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둔 지난달 29일 대한체육회(KOC) 가맹 57개 경기단체장들이 ‘국민생활체육회의 법정 법인화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루 뒤인 30일에는 국민생활체육회 전국 종목별연합회 55개 단체 사무처장단이 ‘대한체육회는 체육 선진화를 가로막지 마라’는 성명서를 통해 법정 법인화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KOC 가맹단체장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엘리트체육 행정을 담당하는 KOC 단체들과 국민생활체육회 종목별 연합회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 생활체육회측은 법정 법인화를 통한 공공체육시설 사용료의 절감과 각종 세제 혜택, 공공수익사업 등을 통해 국민의 체력과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막대한 국가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KOC측은 생활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는 경기단체 이원화를 고착화시켜 분열과 갈등이 조장되고, 예산과 인력의 중복투자로 체육행정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총괄하는 두 단체가 충돌을 빚게 된 것은 지난 7월 이경재 국회의원(인천서구·강화)이 생활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를 포함해 의원입법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부터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중으로 내달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엘리트체육 단체와 생활체육 단체간의 통합론과 반대론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10여년 전부터 예산 및 인력 중복 등을 이유로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두 단체의 통합론이 대두됐으나, 결국 세 정권을 거치면서 인위적인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MB정부 초기에도 통합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올해 생활체육과의 통합론보다는 독립 법인화 여론이 오히려 탄력을 받고있다.
반면 중앙단체의 통합론이 거듭 제기되는 사이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상당수의 시·군이 자발적으로 엘리트체육을 담당하는 체육회와 생활체육회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에는 31개 시·군 가운데 용인시, 고양시, 포천시, 평택시, 과천시, 동두천시, 연천군 등 17개 시·군이 통합 체육회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4개 시·군은 중앙 단체의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대로 체육회와 생활체육로 이원화한 채 운영되고 있다.
엘리트 체육단체와 생활체육 단체간의 통합을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는 ‘밥그릇 싸움’이 크게 작용한다. 두 단체의 통합론이 제기되기 이전부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서로의 영역에 대한 선을 긋고 불가침을 천명해 왔다. 생활체육 단체들은 엘리트체육인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부정했고, 엘리트체육 역시 소속 단체나 관련자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노골적으로 금지하는 경기단체가 많았다.
이는 결국 두 집단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따른 갈등으로 보여진다. 물론 엘리트체육이 전문 체육인을 육성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생활체육은 국민체육 진흥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두 분야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닌 상호 협력과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엘리트 선수 출신이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각종 클럽의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어려서부터 지도를 받은 생활체육인 중에 기량이 뛰어난 회원들은 엘리트 선수로 발탁되는 것이 정상적인 코스다. 결국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다른 영역이 아닌 하나의 사이클(cycle)을 형성하는 것인데도 국내 두 단체는 서로 다른 영역을 주장하며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과 독립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상호 보완하고 교류하면서 ‘국민체육 진흥’과 ‘전문 체육인재 육성’이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