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와 거짓말 공약

입맛을 돋구는 음식중에 싱싱한 꽃게가 들어간 탕과 찜을 꼽는 미식가들이 많다. 통통한 하얀 속살을 콱하고 베어 먹는 즐거움을 벗삼아 소주한잔의 쾌감(?)은 어느 음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게 꽃게 마니아들의 표현이다.하지만 기자는 구토와 온몸의 두드러기를 동반한 알러지로 인해 꽂게를 안 먹는다. 아니 못 먹는다. 여섯살 어린나이에 무심코 뱉어버린 거짓말 한마디가 평생 꽃게를 즐길 수 없도록 옭아 매었기 때문이다.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꼬마 때 종이봉투에 담긴 꽃게 몇마리를 들고 오는 심부름을 하다 꽃게를 개똥 위에 떨어드리는 대형사고를 저질렀다.당시 호통의 1인자 아버지 꾸중에 겁이 난 기자는 몰래 수돗물로 꽃게를 대충 씻는 응급처치를 한 다음 왜 봉투가 찢어졌냐는 갑작스런 질문에도 한마리만 길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거짓말을 해버렸다.이 때문에 밥상에 올라온 개똥 묻은 꽃게탕을 혹시 거짓말이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먹은 뒤 온 몸이 붉게 변해버리는 꽃게 알러지가 발생하는 벌을 받게 됐다. 훗날 자수해서 광명찾자는 심정으로 개똥 사건을 실토했건만 여전히 꽃게는 입에 대지 못한다.순간적인 한번의 거짓말이 평생 동안 떨쳐 버릴 수 없는 알러지 고통을 안겨 준 것이다.어린시절 웃지 못할 헤프닝을 새삼스럽게 들추는 것은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의 행보가 분주해 지기 때문이다.일반인들이 느끼는 정치인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부정적인 이유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상당수는 정치인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말을 바꾸는 등을 포괄적으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어린시절 거짓말은 평생의 고통이 됐는데 이들은 반복되는 거짓말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더욱이 경제적인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치인들의 경제에 대한 공약이 늘어나고 이 중 허무맹랑한 거짓말 약속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 중소기업 살리기 등 구체적인 대안이나 비전도 없이 용어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청년 실업자들은 거짓말이라고 느끼면서도 일자리에 표를 주고, 날품 노동자는 경기회복에 마음을 주게 된다. 정치인들도 할 말은 있다. 표에 도움이 된다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공약을 서로 베끼기 시작하고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 여야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공약이 같아지는 현상까지 빚어진다.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 후보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국민소득 몇만불이니, 수십만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느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밥을 주겠다느니, 대기업과 연관된 프로젝트 성사 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같이 거짓말로 가득찬 정치인의 뻥공약은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많은 거짓말 범죄와도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짓말 범죄(위증사기 등)가 일본을 비롯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위증은 일본의 경우 연간 10여건 이내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천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경제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거짓말 범죄는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치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지만 거짓말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이 같은 현상을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선거를 앞두고 기자는 거짓말 공약을 범죄로 처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허황된 공약의 크기만큼 형량도 달라지는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어본다. 결국 정치인에게 내릴 수 있는 형량이 지지표인데 이번 62 지방선거는 후보자의 거짓말을 유권자가 꼼꼼하게 가려내 심판하는 선거가 되길 기대해 본다./이용성 경제부장

머리 좋고 힘 좋은 머슴 어디 없을까

농지가 많았던 작은집에는 창수라는 머슴이 있었다. 길가던 나그네를 그냥 보내지 못하는 정 많던 아버지는 떠돌이 미혼모를 수양딸로 삼아 작은집 창수와 결혼시켰다. 나에게는 누나와 매형이 동시에 생겼다. 머슴인 매형은 결혼이후에도 작은집에서 일했다. 그는 말이 없었다. 묵묵히 소처럼 일만 할 뿐 명절에 인사를 가도 살가운 말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그러나 힘이라면 동네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부역이나 마을 공동일거리가 생기면 어김없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살던 창수는 곡괭이를 메고 나타나 동네 어른들의 부추킴을 받아가며 일을 했다.동네 사람들은 그런 매형을 두고 창수가 장수야라며 힘센 창수를 부추겨 주었다. 일 잘하는 창수는 동네에서도 인기였다. 건너 마을에서 소문을 듣고 새경을 더주고 데려가려하면 작은집에서 새경을 좀 더 주고 데리고 있었다.그러던 어느날 창수는 동네 상가집에 나가 광중(관 넣을 땅을 파는 일)을 하다가 꼬꾸라졌다. 그렇게 힘이 셌던 머슴 창수가 아파서 2~3년동안 누워 있을 때 창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동네에서 가장 힘이 셌던 창수는 사람들 머리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창수가 동네에서 인정받았던 것은 농사꾼의 힘이였는데 이미 그는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세상 인심이 그랬다. 시름시름 그렇게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귀신이 들렸다고 말했다. 여섯명의 딸과 수양누나에게도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수양 누나도 몇년 뒤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났다.갑자기 어린시절 머슴 창수가 떠오른 것은 사상최대의 선거를 준비하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었다. 머슴을 뽑는데 머슴이 병들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뽑는 주인이 어디 있습니까 뒷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다. 문득 어린시절 동네 머슴의 상징이었던 창수가 떠오른 것이다.어쩌면 우리는 우리집 머슴을 뽑으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정치인을 뽑는 것은 농사꾼 머슴을 뽑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아닐까.동네 어른들이 머슴을 뽑을 때는 우선 일 잘할 수 있는 몸부터 확인했다. 튼튼한 팔과 다리는 물론 속병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더욱이 잔머리를 써 주인을 속일 머슴인지 성질을 부려 주인에게 위해를 가할 머슴인지도 알아야 한다. 물론 머리도 적당히 있어야 한다. 미련하게 힘만 믿어서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또 전주인에게 머슴이 문제가 없는지는 알아본 뒤 결정을 한다. 머슴으로 인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후보 예비등록이 시작되면서 6.2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서서히 선거 열기가 오르고 후보자를 비롯 정치인 상당수가 머슴을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주인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주인은 이같은 머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머슴의 임기가 장장 4년인데도 말이다. 4년 농사를 망치면 집안이 망할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솔직히 우리는 그동안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한번 못한 것 같다. 지연과 학연 등에 얽혀 머리가 좋은지 힘은 있는지 아무런 분석이나 확인 없이 머슴을 뽑았다. 또 어쩌면 머슴이 보여준 세치의 혀에 속아서 표를 주기도 했다.하지만 이번 6.2지방선거는 달라야 할 것 같다. 뽑아 놓고 후회하지 말고 꼼꼼히 따져 우리의 머슴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게으름만 피우고 눈속임만 해 온 머슴은 골라 내 쫓아내야한다. 또 주인 모르게 묵묵히 일하며 한해 농사를 풍년으로 만든 머슴이 있다면 새경을 더 주고서라도 다시 뽑아야 한다./최종식 정치부장

