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란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것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역사가 길다. B.C 1600년에 타우(Tau)세나트(Senat)라는 도박이 이집트에 있었고 고대 로마에는 여러 가지 도박기구가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도박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는 경마경륜오토 레이스(auto race)모터보트 레이스(motorboat race) 등은 공공용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공인된 도박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참가할 수 있고 제3자의 스포츠 승패를 도박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색이다. 도박은 유희성이 있어 어디까지가 놀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에 해당하는 도박인지 판별이 어렵다. 특히 경마는 희발성과 전염성이 강한 사행종목으로 레저와 도박의 위험한 질주로도 통한다. 한국 경마시장은 연간 매출액이 7조 원을 돌파하며 세계 7위에 진입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사행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마로 인한 카드빚, 직장해고, 이혼과 가정파탄, 도박중독자 양산 등 당초 취지와 다르게 한탕주의로 변질돼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경마장은 과천, 부산경남, 제주 등 3곳이지만 장외발매소(TV실내경마장)는 전국에 32곳이 있다. 이 중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지역에 25곳이 집중돼 있어 사행성을 부추기는 등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장외발매소 대부분 아파트와 주택가, 학교, 학원이 밀집돼 있어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경마도박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경마가 열리는 금토일요일 장외발매소에 가보면 주부, 월급쟁이 등 서민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장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비록 1회 배팅액 한도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30분 간격으로 열리는 경주에 끊임없이 돈을 걸다 보면 레저기능의 취지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한탕심리만 장내 가득할 뿐이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경마, 경륜경정 장외발매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객 월 평균소득은 300만원 이하가 63.7%, 300만~600만원 28.6%, 600만원 초과가 7.6%라고 응답했다. 연간 장외발매소 이용횟수는 50회 이하가 79%, 51~100회 16.6%, 100회 초과가 4.5%로 조사됐고 1일 베팅 금액은 50만원 이하가 56.9%, 50만~100만원 23.8%, 100만원 초과가 19.3%로 집계됐다. 또 경마 고객들이 인근 주택가는 물론이고 도로에 무단주차함으로써 교통난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경마장 개폐장시간에는 교통대란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연매출 1천억~4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기부금과 문화강좌 등 환원사업은 1% 미만으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결국 지역 자금의 역외(域外)유출과 일확천금,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사행산업만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민편익과 건전한 여가 문화 창출이라는 장외발매소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 것이다.경마산업은 축산발전, 지방재정 기여, 수익금의 사회 환원 등을 순기능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장외발매소는 여전히 매년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민경제의 블랙홀로 역기능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기부금과 문화강좌 등 환원사업에는 해마다 매출액의 0.05~0.1%인 수천만원에서 몇억원을 쓰는 데 그쳐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의회를 비롯해 경기인천지역 시의회, 시민단체가 장외발매장의 폐쇄, 이익금의 지역환원금 상향조정 등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인 취약성에 일상에서 도피하고 싶게 만드는 생활 스트레스가 결합되면 도박행동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가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서민들을 상대로 사행심과 도박을 부추기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탈피하고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자성과 의식 전환 및 건전한 여가 창출의 취지에 맞도록 정책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농림부는 지난 2008년 11월에 발표한 도심의 장외발매소는 생활 밀집지역과 격리시키는 원칙을 적용한다는 사행산업종합대책을 준수해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오피니언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2011-06-16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