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40대 ‘탁구 대통령’ 유승민에 거는 기대

황선학 문화체육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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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해 경쟁했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40대 젊은 기수’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체육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8년간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이기흥 현 회장과의 다자 대결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던 선거에서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유 후보는 1천209표의 유효표 중 417표(득표율 34.5%)를 얻어 이기흥 회장(379표)에게 불과 38표 앞선 신승이었지만 예상 밖 결과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 후보 승리의 원동력은 변화를 바라는 체육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직무정지와 여러 권력 기관의 감사 및 수사를 받은 이 회장의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표심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는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반(反)이기흥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의 목소리가 컸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필패론’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6명의 출마자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유 후보가 역대 최연소 대한체육회 수장이 된 것은 그의 진정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 당선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치러진 IOC 선수위원선거에서도 23명 후보 가운데 2위로 당선됐다. 3년 뒤에 치러진 대한탁구협회장선거에서는 탁구계 대선배를 압도적 차로 제치고 당시 최연소 대한체육회 종목 단체장에 피선됐다. 이 같은 선거 ‘불패 신화’에 그의 측근들조차 ‘믿기지 않는 결과’이자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1994년 경기도 탁구대회에서 당시 초등 5학년이던 유 당선인의 비범함을 목격했다. 또래의 선수 중에서도 유난히 날카로운 눈빛과 집중도에 놀랐다.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중학 2학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서 금메달을 차지해 ‘탁구 황제’에 등극했다. 스타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와 체육 행정가로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그에게 변화 혁신을 바라는 체육인들이 참신성에 기대어 대한민국 체육 수장의 중책을 맡겼다.

 

이 같은 체육인들의 바람에 유 당선인은 “변화의 열망에 몸이 부서져라 화답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체육은 혼돈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6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물리적 통합은 이뤘으나 아직도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했다. 정부와의 갈등으로 1천억원의 예산이 삭감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집행하는 상황이다. 체육회의 자율성과 재정 자립 문제, 민선 체육회 출범 후 5년이 지나도록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체육회의 예산 집행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40대 젊은 리더에게는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에 대한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자신감과 도전을 즐기며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체육계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구태를 벗어나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펼쳐야 한다. 그리고 체육인들이 대한민국 체육이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줘야 한다.

 

유 당선인 역시 지난 선거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탕평 인사를 통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기용하는 포용책으로 체육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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