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0주년 월드비전 60주년

최종식 정치부장 choi@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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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 2002년 가을. 동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에티오피아를 찾았다.월드비전을 통해 지원되는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방문에 동행 취재에 나선 것. 태국을 거쳐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코를 진동하는 매연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남달랐다. 더욱이 에티오피아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중 하나인 이탈리아(장기간의 전쟁)를 한국이 이겨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다. 또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도왔다는 인연이 있어 형제국의 친근함으로 나타냈다.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는 전투병을 파병한 나라다. 당시 왕정이던 에디오피아는 국왕의 왕성한 대외활동과 맞물려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6000여명의 전투병을 한국에 보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기골이 장대한 에티오피아인 군인 중에는 황제의 친위대도 포함될 정도로 정예부대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은 생각지도 않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가뭄과 기근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에티오피아는 왕정이 무너지고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됐다. 혁명을 통한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는 왕정시절 사회주의 동지들에게 총구를 겨눈 파병군인들이 어쩌면 역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삶 자체가 고통으로 이어졌고, 살아서 돌아간 수많은 용병과 가족들이 직장을 잃고 오지로 숨어서 지내야만 했다.

 

이들의 고통을 찾아간 단체가 월드비전이다.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뒤 세계적인 구호단체로 커졌다. 한국을 돕기 위해 1950년 창립한 월드비전은 1990년을 기점으로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구호단체 역사상 첫 사례였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외국으로 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던 지역복지관들이 있다.

 

후원자 결연사업에서 월드비전은 에티오피아에서 먼저 6.25참전 용사를 찾았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로타리클럽도 같은 방식으로 에티오피아를 찾아 보은의 활동을 벌였다. 어려운 경제난 속에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곳곳에 숨어있던 참전용사들이 아디스아바바로 찾아들어 정착촌을 형성했다. 이른바 ‘한국참전용사의마을’까지 만들어 졌다. 또 로타리클럽을 비롯 한국의 뜻있는 단체들이 이들을 찾아 학교를 세워주고 학비 등을 지원하면서 이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사는 마을이 됐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이들이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의 환대에 오히려 가슴 아팠다.

 

정부는 최근 6.25 6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에 참여한 나라 중 가난한 국가에 국가재건 노하우를 전하는 등의 보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너무나 당연하다. 이참에 지방정부도 나서길 기대한다. 경기일보도 14년째 사랑의 빵나누기를 통해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보냈다. 또 2002년 에티오피아를 다녀 온 뒤 경자협과 공동으로 ‘한학급 한생명 살리기 운동’을 벌여 수천명의 아이들과 결연했다.

 

하지만 아직도 에티오피아는 고통중이다. 동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기근으로 100만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최빈국 대명사가 된 에티오피아의 절박한 소식에 어깨가 무겁다. 2002년 그들의 고통과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60주년 월드비전 창립 60주년’을 무심코 넘어가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숨을 바친 그들이 지금 기근으로 죽어가고 있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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