지방의회 정당공천제가 문제다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앞두고 국가의 품격(國格)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 국가의 이미지나 국격은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총체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는 삼성이나 LG 등 세계적인 기업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한류 등을 타고 상승 무드에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그동안 우리 국가이미지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세계적인 국가브랜드 평가기관인 안 홀트-GMI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32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우리 국민들은 가장 품격이 떨어지는 곳, 후진성을 면치못하는 곳을 꼽으라면 어떤 분야를 지목할까.아마 대다수는 한국의 정치, 정치인을 꼽지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1번지가 국회요, 국격에 먹칠하는 부류가 국회의원임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을 나라에 해만 끼친다해서 국해(國害)의원이라고 비아냥 거릴까.대한민국 국회는 난장판 국회, 폭력 국회로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벤치마킹(?)이라도 하듯 지방의회에서도 똑같은 행태가 재현되고 있으니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얼마전 성남시의회가 성남광주하남시 통합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폭력국회 복사판으로 엽기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지난 22일 자정을 넘긴 시각, 성남시의회 본회의장 안팎은 통합 찬반으로 나뉜 여야 시의원과 시민들이 밀고 밀리며 집단난투극을 연출했다.회의장 안에서는 통합 찬성의견안을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 시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 의원들이 멱살을 잡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한나라당 소속 의장이 날치기식으로 찬성안을 가결시키며 사태가 일단락됐다.한 달 전 본회의장을 쇠사슬로 걸어잠그고 통합안 처리를 저지했던 야당 의원들은 이번엔 의장석을 점거하고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여당의 날치기 시도에 맞섰다.여당은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200여명의 경찰력이 투입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통합안 처리를 강행했다.이 때문에 의원 10여명의 옷이 찢기고 몇몇 의원은 팔과 다리 등에 골절상과 찰과상, 타박상을 입었다. 한 장애인 의원은 실신하기도 했다.일련의 성광하 통합안 의결을 지켜보면서 풀뿌리 지방자치는 어디 가고, 지역주민은 또 어디로 갔는가 싶었다. 거기엔 지방자치도, 민주주의도, 지역주민도 없었다. 성남지역 통합문제가 제기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양분돼 찬성과 반대만을 외쳤다. 대화와 설득, 타협, 다수결의 원칙과 소수의견 존종, 관용이라는 민주적인 절차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의원들이 정당에 따라 양분돼 정당의 대리전을 치르는 이유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원인이다. 더구나 62 지방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민심보다는 당심에 목숨을 거는 과열된 충성경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는 주민과 밀착된 생활자치, 상임위 중심의 의회운영을 외면하고 당론 중심의 정치화된 구조로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때문에 많은 정치학자와 시민단체에선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치권은 그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왜?.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정치권이 지방의회를 망치고 있다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이연섭 편집부국장지역사회부장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 육성, 관심·투자를

