낳으라니 ‘우물에서 숭늉 찾는 꼴’ 아닌가. 일부 늦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부가 지금이라도 출산 정책을 삶의 질 개선으로 전환한 것은 다행이다. 주거와 일ㆍ생활을 개선해 종족 번식의 욕구를 상승시켜야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 발정기가 없다. 삶의 질이 개선돼 본능적으로 종족을 번식시켜야 한다는 욕구가 생겼을 때 만이 출산이 가능해진다.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출산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인간의 출생부터 성장까지 결국 전 인생에 걸친 안정적 삶이 종족 번식의 본능을 깨우는 길이다. 남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행복한 세상이 돼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는 출산율은 늘어날 수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근본적 변화없이는 출산율은 제로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이제 출산을 제고를 위한 과거의 출산 정책은 모두 버리자. 인위적 출산 정책으로 안된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행복한 세상, 삶의 질이 높은 세상을 만들어 종족 번식의 본능을 깨워야 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정권 따라 춤추는 교육 백년대계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교육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다. 갈수록 더해지는 사교육 부담과 땅에 떨어진 교권 등은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너무나 쉽게 바뀌는 입시와 관련한 정책 널뛰기는 국민의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현 중3 학생들의 바로 코앞에 닥친 고등학교 진학과 관련한 고교 입시 가이드라인도 이제서야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들과 회의를 갖고 최근 헌법재판소의 자사고 입시 관련 결정과 관련해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학생들도 일반고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구체적인 고입 전형계획을 이달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육부 방향에 따르겠지만 고교 평준화와 비평준화 등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 지원을 금지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과 관련해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그 효력을 정지하도록 했다. “2019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의 신입생 선발이 동시에 진행돼 이 학교들 가운데 한 곳만 지원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일반고 배정에 불이익을 받게 된 데 대한 결정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8~11월 전기모집을 실시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입학전형이 올해부터 일반고와 함께 12월로 바뀌게 된다. 결국 혼란의 주체는 아직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학생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또 사실상 특목고와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이 부활한 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으며, 일반고 합격자 발표 등의 일정이 뒤로 밀리게 됐다. 지난 교육감선거에서도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 고교 입시 가이드라인과도 관계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 학교의 존폐 여부가 화두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서열화된 고교체제 해소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고교체제 개편 및 고교학점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평준화의 원칙이 누구나 출발점을 같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인데, 자사고 등은 이 원칙에 반하는 반칙과 특권이다. 평가를 거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 그 과정에서 현재 재학 중인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학교들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장점과 역할 및 근본 취지는 잃어버리고, 명문대 입시 진학용 등으로만 변질된 탓이다. 그러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까지 포함해 천편일률적으로 없애는 것은 하향평준화 우려, 교육의 다양성 무시 등을 야기할 수 있어 능사는 아니라는 반대 입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2001년 김대중 정부때 고교평준화 보완을 위해 만든 자립형 사립고, 2009년 이명박정부가 고교다양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든 자율형 사립고가 나왔다. 또한 특목고로는 1992년 외국어 고등학교가 추가됐고, 1998년 국제고가 추가됐다. 현 정부에서 존폐 여부가 가장 뜨거운 학교들이다. 정권마다 추구하는 정책이 다르고, 어떤 것이 옳았는지는 먼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다만 100년의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하는 교육 분야만큼은 ‘호안우보(虎眼牛步)’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이명관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박남춘 인천號, 골든타임이 재선을 결정한다

민선 7기 박남춘 인천 호가 평화의 바람을 타고 드디어 출항에 나선다. 민선 7기 인천 호는 그 어느 시 정부보다 많은 기대감과 책임을 함께 안고 출항하는 만큼 박남춘 당선인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지에 대한 예상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300만 인천 시민을 태운 인천 호를 앞으로 4년간 이끌어 갈 박남춘 당선인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현재 한반도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여파 등으로 남북문제를 넘어 세계적으로 이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도 남·북·미 문제의 주역인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인 인천으로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이번 기회를 반드시 꽉 붙잡아야 한다. 박 당선인의 ‘새로운 인천 준비위’는 선거 일정상 10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방대한 시정 업무와 인력을 파악한 상황에서 서둘러 시청으로 입성한다. 서둘러 입성하는 만큼 민선 7기 인천 호가 나아갈 초기 방향성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바람 불때 연 날린다고 안했던가. 정치나 행정은 모두 때가 있기 마련이다. 임기 초에 방향성을 놓치거나 아예 방향 키를 잘못 잡게 된다면 민선 5기와 6기가 범했던 골든타임을 놓치는 불행을 또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실수가 또다시 일어나면 인천시민이나 박 당선자에게는 너무나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 당선자는 임기 초 지역사회는 물론 중앙정부 간의 소통을 통해 평화 시대의 중심 인천을 우뚝 세워야 한다. 다행히 민선 7기에는 지난 5기 당시 임기 초 시행착오를 직접 경험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들은 또 임기초 소통과 인사가 4년 임기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민선 7기의 시행착오를 얼마나 최소화시키고 단기화시키느냐에 민선 7기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당선자와의 호흡과 소통이다. 당선자가 이들의 제언을 통해 지역사회와 많이 소통하고 크게 수용해 나갈 때 인천 호의 순항 가능성이 커진다. 당선자는 공무원들과도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그동안 일부 시장들은 인천시 지방공무원의 역량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중앙정부 공무원과 비교하면 업무 스타일이나 능력 면에서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시 행정이나 민원은 중앙정부의 행자부 공무원보다 인천시 공무원이 처리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지역 공무원들이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정과 민원을 소통시키고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은 바로 이들이다. 민선 5기와 6기 시장들이 임기 초 드러냈던 공무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시정과 민원의 원활한 소통을 단절시키며 재선에 실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박 당선자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약속했던 만큼의 소통을 골든타임 내에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인천시청 출입 7년째이다 보니 5, 6대 시장 당시 골든타임의 중요성에 대한 기사를 여러 번 적은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시장보다는 공무원들이 공감을 표시해 왔고, 그 시장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다음 시장 선거가 이번 선거처럼 ‘문풍’(文風)과 ‘북풍’(北風)이라는 블랙홀 이슈가 있다면 모를까 51 대 49라는 일반적인 선거 구도라면 골든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재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데스크 칼럼] 일자리 정책, 현장 공감이 우선이다

