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뛰자 부천에서! 도약하자 경기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56회 경기도체육대회가 오는 5월 1일부터 사흘간 부천시에서 열린다. 31개 시·군 선수단이 참가해 고장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루는 경기도체육대회는 그동안 ‘도민 화합’을 표방하며 경기도 엘리트 체육 발전의 기틀을 다져왔다. 그러나 도민의 화합 체전이 돼야할 경기도체육대회가 시·군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과다한 예산집행, 부정선수 논란, 체전용 팀 창단 등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일각에서는 ‘체전 무용론’, ‘폐지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환갑을 바라보는 경기도체육대회는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부정선수 논란과 심판 편파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온라인이 발달되기 이전만 해도 시·군 공무원이 관여된 주민등록 등본(초본) 위·변조까지 이뤄지는 등 조직적인 부정으로 한 때는 100명이 넘는 부정선수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인한 경기장 폭력으로 관계자들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 부정선수 논란과 편파판정 시비는 고질적인 병폐로 이어져왔으나, 행정 정보의 온라인화와 시·군 및 경기단체의 자정노력으로 이 같은 사례는 최근들어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하지만 경기도체육대회의 과열경쟁 양상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직장운동부 창단 러시로 이어져,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도내 시·군청 직장운동부가 40여개 팀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180여개 팀 1천300여명으로 1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시·군청 직장운동부의 창단은 우수선수 육성을 통한 엘리트 체육발전과 운동선수들의 취업기회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최근 이처럼 경기도 내 시·군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시·군청, 체육회·공단 포함)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과열경쟁과 예산낭비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않다.
문제는 시·군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가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으로는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시·군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는 32개 종목 452명으로 이는 전체 선수(1천288명)의 35.1%에 불과, 상당수 시·군청 직장운동부가 ‘도민체전용’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시·군에서는 경기도체육대회를 앞두고 한시적인 6개월 짜리 팀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경기도체육대회를 겨냥한 경쟁적인 팀 창단은 수원시와 성남시, 용인시 등 ‘빅3’의 경우 연간 100억원 안팎의 주민의 혈세를 직장운동부에 투자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인이 되고있고, 시·군간 ‘선수 빼가기’로 인한 마찰을 빚기 일쑤다. 도민화합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기도 체육발전이라는 경기도체육대회의 당초 취지가 퇴색하면서 오히려 도민 화합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재정이 열악한 상당수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의 출전과 생활체육으로 기량을 다진 선수들이 대표로 출전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진정한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선수영입과 팀 창단을 위해 쏟아붓기보다는, 운동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팀 지원과 꿈나무선수 장학금 지급을 통한 글로벌 인재육성, 지역의 특성화 종목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향토체육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또한 출전 선수 가운데 일부 직장운동부 선수를 제외한 70%가 가을에 열리는 ‘경기도 생활체육대축전’에도 참가하는 생활체육인들이어서 경기도체육대회를 생활체육대회와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체육대회 주체인 경기도체육회와 시·군이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도민화합과 엘리트체육 발전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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