스포츠 지도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은 좋은 재목을 발굴하는 혜안이다. 지도자는 선수의 체형과 구조, 성장 가능성, 성격 등 많은 것을 진단할 줄 알아야 좋은 선수를 키워낼 수 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를 발굴해 육성한 서울시청 오재도 감독과 경기도청 이홍식 감독은 혜안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오재도 감독은 무명의 이봉주를 성실성 하나만을 보고 영입해 20년 가까이 한국 마라톤을 이끈 불세출의 스타를 키워냈다. 이홍식 감독 역시 지난 1999년말 경기도청의 코치로 부임하면서 어느 실업팀도 관심을 보이지않은 고교생 최경희와 장진숙을 발굴, 불과 1~2년 만에 한국기록 경신과 국가대표로 성장시키는 능력을 보였다.지도자는 단순히 우수선수를 키워냈다고 해서 훌륭한 지도자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수에 대한 신뢰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지덕체 겸비의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며,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연구와 과학적인 지도방법이 있어야 한다.지난 2001년 타계한 마라톤 대부 故 정봉수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봉주를 비롯, 김완기, 정영임, 권은주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한 명장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정작 마라톤 출신이 아닌 평범한 단거리 출신 지도자다.그러나 정 감독은 특유의 오기와 집념, 열정에 과학적 지도방식, 번득이는 레이스 전술,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지옥훈련 등을 앞세워 한국마라톤이 40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세계정상으로 재도약하는 데 앞장섰다.또한 세계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을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자신의 지도철학을 바탕으로 박지성, 김남일 등을 발굴해 사상 첫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들 지도자는 모두 재목을 볼줄 아는 안목과 탁월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그러나 지도자가 좋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리 주체의 지원과 지도자에 보내는 믿음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재목에 혜안과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라도 주변 여건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좋은 선수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히딩크 감독 부임 초기 오대영 감독이라는 오명으로 당시 그를 믿지 못하고 경질했다면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없었을 것이고, 단거리 출신의 정봉수 감독에게 신생 코오롱 마라톤팀을 맡기지 않았다면 황영조와 이봉주 같은 선수는 나오지 않은 채 한국마라톤은 여전히 암흑기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이처럼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을 자임하는 우리의 현실은 지도자 육성을 등한시 한 채 눈앞의 성적만을 강요하거나, 주요 대회를 앞두고는 외국인 지도자 모셔오기에 여념이 없다. 스포츠 선진국에서 명망을 얻고 있는 지도자들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고, 언제까지 이들에게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맡길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이제라도 해외연수, 교육강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도자들이 역량을 키우도록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풍토조성이 우수선수 육성보다도 선행돼야 한다. 스포츠에 있어서 스타선수 출신이 반드시 유명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속설이 있다. 오히려 평범한 선수 생활을 거친 지도자들 중에서 스타 지도자가 많은 것은 자신이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다.우리의 엘리트 스포츠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연장을 잘 다루는 목수(지도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첩경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황선학 체육부장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난데 없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밤 열 한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에 웬 박수? 간혹 스포츠 경기 중계가 있을 때 들을 수 있는데 그 날은 그런 예고가 없었다. 거실에서는 두 딸아이가 TV를 보고 있었다. 면학분위기를 조성한답시고 TV연결선을 없앤지 오래 됐는데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친구들과 대화가 안된다는 항의에 제한시간을 두고 선을 연결했다. 사실 우리네 아이들만큼 고단한 아이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학교를 갔다 와서는 가방을 내려 놓기 무섭게 학원을 전전하고 늦은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면 또 공부하란 소릴 귀가 따갑게 들어야 한다. 말로는 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에서 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꼭 그래서만 이겠는가. 부모의 욕심이 정말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뭣 때문에 박수까지 치게 됐는지 궁금했다. 드라마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주 월요일로 기억된다. 방학이 시작되고부터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컴퓨터를 하거나 주로 게임을 하는 모습만 봤는데 그 날은 달랐다. 현관에 들어섰는데 집안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게임을 할 때면 늘상 투덕거리는 소란함이 있었던 터라 의아한 마음에 아이들의 방문부터 열었다. 놀랍게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곤 이유를 묻기도 전에 열시부터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봐야하는데 시간제한에 걸려 엄마한테 잘보이려고 한다는 대답이 동시에 돌아왔다. 그 절실함이 가상해 허락한 드라마가 바로 KBS 월화극 공부의 신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드라마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공부의 신이 돼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였다. 드라마는 지난 12일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26.3%로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연초부터 공부의 신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박수를 유도한 이날 방송은 열등생 홍찬두(이현우 분)가 유학을 가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맞서 수학 시험 80점 이상을 받으면 천하대 특별반에 남는다는 조건으로 공부에 매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역대 수학 최고 점수가 52점에 불과한 찬두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 전설적인 입시 수학 선생 차기봉(변희봉)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찬두에게 필요했던 건 공부를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분한 마음과 집중력이었던 것. 차기봉은 찬두를 체육관으로 불러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속에서 끊임없이 시험 문제를 풀게 한다. 찬두는 결국 100점을 맞게 되고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일본 만화 꼴찌, 동경대 가다를 원작으로 한 공부의 신은 꼴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폐교 위기에 놓인 삼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의협심 넘치는 변호사 강석호(김수로 분)가 오합지졸 고3 다섯 명을 최고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특별반을 결성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섯명은 명문대에 입학, 꼴찌 인생을 탈출한다는 설정이다.내용 전개로 봐서는 공부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보이스 비 앰비셔스(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만큼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한번 해보라는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공부의 신은 이제 16부 중 4회를 보여줬지만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막장드라마의 홍수속에 학습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서의 참신성을 갖고 있다. 연초부터 웬 공부타령이냐고 할 수 있지만 난 안돼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어 보인다. /박정임 문화부장

