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관람, 더 이상 신분과시 아니다

인근 공연장에 유명세를 탄 작품이라도 올려질라치면 전화가 불편할 때가 있다. 초대권을 챙겨달라는 요청이 많아서다. 문제는 하나같이 표를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란 데 있다. 표를 사서 관람하는 게 백이 없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겨 언잖은 적도 있다. 힘들게 얻어 준 초대권으로 공연 잘봤다는 전화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중 절반은 날씨탓을 하거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등 부도표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주로 연주자나 공연 관계자의 가족,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발행하던 초대권이 인사용이나 객석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이로인해 초대권은 작품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궁극적으로는 공연 관람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작용했다.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립극장 등 10개 국공립 예술기관의 초대권 물량은 평균 전체 객석의 37%에 달한다. 국립합창단의 경우 공연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열명중 절반이 넘는 여섯명 정도가 공짜 손님이었다는 통계를 보면 표를 구입한 관객의 입장에선 여간 억울한 게 아니다. 도내라고 다를리 없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기획공연의 경우 많게는 20%에서 10%까지 초대권을 발행해 오고 있다고 하지만 공식 집계는 밝히지 않는 걸로 봐서 그 이상일 확률이 매우 높다.사실 초대권은 공연기획사의 입장에선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각종 광고 비용을 초대권으로 지불하기도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 초대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홍보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다. 협찬 기업을 비롯해 그동안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사례로 초대권만큼 좋은 게 없다. 때문에 공연 기획사마다 평균적으로 공연 당 전체 좌석의 10%를 초대권으로 할애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수치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엔 공짜를 바라는 사람들이 곳곳에 너무나 많다. 공연의 판매가 저조할 때는 초대권 손님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유명 가수들의 경우 객석이 채워지지 않으면 공연을 접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한다. 흥이 나지 않는 다는 것도 있지만 인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연기획사의 입장에선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고 공연을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초대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계에 해묵은 관행이었던 초대권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다양한 형태의 할인 제도를 확대해 일반 관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공립 예술기관 중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등 7개 기관은 이미 이달 초부터 초대권을 내지 않고 있다. 또 명동예술극장, 국립합창단, 코리안심포니 등 3개 기관은 초대권 물량을 이전보다 축소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공연계조차도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초대권의 많은 부분이 정치권이나 관료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에 그 백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름만 달리한 또 다른 초대권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 무료관람이 사회적 신분과시로 보여져서는 안된다. 연극 한편, 뮤지컬 한편을 관람하기 위해 생활비를 쪼개는 대다수의 서민들 사이에서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공짜표로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문화체육관광부의 이번 결단이 초대권 남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공연은 당연히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박정임 문화부장

월드컵 때만 대~한민국?

#2010년 6월은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여름의 시작이었다.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2002 어게인을 기대하며 장대 같은 빗줄기도, 내리쬐는 불볕더위도, 모두가 잠드는 새벽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이 하나가 됐다. 온 국민의 응원과 염원 속에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만끽한 지 벌써 1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16강 진출은 지쳐 있던 국민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월드컵 8강 진출은 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렸고 변방의 축구가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바란 축구인들이 진정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K리그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월드컵만 사랑해서는 8강 진출 꿈을 이룰 수 없다. 축구인들은 제2, 제3의 박지성, 박주영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K리그가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월드컵이 한창 열리던 지난 6월25일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 60년이라 그런지 보훈지청을 비롯해 각종 단체가 순국 선열을 기리기 위한 음악회, 글짓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어느 해보다 많은 행사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름 모를 전투에서 쓰러져 간 학도병, 국가를 위해 모든 걸 바친 그들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오직 국가를 지킨다는 생각 뿐이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순국선열이 있었기에 우리들은 미친듯이 월드컵에 진출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었고 올 가을 G20을 개최하는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보훈의 달인 6월 수원 보훈원 입구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월드컵으로 모든 국민이 열광하며 대~한민국을 외칠 때 보훈원 입구에는 월드컵때만 대한민국을 외치십니까라고 적힌 플래카드.왜 이같은 문구가 내걸렸을까. 월드컵 기간에는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나라를 위해 한 목숨 바친 순국선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62지방선거가 끝난 지난 달 도로 곳곳에는 월드컵 16강, 8강을 희망하는 플래카드와 함께 도지사, 도교육감, 기초자치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당선자들의 당선사례 플래카드도 내걸렸다.62지방선거는 어느 해보다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열기가 높았고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도심은 온통 현수막 천지였다. 이번에는 무려 8명을 뽑아야 했기에 선택하는데 어려웠고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틀렸다. 유권자들은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었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관심의 차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많은 당선사례 현수막 중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자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지난 1일 민선 5기 단체장들이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민선 5기 단체장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4년을 마무리 하길 바란다. 월드컵 16강 진출 때 보여준 국민들의 열광, 625 60주년을 맞아 보여 준 국민들의 관심,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 62지방선거 모두 공통점이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다.월드컵이 끝났다고 해서 축구경기가 열리는 K리그를 찾지 않는다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을 6월에만 떠올린다면, 투표를 통해 뽑은 단체장 등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향후 우리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듯이 어떤일이 있으면 몰입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냄비근성, 이제는 벗어나자. 순간적인 열광보다는 지속적인 관심. 무관심이 아닌 관심을 보여야할 때다.보훈원에 내걸린 현수막이 잊혀지질 않는다. 월드컵 때만 대~한민국을 외치십니까/정근호 사회부장ghjung@ekgib.com

전쟁과 평화

자식 새끼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어미입니다. 천안함 침몰로 아들 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청자씨(67)의 한은 당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열달 동안 애지중지하며 뱃속에서 키워 늠름한 해군으로 장성시킨 어머니에 박힌 대못의 아픔은 이승을 떠나 저승까지 이어질 것이다.청천벽력 같은 자식의 주검을 접한 윤씨는 충남 부여군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촌부(村婦)에서 이제는 복장 터지고 피를 토할 정도의 고통을 겪는 자식 잃은 어미로 살아가고 있다.이를 대변하듯 윤씨는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왜 북한에 퍼주느냐며 울부짖는가 하면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를 찾아가 가슴이 터진다 이젠 그만이라며 무릎 꿇고 호소를 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이 받은 국민성금 1억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해 온 국민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남과 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빚어진 비극이 평온하기만 했던 한 촌부의 인생을 180도 바꿔 버린 것이다.이처럼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나 됐는데도 남과 북의 현실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북풍(北風)이 전쟁의 공포로까지 이어지면서 또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국민이 윤씨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3년이 넘게 진행된 625전쟁에선 무려 500만명의 인명피해와 1천만 이산가족, 10만명의 고아가 발생하는 등 남북한 인구 3천만명의 절반이 넘는 1천800만명이 피해를 당했다. 또 전체 가옥의 절반이 훨씬 넘는 300만호에 가까운 집과 5만여동의 건물이 파손됐고 철도교량 630㎞가 파괴됐다. 게다가 전화(戰火)가 수차례 휩쓴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는 잿더미 그 자체였다. 1950년이라는 다소 미개한 생활상에도 이 정도 피해인데 현실에서의 전쟁여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이러한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625 당시의 참상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는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으로 625 전쟁을 두고도 보수와 진보가 나눠져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전쟁은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이달 들어 정부를 비롯 지방자치단체마다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해외참전용사 초청기념식, 사진전, 음악회 등이 진행되고 언론은 앞다퉈 기획물을 연재하고 있다. 그리고 잊혀졌던 가슴 저린 이야기들 속에서 눈물을 흘린다. 대통령도 직접 나서 부산의 유엔묘지를 방문해 한국전에 피흘린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은혜를 갚아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어쩌면 지금의 눈부신 성장만큼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보은으로 되갚아야 할 책임도 있다.그러나 우리가 60주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대해 적개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도와준 국가에 대한 보은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평화라는 절대적인 가치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625 관련 행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것을 넘어 보편적 가치인 평화를 가장 앞세워야 한다.수습기자 시절 한 선배가 전쟁이 일어나면 종군기자로 갈 것이냐는 질문을 할 때 기자는 무조건 간다고 했다. 왜 가느냐고 재차 물을 때 기자니까 간다고 했다. 앞뒤 없이 말한 기자에게 그 선배는 전쟁의 참상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죽음을 각오한 종군기자의 가치는 평화에 있다고 뜻깊은 말을 전해준 적이 있다. 625 전쟁 60주년 아침, 현역에서 퇴임한 그 선배의 말처럼 전쟁의 참상 속에 평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용성 경제부장