경제가 너무 혼란스럽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소득 성장 주도 정책으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 아우성이다.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근로자는 오히려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 경제정책이 현장과 동떨어지면서 더 나은 삶을 국민에게 주려는 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결국, 내달 1일부터 시행하려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6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고 처벌도 미루기로 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은 물론, 영세 소상공인까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제까지만 해도 기업ㆍ공장 등 근로 현장은 환란에 빠져 있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기업인들의 호소에 당ㆍ정ㆍ청이 귀 기울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래도 정책 시행 열흘을 남긴 시점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정부도 할 말은 있겠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 실험을 해서 아니면 말고 식이 됐다. 무책임의 극치다. 당장 급한 불을 껐으나 근로현장에서의 불씨는 여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많다. 35개 회원국 평균 1천764시간과 비교해 본다면 무려 305시간이나 길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소통이 부족했다. 정부 의도대로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근로자들이 환영할 것 같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중소기업이나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생계를 위협한다고 항변했다.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은 2000년대 초반 직원 복지를 늘리고자 근로시간을 줄였다. 결과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을 뿐이다. 당시 해외 공장 이전까지 준비했던 폴크스바겐은 노조 합의로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프랑스도 여가를 늘렸다가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힌 사례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주 39시간 근무도 버겁다며 35시간으로 단축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뿐만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자리 정부’에서 오히려 일자리가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만 앞서가고 규제 완화 등 혁신성장이 뒤처진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15일)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2천706만 4천 명이다. 지난해 5월보다 7만 2천 명이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10년 1월 1만 명이 줄어든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체 실업률도 4.0%로 5월 기준으로 2000년 4.1%를 기록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 청년(15∼29세) 실업률도 10%대에 그치면서 관련 통계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2월부터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다 급기야 지난달에 1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0만 명대 안팎에 머물거나 줄어든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지난 1월 최저임금 16.4% 인상을 앞두고 작년 말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도소매ㆍ숙박음식업 취업자는 지난달에도 전년 같은 달보다 10만 1천 명이나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도 7만 9천 명 줄어들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일부 기업들은 최저임금 영향으로 임시ㆍ일용직의 일자리를 줄이는가 하면 각종 규제와 노동비용 상승으로 인해 해외 이전을 추진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고용부가 실태조사를 해서 연말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정책을 시행할 때는 부작용에 대해서 신중하고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도 당사자인 국민이 받을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때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민선 7기, 한국의 ‘페리클레스’를 기대하며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도시국가)로 이뤄진 나라다.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 원조로 일컫는 아테네는 그리스의 대표적 도시국가다. 스파르타와 함께 페르시아 전쟁(BC 492~BC 448년)을 승리로 이끌었고 델로스 동맹을 지휘한 막강 해상제국이다. 하지만, 이후 스파르타와의 전쟁(펠로폰네소스 전쟁, BC 431~BC 404년)에서 패한 뒤 쇠락의 길을 걷다 운명을 다한다. 아테네에서 꽃 피웠던 시민의 정치 참여의 장인 아고라도 역사의 뒤안길로 숨어든다.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의 상징은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에 있는 아고라 광장이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1년에 40여 차례 민회를 열었다. 중요한 나랏일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다. 항상 토론하고 재판 등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추첨을 통해 공무원을 뽑았다. 독재를 막고자 ‘도판추방법’도 실시했다. 이 제도는 독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 투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뽑힌 사람은 10년간 추방됐다. 아테네는 원래 왕정 형태의 도시국가다. 하지만, 전쟁으로 기마부대를 이끈 귀족들이 득세하면서 이들이 정치 주류로 떠오른다. 이후 잦은 전쟁으로 갑옷과 투구, 창을 들고 보병으로 활약한 부유층의 세력이 커졌다. 그러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이 발발한다. 아테네 중심의 해군이 전쟁 승리의 주역이 되면서 배 밑에서 노를 젓던 평민이 정치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이들이 독재에 대한 대항마로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아테네식 민주정치가 펼쳐진다. 그 중심에는 페리클레스라는 정치지도자가 있었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선거가 종료됐다. 예상대로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경기도 내 31개 중 29곳을 휩쓸었다. 도의원 등 지방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그야말로 싹쓸이다. 현실은 전망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당의 1차적 패착은 철저한 자기 부정이다. 전직 두 대통령이 크나큰 실망감을 주었음에도 이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도도한 민심의 물꼬를 결코 틀어막을 수 없었다. 민주당도 이번 승리를 제대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잘해서 표를 얻었다기보다는 상대의 패착이 더 큰 원인임을 유념해야 한다. 권불 10년이란 말이 있다. 결코, 영원한 권력이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이번 경기지역 단체장 선거에서 눈에 띈 점은 도의원들의 활약상이다. 현직 도의원 신분으로 멀게만 보였던 단체장 고지를 탈환한 것이다. 어려운 경선을 뚫고 당선돼 더더욱 애정이 간다. 주인공은 윤화섭(안산시장)ㆍ임병택(시흥시장)ㆍ박승원(광명시장)ㆍ최종환(파주시장)ㆍ안승남(구리시장)ㆍ이재준(고양시장)ㆍ김광철(연천군수) 등 7인의 당선자다. 이 중에는 의장과 당대표를 지내며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도 있다. 이들은 이제 예산과 인사권을 가진 지방행정 수장이 됐다. 과거 도의원 시절, 줄기차게 주문하고 따졌던 그 대상으로 위치를 달리했다. 옷깃을 여미고 제대로 한번 해 볼 때가 됐다. 정치에 입문했던 초심을 결코 간과해서도 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 길에 머슴이자 주인공이 돼야 한다. 1863년 11월 미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게티즈버그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민주정치 의미를 함축한 짤막하지만 간결한 문구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지방행정(정치)’을 실현해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소신과 의욕, 그리고 역량을 보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과거 아테네에는 페리클레스가 있었다. 한국의 지방자치사에 이들의 이름 석 자가 자랑스럽게 남겨지길 기대해 본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경기도교육청의 소년체전 유감