경제 전망, 그때 그때 달라요

그때 그때 달라요수년전 모방송국 개그프로에서 빵하고 터진 뒤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끈 유행어다.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려울 때 순간적으로 말을 바꾸는 것으로 다소 냉소적인 유행어로 통했다.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 발견 당시 구토와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산김치에 기생충알이 나오자 미성숙란이므로 100% 안전하다고 말을 바꾼 뒤 네티즌사이에서 비난의 물결이 치면서 개그프로의 유행어는 더욱 유명해졌다.새삼 몇년이 지난뒤 이런 유행어를 끄집어 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한해동안 매번 달리 발표되는 바람에 전망과 예보의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국내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 때문이다.정부는 물론 민간연구기관, 국제기구들이 앞다퉈 내놓은 전망치는 불과 두세달 전에 내놓은 수치와 비교해 반동폭이 4~6%에 이를 정도로 쑥스러운 발표가 주를 이뤘던게 사실이다.이처럼 오보가 속출한데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전망 당시와 다른데다 회복속도의 불확실성 등으로 편차가 커졌기 때문이다.또 금융위기 지속과 세계경기 침체, 청년 실업 등 고용불안에다 국제공조 속 재정지출 확대, 세종시 건설문제 등 1년간 휘몰아쳤던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 이슈들도 성장률 변동에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각종 연구기관들의 낙제점 수준 전망치의 뒷배경에는 무조건적인 정부 눈치보기와 더불어 예측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우왕좌왕식 숫자에 치우쳐진 경제 전망은 일자리 창출 전망치에도 수년동안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경기도 민선 3기 100만 일자리 창출에 이어 민선 4기 120만 일자리 창출 공약 등등이 포퓰리즘에 기인하면서 허황된 예측으로 마무리됐다.특히 민선 4기의 120만 일자리 창출은 뒤늦게 목표치를 79만6천개로 줄였지만 민선 4기 종점이 얼마 안남은 현시점에서의 달성률이 50%에 불과해 사실상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물론 120만 일자리 전제조건으로 경제성장률 8%와 수도권 규제폐지를 제시했지만 도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변명을 위한 전제로만 들릴 뿐 숫자의 뻥튀기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이같이 경제 성장률이든 일자리 창출이든 그때 그때 다른 전망치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정부나 연구기관이 발표하는 수치를 신뢰하지 않고 스스로도 안정감까지 상실하면서 사회적 불안요소로까지 발전하게 된다.문제는 다양하고 변화하는 경제수치보다 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체감경제는 수치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낀 생활 경제는 올 한해 내내 힘든 행군의 연속이었다. 직장이 있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수 많은 젊은이가 거리를 헤맬때 그나마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이 행복했던 한해였다. 결국 정부의 화려한 부활의 소치에는 서민들의 이 같은 고통과 인내가 포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인년(庚寅年) 호랑이해가 밝았다.한국은행, 경기개발연구원 등 각 기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2010년 경제성장률을 5~6%대로 발표하는가 하면 도내 일자리 창출도 11만여명을 내놓는 등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더블딥 속 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안, 금값유가 등 국제원자재가 불안, 출구전략 시행 등 우리 경제의 최대복병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 같은 희망이 싫지만은 않다.다만 새해에 기대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희망수치 속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의 온도까지 반영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개그맨의 그때 그때 달라요와 정부와 대기업의 그때 그때 달라요는 국민들에게 분명 다르게 인식됨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정치인의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는 자료수집철, 자료 묶음 등을 뜻한다. 자신의 경력이나 실력을 쉽게 알아보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활동 내역이나 결과물을 모아 놓은 것이다.예전에는 바인더나 스크랩북 등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디스켓이나 CD-ROM 등으로 제작한다. 시대의 변화나 평가자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 발전하고 있다.입사 면접 등에 활용되는 포트폴리오가 이제 학부모들에게는 입시제도의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물로 떠오르고 있다.대학의 입학사정관제 확대 속에 학생들이 사정관에게 면담 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가장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는 것이 포트폴리오다.따라서 프트폴리오의 종류도 다양해 지고 있다. 나는 영어 공부를 이렇게 했다.,자원봉사 활동은 이렇게 했다, 수학공부의 단계별 성과는 이렇다에서 학생회 활동, 동아리 활동 등 각양각색의 포트폴리오가 가능하고 학부모들 사이에는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문제는 학생들이 이같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학부모의 몫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소위 SKY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3가지의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첫째가 엄마의 정보력이다. 어떤 학원의 어떤 강사가 잘 가르치고 과목별 개인과외는 누구에게 받아야 한다는 것은 물론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 수 있는 대회 입상 등을 엄마가 가져와야 한다는 것. 엄마의 발품과 손품으로 포트폴리오는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경제력이다. 많은 비용을 부모 벌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말이며. 세번째로는 아버지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엄마의 활동에 시비를 걸지 말아야 엄마가 곳곳을 누비며 포트폴리오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사실 이 포트폴리오는 학부모들이 요란스럽게 준비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왜냐면 학교에서 교사들이 기록하는 학생생활기록부가 포트폴리오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의 성적과 활동을 기록하는 교사들이 대학이 원하는 만큼의 기록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새해는 말 그대로 지방정치의 해다. 학부모들이 뛰어다니며 준비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이제는 정치인들이 만들어야 할 시기다. 그동안 정치인 개별적으로 의정보고서 등의 이름으로 자료를 내놓았지만 유권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내놓은 정치인은 거의 없다.당선된 뒤 목소리 한번 내지 않고 정당공천에 줄서서 다시 출마하는 정치인, 정당의 주장만 쫓아 지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정치인, 공공보다는 개인적 일로 시간을 보낸 정치인 등 유권자에게 보여줄 포트폴리오가 없는 정치인이 부지기수다.퍼블릭 마인드가 중요하게 요구되는 직업군 중의 하나가 정치인이다.그럼에도 공무원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기업인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사람, 정치인은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사람(김문수조갑제 저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에서 발췌)이라는 말이 있다.이 말 속에는 공무원이 그나마 인간적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기업인은 어쩜 존경의 대상이다. 문제는 정치인인데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담고 있다.따라서 우리정치가 더 이상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입학에서의 포트폴리오가 합격에 중요한 역할을 하듯 정치인 개개인의 포트폴리오가 당락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정치인은 자기자신의 솔직한 포트폴리오를 유권자에게 제시해야 한다.또 유권자는 내용이 없는 정치인의 포트폴리오, 성의 없이 만들어진 포트폴리오, 거짓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정치인에게 냉정한 심판을 해야 한다. /최종식 정치부장

청계천같은 의정부 ‘행복로’를 기대한다

시골같은 징검다리도 있고햇살을 받은 시원한 물줄기가 도심을 가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과 들풀은 가을의 정취를 더합니다.지난 2005년 9월 2일, 완공을 앞두고 공사 2년2개월만에 모습을 되찾은 청계천을 취재한 모방송 리포트의 일부다.하루 7만대가 지나가던 고가도로 자리에 물길이 열리면서 청계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콘크리트를 없애고 맑은 물, 녹지가 있는 생명의 공간으로 만든 청계천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일부에선 생태학적 복원이 아니라 3천여억원이라는 돈을 퍼부은 인공조형물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공기를 맑게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해 국민정신건강에 기여하고 주변재개발, 상권 활성화, 관광객 유치 등 경제에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다.청계천은 성공적인 도심디자인 사례로 꼽힌다.우선 청계천이 바라다보이는 아파트와 주변 상가의 가격이 올랐다. 복원의 주인공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아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의정부시에도 내용은 다르지만 추진동기와 과정, 예상되는 효과가 비슷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의정부역앞 오거리 최대 번화가인 중앙로 4차선 650m의 차량통행을 막고 지난 6월부터 90여억원을 들여 벌이는 문화의 거리 공사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소음과 매연에 찌든 도로를 녹색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지역경제도 살려보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교통체증과 주변 상인들의 반발은 처음부터 예상됐다.그러나 친환경웰빙도시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김문원 시장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김 시장은 신호체계변경으로 중앙로를 폐쇄해도 문제가 없다는 검토가 끝나자 결단을 내리고 추진력을 발휘했다.수십년 묵은 검은색 아스팔트가 사라지고 흙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행복을 선물하겠다는 뜻을 담아 이름도 행복로라고 붙였다.오는 24일 선보일 행복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역광장의 시원한 분수와 파발교차로까지 확트인 시야가 후련하다. 잘생긴 적송과 바위, 진달래, 철쭉, 단풍, 산딸나무 등 수십종의 나무가 심어진 동산은 마치 숲같다. 그 사이로 오솔길이 있고 곰취, 하늘 매발톱, 제비꽃, 황금달맞이꽃, 꽃나리 등의 꽃도 심어져 있다. 작은 계곡, 실개천엔 물이 흐른다. 비단 잉어가 노니는 연못에 비보이를 형상화한 조각품 등 볼거리도 많다. 밤이면 형형색색 빛을 발하는 바닥조명에서부터 유럽풍 가로등, 대형 LED화면을 갖춘 공연장까지.행복로는 도심한복판을 시민공간으로 되돌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녹색도시, 친환경도시란 세계적인 트랜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주변 상인들의 불만 목소리도 작아졌다.반면 기대는 커지고 있다. 확 바뀐 환경에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점포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사 초기와는 달리 빈 점포나 이사 가려고 내놓는 점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행복로는 의정부역 제일시장, 녹색, 로데오거리, 부대찌개 거리로 이어지는 보행동선이다. 완공 뒤부터는 찾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주변 상권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2~3년뒤 경전철 중앙역, 민자역사, 홀링워터공원이 완공되면 행복로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람이다. 행복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제일시장과 부대찌개거리를 찾고 지갑을 연다는 보장은 없다.한번쯤의 구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길이 이어지도록 하려면 행복로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음악회, 비보이공연, 판토마임, 마술 등 각종 공연이나 품격을 높이면서 사람들 발길을 붙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살거리 먹을거리와 함께 나름대로 행복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시와 시민, 상인 등 모두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다.