다산이 전해주는 ‘해관’과 ‘부임’

다산 정약용은 12편으로 구성한 목민심서의 맨 뒤에 해관(解官)편을 두고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 목민관의 처신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다. 깨끗한 선비의 돌아가는 짐 꾸러미는 모든 것을 벗어 던진 듯 조촐하게 떠나야 헤어진 수레, 여윈 말이어도 산뜻한 훼오리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淸士歸裝 脫然瀟灑 弊車羸馬 其淸飇襲人)라고 말하고 있다. 떠나는 목민관의 욕심 없음과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제언이다. 이어 다산은 집으로 돌아가는 행장에 그 고을에서 새로 만든 그릇이나 토산물이 들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등 허름하고 검소하게 떠나는 목민관이 백성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다산의 제안이 다시 떠오른 것은 임기를 마친 목민관들의 모습이 다산의 기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본보가 집중보도한 낙선 도의원들의 낙선 위로관광이다. 이들이 엄밀하게 다산이 말하는 수령이 아니다 하더라도 떠나는 모양새가 사납다. 말 그대로 연수를 통해 도민들의 살림살이를 잘 살피기 위한 연수여야 하는데 낙선의원들은 임기가 2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누가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행동에 도민들의 분노까지 이어져 여행비 환수요구까지 일고 있다. 결국 이들 상당수는 여행에서 돌아온 뒤 도의회 마지막 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또다른 사례도 있다. 단체장이 떠나면서 후임에게 넘겨주어야 할 인사권을 신임 단체장이 오기전에 서둘러 발령했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조기에 선임하고 당선자는 취임 뒤 무효화 하겠다고 맞장구를 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단체장은 당선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사람 챙기기 인사를 단행했다. 결국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하면 또다시 인사가 이뤄질 것이고 공직사회의 혼란만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일부에서는 예산 조기집행 소식까지 들리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마지막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의 뒷 모습이 씁쓸하다.반면 다산이 제시한 부임(赴任)하는 목민관의 모습을 지키지 못하는 당선자들 소식도 들린다. 다산은 동행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된다(同行者 不可多). 이부자리와 베개, 솜옷 외에 책을 한 수레 싣고 간다면 맑은 선비의 행장이 될 것이다(衾枕袍繭之外 能載書一車 淸士之裝也)라고 했다. 이 말은 단체장이 부임하면서 많은 사람을 데려가지 말라는 의미다. 오히려 기존에 입던 낡은 옷에 책을 가득 가져가는 행장을 아랫사람들이 무서워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치열한 선거운동을 통해 시장군수가 된 단체장 입장에서는 고마운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가 끝날때마다 농공행상을 두고 동고동락했던 사람들까지 서로를 헐뜯고 자리를 찾으려 한다. 자신들을 도와준 사람들을 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모른척하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직업 공무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왔던 자리에 계약직 임명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물론 능력있는 사람을 중용해 백성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면 그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능력이 아닌 제사람 챙기기다. 또 취임 뒤 판단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을 인수위원회를 통해 조기 발표하는 조급성도 아쉽기만 하다.6.2지방선거는 단체장들의 개인적 능력이나 지역민을 위한 공약이 좋아서 당선된 것 보다는 중앙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된 측면이 강하다. 그 만큼 이번 선거는 지역민의 요구나 지역의 비전이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취임하는 단체장은 시민들이 무엇을 아파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아무튼 떠나는 단체장이나 취임하는 단체장 모두 다산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길 권한다. /최종식 정치부장

