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강화훈련비 무일푼 유감

군대에 있어선 전투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보급품의 지원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6·25동란, 월남전 등에 참전했던 분들은 물론 전쟁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군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화기인 소총이고, 전투를 하는 병사들에게 지원하는 보급품은 작전의 승패를 가를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쟁 중에 보급품을 지원하기 위한 목숨을 건 특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자주 보곤했다. 그 만큼 전쟁을 수행하는 병사들에게는 식량을 비롯한 여러가지의 군수 물품이 제 때 지원되지 않으면 전투력을 상실할 뿐 아니라 자칫 전쟁에서 패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 때문에 보급품의 제때 지원이 중요하다.

 

흔히 스포츠를 ‘총성없는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다. 총탄과 포화를 쏟아붓지는 않지만 상대를 반드시 꺾어야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총성없는 전쟁’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내는 물론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신체적인 조건과 기량외에도 정신적인 면이 많이 작용했다. 따라서 배가 고파야 동기 유발이 돼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의 ‘헝그리 스포츠(hungry sp- orts)라는 말도 나왔고, 서구쪽 보다는 사회주의 국가가 많았던 동구쪽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경쟁에 있어서는 ‘투자=성적’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로 인재 발굴과 육성, 스포츠과학화를 위한 투자가 결과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 역시 타 시·도보다 많은 스포츠 예산투자로 동·하계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체육웅도’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많은 예산 투자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었던 경기도가 2년 여 동안 세수 감소로 인한 체육회 예산 지원이 대폭 감소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고양시를 비롯 도내 20개 시·군에서 오는 10월6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제92회 전국체육대회를 22년 만에 유치한 경기도는 출전사상 첫 종합우승 10연패 달성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방에서 10연패를 목표로 하고있는 경기도선수단이 13억 여 원에 달하는 강화훈련비의 삭감으로 인해 제대로 보급품도 받지 못하고 전투에 나서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도체육회의 본예산에 도비지원이 30억 원씩 감소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일선 지도자와 선수들은 다른 예산도 아닌 경기도를 대표하는 1천800 여명의 선수단이 먹고 훈련하는 데 쓰일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데서 경기도의 탁상 행정에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월 1차 추경예산에도 전국체육대회 강화훈련비가 구제역 조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에 밀려 반영되지 못했고, 2차 추경예산 확정도 전국체육대회가 열리는 10월에야 반영될 수 있어 10연패 달성을 향한 전투(?)에 나설 도대표 선수들은 보급품 없이 맨몸으로 전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도의 담당자들은 전국체육대회 포상금을 전용해 강화훈련비로 사용하고 포상금을 2차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이미 70% 가까이 도대표선수 선발을 마무리하고 오는 9월초부터 강화훈련에 돌입해야 하는 선수들의 사기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지금은 모두 자리를 떠난 도와 도체육회의 예산삭감 주역들의 안일한 행정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보급품 없이 전투에 임해 ‘10연패를 반드시 달성하라’는 명령만을 수행해야 하는 경기도 대표선수들이 진정 ‘체육웅도’의 전사들인지 가엽다는 생각 뿐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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