스포츠 꿈나무들의 축제인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지난 5월26일부터 나흘간 충청북도에서 열렸다.소년체육대회는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 꿈나무 육성을 목표로 1972년 ‘전국스포츠소년대회’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이후, 1975년 4회 대회부터 현재의 ‘전국소년체육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칭됐다. 소년체육대회는 그동안 우수선수의 발굴과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산실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시ㆍ도 간 과열경쟁에 따라 과거 호적변경을 통한 연령 축소 및 고의 유급, 장기 합숙훈련으로 인한 학습권 박탈 등의 폐해를 낳기도 했다.이에 종합채점제가 폐지됐고, 17회 대회서는 종목별 종합시상만 시행하다가 급기야 이후 3년간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1992년 부활 이후에는 개인시상제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과열경쟁 부작용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이어져오던 메달 집계마저도 올해는 폐지됐다. 그 중심에 경기도교육청이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적 의미’를 위해 자신들이 앞장서 대한체육회에 폐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소년체육대회 출전 목표를 ‘학생선수들이 존중과 배려, 공정과 예의를 배우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되도록 선도했다’고 설명했다.또한 선수의 안전을 위한 지원단 운영과 심리상담 지원ㆍ팀닥터 지원, 선수지원 중심을 위한 단복 폐지 등에 역점을 둬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한다. 출전의 의미를 입상이나 경쟁에서 벗어났음을 강조했다.도교육청의 이 같은 주장은 얼핏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배우는 학생 선수들이기에 성적보다는 교육적 가치에 의미를 뒀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체육대회는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순히 참여하고 즐기는 생활체육 대회와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뿐만 아니라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전문체육에 있어서 결과는 곧 선수들의 진학과 진로와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도교육청의 주장 논리라면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경기도대표 선발전도 하지 말았어야 하며, 체육특기자 선발시 ‘각종 대회에서 입상실적이 있는 사람으로 한다’는 규정도 없어야 한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모든 입시제도 역시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도교육청의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노력과 정신적 부담감 해소, 경기장 질서 및 예절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학생선수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본질을 외면한 채 부수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경쟁과 순위를 도외시하기보다는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성취감을 이루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뤄지는 경쟁은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량을 겨룬 뒤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면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스포츠에 있어서 선수와 지도자 모두 안전은 기본이다. 운동선수들 역시 어느 일반 학생들보다는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와 배려, 협동심을 가장 먼저 배운다. 또한 체육 특기 적성을 바탕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다.굳이 소년체육대회에서 본질을 벗어난 ‘민주시민교육의 장’으로 활용했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를 내며 ‘경기력이 부진한 여학생 구기종목에 대해 동계 강화훈련시 추가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에 배치되는 모순된 처사가 아닌가. 진정 무엇이 전문체육의 본질을 살리면서 학생선수들에게 교육적인 효과를 심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기자는 솔직한 것을 원한다

최근 회의 자료 이면지에 쓰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본보가 운영하는 학생들의 기자체험프로그램 중 ‘기자란 무엇인가’의 학습 자료인듯했다. 제목은 “솔직한 것을 원한다”였다. 설명은 이러했다. 『기자들은 한번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늑대처럼 달려든다. 징그러울 정도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찾으려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기자에게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오히려 합리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용하다.』는 설명이 달렸다. 상당수 기자는 취재원들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해주기를 원한다. 취재원이 기자가 원하는 사실을 모두 오픈하고 기관의 사정상 또는 취재원의 신변의 문제로 특정 부분에 대해 기사 게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기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모든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의 입장을 고려해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거나 사실을 숨기려 하는 취재원을 상대하는 기자들은 대부분 취재 의욕이 상승한다. 결국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서 소통이 기사의 방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치부 기자 시절 남경필 전 경기지사에게 각종 루머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을 자주 했었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허투루 답변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소문 중 하나는 남 전 지사 앞 동에 내연녀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남 전 지사는 “근거 없는 소문은 없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자신의 집 앞 동에 동생의 집이 있는데 그 집에 전세로 사는 모녀가 있다고 했다. 남 전 지사는 그런 이유로 소문이 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남 전 지사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일축할 줄 알았지만 3~4개의 질문에 추가로 성의 있는 답변을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경기도청 출입기자 중에 남 전 지사에게 질문을 가려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들 마약 투여 사건 때도 투여량을 가지고 논란이 일었는데 남 전 지사는 투여 방식에 대해 숨김없이 사실을 이야기해 줬다. 남 전 지사는 국외 출장을 갈 때 비서 없이 직원 5~6명, 기자 3~4명으로 파견단을 구성한다. 본인의 짐은 직접 가지고 다닌다. 또 식사도 끼니마다 전체 파견단과 함께한다. 기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오픈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인천경기기자협회와 경기언론인클럽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편향된 질문을 이유로 불참했다. 