당선자가 약속 지킬 차례다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지키지 않았을 때 쑥스러움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이지만 사실 변명에 불과하다. 국민은 지난 6월2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1인 8표제를 통해 최대 규모인 선출직 3천991명을 뽑았다. 경기도에서는 515명이 선출됐으며 인천은 144명이 선택받았다(비례대표 제외).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54.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방선거 15년 만(1995년 68.4%)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방증했다.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나라당의 완패다. 선거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한나라당이였기에 그 충격은 가히 패닉상태라 할 수 있겠다. 결과를 놓고 트위터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젊은 층의 결집,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북풍에 대한 역풍, 야권 후보 단일화,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강행 등 여러가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 정권의 견제 없는 일방독주에 국민이 경고장을 내밀었다는 점이다.힘없이 끌려다니는 야당에 대한 신뢰보다 현 정권의 정책추진에 있어 국민의 마음을 보듬지 않은 오만함과 독선에 대한 실망, 분노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더욱이 천암함 사태에 따른 전쟁도 불사하겠다 다행히 천안함사태가 일어나서 등 여권 핵심인사들의 거침없는 말과 모 케이블 방송의 김제동쇼 불방소식도 정권의 오만함으로 비춰져 젊은이의 마음을 격분시켰을 것이다.이번 선거를 통해 여권은 민심 이반에 대한 철저한 자아성찰이 필요하고 야권은 민심의 신뢰를 배신해서는 안된다.한나라당은 선거 패배 후 당정청 전면 쇄신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계파 간, 그룹 간 정치적 이해관계의 한계를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대한 쇄신과 내각 총사퇴, 4대강 공사 중단 및 세종시 수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선거 승리에 도취해 긴장을 풀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 대안 없는 여당에 대한 공세는 결국 국민에게 실망감와 배신감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선거운동기간 후보들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누볐으며 투표전날 자정까지 나를 선택해 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어떤 이는 공군 복장으로, 어떤 이는 머슴을 자처하며 패랭이를 썼고 유행가를 개사한 로고송도 유권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이처럼 전국을 축제의 장으로 떠들썩하게 한 지방선거가 끝나고 내달 1일이면 민선 5기가 출범한다. 유권자들은 표로 말했고 이젠 당선자가 약속을 지킬 차례이다. 당선자는 선거를 통해 자신을 선택해 준 이들의 마음을 겸허히 받아들여 민생정치에 힘써야 한다. 선거로 어수선했던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우고 주민 소통과 화합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도 당선자의 몫이다.논어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나온다. 제경공의 정치에 대한 물음에 공자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본질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군(君君)을 현대사회에서 바라본다면 단체장은 단체장다워야 한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야는 민심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4년후 지금의 당선자가 패자의 자리에 앉지 않으려면 자신의 공약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지고 실천해야 한다.이번 지방선거는 625전쟁 60주년에 맞이한 호국의 달 6월에 치러져 그 의미가 더 깊다. 당선자들은 순국 선열들의 고귀한 나라사랑을 기억하며 국민을 위해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지켜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전국소년체전 혹서기 개최 유감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3일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선진형 학교운동부 운영시스템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기말고사 성적이 최저학력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 운동선수를 시도 및 전국 단위 경기대회에 출전을 금지시켜 선진국형인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의 의지를 담고 있다.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배), 국무총리기(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배) 등 정부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 중 학생선수가 참여하는 대회의 학기 중 개최를 전면 금지하고 휴일이나 방학때 개최하도록 했다.최근 들어 정부가 학생선수에 대한 학습권 보장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훈련에만 몰두하느라 수업불참 등 학습권과 인권은 무시된 채 오직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 희생됐던 것을 개선해 공부하는 학생선수상을 만들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뒤늦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마련은 서구 스포츠 선진국들이 운동선수 최저학점제 시행을 통해 은퇴 후에도 스포츠 뿐만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는 현상이 멀지않아 국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제도에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표적인 예로 전국소년체육대회의 여름방학 개최와 정부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의 주말 또는 방학 개최다. 대한체육회는 학생선수들의 수업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5월말부터 6월초에 개최해오던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올해부터 여름방학으로 변경, 오는 8월11일부터 4일간 치르기로 했다.전국소년체육대회의 여름방학 개최에 대해 교육당국과 체육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대회 기간이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여서 학생선수들의 혹사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를 웃도는 폭염에 육상과 사이클, 인라인롤러, 축구, 하키를 비롯 야구, 테니스, 정구, 럭비풋볼 등 많은 실외 종목들은 경기장 복사열로 인해 40℃가 넘는 폭염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명칭을 사용한 대회의 방학 중 개최 역시 기존의 방학기간 대회와 함께 연달아 개최되면서 종목마다 적게는 1~2개 대회부터 많게는 3~4개 대회를 방학 기간 중 치뤄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혹사가 우려되고 있다.주말과 방학은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을 위하여 실시하는 일종의 휴가인데 학생선수에게는 오히려 주말(휴일)과 방학기가 휴식은커녕 수업결손과 학습권 보장의 미명하에 오히려 혹사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국소년체육대회는 4일간의 일정 중 주말이 이틀간 포함된 가운데 열려 실질적인 수업결손은 2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종전처럼 5월말에 개최하고 부족한 수업일 수는 보충수업으로 대체하면 혹서기에 어린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된다.또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예체능 특기를 지닌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인 학과수업 외에 자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훈련도 수업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서 서양의 스포츠(sports)를 수용한지 한 세기를 넘기는 동안 우리는 이를 체육이라는 용어로 사용해왔다. 즉 스포츠가 갖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智)덕(德)체(體)를 겸비한 전인교육을 지향해 왔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육기본법으로 규정해온 체육이 입시 위주의 학교수업에서 소외당하고 있고, 이 같은 입시지향적인 풍토가 운동선수에게 진학에 필요한 성적만을 강요해 학습을 등한시 했던 근본적인 원인이다. 학생선수들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을 통한 엘리트선수의 육성을 위해서는 현행 입시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현실적인 운동선수들의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뒤 정책 수립을 해야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금 행복한가요?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누구나 누리고 있는 것인 동시에 누구도 누리고 있다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지도 모른채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을 위해서라며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꼭 1년 전 일이다. 같이 일했던 후배가 무속인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꽤 똑똑했던 기자였기에 그녀의 변신은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됐다. 궁금도 했지만 딱히 뭐라 건넬 말이 생각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뤘던 후배를 만났다. 단박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에 항시 드리웠던 검은 그늘은 사라지고 대신 웃음이 가득했다. 편하다고 했다. 남이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다보니 절로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잘된다, 돈벌어 건물샀다는 소문이 났다며 그게 안됐다는 말보다 훨씬 듣기 좋다는 농까지 건넸다. 자신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고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했다. 상대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격려하는 게 역할이라고 했다. 그들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행복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쏟아냈다. 요약하자면 행복은 시선을 어디에 두는 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맘먹기에 따라 행복 할 수도 불행 할 수도 있다는 것, 누구든 해 줄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실천이 어려운 주문이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봤다. 나는 많은 재물을 갖고 있지 않다. 남들이 큰 집으로 옮겨 가는 걸 보면서 부러울 때도 많다. 지금 하는 일이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할 때도 있다. 아이들도 딱히 자랑할 게 없다. 대단한 권력이나 명예와도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으니 행복과는 인연이 없다는 결론에 달했다. 아마 그런 내 마음이 후배의 눈에 보였던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너무나 많이 가졌고, 엄청난 것들을 누리고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행복을 찾지 못한다며 자신도 언제부턴가 시선을 처지에 맞추다 보니 행복해졌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뤘는데도 행복지수는 굉장히 낮다. 돈, 권력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서다. 물론 선행을 베풀며 행복을 찾는 사람도 많다.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9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었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행복을 찾았다. 그는 행복은 마법과 같은 요행이 아니다며 행복해지려면 행복이 낳는 일부터 해야 한다. 즉,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행을 반복하는 것도 사실은 상대방을 위한 마음보다도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져서 이기 때문은 아닐까.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내가 살던 동네에 전기가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참 가난했던 것 같다. 우연히 엄마와 이모가 나누던 대화를 듣게 됐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내 새끼들 입에 밥들어갈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엄마의 목소리는 생생하다. 그러고 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줄 이웃이 있고 더욱이 밥 먹는 딸아이를 보며 굶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던 어머니가 있으니 말이다. 아무쪼록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박정임 문화부장

코리안타임

주로 약속이나 시간관념이 떨어지는 한국인들의 습관을 빗댄 표현이다. 약속시간에 늦을 경우 변명을 위해 많이 쓰이는 말 중의 하나다. 625 당시 주한 미군이 한국인과 약속을 했으나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온 한국인을 좋지 않게 생각했고 이것이 한국인의 시간관이라 여겨 코리안타임이라는 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시간약속에 있어 정확성을 따지는 서양에는 약속과 관련한 수많은 말이 있다. 루이 18세가 시간엄수는 군주의 예절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선진국일수록 약속사회라고 불릴 만큼 약속을 중요하게 여긴다. 약속시간보다 5분이 지나면 온당한 변명이 필요하고 15분이 지나면 정중한 사과를 해야 한다. 30분이 지난 후에 약속장소에 나타난다면 신용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돼 다음에 초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1980년대 한국경제가 눈부실 만큼 급성장하면서 교통체증으로 인해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등의 변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모두가 인정해주는 사회분위기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흐른 현재도 코리안타임은 사라지지 않았다.국경 없는 경쟁시대를 맞아 시간개념이 없는 한국인은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인식이 바뀌었다. 촌각을 다투는 요즘 코리안타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가는 본전도 뽑지 못한다. 낙오자가 되기 쉽다. 특히 1990년 이후 출생을 한 신세대들에게 코리안타임이라는 말 자체가 낯선 듯하다.30여분 늦어도 크게 개의치 않던 그 시절이 그리울 수도 있지만 1초가 아쉬운 신세대나 현재를 사는 40~50대도 지금은 약속시간을 칼 같이 지킨다. 얼마 전 모 대학 교수와 오전 11시30분에 만나기로 하고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선 대학생과 학교 직원 등의 차량으로 인해 주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늦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교수는 제시간에 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조금 전 외국서 온 유학생들의 시간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국비 유학생으로 온 외국학생 몇명과 30분 전에 만나기로 돼 있었지만 제 시간에 온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일부 학생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는 것. 미국인과 만나면서 뒤늦게 도착한 60년 전의 우리 모습이 오버랩됐다.62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수많은 후보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공천 등의 험난한 일정을 거쳐 후보등록을 마쳤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흠집내기, 불법 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입후보자나 정당이 유권자에게 공적인 약속을 한다. 바로 공약이다. 경기도민이 뽑는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교육감, 수원시민이 뽑는 수원시장, 지역대표를 뽑는 도의원, 시의원 등 유권자 수와 관계없이, 아무리 작은 지역의 선거라 하더라도 정치인들의 공약은 발표된다. 유권자도 후보자를 직접 접한 뒤 선출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이러한 상황을 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물을 통해 후보자의 공약을 검토, 투표의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삼는다.우리는 후보자들의 공약(公約)이 선거를 위한 공약(空約)으로 되어버린 경우를 수없이 겪어왔다. 이번 62지방선거 당선자들은 자신들이 유권자와 약속한 공약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검증되지 않은 약속,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에 대한 약속, 코리안타임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의 공약(空約)도 사라져야 한다. 선거 때만 외쳐대는, 선거 때만 손을 내미는, 선거 때만 90도 인사를 하는 그런 정치인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란다. /정근호 사회부장

