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3일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선진형 학교운동부 운영시스템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기말고사 성적이 최저학력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 운동선수를 시·도 및 전국 단위 경기대회에 출전을 금지시켜 선진국형인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의 의지를 담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배), 국무총리기(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배) 등 정부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 중 학생선수가 참여하는 대회의 학기 중 개최를 전면 금지하고 휴일이나 방학때 개최하도록 했다.
최근 들어 정부가 학생선수에 대한 학습권 보장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훈련에만 몰두하느라 수업불참 등 학습권과 인권은 무시된 채 오직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 희생됐던 것을 개선해 ‘공부하는 학생선수상’을 만들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뒤늦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마련은 서구 스포츠 선진국들이 ‘운동선수 최저학점제’ 시행을 통해 은퇴 후에도 스포츠 뿐만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는 현상이 멀지않아 국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제도에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표적인 예로 전국소년체육대회의 여름방학 개최와 정부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의 주말 또는 방학 개최다. 대한체육회는 학생선수들의 수업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5월말부터 6월초에 개최해오던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올해부터 여름방학으로 변경, 오는 8월11일부터 4일간 치르기로 했다.
전국소년체육대회의 여름방학 개최에 대해 교육당국과 체육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대회 기간이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여서 학생선수들의 혹사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를 웃도는 폭염에 육상과 사이클, 인라인롤러, 축구, 하키를 비롯 야구, 테니스, 정구, 럭비풋볼 등 많은 실외 종목들은 경기장 복사열로 인해 40℃가 넘는 폭염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명칭을 사용한 대회의 방학 중 개최 역시 기존의 방학기간 대회와 함께 연달아 개최되면서 종목마다 적게는 1~2개 대회부터 많게는 3~4개 대회를 방학 기간 중 치뤄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혹사가 우려되고 있다.
주말과 방학은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을 위하여 실시하는 일종의 휴가인데 학생선수에게는 오히려 주말(휴일)과 방학기가 휴식은커녕 수업결손과 학습권 보장의 미명하에 오히려 혹사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국소년체육대회는 4일간의 일정 중 주말이 이틀간 포함된 가운데 열려 실질적인 수업결손은 2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종전처럼 5월말에 개최하고 부족한 수업일 수는 보충수업으로 대체하면 혹서기에 어린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예·체능 특기를 지닌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인 학과수업 외에 자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훈련도 수업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서 서양의 스포츠(sports)를 수용한지 한 세기를 넘기는 동안 우리는 이를 ‘체육’이라는 용어로 사용해왔다. 즉 스포츠가 갖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智)·덕(德)·체(體)를 겸비한 전인교육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육기본법으로 규정해온 체육이 입시 위주의 학교수업에서 소외당하고 있고, 이 같은 입시지향적인 풍토가 운동선수에게 진학에 필요한 성적만을 강요해 학습을 등한시 했던 근본적인 원인이다. 학생선수들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을 통한 엘리트선수의 육성을 위해서는 현행 입시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현실적인 운동선수들의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뒤 정책 수립을 해야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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