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정당공천제가 문제다

이연섭 편집부국장·지역사회부장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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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앞두고 국가의 품격(國格)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국가의 이미지나 국격은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총체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는 삼성이나 LG 등 세계적인 기업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한류 등을 타고 상승 무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국가이미지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세계적인 국가브랜드 평가기관인 ‘안 홀트-GMI’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32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우리 국민들은 가장 품격이 떨어지는 곳, 후진성을 면치못하는 곳을 꼽으라면 어떤 분야를 지목할까.

 

아마 대다수는 한국의 정치, 정치인을 꼽지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1번지가 국회요, 국격에 먹칠하는 부류가 국회의원임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을 나라에 해만 끼친다해서 ‘국해(國害)의원’이라고 비아냥 거릴까.

 

대한민국 국회는 난장판 국회, 폭력 국회로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벤치마킹(?)이라도 하듯 지방의회에서도 똑같은 행태가 재현되고 있으니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얼마전 성남시의회가 성남·광주·하남시 통합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폭력국회 복사판’으로 엽기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

 

지난 22일 자정을 넘긴 시각, 성남시의회 본회의장 안팎은 통합 찬·반으로 나뉜 여야 시의원과 시민들이 밀고 밀리며 집단난투극을 연출했다.

 

회의장 안에서는 통합 찬성의견안을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 시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 의원들이 멱살을 잡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한나라당 소속 의장이 날치기식으로 찬성안을 가결시키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한 달 전 본회의장을 쇠사슬로 걸어잠그고 통합안 처리를 저지했던 야당 의원들은 이번엔 의장석을 점거하고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여당의 날치기 시도에 맞섰다.

 

여당은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200여명의 경찰력이 투입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통합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의원 10여명의 옷이 찢기고 몇몇 의원은 팔과 다리 등에 골절상과 찰과상, 타박상을 입었다. 한 장애인 의원은 실신하기도 했다.

 

일련의 ‘성광하’ 통합안 의결을 지켜보면서 풀뿌리 지방자치는 어디 가고, 지역주민은 또 어디로 갔는가 싶었다. 거기엔 지방자치도, 민주주의도, 지역주민도 없었다.

 

성남지역 통합문제가 제기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양분돼 찬성과 반대만을 외쳤다. 대화와 설득, 타협, 다수결의 원칙과 소수의견 존종, 관용이라는 민주적인 절차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의원들이 정당에 따라 양분돼 정당의 대리전을 치르는 이유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원인이다. 더구나 6·2 지방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민심보다는 당심에 목숨을 거는 과열된 충성경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는 주민과 밀착된 생활자치, 상임위 중심의 의회운영을 외면하고 당론 중심의 정치화된 구조로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때문에 많은 정치학자와 시민단체에선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치권은 그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왜?….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정치권이 지방의회를 망치고 있다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연섭 편집부국장·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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