삶을 바꾸는 ‘IT 생활혁명’

최첨단 문화혁명이 중장년층(40~50대) 직장인들을 혼돈속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은퇴가 본격화되는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들은 다소 불안한 생활속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IT(Information Technology)에 무력감까지 느끼고 있다. 이들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시대변화를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며 격세지감을 맘속으로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우선 모바일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21세기 들어 휴대폰을 인터넷에 접속해 입출금 등의 은행업무를 보는 모바일뱅킹을 시작으로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또 모바일 비즈니스와 모바일 마케팅모바일 전자화폐모바일 전자정부 등 새로운 모바일서비스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 62선거전에서는 영상통화 휴대폰을 활용한 모바일 블로그가 후보자 홍보수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어디 그뿐만인가. 메신저 기능을 한데 모아놓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빠른 소통을 자랑하는 트위터는 국내가입자가 35만명에 달할 정도로 신속한 정보유통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근래들어 유명 정치인들은 물론 기업가, 인기 개그맨들까지 트위터를 활용, 큰 반향을 일으킨 것만 봐도 향후 트위터가 미칠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이 같은 IT발전 밑거름에는 휴대폰과 PDA노트북 컴퓨터 등의 최대한 장점이 접목된 아이폰, 스마트폰에 이어 최근 애플사가 내놓은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등 최신식 제품의 주활약 때문이다. 특히 이들 제품들의 등장은 직장인들의 근무 패턴까지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IT전문 기업들은 관련기기 보급을 통해 회사의 결제시스템과 메일 열람 등을 연동시키면서 때아닌 열공모드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도는 간부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활용방법 교육까지 실시하기도 했다.젊은 신세대를 제외한 직원들은 와이파이와 무선인터넷, 접속방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갑작스런 변화를 접하자 살아남기 위한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신제품에 능통한 후배들을 쫓아다니며 기능을 익히거나 아예 관련 강좌를 듣는 등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직장인들은 부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IT문화에 동화되기 보다는 어떻게 되겠지라며 무작정 외면만 하고 있다. 기계는 인간이 편리하도록 진화, 발전돼 왔다. 정보기술혁명을 통해 태어난 기계는 초창기에는 부담을 갖지만 시작하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할 정도로 친숙해 진다. 기자도 정보통신 기술의 신종용어를 대할때는 누구한테 들킬까봐 인터넷을 몰래 뒤진적이 부지기수다.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에서 IT가 갖는 의미는 기술 이상으로 삶 그 자체가 돼버렸다.제1,제2의 정보기술혁명이 우리에게 다양함과 편리함을 제공해준 것은 분명하다. 그 다양함과 편리함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마저도 극복하고 있지만 그 생활을 쫓기 위해선 그 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사자성어중에 백수북면(白首北面)이라는 말이 있다. 재주와 덕이 없는 사람은 늙어서도 북쪽을 향하여 스승의 가르침을 받음이 마땅하다는 말로 배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으므로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어린 자녀들과 함께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TV속 광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보거나 IT 도사인 한참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괜히 모르면서도 아는척을 하는 중장년층 세대들이여 아직 늦지 않았으니 과감하게 IT에 도전해보자.직장에서의 활용은 물론 고령화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젊은이들보다 앞장서 IT정복에 나서야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시민이 바보로 보이는가?

나는 요즘 바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들도 나를 바보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몹시 기분이 불쾌하다.지능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바보. 공천과정을 보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시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접수에서부터 마감까지 1개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나를 바보로 만든 것도 몰랐을텐데. 고깃덩어리 하나를 놓고 서로 물어뜯는 굶주린 하이에나들, 시정잡배들의 수다스러움 그 자체였다.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비민주적인 공천으로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다.우선 시민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원)선거는 정당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정도로 소속 정당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당 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본선 경쟁력에 매우 유리하다.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공천을 받는 것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지역별로 지지도가 높은 정당의 공천은 그 만큼 인기가 좋다. 따라서 공천권을 가진 당 권력자의 사람들로 후보가 한정될 수 밖에 없고 시민들은 그들 속에서만 선택을 강요 당하고 있다.둘째, 당 권력자의 하수인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기수 여주군수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근본적으로 돈으로 공천을 사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바로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이 군수가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빚어진 일이다. 동두천과 양주에서 공천에 반발, 3천명이 탈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한사람의 감정이 중요했다. 공심위가 열리기 전부터 00국회의원이 00시장을 싫어해 공천이 어려울 것이다, 누구는 00를 좋아해 공천이 유력하다는 말들이 나왔고 상당수는 루머처럼 공천이 결정났다. 재선에 도전하든 삼선에 도전하든 그의 행정능력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인데 대우를 하지 않았다, 지역행사에 초청하지 않았다 등의 파열음이 공천에 그대로 드러났다.넷째, 자질이 의심스럽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경선과정에서 특정 중앙정치인과의 친분을 중심으로 경선 방법을 두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으며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일들이 빚어지면서 야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또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의도된 홍보는 역사를 거꾸로 가는 모습 그 자체였다. 더욱이 여당을 탈당한 인물을 받아들이고 비도덕적 경력이 있는 인물을 공천하는 것은 당선을 떠나 시민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다섯째,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공천과정에서 경기지역에 최소 2곳의 자치단체장은 여성으로 공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한곳으로 줄여 용인을 대상으로 해 놓고는 해당자가 없다고 슬그머니 접었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정말 용서할 수 없고 도민들을 바보로 만든 사례다.여섯째, 무소속 연대들의 반란이 이해가 간다. 그들이 일을 잘했기 때문이거나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공천과정에서 납득할만한 룰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역 시장군수들에게 너는 보기 싫으니 나가, 그동안 나에게 모른척 했으니 나가라는 것은 아니다.결론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공천은 한마디로 시민들을 바보로 만든 과정이었다. 이제는 바보인 시민들이 정치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다가오는 6월2일 말없이 숨죽인 시민들의 복수가 한국정치를 바꾸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최종식 정치부장

