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의 대표적 실학자 다산 정약용. 정약용은 정조가 수원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을 신축할때 자신이 고안한 거중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수원시민에게는 더욱 친근하다.
그러나 다산은 곧은 성품으로 일생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1801년(순조 1년) 불혹인 40세에 유배생활을 하기 시작해 56세가 될때까지 16년 동안이나 고통의 세월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유당전서에 따르면 천하에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시비(是非)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利害)이다. 여기에서 다시 네 단계의 등급이 나오니, 옳은 것을 지키며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다음이 옳은 것을 지키며 해를 입는 등급이고, 그 다음이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가장 낮은 것이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해를 입는 것이라고 정약용은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아들에게 꾸짖으면서 한 말이다. 아들이 제시한 방도는 세째나 네째라며 청탁을 하지 않은 것.
정약용은 청탁을 통해 16년이라는 긴 유배생활을 줄일 수 있었지만 곧은 성품에 이를 마다한 것으로 전해져 후손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참모회의에서 외부사람을 통해 인사청탁한 경정급 16명의 명단을 한명씩 공개하고 이들이 부탁한 자리에 다른 경정들을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신문이 보도하고 컬럼까지 다뤘다. 그만큼 인사청탁을 근절시켜야 한다는것을 방증한 것이다.
인사청탁한 16명의 경정은 대부분 총경 승진을 위해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청도 총경승진으로 인해 공석이 된 경정(경기청 계장)자리에 대한 보직공모를 단행했다. 큰 소리없이 인사가 마무리됐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처럼 서울청과 경기청 등 지방경찰청마다 총경승진을 위한 주요 계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면 인사청탁이 사라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경기청의 경우 일선 경찰서에서 총경 승진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이때문에 일선 경찰서의 경정들은 경기청 본청을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총경 승진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서울청과 같은 외부 인사청탁 등은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인사가 유독 경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한국교총이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육전문직의 인사비리가 매우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44명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교원 10명중 8명이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투명성 공정성이 담보 못하는 구조, 학연지연 위주의 선발 등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교육계도 여느 기관처럼 인사철이 되면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장학사 자리를 위해 뇌물을 주다 검찰에 적발된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는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최근 뿌리깊은 부패와 비리를 구조적으로 없애겠다고 발표했지만 좀 더 면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인년 새해를 맞아 각 기관마다 인사를 단행했거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청탁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능력있고 검증된 직원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사가 단행되길 바란다. 더이상 인사비리로 인한 시끄러움이 없기를. /정근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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