남경필 전 지사는 토론회에 단독으로 나서 기자들이 준비한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인천경기지역 기자들은 이재명 예비후보가 대선 경선을 진행할 때도 소통을 하지 못했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는 중앙언론을 비롯해 지역언론 기자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지역 기자들은 이재명 예비후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왜곡된 소문도 있었고 정치적 신념 등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 말고 질문과 답변, 대화를 통해 정치인 이재명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싶었다. 경기지사로서 그가 펼치는 정책적인 부분을 비롯해 이재명 예비후보에 관한 각종 루머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재명 예비후보는 편향된 질문으로 규정하고 답변 자체를 회피했다. 남 전 지사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오픈하고 합리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취재원이라면 이 예비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을 탓하며 답변을 회피하는 취재원의 유형인 것 같다. 기자는 취재원을 괴롭히고자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다만, 솔직한 답변을 원할 뿐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어른들은 몰라요

어른들은 모른다. 학교와 학부모 등은 알지도, 알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마 내 아이가, 내 학생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소리 없이 청소년을 위협하는 작업대출과 불법 청소년 도박, 심지어 사기나 절도 등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문제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에 빠진 청소년들은 금전적 압박 등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음주나 흡연의 유혹에도 쉽게 빠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학생이 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과도한 이자를 받아내는 ‘작대(작업대출)’는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낯선 단어가 아니다. 돈을 빌려주면서 짧은 기간에 50%가량의 이자를 받는가 하면 명품 옷이나 신발, 시계를 담보로 잡고 ‘차용증’까지 작성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더욱이 손쉽게 SNS를 통해 학생이 ‘소액대출문의’나 ‘대출해드립니다’ 등의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타인은 볼 수 없는 서로 간의 개인 메시지로 대화가 마무리된 후 돈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도 잘 되지 않고 있다.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 ‘독과’인 줄도 모르고 따먹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성인들의 불법 사채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충격스럽고, 학교와 학부모들은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작대가 가장 쉽게 연계되는 부분은 바로 청소년 불법도박이다. 상당수 작대 피해학생이 불법 도박을 하는 학생들로 드러난 것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 전문기관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불법도박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스마트기기 발달 탓이 가장 크다. 이를 통해 도박에 대한 접근이 너무 쉬워졌다. 특히 사다리 게임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도박은 어른들이 쉽게 눈치 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버젓이 불법도박을 하고 있어도 학교나 학부모는 이게 불법도박인지 아닌지를 전혀 모른다고 한다. 오히려 학생들 간에는 교사가 지나간 후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웃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학생들 역시 개인 휴대전화 등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면서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같이 불법도박과 작대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께 알리기 무서워하며 문제를 알리지 않다가, 결국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 수백만 원의 빚더미에 앉고서야 경찰이나 부모에게 알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도박자금과 빚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절도, 중고물품 거래 사기, 명의 팔기 등 2차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 걱정으로 인해 흡연이나 음주 습관을 갖는 경우도 다반사다. 폐해는 비단 법적인 문제뿐이 아니다. 불법도박과 작대에 빠진 학생이 있는 가정의 가족간 갈등도 문제다. 학생 대신 돈을 갚아주는 부모와의 불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제 간의 갈등 등은 여러 상담사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각각 개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 연쇄적인 악순환의 문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신들만 학생 상담과 분석 등을 통해 알고 있다며, 학교와 학부모가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후 학교, 학부모, 전문가, 수사 당국이 합심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명관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평화 바람,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남북평화도 반갑고 대북사업도 좋지만, 당장 생계가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6·13 인천 지방선거가 남북대화라는 거대 이슈에 매몰되면서 정작 시민이 먹고사는 생계 정책이 실종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선7기 인천호를 4년간 이끌 선장을 결정하는 인천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박남춘 후보와 자유한국당 유정복시장 간의 양강 구도로 형성되면서 남북 평화 정책과 대북사업 중심의 공약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인천이 접경 지역이라는 점도 평화 바람에 한몫을 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평화 바람’이 6·13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박 후보는 물론이고, 유 시장마저 ‘평화가 곧 경제’라는 공식에 주요 정책과 공약을 끼워 넣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9일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 인천’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판문점회담 이후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봄바람을 타고 서해는 평화의 바다로, 서해 5도는 평화의 섬으로, 인천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라며 자신의 ‘1호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평화로 인천을 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천~해주~개성을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및 해상파시, 해양평화공원 조성 등을 통해 말이다. 평화로 인천을 한반도로 들어오는 입구이면서 대외진출의 전략적 국제관문 역할을 하는 동북아 교통 중심지도 만들고, 평화로 인천을 동북아 문화·역사중심지도 만들겠단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평화 바람’에 편승하기는 같은 모양새다. 유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대화 분위기에 따라 ‘통일기반조성사업 및 남북교류사업’을 추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남북교류기금 100억 원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인천과 개성공단, 해주를 잇는 서해평화 협력벨트 조성을 비롯한 서해5도 평화 남북 공동어로 신설, 한강 하구 주변의 관광·문화사업 등 박 후보와 비슷한 대북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종 대북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과 시민 생활권 보장, 문화 활성화 등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들에게 ‘평화 바람’이란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다. 물론 이들 후보의 공약과 정책에는 원도심 활성화와 출산, 청년 일자리 등과 같은 민생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당장의 민생에 도움이 안 되거나 일회성 지원에 그칠 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계 유지와는 체감도가 떨어진다.