LH, 마구잡이식 택지개발 책임져야

파주시 교하읍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박모 사장(47)은 교하읍 일대가 운정3지구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자 공장을 담보로 30억원을 대출받아 인근에 공장 부지를 사두었다가 요즘 호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말만 믿고 덜컹 빚을 내 이전부지를 마련했는데 보상은커녕 개발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자만 수억원에 달해 쫄딱 망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양주시 광적면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김모씨(59)도 이 지역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 8억원의 대출을 받아 대토(代土)로 다른 곳에 땅을 샀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보상 보류에 이어 사업 전면 재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홧병에 몸져 누었다.요즘 양주시 광적면의 풍경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2004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이후 보상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사업 포기설이 나돌면서 이곳 농민과 상인들은 파산 직전 상태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군기지 이전지역인 평택 고덕지구도 마찬가지다. 고덕국제신도시사업은 정부가 주한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에 따라 진행하는 평택지원사업의 핵심이다. 특별법까지 제정해 한국 속의 미국 도시로 개발한다며 요란스럽게 장밋빛 청사진을 발표하더니, 최근 LH공사의 사업 포기설이 나돌자 주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재산권 행사 제한에다 이전할 대체토지 등을 마련하느라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고 이자를 갚느라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보상을 3번이나 연기한 끝에 이제 와서 사업을 포기한다면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아우성이다.이처럼 도내 곳곳에는 막대한 부채로 허덕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일방적인 사업 보류 선언으로 울분을 토하는 주민들로 들끓고 있다. 최근 경기도에 따르면 LH공사가 시행을 맡은 도내 택지개발사업지구의 토지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곳은 평택, 양주, 고양, 파주, 의정부, 안성, 화성, 남양주 등 9곳에 보상예정금만 9조원에 이른다. 보상 지연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경쟁적으로 택지개발지구를 지정해왔던 옛 주택공사토지공사의 부채가 85조원이 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LH공사는 재무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개발사업에서 손을 뗄 전망이다. 현재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사업의 포기축소연기 등을 포함하는 우선순위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주민들이 원해서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것도 아니고, LH공사가 맘대로 추진해 재산권 행사 등을 묶어 놓더니 수년이 지나 또 맘대로 사업을 못하겠다고 손을 들고 있는 것이다.이에 경기도지사와 해당 자치단체장, 국회의원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평택의 원유철, 정장선 의원은 쌍용차에 이어 또다시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뛰며 국무총리, 국토해양부 장관, LH사장 등을 만나 계속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으니 당연한 것인데도 사정 아닌 사정을 하며 설득과 촉구에 나선 것이다.이는 김문수 지사도 마찬가지로 김 지사는 고덕광덕지구를 방문, 주민들의 애타는 하소연을 청취하고 원래대로 보상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LH공사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구잡이식으로 개발을 추진할 때는 언제고 무책임하게 못하겠다, 늦추겠다, 나중에 봐야겠다는 식의 행태를 어찌 이해하란 말인가. 정부가 약속을 위반하고 국민을 우롱한다면, 그래서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꼴은 어찌될 것인가.LH공사는 이미 벌려놓은, 보상을 코앞에 둔 사업에 대해 최선을 다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데스크 칼럼

‘실버체육’ 정책·시설 확대돼야

UN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 대비 7% 이상일 때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보고 있다.통계청과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7.2%나 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해 7월 기준으로는 65세 이상이 201만6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0.3%에 이르렀으며, 오는 2018년은 14%로 고령 사회, 2026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이르러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이 같은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예전보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의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노인문제가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면서 주거보건문화여가 등 노인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고령인구의 사회적 참여와 다양한 활동욕구도 급증하고 있다.이처럼 고령화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 이들의 사회적인 활동과 제반 여건이 충분한 공급을 이루지 못하면서 미래학자들은 고령화 쇼크 또는 고령화 재앙이 닥쳐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10조7천371억원으로 65세 미만이 지출한 액수보다 4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2002년보다는 약 3배 가량이 늘어났다.고령자들의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약화 지연과 회복, 체력을 증진시켜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요건이다. 고령화시대 노인은 물론 가족들의 가장 큰 바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일 것이다.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다양한 신체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체육활동이 예방차원에서 우선시 돼야 한다.대부분의 체육학자들은 노인에 맞는 적당한 신체활동과 운동이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며,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무병장수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급속히 확산된 생활체육의 붐을 타고 고령자들의 체육활동 참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생활체육 태동 초기에는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 게이트볼과 궁도, 등산 등 소수 종목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마라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수영을 비롯, 수많은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그러나 노인들을 위한 실버체육의 진흥을 전담할 부서와 정책, 시설 등은 이 같은 실버 체육인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전문 체육시설 이라고는 게이트볼 경기장이 전부이며, 프로그램 역시 최근들어 노인체육 전담지도자를 각 시군에 배치해 노인정을 찾아 간헐적으로 운영하는 노인체육대학, 생활체육교실 정도에 불과하다.체육 업무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장애인체육을 담당하는 전담부서가 운영되고 있으나 실버체육을 관장하는 부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관련 정부 부처에 노인들의 체육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사업이 추진 된 경우도 전무한 실정이다.반면 생활체육이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독일의 경우 독일연방체육회와 주체육회, 각 종목별 협회 등이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인체육에 대한 정책입안과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암과 심장병, 당뇨병 등 성인병의 재활체육까지 담당하고 있다.이제 우리나라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 관련 부처의 실버체육 전담부서 신설 및 전용시설의 확충, 전담 지도자 양성, 전문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용품지원 등의 통합적인 정책 수립으로 고령화시대의 체육을 통한 노인복지 구현을 앞당겨야 할 때다. 데스크 칼럼

