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정국 상황이 대권도전과는 점점 멀어져 가고, 오히려 당을 구하기 위해 ‘대표’(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물밑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김 지사를 긴장케 하는 이상기류는 지난 4·26재보선에서 부터 시작됐다. 경기지사 출신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주가가 오르면서 비슷한 경력을 지닌 김 지사의 지지도가 빠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재보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손 대표는 13.5%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로 올라선 반면 김 지사는 4.0%로, 손 대표에 비해 10%p 가량 뒤졌다. 손 대표와 김 지사의 시소게임에서 김 지사가 본격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악재는 한나라당이 재보선 패배후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을 놓고 벌인 줄다리기에서 친박측과 일부 당권주자에 밀려 개정에 실패한 점이다.
김 지사의 오른팔인 차명진 의원(부천 소사)이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헌·당규의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무산됐다.
그 다음 악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김 지사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라는 새로운 대권주자의 등장과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시장 당선으로 ‘안팎 곱사등’의 모양새가 돼버렸다.
한나라당내에서 박 전 대표측의 견제가 여전한 가운데 야당에서는 손 대표에 이어 안 교수까지 등장하며 김 지사가 여론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보면 김 지사는 손 대표와 같은 3.6%에 그치고 있다. 온통 관심은 박 전 대표와 안 교수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만 쏠려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김 지사에게 돌파구는 없을까?
한나라당이 김 지사의 주장처럼 ‘비상국민회의’ 등을 구성하지 않는 한 김 지사가 중앙으로 영향권을 넓히는 것은 쉽지않아 보인다. 또한 박 전 대표에게 ‘기득권 포기’를 주장하며 경쟁자임을 주지시키더라도 박 전 대표측에서 무응답으로 나오면 별 재미가 없다.
결국은 김 지사 특유의 색깔을 지켜나가며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 측근은 김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는 ‘섬김’과 ‘통일’이라고 강조한다.
낮은 자세로 택시운전을 하며 민심을 듣고, 통일시대를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당원과 국민들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박 전 대표에게만 기득권을 버리라고 하지 말고 자신도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자세라면 부름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빨리올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한나라당이 내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4월 19대 총선부터 이겨야 하는데,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김 지사가 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처럼 과감한 물갈이를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 있다.
친박측과 일부 당 지도부는 달가워 하지 않겠지만 물밑에서는 김 지사 같은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 지사에게도 ‘딜레마’에 해당된다. 대권 도전에 올인하느냐, 당을 먼저 구하느냐 선택의 갈림길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지사가 현재의 정국상황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내년에 큰 기를 펼 수 있을 지, 아니면 또다른 선택을 할 것인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민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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