부적합 후보 국민이 ‘팽’ 시키자

장(長)을 토사구팽하는 국민의 힘을 보고 싶다.토사구팽이란 토끼를 잡고 나면 토끼를 쫓던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고사성어로 현대에도 자주 인용돼 쓰이고 있다. 어원은 이렇다. 와신상담으로 유명한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킨 월나라 재상 범려가 맹주 구천으로부터 영토를 반씩 나누자는 권유를 받자 가족을 데리고 월나라를 미련없이 떠나며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인 문종에게 남긴 말이다. 그러나 문종은 범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망설이다 결국 구천이 내린 칼에 목숨을 잃어야 했다. 토사구팽은 초패왕 항우를 물리친 한신이 유방에게 죽음을 당하며 인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을 뽑는 62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8표를 행사하게 된다. 선거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라면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 누굴 찍어야 할 지도 헷갈린다. 여야는 지금 참신한 인물, 개혁 등을 외치며 공천심사를 마무리 하고 있다. 경기도당 공심위는 31개 시군의 기초단체장 30명을 공천했으며 민주당도 22곳에 대한 공천작업을 마무리 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군소정당도 후보공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경기도당의 공천심사 결과는 충격에 가깝다. 각종 사건에 휘말린 단체장을 제외하고도 현직시장이란 골드급 카드중 5장을 버리고 도의원 90%를 물갈이 했다.그러나 여야를 막론, 후보공천 결과를 놓고 계파간 힘겨루기, 내천논란마저 일면서 일부 낙천자는 재심의를 상정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일부 이런 저런 이유를 내걸어도 결국 속내는 당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공천을 하지않느냐는 항변이며 당으로 부터 토사구팽 당했다고 분개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어느 현직 시장은 공천지지도와 경쟁력에서 앞서는 일부지역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하는 것은 당과 정치발전을 위해 불행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모 군수는 자리를 얻기 위해 2억원이라는 큰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이를 찾아갔다. 그는 결국 철창신세를 지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어이없다 못해 기가 막히고 허탈해 정치권을 들여다 보기도 싫어진다. 선거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 구태가 이젠 지겹다. 국민은 없고 그저 국민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명분만 있을 뿐이다. 좌판(선거)에 놓여있는 생산업체(정당)만 보고 제품(후보)에는 신경쓰지 말라는 뜻인지 참 거북하다. 상대후보가 약하니 당 깃발만 꽂으면 어떤 후보를 내놔도 당선된다는 자만의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지역도 후보 경쟁력과는 상관없이 현 시장이 아닌 특정인이 내락될 것이라는 소문대로 이뤄진 공천결과를 놓고 불공정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선거후엔 더 가관이다. 장자리에 오른 후보는 을(채무자)의 위치에서 갑(채권자)의 신분으로 바뀐 탓인지 안면을 바꾼다. 이들은 인사권을 제멋대로 단행하고 수억~수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황제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어떤 장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처럼 자신을 위해 애쓴 인물을 적재적소란 그럴듯한 말로 자리를 슬그머니 만들어 준다. 여기에도 국민의 뜻은 없다.명주암투(明珠闇投)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귀하고 빛나는 구슬을 깜깜한 한 밤중에 던진다는 뜻이다. 속뜻는 이렇다.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중에는 아무도 귀한 물건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라도 재능을 적재적소에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야는 부디 4년 뒤 국민에게 팽 당할 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이번 선거에서는 부적합한 후보를 걸러내는 국민의 혜안을 보고 싶다. 국민에게 선택받은 장이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을 팽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팽시키는 힘을 보고 싶다./김창학 지역사회부장

경기도체전 과열경쟁 이대론 안된다

함께뛰자 부천에서! 도약하자 경기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56회 경기도체육대회가 오는 5월 1일부터 사흘간 부천시에서 열린다. 31개 시군 선수단이 참가해 고장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루는 경기도체육대회는 그동안 도민 화합을 표방하며 경기도 엘리트 체육 발전의 기틀을 다져왔다. 그러나 도민의 화합 체전이 돼야할 경기도체육대회가 시군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과다한 예산집행, 부정선수 논란, 체전용 팀 창단 등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일각에서는 체전 무용론, 폐지론마저 대두되고 있다.환갑을 바라보는 경기도체육대회는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부정선수 논란과 심판 편파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온라인이 발달되기 이전만 해도 시군 공무원이 관여된 주민등록 등본(초본) 위변조까지 이뤄지는 등 조직적인 부정으로 한 때는 100명이 넘는 부정선수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이와 함께 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인한 경기장 폭력으로 관계자들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 부정선수 논란과 편파판정 시비는 고질적인 병폐로 이어져왔으나, 행정 정보의 온라인화와 시군 및 경기단체의 자정노력으로 이 같은 사례는 최근들어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하지만 경기도체육대회의 과열경쟁 양상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직장운동부 창단 러시로 이어져,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도내 시군청 직장운동부가 40여개 팀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180여개 팀 1천300여명으로 1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시군청 직장운동부의 창단은 우수선수 육성을 통한 엘리트 체육발전과 운동선수들의 취업기회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최근 이처럼 경기도 내 시군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시군청, 체육회공단 포함)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과열경쟁과 예산낭비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않다.문제는 시군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가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으로는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시군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는 32개 종목 452명으로 이는 전체 선수(1천288명)의 35.1%에 불과, 상당수 시군청 직장운동부가 도민체전용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시군에서는 경기도체육대회를 앞두고 한시적인 6개월 짜리 팀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더욱이 경기도체육대회를 겨냥한 경쟁적인 팀 창단은 수원시와 성남시, 용인시 등 빅3의 경우 연간 100억원 안팎의 주민의 혈세를 직장운동부에 투자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인이 되고있고, 시군간 선수 빼가기로 인한 마찰을 빚기 일쑤다. 도민화합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기도 체육발전이라는 경기도체육대회의 당초 취지가 퇴색하면서 오히려 도민 화합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이에 반해 재정이 열악한 상당수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의 출전과 생활체육으로 기량을 다진 선수들이 대표로 출전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진정한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선수영입과 팀 창단을 위해 쏟아붓기보다는, 운동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팀 지원과 꿈나무선수 장학금 지급을 통한 글로벌 인재육성, 지역의 특성화 종목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향토체육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또한 출전 선수 가운데 일부 직장운동부 선수를 제외한 70%가 가을에 열리는 경기도 생활체육대축전에도 참가하는 생활체육인들이어서 경기도체육대회를 생활체육대회와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체육대회 주체인 경기도체육회와 시군이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도민화합과 엘리트체육 발전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더 이상 잔인한 4월은 안된다