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사용자에게는 임금 인상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인천 곳곳의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가 재정건전화를 바탕으로 각종 복지정책을 확충했다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회적 취약층과 복지분야 종사자들은 수혜를 받지 못한 채 생계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모든 선거는 국민의 기본생활권 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이고, 각 후보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궂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부족해서라지만, 일한 만큼의 기본생활은 유지돼야 할 것 아닙니까. 정치인들은 이런 우리들의 상황을 알기나 하는지….” 인천의 복지시설에서 박봉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한 직원에게는 ‘평화 바람’보다 당장의 처우 개선이 간절하다. ‘평화 바람’이 모든 이에게 도깨비 방망이는 아닌 것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데스크 칼럼] 무디스의 ‘판문점 선언’ 평가와 트럼프의 북미회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 신용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한국 담당 국가신용등급 총괄이사는 신용전망 보고서에서 “판문점 선언은 더욱 실질적인 추가 협상과 지정학적 긴장 완화의 전주곡”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지구촌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북한 3세대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을 비롯해 고위급인사가 남측 경계선을 걸어서 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있는지 11년 만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 고위급 인사를 북한으로 초대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는 초반부터 파격적이고 경천동지(驚天動地)했다.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물음에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김 위원장이 손을 이끌었다.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북으로 넘어간 뒤 다시 남으로 건너는 깜짝 이벤트가 연출됐다.방송을 보는 이의 탄성이 절로 나오게 했다. 특히 ‘도보다리’ 위 두 정상의 대화 모습은 세계 외교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으로 돌아가기까지 시종일관 여유롭고 당당했다. 문 대통령에 말을 건네는 모습도 깍듯했으며 명확한 말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예의를 다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방송을 보는 사람 대부분이 김 위원장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상 간에 만남은 분명히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인정한다. 이번 남북 정상 간의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의 표준시가 바뀌고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안정적이고 구조적이며 실제로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무디스의 평가를 냉정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즈만 이사는 “남북 정상 간 평화의 진전을 위한 합의에도 남북 간 긴장을 영원히 종식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고 전제한 뒤 미국과 중국 등도 관련된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최근 수개월간 고조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했지만 무력충돌 관련 위험을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미국이 북한과의 정상외교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느낄 경우 한반도 긴장은 다시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 정상화에 따른 후속 과정이 진행되더라도 군사적 긴장완화, 즉 북한 핵의 실제적 포기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와중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문 특보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외국 외교전문지 기고는 여야의 공방을 떠나 국민에게 ‘주한미군 철수 현실화’의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북정상회담 후 호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북핵과 주한미군문제는 우리 안보와 직결됐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라는 견해를 서둘러 내놓은 것도 사안의 민감을 고려해 조기 진화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된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과거 북한이 수용했던 추가 회담, 교류 행사, 이산가족 상봉, 대북방송 중단 등은 양보라고 하기 어렵다.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정전협정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이라도 ‘선(先) 핵 폐기 후(後) 관계정상화’여야 한다. 달랑 핵 실험장 1곳을 폐기한다 해서 ‘북이 핵을 포기했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꽂혀 우를 범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북미회담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창학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경기農業 에피소드4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임박해 왔다. 신인들의 정치 입문으로 여겨지는 선거판이다. 난립하는 후보들과 또 이들 후보들에 의해 쏟아지는 공약들은 가히 장관이다. 그럴듯한 아님 어렵게 생각되는 공약들도 없진 않다. 이들의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를 그칠지, 정책 실현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없는 것보다는 좋아 보인 것은 확실하다.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다. 대다수 후보의 공약이 교통이나 주거, 복지, 환경 등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표심을 쉬이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 부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농업 농촌 공약은 저만치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도내 농촌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없진 않지만 찾아보기가 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광주에서 시장 출마에 나선 모 후보의 농업 관련 공약이 눈에 띈다. 그는 스마트 팜 농장육성으로 광주를 수도권 농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농ㆍ축산업 예산을 2배까지 늘려 농업소득 증가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실현 여부를 떠나 기분 좋은 공약임이 틀림없다. 농업ㆍ농촌은 다원적 가치를 지닌 첨단산업이라 말한다. 그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도시와 농촌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했을 때 농촌으로의 방점은 쉽지가 않다. 이런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게다. 농사의 찬밥신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통계청은 2017년도 농가경제조사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농가의 평균소득은 3천824만 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농가소득을 영농형태별로 보면 단연 축산농가가 7천152만 원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무려 농가평균치의 1.9배 수준으로 가장 높다. 반면 논벼(2천731만4천 원)나 채소(2천992만4천 원), 과수농가(3천416만7천 원)는 농가평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농가의 평균 자산은 5억588만 원으로 6.7% 늘었다. 평균 보유부채는 2천637만 원으로 1.3% 줄었다. 소폭이나마 소득은 늘고 부채가 줄어드는 건전한 흐름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순을 발견할 수가 있다. 농가소득의 본질인 농업소득이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업소득은 농가소득의 26.3%인 1천4만7천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도보다 0.2%나 줄었다. 앞서 2015년 1천125만7천 원에서 2016년 1천6만8천 원으로 추락한데 이어 지난해까지 내리 하향길을 걷고 있다. 