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도 반갑고 대북사업도 좋지만, 당장 생계가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6·13 인천 지방선거가 남북대화라는 거대 이슈에 매몰되면서 정작 시민이 먹고사는 생계 정책이 실종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선7기 인천호를 4년간 이끌 선장을 결정하는 인천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박남춘 후보와 자유한국당 유정복시장 간의 양강 구도로 형성되면서 남북 평화 정책과 대북사업 중심의 공약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인천이 접경 지역이라는 점도 평화 바람에 한몫을 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평화 바람’이 6·13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박 후보는 물론이고, 유 시장마저 ‘평화가 곧 경제’라는 공식에 주요 정책과 공약을 끼워 넣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9일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 인천’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판문점회담 이후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봄바람을 타고 서해는 평화의 바다로, 서해 5도는 평화의 섬으로, 인천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라며 자신의 ‘1호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평화로 인천을 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천~해주~개성을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및 해상파시, 해양평화공원 조성 등을 통해 말이다.
평화로 인천을 한반도로 들어오는 입구이면서 대외진출의 전략적 국제관문 역할을 하는 동북아 교통 중심지도 만들고, 평화로 인천을 동북아 문화·역사중심지도 만들겠단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평화 바람’에 편승하기는 같은 모양새다. 유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대화 분위기에 따라 ‘통일기반조성사업 및 남북교류사업’을 추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남북교류기금 100억 원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인천과 개성공단, 해주를 잇는 서해평화 협력벨트 조성을 비롯한 서해5도 평화 남북 공동어로 신설, 한강 하구 주변의 관광·문화사업 등 박 후보와 비슷한 대북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종 대북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과 시민 생활권 보장, 문화 활성화 등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들에게 ‘평화 바람’이란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다.
물론 이들 후보의 공약과 정책에는 원도심 활성화와 출산, 청년 일자리 등과 같은 민생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당장의 민생에 도움이 안 되거나 일회성 지원에 그칠 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계 유지와는 체감도가 떨어진다.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사용자에게는 임금 인상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인천 곳곳의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가 재정건전화를 바탕으로 각종 복지정책을 확충했다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회적 취약층과 복지분야 종사자들은 수혜를 받지 못한 채 생계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모든 선거는 국민의 기본생활권 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이고, 각 후보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궂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부족해서라지만, 일한 만큼의 기본생활은 유지돼야 할 것 아닙니까. 정치인들은 이런 우리들의 상황을 알기나 하는지….”
인천의 복지시설에서 박봉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한 직원에게는 ‘평화 바람’보다 당장의 처우 개선이 간절하다. ‘평화 바람’이 모든 이에게 도깨비 방망이는 아닌 것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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