안병직 관장과 실학박물관

크기라야 네평 남짓. 대여섯명이 들어서면 북적거릴 공간에 책상 하나, 책장 그리고 모두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전부였다. 바로 안병직 실학박물관장의 방이다.첫 대면이었다. 실천과 실용의 학문인 실학을 어떻게 전시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최근 경기도의회 행정감사에 증인이면서도 불출석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라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안 관장에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학 은사이자 평생의 멘토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굳이 김 지사와의 인연을 들지 않더라도 뉴라이트 운동의 대부인데다 거물급(?) 정치인들을 길러낸 스승이 아니던가.실학박물관은 건물 착공 후 만 3년 반만인 지난 10월 23일 개관했다. 위치가 수변구역인데다 개발제한구역 규제로 인해 그동안 몇차례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팔당호를 바라보는 정약용의 묘를 가려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층수도 2층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박물관에서 실학이라는 학문과 사상을 전시한다는 거였다. 실학박물관을 찾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시대 중심으로 하는 나열식의 전시 구성이 아닌 실학자의 의지, 열정, 역경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별 전시가 실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이런 후한 점수를 준데는 실학박물관이 자리한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풍광도 한 몫 했다. 실학박물관은 관람객을 흡인할 수 있는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를 비롯한 유적지가 있고 수종사라는 전통사찰이 있으며, 무엇보다 국내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팔당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경기도에서 실학박물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추진 중이라고 하니 그런 호조건을 갖춘 박물관이 또 어디 있겠는가.안 관장은 지난 3월, 제자인 김문수 지사의 요청으로 초대 실학박물관장 자리에 앉았다. 은사이면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사상을 평생 연구해온 안 관장은 분명 적임자였을 것이다. 안 관장의 말을 빌면 당초 자문 내지는 고문의 역할을 맡아 실학박물관을 좀 어떻게 해달라 였다. 그러나 안 관장은 뒤에서 훈수나 하는 잔소리꾼에 머물고 싶지 않다며 관장직을 달라고 했다. 실학에 대해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에서다. 안 관장은 자료가 대부분 서지(書誌) 유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전시장을 꾸몄다. 실학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전시실 별로 나누어 정리했다. 역사책으로만 봐왔던 정약용의 경세유표 필사본과 조선후기에 중국과 일본을 통해 수용된 서양의 문물인 조총, 천리경, 자명종, 안경 등의 실물(재현품) 등도 함께 전시해 실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유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서에는 안 관장이 직접 해석을 달아 사상의 참의미를 알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영상 등의 전시기법을 적극 활용한 것도 흥미롭다. 내 사무실은 이만 하면 됐지만 수장고도 필요하고 교육 공간도 필요하다며 부속 건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안 관장은 직접 예산을 집행한 지 한달도 안됐는데 내가 감사를 받을 게 뭐 있고, 또 내가 가면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겠어요?라는 말로 기자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좌파니 중도보수니 하는 이념을 떠나 30년 넘게 연구하고 집중해 온 실학의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돌려 줄지를 고민하며 그 고민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박물관장 자리는 전문가가 앉는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박정임 문화부장

관광인프라 살려 국제행사 유치하길

2010년 11월 한국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등 주요 20개국의 정상회의(G20)가 개최된다. 경기침체 등으로 시름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희소식이었다.지난 9월말 G20유치 발표와 함께 개최장소를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최근 서울로 낙점됐다.유치경쟁에 나섰던 지자체는 서울과 인천, 제주, 부산, 대구, 경주 등으로 자치단체마다 내세운 전략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인천은 인국국제공항에서 이동이 편리한 점, 송도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상징성 등을 내세웠고 제주도는 2000년 아셈 정상회의 개최 전력, 서울은 우월한 숙박 및 편의시설 인프라 등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자체의 움직임은 대회유치로 얻어지는 기대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단군이래 가장 큰 국제행사를 유치할 경우 투자유치 및 일자리 창출 등으로 1조원 이상이 기대된다.지자체간의 경쟁은 교통과 숙박 등 모든 것을 갖춘 서울이 치열한 경쟁후보지인 인천 등을 제치고 선정되면서 한달간의 유치전쟁은 끝이 났다.그러나 1천100만의 세계속의 경기도는 G20유치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정상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특급호텔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이번 G20 개최도시 선정에서 중요한 부분중 하나가 30여명의 국가 원수급이 묵을 수 있는 대형 특급호텔의 유무였다.경기도에는 1천100만 인구에 걸맞게 관광호텔이 8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대형 특급호텔이 없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 2~3급 호텔이다.G20 정상회의 개최도시 경쟁에서 막판까지 갔던 인천만 봐도 송도국제도시에 특급호텔들이 영업중이다. 인천시는 내년 10월까지 송도, 영종도 등에 15개에 4천500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경기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서울의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경기국제관광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서울의 고급호텔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도내 관광자원은 단순히 거쳐 지나는 곳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시는 지난해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민간주주업체의 핵심역량과 경영시스템을 회사 운영에 적극 활용해 기존의 공기업과 차별화 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이와달리 경기도는 최근 도2청 관광담당부서를 본청으로 흡수시켜 관광업계의 아쉬움을 샀다.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한국방문의 해가 시작된다.국제도시로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언제까지 숙박보다는 경유하는 형태의 관광을 유지해서는 안된다. 경기도에는 DMZ, 에버랜드, 연천 전곡리 구석기유적지, 하남시 미사동의 신석기 유적지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어느 도시보다도 많다.전통 한옥식 호텔 등 테마형 호텔건립이나 특급호텔 유치 등 경기도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G20 정상회의처럼 대규모 국제적 행사도 유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경기도가 국제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정근호 사회부장