밀린 신문을 뒤적이다 사회면 하단에 눈이 멈췄다. 실종아들 월급 받아들고 가족들 오열이라는 제하의 내용은 그날의 참담했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바로 천안함 침몰 사고다. 거대한 군함이 반토막이 났다. 선체에 갇혀 바닷속에서 죽어간 생떼 같은 젊음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그런데도 아직 사고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중에 실종된 승조원들의 4월 급여가 지난 10일 정상지급됐다고 한다. 급여통장을 뒤늦게 확인한 실종 승조원 가족들은 월급날 환한 얼굴로 간식을 잔뜩 사들고 들어오던 모습을 떠올리며 또 다시 오열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매년 4월이면 습관처럼 입에 올리곤 했지만 딱히 어떤 의미를 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 4월은 과연 잔인한 달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인은 그것도 가장 잔인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장병들이 변을 당한 것도 안타까운데, 구조 활동을 벌이다가 아까운 목숨이 쓰러졌고, 수색작업을 돕던 민간인 어부들까지 여러 사람이 희생됐다. 소말리아에서는 유조선이 해적에게 납치됐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아이티와 칠레에서는 아직까지도 지진 후폭풍이 거센데 중국에서도 지진으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 대통령이 탄 비행기는 추락했다. 유혈 사태가 일어난 나라도 있다. 이달 들어 나열하듯 목숨을 숫자로 표시하는 뉴스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역사적으로도 유난히 4월에 의로운 피를 흘린 이들이 많다. 419 혁명도 그렇거니와 노예 해방운동을 이끌었던 미국의 링컨 대통령, 인권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저격사건들은 사월을 잔인한 달로 기억하게 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처형된 것도 4월의 어느 날이었다.실낱같은 기적에 희망을 걸고 조바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가족들. 그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구조를 중단하고 선체인양작업을 요청하기까지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하루 아침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가족들의 비통한 심정은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 선체는 인양됐다. 사고 원인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먼저 서둘러야 할 게 있다. 천안함 희생자와 가족을 최대한 배려하고 보살필 수 있는 대책마련이다. 고인이 된 김태석 상사의 안타까운 사연은 같은 여자이고 아내라는 동질감에 여전히 맘이 편치 않다. 상사로 진급하면 월급이 오를거라며 즐거워 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부인 이씨와 남겨 진 8세7세6세 연년생 딸들. 애들은 계속 크고 있고 교육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정말 막막하다고 한 걱정과 한숨이 남의 얘기 같지 않다.희생자 가족들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당장 살 집을 얻어야 하고, 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을 공부시켜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부닥쳤다. 공무수행중 순직했다면 간부의 경우 1억4천100만원~2억4천700만원, 일반병은 3천650만원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천안함이 외부 공격 등으로 전사한 것으로 판명되면 일시금 액수는 물론이고 훈장 추서여부까지 예우가 확연히 달라진다. 간부는 3억400만원~3억5천800만원, 일반병은 2억원을 받게 돼 최고 5배 넘게 차이가 난다. 연금의 경우 간부는 월 141만원~255만원, 일반병은 94만8천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을 추슬러 살림을 꾸려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해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적어도 남은 가족이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칠 걱정은 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더 이상 4월이 잔인한 달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박정임 문화부장

‘인종차별’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난 2005년 8월 한국언론재단의 탐사보도3기 디플로마 연수에 참가한 적이 있다. 매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1박2일 합숙을 통해 2개월간 국내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그해 가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GIJ컨퍼런스(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Conferance)에 참가해 영국BBC, 가디언사, 독일의 신문사 등을 방문했다.유럽 각국 기자들의 탐사보도 사례가 발표된 GIJ컨퍼런스 참가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다양한 탐사보도 사례중 영국의 BBC방송기자 마크 달리가 고발한 영국 경찰의 인종차별 보도 내용은 당시 경찰을 출입하던 기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BBC 기자는 영국 경찰관의 인종차별 실태를 보도하기 위해 경찰시험에 응시, 당당히 합격한 뒤 수 개월 동안 국립경찰훈련소에서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훈련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방송에는 KKK단의 상징인 흰두건을 만들어 쓴 경찰관과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경찰 등의 모습이 보도됐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부인하던 경찰은 인종차별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카메라에 나온 일부 경관은 경찰을 떠나야만 했다.인종차별 취재를 위한 마크 달리 기자의 위장취업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영국 경찰 내의 인종차별주의를 고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몇 년 전부터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최근에도 집단폭행 등으로 유학생들이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다. 대부분 금품을 노린 범행이 아닌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4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대학에서 한인 학생들이 술에 취한 백인 남학생에게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한 뒤 가해학생의 공개사과와 학교측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며 일단락된 적이 있다.또 오는 6월 월드컵이 개최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백인우월주의자가 흑인 2명에게 살해당하면서 흑인과 백인간 인종갈등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남아공 극우조직인 아프리카너 저항운동은 조직 지도자의 피살사건에 대해 보복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흑백간 갈등 불씨의 조기 진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단일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일민족(單一民族)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또한 일부 업종에서는 한국 사람 보다동남아인 등의 외국인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이처럼 세계화속에 시대가 바뀌고 있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흑인이나 동남아인 등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단적인 예로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인도 출신의 교수는 한 승객으로부터 아 더러워. 이 개XX야! 이 냄새 나는 XX야!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결국 검찰은 인도교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회사원을 모욕혐의로 약식기소하기에 이르렀다.올해부터 신호체계가 바뀌었다. 대부분 좌회전 신호에 이어 노란색 점멸등, 직진인 녹색신호 순이었으나 직진신호가 먼저 들어오고 좌회전이 뒤늦게 들어오는 순서로 변경됐다. 운전자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좌회전 뒤에 출발하려다 적색이 들어오자 급브레이크를 밟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상황변화로 바뀔 수 있다. 적응하는데 쉽지는 않지만 세계속의 한국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한국이 인종차별국이 아니기를 바란다./정근호 사회부장

먹고 살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하소연

평소 온갖 사자성어를 써대며 아는척(?)을 하던 대학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시흥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선배는 기자에게 대뜸 구복지루(口腹之累)를 운운하며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직장인들이 한해를 축약하는 의미로 꼽았던 사자성어인 구복지루는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한다는 뜻이다.연말도 아니고 새해가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새삼 이 선배가 이 사자성어를 다시 끄집어 낸데는 이유가 있다.정부의 각종 홍보성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은 온데간데 없고, 외국인 쿼터제로 인력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인 탓에 회사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팍팍한 기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상전인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더욱 옥죄며 일방적인 납품규모 및 일정을 요청,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사정이 이러하니 그냥 먹고 살 걱정으로 한달 아니 하루, 하루를 버티면서 밤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는게 이 선배의 푸념이다.이렇듯 도내 중소기업 3만8천여개(5인 이상)는 극히 일부 잘 나가는 업체를 제외하곤 너나 할 것 없이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초주검이 되고 있다.이런 기업들의 뒷배경에는 정부의 즉자적인 중소기업 정책기조가 가장 큰 문제라는게 중론이다.정부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출구전략 본격시행이라는 공식에만 얽매인 채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 및 조기집행 비율 축소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지난해(4조2천955억원)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는가 하면 조기집행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70%, 하반기 30%에서 올해 상반기는 57%로 줄여 버렸다.이처럼 정부의 사실상 출구전략으로 도내 중소기업들은 정책 자금 신청시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등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채용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3D업종의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외국인 쿼터제에 따른 극심한 구인난으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정부가 국내 최악의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며 그동안 10만명선을 유지하던 외국인쿼터를 3만4천명선으로 낮췄지만 국내 취업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난만 가중시켰다.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보증대출의 만기 연장시 보증비율을 낮추고 가산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경기도를 비롯해 LH, 경기도시공사 등 공공기관들까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구매 및 각종 제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이들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되고 있다.물론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여러 강풍에 흔들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정부의 정책에만 책임을 돌리려는건 아니다. 나름대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 전제다. 다만 기업체들의 현실에 맞는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을 내놓자는 것이다.새삼스럽게 느껴지지만 정부 관련부처 및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이 단 하루라도 무너져가는 기업들을 찾아가 중소기업 체험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전쟁터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인 것처럼 중앙정부의 입장에선 중소기업의 면면을 상세히 알아야 바람직한 지원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선 대기업은 물론 세계 곳곳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도내 기업들은 현재의 경쟁이 다윗과 골리앗식 싸움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기업들이 하루먹고 사는 것에 걱정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해 본다./이용성 경제부장

