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어른들은 몰라요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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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른다. 학교와 학부모 등은 알지도, 알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마 내 아이가, 내 학생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소리 없이 청소년을 위협하는 작업대출과 불법 청소년 도박, 심지어 사기나 절도 등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문제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에 빠진 청소년들은 금전적 압박 등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음주나 흡연의 유혹에도 쉽게 빠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학생이 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과도한 이자를 받아내는 ‘작대(작업대출)’는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낯선 단어가 아니다. 돈을 빌려주면서 짧은 기간에 50%가량의 이자를 받는가 하면 명품 옷이나 신발, 시계를 담보로 잡고 ‘차용증’까지 작성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 

더욱이 손쉽게 SNS를 통해 학생이 ‘소액대출문의’나 ‘대출해드립니다’ 등의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타인은 볼 수 없는 서로 간의 개인 메시지로 대화가 마무리된 후 돈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도 잘 되지 않고 있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 ‘독과’인 줄도 모르고 따먹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성인들의 불법 사채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충격스럽고, 학교와 학부모들은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작대가 가장 쉽게 연계되는 부분은 바로 청소년 불법도박이다. 상당수 작대 피해학생이 불법 도박을 하는 학생들로 드러난 것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 전문기관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불법도박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스마트기기 발달 탓이 가장 크다. 이를 통해 도박에 대한 접근이 너무 쉬워졌다.

특히 사다리 게임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도박은 어른들이 쉽게 눈치 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버젓이 불법도박을 하고 있어도 학교나 학부모는 이게 불법도박인지 아닌지를 전혀 모른다고 한다. 오히려 학생들 간에는 교사가 지나간 후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웃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학생들 역시 개인 휴대전화 등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면서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같이 불법도박과 작대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께 알리기 무서워하며 문제를 알리지 않다가, 결국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 수백만 원의 빚더미에 앉고서야 경찰이나 부모에게 알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도박자금과 빚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절도, 중고물품 거래 사기, 명의 팔기 등 2차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 걱정으로 인해 흡연이나 음주 습관을 갖는 경우도 다반사다.

 

폐해는 비단 법적인 문제뿐이 아니다. 불법도박과 작대에 빠진 학생이 있는 가정의 가족간 갈등도 문제다. 학생 대신 돈을 갚아주는 부모와의 불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제 간의 갈등 등은 여러 상담사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각각 개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 연쇄적인 악순환의 문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신들만 학생 상담과 분석 등을 통해 알고 있다며, 학교와 학부모가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후 학교, 학부모, 전문가, 수사 당국이 합심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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