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8월 한국언론재단의 탐사보도3기 디플로마 연수에 참가한 적이 있다.
매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1박2일 합숙을 통해 2개월간 국내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그해 가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GIJ컨퍼런스(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Conferance)에 참가해 영국BBC, 가디언사, 독일의 신문사 등을 방문했다.
유럽 각국 기자들의 탐사보도 사례가 발표된 GIJ컨퍼런스 참가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다양한 탐사보도 사례중 영국의 BBC방송기자 마크 달리가 고발한 영국 경찰의 인종차별 보도 내용은 당시 경찰을 출입하던 기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BBC 기자는 영국 경찰관의 인종차별 실태를 보도하기 위해 경찰시험에 응시, 당당히 합격한 뒤 수 개월 동안 국립경찰훈련소에서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훈련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방송에는 KKK단의 상징인 흰두건을 만들어 쓴 경찰관과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경찰 등의 모습이 보도됐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부인하던 경찰은 인종차별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카메라에 나온 일부 경관은 경찰을 떠나야만 했다.
인종차별 취재를 위한 마크 달리 기자의 위장취업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영국 경찰 내의 인종차별주의를 고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몇 년 전부터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최근에도 집단폭행 등으로 유학생들이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다. 대부분 금품을 노린 범행이 아닌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4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대학에서 한인 학생들이 술에 취한 백인 남학생에게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한 뒤 가해학생의 공개사과와 학교측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며 일단락된 적이 있다.
또 오는 6월 월드컵이 개최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백인우월주의자가 흑인 2명에게 살해당하면서 흑인과 백인간 인종갈등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남아공 극우조직인 아프리카너 저항운동은 조직 지도자의 피살사건에 대해 보복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흑백간 갈등 불씨의 조기 진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단일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일민족(單一民族)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또한 일부 업종에서는 한국 사람 보다동남아인 등의 외국인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세계화속에 시대가 바뀌고 있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흑인이나 동남아인 등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인도 출신의 교수는 한 승객으로부터 “아 더러워. 이 개XX야! 이 냄새 나는 XX야!”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결국 검찰은 인도교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회사원을 모욕혐의로 약식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부터 신호체계가 바뀌었다. 대부분 좌회전 신호에 이어 노란색 점멸등, 직진인 녹색신호 순이었으나 직진신호가 먼저 들어오고 좌회전이 뒤늦게 들어오는 순서로 변경됐다. 운전자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좌회전 뒤에 출발하려다 적색이 들어오자 급브레이크를 밟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상황변화로 바뀔 수 있다. 적응하는데 쉽지는 않지만 세계속의 한국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한국이 인종차별국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근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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