결국, 농가소득은 농업외 소득이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농업외 소득은 무려 1천627만 원으로 전년대비 6.7%나 증가했다. 농가들이 농사가 아닌 제조업이나 숙박 및 음식업, 농외수입(급료)에 더 의존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농촌사회는 농사일 만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다. 그나마 지난해 경기지역 농가소득은 전국 평균치를 크게 상회한 4천256만3천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년도 4천97만8천 원보다 3.9% 증가했고 전국 평균 증가치(2.8%)를 뛰어넘는 수치다. 농협은 지난해부터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를 부르짖고 있다. 단지 선언적 행동에 그치지 않으려 무한히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사이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내놓을 만한 성적표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때는 더더욱 아니다. 과제가 제시된 이상 이를 풀어가는 노력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농가소득은 농부가 농작업으로 얻는 농업소득이 중심이 돼야 한다. 비용을 줄여 소득을 올리는 간편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또 선거판 기웃거리는 공무원들

1998년 6ㆍ4 지방선거(제2대) 때 도내 한 지방자치단체의 얘기다. 그 지역 출신 A 시장은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시정을 펼쳤다. 주민과 지역발전만을 생각하며 불도저식으로 행정을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공무원에겐 인기가 없었다. 저돌적 업무 스타일에 피로를 느낀 공무원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시장을 안주 삼아 씹어댔고, 선거전 막판에는 상대방 후보를 응원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선거전 초기 크게 앞서던 A 시장이 나중엔 패배할 것이란 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다 선거일 며칠 전 상대후보인 B씨가 시청을 방문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시청사 건물 구석진 곳의 거미줄을 본 B 후보가 청소 상태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문은 삽시간에 시청과 외부에 퍼졌고, “벌써 간섭하는 것을 보니 당선 이후 괴롭겠다” “어찌 됐건 구관이 명관이다”는 등의 소리가 나돌았다. 이 때문인지 선거 결과는 현직 A 시장이 90여 표 차로 가까스로 당선됐다. 단체장 선거에 공직사회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게 작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20년이 지났다. 6ㆍ13 지방선거(제7대)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선거 분위기도, 선거운동 방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공무원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경기도청 공무원은 1만2천여 명에 이르고, 31개 시ㆍ군 공무원까지 합하면 5만2천여 명이다. 이들의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고, 영향력은 더 클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 오고,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공직사회 줄서기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은근히, 때론 노골적으로 줄을 서고, 줄을 댄다. 한 지자체에선 공무원이 시장후보에 나서는 특정인을 돕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 조만간 후보가 정해지면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 더 노골화될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이 밝힌 ‘공무원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 현황’을 보면, 공무원 선거법 위반행위 건수는 2014년 제6대 지방선거 당시 206건이었다. 이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38건)의 5배, 제19대 대통령선거(17건)의 12배에 달한다. 공직사회의 선거 관여가 지방선거에서 더 두드러진다. 최근 지자체들이 ‘공직기강 100일 집중 감찰’ ‘공무원 엄정중립 결의대회’ ‘공직선거법 교육’ 등 공무원의 선거 불법 행태를 근절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이런 행사와 교육을 한다는 건 공무원의 불ㆍ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안된다고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공무원 줄서기가 문제가 되니 고질병이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줄서기를 통해 승진 등 입신양명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는 행정의 불신을 초래하고, 선거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없어져야 할 적폐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함께 중요한 건,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의 마인드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건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 태풍이 불기 때문이다. 어떤 지자체에선 ‘살생부’까지 나돌며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니 공직사회가 눈치 보고, 편 가르며 흙탕물이 되는 것이다. 표만 의식하는 단체장들이 공무원을 선거꾼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 현직 시장ㆍ군수의 재선, 3선 도전의 경우가 더 그렇기도 하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스스로 지켜야 하겠지만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자세나 의식 또한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이용성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6·13 지방선거와 체육인의 선택

“A가 도지사가 되면 경기도 체육은 망한다.” “B는 체육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표 있는데만 모습을 나타낸다.” “C는 잘은 모르지만 체육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D는 체육에 대한 적극성이 남다르다고 하더라.” 6·13 지방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을 놓고 도민들의 평가와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체육계 역시 후보 개개인의 체육에 대한 관심도와 기대감 등이 섞인 하마평이 무성하다. 앞으로 4년간 경기도정을 이끌 도백(道伯)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체육인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도지사가 당연직으로 경기도 체육의 수장인 ‘경기도체육회장’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도체육회의 살림을 꾸려갈 예산 대부분이 도비 보조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도지사 후보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도와 열정이 어떻냐 하는 것은 체육인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체육인들은 민선 7기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예비 후보들 가운데 지지할 만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검증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지사 예비 후보들 역시 선거기간 각 분야에 걸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각 당이 예년보다도 빠른 행보로 후보자 공천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비 후보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서 도민들을 만나고, 시장과 상가, 각 스포츠클럽, 각종 행사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예비후보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적극적이고 낮은 자세를 보이면서 각 체육단체와 유권자들은 마치 ‘슈퍼 갑’이라도 된 것처럼 봇물 터진 듯 요구사항을 쏟아낸다. 이달 하순께 여당의 도지사 후보가 결정되면 6·13 지방선거전은 본궤도에 올라 각 후보 캠프에서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분야별 정책 브레인들이 굵직굵직한 공약들을 쏟아낼 것이다. 