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정부가 나서라

 

김상곤 경기교육감 출범 이후 논란을 빚던 무상급식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또다시 논란이다. 1차적으로 논란이 예상됐던 경기도교육위원회는 3개월 전 전액 삭감했던 것과 달리 내년도 예산에 편성된 초교 5~6학년 무상급식을 원안 통과 시켰다.

 

전체 무상급식 사업비 995억원 중 650억원은 초교 5~6학년 45만명 전원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주기 위한 예산이며, 나머지 345억원은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해오는 계속 사업비다.

 

이와 별도로 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위해 31개 시·군에 대응예산 495억원을 요청했다. 이제 교육예산은 도의회의 심의를 남겨 두고 있고 대응투자는 일선 지자체의 몫이 되면서 논란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무상급식은 학부모가 돈을 내지 않고 급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 입장에서 대부분 ‘좋다’고 답변한다. 현실적으로 내 주머니에서 급식비가 줄어들어 공짜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것은 의미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교육적 근거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학교운영비는 물론 등록금까지 감면해 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다.

 

행정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달리 표현하면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단체장에 따라 이 예산이 교통에 투자될 수도 있고 문화적 기반에 투자될 수도 있으며 복지에 투자될 수도 있다. 교육의 경우 교육계 수장의 정책에 따라 교육환경 개선, 상담교사 확보, 어린이 독서지도를 위한 사서배치, 건강지킴이를 위한 보건교사 확충 등일 수 있다.

 

지금까지 벌어진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논란은 이처럼 한정된 예산을 염두에 둔 논쟁이었다. 생각이나 처해진 현실에 따라 무상급식이 우선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조금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쟁에서 대응투자에 대한 시·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응투자비를 요구 받고 대부분이 망설이고 있다. 일부에서 압력성 농성까지 벌이면서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달리 거부하는 지자체의 경우 교육지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공격까지 받을 수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도교육청이 좋은 일을 벌였으니 돈은 지자체가 내라는 꼴”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다. 내심 돈은 지자체가 내는데 생색은 도교육청이 다 가져간다는 정치적 평가도 하고 있다.

 

이처럼 무상급식과 관련 치열한 고민과 논쟁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무상급식을 위해 도교육예산이 투여될 경우 가용예산 부족에 따른 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도 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지자체에 대응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대안 없이 무상급식이 진행될 경우 중요한 교육현안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개별 시·도교육청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다.

 

정부가 학생들의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급식시설을 세우고 조리장비와 영양사, 조리사 등의 인건비에 수조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지금도 계속 투자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건전한 교육을 위한 학교급식의 당위성 처럼 무상급식도 정부가 별도의 예산을 만들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무상급식은 분명 의미 있다. 따라서 도교육청과 도의회, 지자체가 서로 논쟁을 벌이는 소모적인 모습보다는 한목소리로 정부가 예산을 책임져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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