장밋빛 경제전망과 ‘스프링 복’의 비극

아프리카에는 양과 닮은 스프링 복이라는 야생 동물이 있다.이 놈들은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다니며 풀밭을 찾아 뜯어먹고 다 먹으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그러나 어떨때는 아무 이유없이 내 달리다가 수백m 아래 절벽으로 떨어지는 괴이한 광경을 연출하는 다소 어리석은 동물이다.이유인즉 앞에 있는 동물들이 풀을 다 뜯어 먹거나 발로 밟아 놓으면, 별다른 먹을 것이 없는 뒤쪽에 있는 동물들이 무작정 밀어붙여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다.어느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스프링 복이야기는 작금의 국내 경제사정을 보는것 같아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흘러 나왔다. 아무 정신없이 내달리는 스프링 복과 앞뒤 사정없이 좋아지는 수치와 경제성과만을 좇아 달려가는 정부의 경제발표와 일맥상통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국내경제 실적과 향후 전망은 한마디로 따봉이다.IMF이후 10년만에 쓰나미급으로 들이닥친 금융위기는 어느덧 온데간데 없고 체감경기 훈풍 경제지표 회복세 등 그럴싸한 제목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세계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 세계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오면서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게다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계는 지난달 매출이 전년도 동기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소비심리 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다.특히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캐피털을 비롯해 해외 주요 투자은행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플러스 성장 전망을 제시하는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와 전망을 놓고 경제전문가는 물론 상인,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소 그 자체이다.실물 즉 바닥 경제는 아예 땅을 치다 못해 지하 깊숙이 빠져 들고 있는데도 정부와 언론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이를 반영하듯 도내 제조업(중소기업)의 생산지수는 하반기들어 점차 줄어든데다 중소기업업황지수(SBHI)도 지난달 87.1(100기준)을 기록, 전달(96.5)에 비해 10p가량 하락한 상태이다. 또 대형유통점을 비롯한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연중내내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도내 전통재래시장과 주택가 주변 상가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할 수 있다.10월말 현재 도내에 입점한 SSM은 모두 102곳으로 도내 곳곳을 잠식한 가운데 인근 슈퍼마켓의 폐업 뿐만 아니라 납품 대리점, 정육점, 과일가게, 잡화점까지 연쇄도산이 일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사정이 이런데도 지자체와 정부당국에선 사전조정협의회를 통한 중재와 입점제한조치 검토 뿐 뒷북행정으로 일관,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 수원시 호매실동 길거리에 수개월동안 나붙은 백화점에 대형마트도 모자라서 구멍가게까지 호랑이 출현에 동네시장 다 죽는다는 현수막 문구에서 이들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더욱이 금융위기 여파로 자영업과 일용직 일자리는 급감하면서 서민들이 맞는 겨울은 한없이 춥기만 하다. 이렇듯 바닥경제의 중심에 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서민들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낸 실적을 마치 우리 경제 전체가 회복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오히려 지금이 허리띠를 졸라 맬 시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과가 중소기업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투자돼야 한다. 또 일시적인 일자리가 아닌 안정적인 고용 창출을 위해 정재계가 지혜를 모으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용성 경제부장

무상급식 정부가 나서라

김상곤 경기교육감 출범 이후 논란을 빚던 무상급식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또다시 논란이다. 1차적으로 논란이 예상됐던 경기도교육위원회는 3개월 전 전액 삭감했던 것과 달리 내년도 예산에 편성된 초교 5~6학년 무상급식을 원안 통과 시켰다. 전체 무상급식 사업비 995억원 중 650억원은 초교 5~6학년 45만명 전원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주기 위한 예산이며, 나머지 345억원은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해오는 계속 사업비다. 이와 별도로 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위해 31개 시군에 대응예산 495억원을 요청했다. 이제 교육예산은 도의회의 심의를 남겨 두고 있고 대응투자는 일선 지자체의 몫이 되면서 논란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무상급식은 학부모가 돈을 내지 않고 급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 입장에서 대부분 좋다고 답변한다. 현실적으로 내 주머니에서 급식비가 줄어들어 공짜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것은 의미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교육적 근거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학교운영비는 물론 등록금까지 감면해 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다.행정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달리 표현하면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단체장에 따라 이 예산이 교통에 투자될 수도 있고 문화적 기반에 투자될 수도 있으며 복지에 투자될 수도 있다. 교육의 경우 교육계 수장의 정책에 따라 교육환경 개선, 상담교사 확보, 어린이 독서지도를 위한 사서배치, 건강지킴이를 위한 보건교사 확충 등일 수 있다.지금까지 벌어진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논란은 이처럼 한정된 예산을 염두에 둔 논쟁이었다. 생각이나 처해진 현실에 따라 무상급식이 우선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그러나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조금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쟁에서 대응투자에 대한 시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응투자비를 요구 받고 대부분이 망설이고 있다. 일부에서 압력성 농성까지 벌이면서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달리 거부하는 지자체의 경우 교육지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공격까지 받을 수 있어 더욱 그렇다.따라서 일부에서는 도교육청이 좋은 일을 벌였으니 돈은 지자체가 내라는 꼴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다. 내심 돈은 지자체가 내는데 생색은 도교육청이 다 가져간다는 정치적 평가도 하고 있다.이처럼 무상급식과 관련 치열한 고민과 논쟁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무상급식을 위해 도교육예산이 투여될 경우 가용예산 부족에 따른 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도 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지자체에 대응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대안 없이 무상급식이 진행될 경우 중요한 교육현안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개별 시도교육청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다. 정부가 학생들의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급식시설을 세우고 조리장비와 영양사, 조리사 등의 인건비에 수조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지금도 계속 투자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건전한 교육을 위한 학교급식의 당위성 처럼 무상급식도 정부가 별도의 예산을 만들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무상급식은 분명 의미 있다. 따라서 도교육청과 도의회, 지자체가 서로 논쟁을 벌이는 소모적인 모습보다는 한목소리로 정부가 예산을 책임져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최종식 정치부장