말 그대로 본선 대결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6차례의 전례를 비춰볼 때 체육인들이 기대하는 체육관련 공약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선거 현장에서 쏟아지는 민원에는 대다수 후보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쏟아내지만, 정작 체육 현안에 관심을 갖고 공약을 내거는 후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즉, 체육인들의 응집력과 감성을 이용한 득표활동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도정에 있어서 체육분야에 큰 비중을 두는 후보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선거가 끝난 뒤 4년의 재임기간 동안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도지사가 된 이후 다른 분야 사안들에 밀려 체육분야에 대한 배려와 지원, 관심도는 더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특정 선수의 국제적인 활약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비단 경기도지사 뿐만이 아닌 대부분 정치인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행태다. 항상 체육은 정치와의 함수관계에 있어서 홍보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귀책사유는 바로 체육인들에게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체육계 현안에 대한 당당한 요구와 정책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무조건 적인 특정인에 대한 집단 지지, 혹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후보자들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향후 4년 경기도의 발전을 이끌고, 더불어 경기체육의 발전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지지와 선택을 할 때야 비로소 반복되는 후회와 체육에 대한 무관심이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선택은 찾는 자 스스로가 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가 아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제주 4·3은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ㆍ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ㆍ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시ㆍ도 기자협회 대표단을 초청해 제주도 일원에서 ‘제주 4·3 바로 알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4·3 70주년을 맞아 역사의 올바른 이해와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마련됐다. 행사는 4·3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고자 지난 2008년 조성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지난 1988년부터 언론사에서 4·3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30년째 4·3 진상 규명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양조훈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의 특강으로 시작됐다. 양 이사장은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4·3을 알리기 위해 ‘4·3을 말한다’라는 연재물을 500회 넘게 게재했다. 70년 전의 일이 30년 전에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튿날 대표단은 마을이 통째로 불에 타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무등이왓’을 방문했다. 무등이왓은 300여 년 전에 설촌된 마을로 주민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이곳 무등이왓은 2년제인 동광간이학교가 건립될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 초입에 할머니 해설사 한 분이 서 있었다. 이 마을에 살았던 홍춘호 할머니(81)로 참혹했던 당시 아픔을 대표단에게 쏟아냈다. 토벌대의 초토화작전이 진행됐던 1948년 11월15일 홍 할머니는 11살이었다. 홍 할머니는 이날 마을 주민 11명이 총살되던 장면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증언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동생 2명과 아버지, 어머니 모두 5명이었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추운 겨울이 시작되자 안덕면 동광리의 큰 넓궤라는 용암동굴에서 40여 일을 은신해 있었다고 했다. ‘동광 큰 넓궤’에는 토벌대의 무자비한 학살을 피하고자 피신한 마을 주민 120여 명이 함께 있었다. 집요한 추적을 벌이던 토벌대는 주민들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청년들은 노인과 어린아이를 굴 안으로 대피시킨 후 이불 등 솜들을 전부 모아 고춧가루와 함께 쌓아 놓고 불을 붙인 후 키를 이용해 매운 연기가 밖으로 나가도록 부쳤다. 토벌대는 매운 연기로 접근이 어렵자 총만 난사하고 입구를 돌로 막아버렸다. 토벌대가 철수한 후 근처에 숨어 있었던 청년들이 입구의 돌을 치우고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다. 하지만 홍 할머니 가족은 이곳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는 “40여 일 동안 아버지가 구해다 준 깨, 조 범벅을 먹어가며 씻지도 못하고 짐승처럼 살았다”고 했다. 대표단이 이곳을 들어갔다. 10여 명의 대표단은 20여 분을 기어서 굴 안쪽까지 들어갔다. 50㎡ 정도의 공간에서 대표단은 가지고 있던 랜턴의 불을 모두 껐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와 노인, 부녀자가 이곳에서 40여 일 살았단 말인가.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막혔다. 미군정과 이승만은 제주도를 ‘빨갱이 섬’(레드아일랜드)으로 규정하고 ‘초토화작전’을 벌이면서 어린이, 노인, 부녀자를 가리지 않고 죽였다. 해방 이후 혼돈의 시기, 혼란의 시기이긴 했지만 미군정과 이승만은 사태를 과연 이런 식으로 밖에 수습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권력자들의 잘못된 판단이 너무나 참혹한 비극을 만들어냈다. 제주 4·3은 폭동도, 민중항쟁도 아닌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눈앞에 온 지방분권시대, 철저하게 준비하자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목표로 한 정부의 헌법개정 논란이 한창이다. 현재는 지난 26일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즉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 검경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 개헌 국민투표 시기 등 참으로 많은 쟁점들이 있다. 이 중 국민적 공감대를 많이 얻고, 정치권에서도 큰 틀에서는 동의하는 부분이 지방분권 실현이다. 지난 21일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 중 지방자치 부분은 지방의 미래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의 세가지 내용을 담았다. 우선 개정안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했다.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도 강화했다. 무엇보다 국가와 지방정부간, 지방정부 상호간 재정조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 자치재정권을 보장했다. 다만 지방자치 실현과 그 토대가 될 재정분권의 수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개헌특위에서는 준연방제 수준이나 최소 광역지방정부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점진적 접근이나 헌법보다는 법률을 개정하자는 의견까지 수준과 추진방법 등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자치입법권 확대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이같이 지방분권 실현이 개헌안에 반영되기까지는 현 정부의 의지가 가장 크다.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수많은 지자체와 국민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원시를 들여다보면 지난 2013년 수원시 자치분권의 날 선포와 함께 수원시 자치분권 촉진 지원조례 제정, 수원시 자치분권협의회를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출범했다. 이후 토론회를 통한 분야별 지방자치 및 분권 확대방안을 제시했고, 2016년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하는 지방분권개헌 500인 원탁토론도 개최했다. 올해에는 지방분권개헌 수원회의를 출범하고, 지방분권개헌 1천만인 서명운동으로 1개월 만에 31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을 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개헌이 이뤄지면 지방분권에 대한 엄청난 힘이 생겨난다. 권한과 힘이 커지면 책임은 반드시 동반되기 마련이다. 지방정부는 이에 대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 광교산의 항공사진을 보면 행정구역상 수원과 용인은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한 곳은 비교적 녹지축을 잘 지키고 있는 반면, 한쪽은 사진상으로도 난개발의 흔적이 비춰진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100년, 200년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정책과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수원군공항이전 문제를 놓고 볼 때 국가라는 큰 틀이 아닌 지역이기주의에 의한 목소리내기 같은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쓰레기소각장, 화장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현상도 보다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남양주시 업체들이 포천시에 수천t의 쓰레기들을 버리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남양주시의 나몰라라식의 행정도 지양돼야 한다. 많은 것이 바뀌는 만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 스스로가 새로운 권리를 행사하고 누릴 수 있게 되는 만큼, 혼동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명관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업무상 위력’이라는 사회적 흉기, 제거해야 한다

