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그때 그때 달라요

이용성 경제부장 leey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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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달라요”

 

수년전 모방송국 개그프로에서 빵하고 터진 뒤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끈 유행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려울 때 순간적으로 말을 바꾸는 것으로 다소 냉소적인 유행어로 통했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 발견 당시 “구토와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산김치에 기생충알이 나오자 “미성숙란이므로 100% 안전하다”고 말을 바꾼 뒤 네티즌사이에서 비난의 물결이 치면서 개그프로의 유행어는 더욱 유명해졌다.

 

새삼 몇년이 지난뒤 이런 유행어를 끄집어 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한해동안 매번 달리 발표되는 바람에 전망과 예보의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국내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민간연구기관, 국제기구들이 앞다퉈 내놓은 전망치는 불과 두세달 전에 내놓은 수치와 비교해 반동폭이 4~6%에 이를 정도로 쑥스러운 발표가 주를 이뤘던게 사실이다.

 

이처럼 오보가 속출한데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전망 당시와 다른데다 회복속도의 불확실성 등으로 편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기 지속과 세계경기 침체, 청년 실업 등 고용불안에다 국제공조 속 재정지출 확대, 세종시 건설문제 등 1년간 휘몰아쳤던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 이슈들도 성장률 변동에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연구기관들의 낙제점 수준 전망치의 뒷배경에는 무조건적인 정부 눈치보기와 더불어 예측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우왕좌왕식 숫자에 치우쳐진 경제 전망은 일자리 창출 전망치에도 수년동안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민선 3기 100만 일자리 창출에 이어 민선 4기 120만 일자리 창출 공약 등등이 포퓰리즘에 기인하면서 허황된 예측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민선 4기의 120만 일자리 창출은 뒤늦게 목표치를 79만6천개로 줄였지만 민선 4기 종점이 얼마 안남은 현시점에서의 달성률이 50%에 불과해 사실상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120만 일자리 전제조건으로 경제성장률 8%와 수도권 규제폐지를 제시했지만 도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변명을 위한 전제로만 들릴 뿐 숫자의 뻥튀기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이 경제 성장률이든 일자리 창출이든 그때 그때 다른 전망치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정부나 연구기관이 발표하는 수치를 신뢰하지 않고 스스로도 안정감까지 상실하면서 사회적 불안요소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문제는 다양하고 변화하는 경제수치보다 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체감경제는 수치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낀 생활 경제는 올 한해 내내 힘든 행군의 연속이었다. 직장이 있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수 많은 젊은이가 거리를 헤맬때 그나마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이 행복했던 한해였다.

 

결국 정부의 화려한 부활의 소치에는 서민들의 이 같은 고통과 인내가 포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인년(庚寅年) 호랑이해가 밝았다.

 

한국은행, 경기개발연구원 등 각 기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2010년 경제성장률을 5~6%대로 발표하는가 하면 도내 일자리 창출도 11만여명을 내놓는 등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더블딥 속 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안, 금값·유가 등 국제원자재가 불안, 출구전략 시행 등 우리 경제의 최대복병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 같은 희망이 싫지만은 않다.

 

다만 새해에 기대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희망수치 속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의 온도까지 반영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개그맨의 ‘그때 그때 달라요’와 정부와 대기업의 ‘그때 그때 달라요’는 국민들에게 분명 다르게 인식됨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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