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전해주는 ‘해관’과 ‘부임’

최종식 정치부장 choi@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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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12편으로 구성한 목민심서의 맨 뒤에 해관(解官)편을 두고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 목민관의 처신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다. “깨끗한 선비의 돌아가는 짐 꾸러미는 모든 것을 벗어 던진 듯 조촐하게 떠나야 헤어진 수레, 여윈 말이어도 산뜻한 훼오리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淸士歸裝 脫然瀟灑 弊車羸馬 其淸飇襲人)”라고 말하고 있다. 떠나는 목민관의 욕심 없음과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제언이다. 이어 다산은 집으로 돌아가는 행장에 그 고을에서 새로 만든 그릇이나 토산물이 들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등 허름하고 검소하게 떠나는 목민관이 백성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다산의 제안이 다시 떠오른 것은 임기를 마친 목민관들의 모습이 다산의 기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본보가 집중보도한 낙선 도의원들의 ‘낙선 위로관광’이다. 이들이 엄밀하게 다산이 말하는 수령이 아니다 하더라도 떠나는 모양새가 사납다. 말 그대로 연수를 통해 도민들의 살림살이를 잘 살피기 위한 연수여야 하는데 낙선의원들은 임기가 2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누가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행동에 도민들의 분노까지 이어져 여행비 환수요구까지 일고 있다. 결국 이들 상당수는 여행에서 돌아온 뒤 도의회 마지막 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다른 사례도 있다. 단체장이 떠나면서 후임에게 넘겨주어야 할 인사권을 신임 단체장이 오기전에 서둘러 발령했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조기에 선임하고 당선자는 취임 뒤 무효화 하겠다고 맞장구를 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단체장은 당선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사람 챙기기 인사를 단행했다. 결국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하면 또다시 인사가 이뤄질 것이고 공직사회의 혼란만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일부에서는 예산 조기집행 소식까지 들리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마지막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의 뒷 모습이 씁쓸하다.

 

반면 다산이 제시한 부임(赴任)하는 목민관의 모습을 지키지 못하는 당선자들 소식도 들린다. 다산은 “동행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된다”(同行者 不可多). “이부자리와 베개, 솜옷 외에 책을 한 수레 싣고 간다면 맑은 선비의 행장이 될 것이다”(衾枕袍繭之外 能載書一車 淸士之裝也)라고 했다. 이 말은 단체장이 부임하면서 많은 사람을 데려가지 말라는 의미다. 오히려 기존에 입던 낡은 옷에 책을 가득 가져가는 행장을 아랫사람들이 무서워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치열한 선거운동을 통해 시장·군수가 된 단체장 입장에서는 고마운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가 끝날때마다 농공행상을 두고 동고동락했던 사람들까지 서로를 헐뜯고 자리를 찾으려 한다. 자신들을 도와준 사람들을 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모른척하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직업 공무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왔던 자리에 계약직 임명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물론 능력있는 사람을 중용해 백성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면 그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능력이 아닌 제사람 챙기기다. 또 취임 뒤 판단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을 인수위원회를 통해 조기 발표하는 조급성도 아쉽기만 하다.

 

6.2지방선거는 단체장들의 개인적 능력이나 지역민을 위한 공약이 좋아서 당선된 것 보다는 중앙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된 측면이 강하다.

 

그 만큼 이번 선거는 지역민의 요구나 지역의 비전이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취임하는 단체장은 시민들이 무엇을 아파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아무튼 떠나는 단체장이나 취임하는 단체장 모두 다산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길 권한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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