‘업무상 위력’이라는 사회적 흉기, 제거해야 한다. 온 국민을 신경쇠약(mental breakdown)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법규는 형법 제303조 1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다. 당연히 이 형법은 이성간 벌어진 범죄적 행위에 한해 적용된다. 성범죄는 신고율이 2% 미만일 정도로 암수율(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숫자의 비밀)이 높은 범죄다. 미투의 빙산일각(氷山一角)만으로도 나라가 이 지경인데, 빙산의 실체가 모두 드러나면 거덜나지 싶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동성간 ‘업무상위력이나 조직상 지위 등에 의한 폭력(괴롭힘)’에 비하면 미투 또한 빙산일각이라는 항간의 지적을 듣고 보니 ‘헬조선’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직장과 거래처, 학교, 심지어 가정 주변에서까지 공공연히 벌어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폭력’은 공공연하지만, 표면으로 드러낼 수 없어 피해자 처지에서는 고통스럽고 두렵다. 특히 가족의 생계를 볼모로 잡힌 채 모욕적 폭언이나 부당한 지시를 감수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직장 폭력의 가장 일반적인 사례인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9명꼴인 88%가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17개 조사 대상 사업장의 피해자 가운데 자살한 피해자도 4명이 있었다. 지속적인 직장 폭력이 피해자의 인격과 정체성을 파괴하며 결국에는 자살까지 몰아넣는 격이다. 17개 조사대상 사업장 가운데 15곳의 피해자에게서 우울증, 자살 등의 정신적 피해가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우리 사회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서도 1천506명 중 73.3%인 1천104명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는 ‘직장 괴롭힘’이란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 폭력은 가족의 생계가 걸린 직장에서 일어나는 만큼 피하기가 불가능하다. 미투나 직장 폭력 대부분은 힘의 차이가 있는 곳에서 발생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힘의 차이(업무상 위력)를 만들고 그 힘을 흉기 삼아 교묘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른다. 가해자 중 상당수가 힘의 평등과 상생을 유지하는 것은 내가 지는 것이고, 결국은 내가 사라져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져 있다. 그러니 상대방을 짓누를 수밖에….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라는 법령은 있지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동성간)폭력 이나 괴롭힘’이라는 법령은 없다. 미투 피해보다 더 광범위하고 관행화된 직장 폭력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아직 없다. 여러 보고서가 직장 내 폭력 근절을 위한 차별금지법(폭력 및 괴롭힘 등) 제정 등의 대안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하는 이유다. 이제는 ‘업무상이나 지위상 위력’에 의한 모든 폭력이 명백한 ‘법범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 미투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관행이란 미명 뒤에 숨겨져 있는 ‘업무상 위력’이라는 흉기를 제거해야 한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직장 괴롭힘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직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에서 ‘업무상 위력’이라는 흉기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데스크 칼럼] 철강관세와 한미 FTA 협상의 전략적 접근

미국 발(發) 철강관세 폭탄이 국내 시장에 터질지 모두가 숨죽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 25% 관세 부과 방안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의 ‘바기닝 칩(협상용 카드)’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우리 통상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두 차례에 걸친 방미 설득에도 미국은 한국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의 효력은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이른바 트럼프 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이 선포되는 것이다. 중국과 EU 등 관세조치 대상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거쳐 보복 관세로 대항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전체 생산량의 40%를 수출하고 있다. 이 중 대 미국 철강계 수출은 지난해 기준 354만t으로 전체 수출의 10%를 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번 행정명령 발동으로 미국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관세 부과로 3년간 한국의 경제적 부가가치 손실이 1조 3천여억 원에 달하며 실업자가 1만 4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피해는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도내 소재 철강과 및 철강선 수출 업체는 대다수 중소업체이다. 가뜩이나 국내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관세마저 높아질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악에는 자금압박으로 인한 줄도산 현상까지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조사 결과, 지난해 경기도 미국 수출 가운데 철강 관련 품목인 ‘철강관 및 철강선’은 5억 7천700만 달러다. 이는 반도체(25억 1천900만 달러), 자동차(23억 4천100만 달러), 무선통신기기(21억 500만 달러)에 이어 대미 수출 품목 중 4위다. 문제는 이 불똥이 한미 FTA로 자연스럽게 옮아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무역법 232조와 관련된 추가 협의를 하는데 한미 FTA 개정 협상과 시기적으로 겹쳐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칫 철강관세의 국가면제와 품목제외 적용을 받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이나 원산지 기준 강화 등 미국 측의 요구를 두 손 놓고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마지노선인 농산물 분야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1차 회의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당장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다.한미 양측은 지난 2차례의 개정협상에서 각각의 관심사항으로 제기된 사항들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와 협상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철강 관세와 한미FTA 협상의 연계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9일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철강) 관세가 한미 FTA 협상 기간과 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미국과 많이 협의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이후 관세 부과 안이 시행되기까지 유예된 시간이 너무도 촉박하다.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를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묘안 찾기에 주력할 것이다. 이번 주가 고비가 되겠지만 미국은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가 철강 공급과잉과 중국산 철강 환적 등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 또는 면제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경제외교 채널 및 협상라인을 최대 가동하고 다자주의 틀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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