교육감선거, 차라리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내년 6월2일 실시하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가 추가돼 1인 8표제로 실시된다. 교육감까지 주민직선제로 뽑는 것이 과연 합당한 지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고, 일각에선 학부모, 교직원, 교육청 직원, 학교운영위원 등 교육관계자들만 참여하는 제한적 직선제(준직선제)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논란 속에 교육감 선거는 현재로선 정당공천이 배제된 채 시도지사 선거와 함께 치르게 됐다.교육감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한 것은 교육자치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전문성, 자율성, 창의성 등이 정치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공천을 하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다. 교육전문성 보다는 사회적 지명도를 중시하고, 교육감으로 하여금 얼굴 알리기에 치중하게 한 점 등도 그렇지만 실제 두 선거가 같은날 직선제로 실시되면서 유권자들은 패키지로 여길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이 정당공천이 안되더라도 내천(內薦)이나 밀천(密薦)을 통한 정당 대리전 양상 등 패키지 선거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올해 4월8일 실시됐던 경기도교육감 첫 직접선거는 정당공천이 없는 선거로 치뤄졌다. 12.3%라는 최악의 투표율이 보여주듯 도민들의 무관심속에 실시된 교육감 선거는 실제로는 정당간의 선거전으로 치러졌다. 그 결과 민주당과 민노당, 전교조 등에서 지지했던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됐다.문제는 선거 이후에도 정당간의 갈등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교육감은 취임이후 한나라당 소속의 도지사, 한나라당이 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경기도의회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있다. 여기에 여야 국회의원까지 편을 들며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먼저 교육감 공약인 초등학교 무상급식과 관련, 경기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민노당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민주당 도의원들이 삭발에 단식투쟁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2라운드는 경기도 교육국 신설을 놓고 교육감이 경기도, 경기도의회와 크게 부딪치고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국 신설에 반대하며 200시간 비상근무 투쟁에 나섰는가 하면 교육국 신설 중지 가처분신청을 대법원에 내는 등 법정소송까지 비화되고 있다. 교육국 신설 문제와 관련해선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교육감을 편들며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고 나섰고, 교과위 국정감사에서는 도의원과 교육의원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파행을 겪기도 했다.이러한 상황이다보니 교육감은 취임이래 공교육 강화니, 교원 자질향상이니, 학교폭력 근절이니 하는 경기도 교육현안은 못챙기고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한 지자체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교육철학이 다르고 정책이 다르고, 그래서 교육자치와 행정자치가 분리돼 서로 삐그덕 거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이에 정당공천을 안해도 어차피 정당대리전 양상에, 행정과 교육분야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가 높게 제기된다면 차라리 시도지사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러닝메이트제로 가는 게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는 현재 김문수-김상곤 양김 싸움으로 뜨겁다. 갈등이 끊이질 않고있다. 이처럼 으르덩대고 삐걱거리는 경기도 현실을 볼 때 교육감 선거는 차라리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이연섭 편집부국장지역사회부장

엘리트와 생활체육 대립 아닌 상생을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둔 지난달 29일 대한체육회(KOC) 가맹 57개 경기단체장들이 국민생활체육회의 법정 법인화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루 뒤인 30일에는 국민생활체육회 전국 종목별연합회 55개 단체 사무처장단이 대한체육회는 체육 선진화를 가로막지 마라는 성명서를 통해 법정 법인화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KOC 가맹단체장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엘리트체육 행정을 담당하는 KOC 단체들과 국민생활체육회 종목별 연합회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 생활체육회측은 법정 법인화를 통한 공공체육시설 사용료의 절감과 각종 세제 혜택, 공공수익사업 등을 통해 국민의 체력과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막대한 국가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KOC측은 생활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는 경기단체 이원화를 고착화시켜 분열과 갈등이 조장되고, 예산과 인력의 중복투자로 체육행정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처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총괄하는 두 단체가 충돌을 빚게 된 것은 지난 7월 이경재 국회의원(인천서구강화)이 생활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를 포함해 의원입법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부터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중으로 내달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엘리트체육 단체와 생활체육 단체간의 통합론과 반대론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10여년 전부터 예산 및 인력 중복 등을 이유로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두 단체의 통합론이 대두됐으나, 결국 세 정권을 거치면서 인위적인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MB정부 초기에도 통합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올해 생활체육과의 통합론보다는 독립 법인화 여론이 오히려 탄력을 받고있다.반면 중앙단체의 통합론이 거듭 제기되는 사이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상당수의 시군이 자발적으로 엘리트체육을 담당하는 체육회와 생활체육회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에는 31개 시군 가운데 용인시, 고양시, 포천시, 평택시, 과천시, 동두천시, 연천군 등 17개 시군이 통합 체육회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4개 시군은 중앙 단체의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대로 체육회와 생활체육로 이원화한 채 운영되고 있다.엘리트 체육단체와 생활체육 단체간의 통합을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는 밥그릇 싸움이 크게 작용한다. 두 단체의 통합론이 제기되기 이전부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서로의 영역에 대한 선을 긋고 불가침을 천명해 왔다. 생활체육 단체들은 엘리트체육인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부정했고, 엘리트체육 역시 소속 단체나 관련자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노골적으로 금지하는 경기단체가 많았다.이는 결국 두 집단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따른 갈등으로 보여진다. 물론 엘리트체육이 전문 체육인을 육성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생활체육은 국민체육 진흥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두 분야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닌 상호 협력과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외국의 사례를 볼 때 엘리트 선수 출신이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각종 클럽의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어려서부터 지도를 받은 생활체육인 중에 기량이 뛰어난 회원들은 엘리트 선수로 발탁되는 것이 정상적인 코스다. 결국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다른 영역이 아닌 하나의 사이클(cycle)을 형성하는 것인데도 국내 두 단체는 서로 다른 영역을 주장하며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과 독립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상호 보완하고 교류하면서 국민체육 진흥과 전문 체육인재 육성이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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