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불어닥친 시민의 힘, ‘환골탈태하라’

“국민의 꿈과 희망을 정책으로 만들어 법과 제도로 실현하는 것이 정치. 잘못된 정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잘못하는 정치인들만이 있는 것.”

 

그동안 제도권 안에서 당리당략에 빠져 자신들만의 정치에 몰입해 온 정당정치인들이 시민들로부터 강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안철수 시드롬’에 이은 ‘시민후보 박원순’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한국정치 사상 길이 기억될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 심판의 시작이다.

 

우선, 제1야당인 민주당 위기는 더욱 눈여겨 볼만 하다.

 

손학규 대표의 사의 표명 및 철회 과정과 그 여파는 한국 정당정치 위기 시그널로 읽혀질 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치사상 최초로 제1 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했다. 불임정당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손 대표는 야권통합경선의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했지만, 당 전체가 나선 적극 만류, 사퇴를 유보하는 곱지않은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손 대표의 양권통합경선이라는 시대 요구를 수용하는 결단에도 불구, 제3세력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투표에 맥없이 무너졌다. 최대 지지층이라 여겨 온 20~30대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고, 당 조직도 SNS 파워에 무기력하게 와해됐다.

 

당내 일각에서는 야권통합후보로 한나라당 후보를 꺽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자충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적지 않은 지지층에서도 ‘당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고, 그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는 분석을 심심치 않게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민들이 시민후보로 선출된 박 후보가 최종 승리자해도 민주당의 승리라고 봐 줄 것인가 하는 자책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들은 이미 기성 정치권에는 패배를, 시민사회세력에게는 승리를 안겨 준 만큼 절처한 각성과 성찰을 통한 진정한 환골환태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다.

 

위기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가 ‘한나라당 대 시민후보’ 간의 양자 대결로 결론 났지만 시민후보 바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정당정치의 질서와 구도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시민 10명중 7명은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해 이를 뒷바침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안철수 신드롬’에 넋을 잃어 경선한번 못치루고 단독후보를 추대, 흥행에 실패했다. 본선에서도 이길 승산이 높지 않게 관측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을 이끌어 내는데 당력을 모으는 처절한 모습까지 노정시켰다. 그것도 마치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최고의 전략인냥 말이다. 집권여당의 위세는 찾을 수도 없고 ‘위기조차 못 느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당정치 위기가 곧바로 시민정치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민정치가 다수의 감정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시민 개개인이 속한 단체의 이익을 사회 전체의 이익에 우선하는 경향을 배제할 수 없는 등 적지 않은 역기능을 갖고 있어 자칫 인기영합주의(포풀라리즘)으로 흐를 경우, 또다른 형태의 비판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시민들이 서울시장 야권후보로 시민후보를 선출했다는 것은 시민정치가 간접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민심과 정책의 이반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 담아낼 수 있고, 시민의 권력견제 기능이 강해지는 만큼 인권보호, 권력층의 전횡 방지, 기타 사회 부조리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이 일상적으로 보여줬던 갖가지 전횡과 추태에 대한 반작용인 것이다.

 

이제, 시민들의 힘, 국민들의 힘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가 더욱 궁금해 지는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시민 대통령후보로 안철수 원장을 또다시 거론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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