6·25 60주년 월드비전 60주년

월드컵 4강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 2002년 가을. 동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에티오피아를 찾았다.월드비전을 통해 지원되는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방문에 동행 취재에 나선 것. 태국을 거쳐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코를 진동하는 매연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남달랐다. 더욱이 에티오피아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중 하나인 이탈리아(장기간의 전쟁)를 한국이 이겨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다. 또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도왔다는 인연이 있어 형제국의 친근함으로 나타냈다.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는 전투병을 파병한 나라다. 당시 왕정이던 에디오피아는 국왕의 왕성한 대외활동과 맞물려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6000여명의 전투병을 한국에 보냈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기골이 장대한 에티오피아인 군인 중에는 황제의 친위대도 포함될 정도로 정예부대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은 생각지도 않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가뭄과 기근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에티오피아는 왕정이 무너지고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됐다. 혁명을 통한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는 왕정시절 사회주의 동지들에게 총구를 겨눈 파병군인들이 어쩌면 역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삶 자체가 고통으로 이어졌고, 살아서 돌아간 수많은 용병과 가족들이 직장을 잃고 오지로 숨어서 지내야만 했다. 이들의 고통을 찾아간 단체가 월드비전이다.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뒤 세계적인 구호단체로 커졌다. 한국을 돕기 위해 1950년 창립한 월드비전은 1990년을 기점으로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구호단체 역사상 첫 사례였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외국으로 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던 지역복지관들이 있다.후원자 결연사업에서 월드비전은 에티오피아에서 먼저 6.25참전 용사를 찾았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로타리클럽도 같은 방식으로 에티오피아를 찾아 보은의 활동을 벌였다. 어려운 경제난 속에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곳곳에 숨어있던 참전용사들이 아디스아바바로 찾아들어 정착촌을 형성했다. 이른바 한국참전용사의마을까지 만들어 졌다. 또 로타리클럽을 비롯 한국의 뜻있는 단체들이 이들을 찾아 학교를 세워주고 학비 등을 지원하면서 이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사는 마을이 됐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이들이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의 환대에 오히려 가슴 아팠다.정부는 최근 6.25 6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에 참여한 나라 중 가난한 국가에 국가재건 노하우를 전하는 등의 보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너무나 당연하다. 이참에 지방정부도 나서길 기대한다. 경기일보도 14년째 사랑의 빵나누기를 통해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보냈다. 또 2002년 에티오피아를 다녀 온 뒤 경자협과 공동으로 한학급 한생명 살리기 운동을 벌여 수천명의 아이들과 결연했다.하지만 아직도 에티오피아는 고통중이다. 동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기근으로 100만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최빈국 대명사가 된 에티오피아의 절박한 소식에 어깨가 무겁다. 2002년 그들의 고통과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한국전쟁 60주년 월드비전 창립 60주년을 무심코 넘어가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숨을 바친 그들이 지금 기근으로 죽어가고 있다. /최종식 정치부장

생명권이냐 여성권이냐

최근 낙태(落胎)가 또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찬반 논란이 뜨겁다.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에선 낙태는 여성의 권리를 앞세워 생명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대하는가 하면, 여성계에선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며 원치않는 임신의 낙태는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 누구도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잘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낙태 논란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고, 논쟁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죽음으로 가는 태아 하루 1천건, 연간 낙태 건수 35만건. 2005년 보건복지부 통계로, 연간 출생 수에 육박하는 수치다. 태어난 만큼 죽어가고, 낳는 기쁨 만큼 지우는 슬픔도 함께 존재해왔다. 이런 패러다임은 한국 산업화 60여년간 계속돼 왔다.한국에서 낙태는 분명 불법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일 뿐 사실상은 하고 싶은대로 해왔다. 이에 낙태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붙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낙태 근절을 표방하며 올해 초 낙태시술을 한 동료의사를 고발하면서 낙태 논쟁이 뜨거워졌다.이들은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강제로 빼았는 행위라며 생명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치이기 때문에 생명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나왔다.여기에 여성계는 낙태금지는 여성 몸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고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는 발상이라고 맞받아쳤다. 성폭력,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으로 원치않는 임신을 했음에도 불구, 출산 강요는 여성의 인권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지난 8일 여성계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공동성명서를 통해 여성에게 원치않는 임신을 강요해선 안되며 낙태 근절에 앞서 여성들이 낙태를 택하지 않도록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처럼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내 병원들이 낙태시술을 꺼리자 중국으로 낙태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무면허 시술 등 음성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마산시에서는 불법 낙태 근절을 위해 낙파라치제 도입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부는 낙태 논란이 뜨겁자 이달 초 불법 임신중절예방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 대책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10~20대 청소년에 대한 피임교육을 강화하고 비혼(非婚) 한부모의 경제적 자립 지원을 위해 임신과 출산, 육아지원 등을 강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는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알맹이없는 정책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임신중인 여학생이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검정고시 학원비(연간 154만원)를 지원한다는데 이는 퇴학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선 임신한 여학생들이 출산후 다시 학교에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학교내에 모유수유실까지 마련돼 있다고 한다. 우리도 10대 임신이 더이상 막을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면, 또 낙태가 허용이 안된다면 퇴학이 능사가 아니라 이들이 아이를 낳고도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맞을 것이다.그동안 정부의 출산 및 낙태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 속에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미덕이던 70~80년대 정부는 낙태수술에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다 저출산이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낙태 단속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국가 형편에 따라 여성의 몸을 강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낙태는 무조건 반대해야할 문제도, 반드시 허용해야할 문제도 아니다. 확실한 것은 여성을 둘러싼 환경은 바꾸지 않으면서 낙태만 근절 시키겠다는 건 여성에게만 책임과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여건부터 만들어 주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이연섭 편집부국장지역사회부장

