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경기도를 일컬어 ‘체육웅도’(體育雄道)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의 최근 체육행정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경기도가 각종 전국 규모 종합대회 성적에서는 최고일지 몰라도 체육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무색하게만 느껴진다.
경기도는 22년만에 전국체전을 유치해 오는 10월 주 개최지인 고양시를 비롯, 20개 시·군에서 분산 개최한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경기도는 개최지로서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출전사상 첫 종합우승 10연패 달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전국체전의 성공 개최를 위해 경기도는 체전 사상 처음으로 메인 스타디움이 아닌 고양 호수공원에서의 야외 개막식과 뱃길을 이용한 성화봉송, 최대의 자원봉사단 운영 등 성공개최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반면 10연패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운 경기력 부문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30억원씩의 도비 지원이 감소해 예산부족으로 도대표 선수단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감소된 30원원의 도비 중 13억원이 도대표 선수단의 강화훈련비여서 선수단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체전을 불과 1년 남짓 남겨놓고 지난해 말 불어닥친 시·군 직장운동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으로 성남시, 용인시, 부천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30개 가까운 직장운동부들이 퇴출됐다.
지자체의 재정난 속에 운동부에 대한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성남시청 여자 레슬링과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 여자 체조 팀 등 도내 유일의 종목 실업팀 해체를 전국체전 개최를 불과 1년 남짓 앞두고 단행한 것이나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치 못한 경기도의 방관에 체육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용인시청 핸드볼팀이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은퇴 선수의 무보수 복귀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선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 등 자구노력을 위한 눈물겨운 이야기가 최근 언론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비인기 종목이면서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단골 입상하며 급기야 ‘우생순’(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졌던 열악한 환경의 여자 핸드볼계에서 용인시청은 해체를 앞두고도 선수단이 똘똘 뭉쳐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용인시청은 이달 말로 해체가 결정된 상태여서 오는 7월로 예정된 플레이오프에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사비로 출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용인시청 팀은 선수 부족의 어려움과 부상선수가 태반인 상황 속에서도 “운동만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서운함,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경기도는 그동안 지난 1990년대 말 IMF 경제난 때 대기업 팀들이 모두 해체된 후 현재는 지방자치단체 팀 만이 운영되고 있다. 타 시·도들이 지역에 연고를 둔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실업팀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그동안 경기도는 전국체전 우승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도 출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였을 뿐,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지원대책이나 중·장기적인 체육발전책을 전혀 마련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지난 민선 2기 때 조성한 체육진흥기금이 445억 여원이나 되지만, 아무런 활용 방안없이 도 금고에서 10년 넘게 잠을 자고 있는 상태로 어떻게 활용할 지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경기도가 ‘체육웅도’에 걸맞는 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승만이 능사가 아닌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체육발전 책을 수립하고, 체육진흥기금의 활용방안 모색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경기체육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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