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기도교육청의 소년체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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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꿈나무들의 축제인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지난 5월26일부터 나흘간 충청북도에서 열렸다. 

소년체육대회는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 꿈나무 육성을 목표로 1972년 ‘전국스포츠소년대회’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이후, 1975년 4회 대회부터 현재의 ‘전국소년체육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칭됐다.

소년체육대회는 그동안 우수선수의 발굴과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산실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시ㆍ도 간 과열경쟁에 따라 과거 호적변경을 통한 연령 축소 및 고의 유급, 장기 합숙훈련으로 인한 학습권 박탈 등의 폐해를 낳기도 했다. 

이에 종합채점제가 폐지됐고, 17회 대회서는 종목별 종합시상만 시행하다가 급기야 이후 3년간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1992년 부활 이후에는 개인시상제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과열경쟁 부작용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이어져오던 메달 집계마저도 올해는 폐지됐다. 그 중심에 경기도교육청이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적 의미’를 위해 자신들이 앞장서 대한체육회에 폐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소년체육대회 출전 목표를 ‘학생선수들이 존중과 배려, 공정과 예의를 배우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되도록 선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수의 안전을 위한 지원단 운영과 심리상담 지원ㆍ팀닥터 지원, 선수지원 중심을 위한 단복 폐지 등에 역점을 둬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한다. 출전의 의미를 입상이나 경쟁에서 벗어났음을 강조했다. 

도교육청의 이 같은 주장은 얼핏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배우는 학생 선수들이기에 성적보다는 교육적 가치에 의미를 뒀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체육대회는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순히 참여하고 즐기는 생활체육 대회와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전문체육에 있어서 결과는 곧 선수들의 진학과 진로와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도교육청의 주장 논리라면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경기도대표 선발전도 하지 말았어야 하며, 체육특기자 선발시 ‘각종 대회에서 입상실적이 있는 사람으로 한다’는 규정도 없어야 한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모든 입시제도 역시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도교육청의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노력과 정신적 부담감 해소, 경기장 질서 및 예절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학생선수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본질을 외면한 채 부수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경쟁과 순위를 도외시하기보다는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성취감을 이루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뤄지는 경쟁은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량을 겨룬 뒤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면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스포츠에 있어서 선수와 지도자 모두 안전은 기본이다. 운동선수들 역시 어느 일반 학생들보다는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와 배려, 협동심을 가장 먼저 배운다. 또한 체육 특기 적성을 바탕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굳이 소년체육대회에서 본질을 벗어난 ‘민주시민교육의 장’으로 활용했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를 내며 ‘경기력이 부진한 여학생 구기종목에 대해 동계 강화훈련시 추가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에 배치되는 모순된 처사가 아닌가. 진정 무엇이 전문체육의 본질을 살리면서 학생선수들에게 교육적인 효과를 심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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