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은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여름의 시작이었다.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2002 어게인’을 기대하며 장대 같은 빗줄기도, 내리쬐는 불볕더위도, 모두가 잠드는 새벽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이 하나가 됐다. 온 국민의 응원과 염원 속에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만끽한 지 벌써 1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16강 진출은 지쳐 있던 국민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월드컵 8강 진출은 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렸고 변방의 축구가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바란 축구인들이 진정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K리그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월드컵만 사랑해서는 8강 진출 꿈을 이룰 수 없다. 축구인들은 제2, 제3의 박지성, 박주영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K리그가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월드컵이 한창 열리던 지난 6월25일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 60년이라 그런지 보훈지청을 비롯해 각종 단체가 순국 선열을 기리기 위한 음악회, 글짓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어느 해보다 많은 행사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름 모를 전투에서 쓰러져 간 학도병, 국가를 위해 모든 걸 바친 그들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오직 국가를 지킨다는 생각 뿐이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순국선열이 있었기에 우리들은 미친듯이 월드컵에 진출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었고 올 가을 G20을 개최하는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보훈의 달인 6월 수원 보훈원 입구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월드컵으로 모든 국민이 열광하며 ‘대~한민국’을 외칠 때 보훈원 입구에는 ‘월드컵때만 대한민국을 외치십니까’라고 적힌 플래카드.
왜 이같은 문구가 내걸렸을까. 월드컵 기간에는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나라를 위해 한 목숨 바친 순국선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6·2지방선거가 끝난 지난 달 도로 곳곳에는 월드컵 16강, 8강을 희망하는 플래카드와 함께 도지사, 도교육감, 기초자치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당선자들의 당선사례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6·2지방선거는 어느 해보다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열기가 높았고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도심은 온통 현수막 천지였다. 이번에는 무려 8명을 뽑아야 했기에 선택하는데 어려웠고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틀렸다. 유권자들은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었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관심의 차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많은 당선사례 현수막 중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자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지난 1일 민선 5기 단체장들이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민선 5기 단체장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4년을 마무리 하길 바란다.
월드컵 16강 진출 때 보여준 국민들의 열광, 6·25 60주년을 맞아 보여 준 국민들의 관심,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 6·2지방선거 모두 공통점이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다.
월드컵이 끝났다고 해서 축구경기가 열리는 K리그를 찾지 않는다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을 6월에만 떠올린다면, 투표를 통해 뽑은 단체장 등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향후 우리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듯이 어떤일이 있으면 몰입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냄비근성, 이제는 벗어나자. 순간적인 열광보다는 지속적인 관심. 무관심이 아닌 관심을 보여야할 때다.
보훈원에 내걸린 현수막이 잊혀지질 않는다. ‘월드컵 때만 대~한민국을 외치십니까’
/정근호 사회부장ghju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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