‘기적의 금메달’과 씁쓸한 현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17일동안 태극전사들이 전해오는 승리를 넘어선 감동에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웠고, 큰 행복감을 느꼈다. 우리 나라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 은메달 6,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인 종합 5위에 오르는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한국 체육사의 새 장을 열었다. 특히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던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을 차지해 일약 빙상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큰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며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선전은 직간접 효과를 합산해 20조2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이정수 등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몸 하나로 국가브랜드 가치를 엄청나게 올려놓은 것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대부분 국민들은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로 인해 겨울축제의 기쁨을 만끽했고, 상당수가 동계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을 것이다.하지만 당당히 세계 5위라는 최고 성적을 거둔 우리 나라의 동계스포츠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밴쿠버에서 모태범, 이상화가 사상 최초로 남녀 500m를 동시 석권하고, 이승훈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장거리 종목인 1만m와 5천m에서 각각 금은메달을 따낸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과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낸 기적의 금메달이다.국내에 스피드스케이팅 전용 실내빙상장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단 한 곳에 불과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일본은 400m 실내빙상장이 20개, 중국 10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와 캐나다, 미국은 모두 10개 이상의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국내에 단 한 곳 뿐인 태릉스케이트장도 난방비 부담을 이유로 적정 온도인 영상 15℃보다 낮은 3℃에 불과해 근육수축으로 인해 선수들이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항상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이용시간도 일반 내장객들 때문에 선수들은 새벽 6시~8시, 오후 7시~9시에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부족한 시설 때문에 서울지역 이외의 선수들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 결빙된 하천이나 논두렁에서 훈련을 쌓은 뒤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해 해외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훈련 여건이 열악한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뿐만이 아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합계점수에서 모두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과 전통 메달밭인 쇼트트랙도 훈련 여건이 안좋기는 마찬가지다.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태릉 쇼트빙상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국내에 20여곳의 실내 쇼트빙상장(경기도 7개 포함)이 있음에도 불구, 일반인들의 이용시간을 피해 새벽과 저녁시간에만 훈련해야 하고, 피겨는 이 마저도 더욱 힘든 상황이다.빙상 종목외에도 이번 대회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였던 봅슬레이와 모굴스키, 스키점프, 스노보드를 비롯, 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컬링 등 대부분의 동계종목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화를 꿈꾸고 있다.그러나 언제까지 논두렁 신화와 기적 만을 바랄 것인가? 4년 뒤에는 불과 3년전 평창과 유치경쟁을 벌였던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다시 열린다. 20대 초반인 밴쿠버의 영웅들은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매고 새로운 출발로 4년 뒤를 기약할 것이다. 이 들에게 또다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적을 바라는 것은 기만이다.태극전사들을 통해 밴쿠버의 겨울축제를 마음껏 즐긴 댓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재계 등이 나서 이들이 다시 감동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황선학 체육부장

무형문화재 단절 위기, 자생력 강화 시급

경수산업도로를 달려 안양 중앙로를 지나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면 수십년은 족히 됐을 법한 허름한 양옥집이 나타난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 임선빈씨의 집이자 작업장이다. 작업장은 앞마당에 천막을 쳐서 만들었다. 대낮에도 어두침침한데다 난방이 안돼 겨울에는 아예 작업 자체가 어렵다. 비좁기까지 해 대형북을 만들려면 학교 운동장이나 안양역 광장을 빌려야 하는 처지다. 경제적 지원이라야 도에서 매달 전수지원금으로 받고 있는 100만원이 전부다. 그 돈으로는 재료값을 대기도 빠듯하다. 최근들어 싼값에 들어오는 중국산 북에 밀려 판로가 막히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토록 고단한 장인(匠人)의 삶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어쩔수 없이 하나뿐인 아들을 설득하고 있다.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것이 우리네 장인들의 현주소다.평생 칠 작업을 하거나 북, 꽹과리 등 전통 악기를 만들고 전통공예에 바친 장인들. 정부는 이들을 무형문화재로 인정하고 있지만 그 상당수는 자기 대에서 명맥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무형문화재는 도당굿, 승무살풀이, 나전칠기, 계명주 등 41개 종목에 49명의 예기능보유자가 활동하고 있다. 기능보유자의 58%인 29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인데다 절반이 넘는 27명(54%)은 기능을 전수할 보조자조차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그래도 공예 분야에서 자수나 목공예처럼 쓰임새가 큰 분야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전수생도 많고 경쟁도 제법 치열하다. 그러나 갓 공예와 같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분야는 전수생이 없어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실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년 동안 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8명이 보조자나 전수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사망해 전승이 끊어졌다. 도 무형문화재 제4호 분청백자장이 1989년 10월 기능보유자 사망으로 지정이 해제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들어 제7호 백동연죽, 제27-나호 상여회다지소리(화성) 등이 기능보유자의 사망으로 해제됐다. 대부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열악한 경제 조건으로 생계마저 어려워 지원하는 전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경기도는 무형문화재의 맥을 잇기 위해 도내 무형문화재 전 종목을 대상으로 이수자, 전수교육, 전수생 관리, 전승활동 및 전승공간 실태 등 전승 여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무형문화재를 활용한 소득 창출 규모와 무형문화재 상품 구성, 판매방법 등 실태를 파악해 다각적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특히 무형문화재와 기업의 문화활동 공헌사업을 연계해 보유자들이 생산하는 상품들을 기업인들이 구매하는 방식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올해 계획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도 마케팅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경기일보는 각종 어려움속에서도 전통에 혼을 불어넣고 있는 도내 무형문화재들을 찾아가 우리 것을 지켜 나가는 장인정신의 숭고함과 사라져가는 옛 전통의 소중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의 꾼 시리즈를 싣고 있다. 취재 과정서 만난 취약종목 보유자들은 지원금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수교육장을 건립해 주거나 공예단지와 같은 상품판매 인프라 구축, 전통문화 관광 자원화 등 자생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는 먹고 사는 문제마저도 고민해야 한다면 누가 이일을 하겠냐는 한결같은 넋두리에 대답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쪼록 경기의 꾼 시리즈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공예인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해당 종목의 전승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정임 문화부장

인사청탁 뿌리뽑아야

조선후기의 대표적 실학자 다산 정약용. 정약용은 정조가 수원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을 신축할때 자신이 고안한 거중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수원시민에게는 더욱 친근하다. 그러나 다산은 곧은 성품으로 일생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1801년(순조 1년) 불혹인 40세에 유배생활을 하기 시작해 56세가 될때까지 16년 동안이나 고통의 세월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여유당전서에 따르면 천하에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시비(是非)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利害)이다. 여기에서 다시 네 단계의 등급이 나오니, 옳은 것을 지키며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다음이 옳은 것을 지키며 해를 입는 등급이고, 그 다음이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가장 낮은 것이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해를 입는 것이라고 정약용은 설명한 바 있다.이는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아들에게 꾸짖으면서 한 말이다. 아들이 제시한 방도는 세째나 네째라며 청탁을 하지 않은 것.정약용은 청탁을 통해 16년이라는 긴 유배생활을 줄일 수 있었지만 곧은 성품에 이를 마다한 것으로 전해져 후손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참모회의에서 외부사람을 통해 인사청탁한 경정급 16명의 명단을 한명씩 공개하고 이들이 부탁한 자리에 다른 경정들을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신문이 보도하고 컬럼까지 다뤘다. 그만큼 인사청탁을 근절시켜야 한다는것을 방증한 것이다.인사청탁한 16명의 경정은 대부분 총경 승진을 위해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청도 총경승진으로 인해 공석이 된 경정(경기청 계장)자리에 대한 보직공모를 단행했다. 큰 소리없이 인사가 마무리됐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현재처럼 서울청과 경기청 등 지방경찰청마다 총경승진을 위한 주요 계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면 인사청탁이 사라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경기청의 경우 일선 경찰서에서 총경 승진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이때문에 일선 경찰서의 경정들은 경기청 본청을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총경 승진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서울청과 같은 외부 인사청탁 등은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인사가 유독 경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한국교총이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육전문직의 인사비리가 매우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44명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교원 10명중 8명이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투명성 공정성이 담보 못하는 구조, 학연지연 위주의 선발 등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교육계도 여느 기관처럼 인사철이 되면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장학사 자리를 위해 뇌물을 주다 검찰에 적발된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는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경기도교육청도 최근 뿌리깊은 부패와 비리를 구조적으로 없애겠다고 발표했지만 좀 더 면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경인년 새해를 맞아 각 기관마다 인사를 단행했거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청탁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능력있고 검증된 직원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사가 단행되길 바란다. 더이상 인사비리로 인한 시끄러움이 없기를. /정근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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