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압구정과 반구정

압구정(狎鷗亭)은 조선의 권신 한명회(韓明澮)의 호(號)다. 지금의 압구정동에 그의 정자가 있었다. 압구정은 친할 압(狎) 자와 갈매기 구(鷗) 자를 쓴다. 벼슬을 버리고 강가에 살면서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말만 그렇지 한명회는 압구정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즐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정의 실권자로서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부렸다. 계유정란(癸酉靖亂)의 주역인 한명회는 영의정을 세 차례나 지내고 두 딸을 예종과 성종에게 시집보냈다. 쿠데타 과정에 김종서 등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은 친할 압(狎) 대신에 누를 압(押) 자를 써서 압구정(押鷗亭)이라고 불렀다. 중국 북송 시대의 명재상 한기(韓琦)는 백성을 사랑하고 성품이 겸손해 칭송이 자자했다. 그의 집 이름이 압구정이었다. 당송팔대가인 구양수(歐陽修)가 그를 칭송해 쓴 시가 있다. 한명회는 이런 사연이 있는 이름을 명나라의 한림학사인 예겸(倪謙)에게 직접 받아와 정자에 걸고 자신의 호로 삼았다. 그러나 권력욕에 가득 찬 한명회는 압구정이란 이름만 취했을 뿐 거기에 담긴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살아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한명회는 죽은 후 부관참시를 당했다. 반구정(伴鷗亭)은 세종 때 명신 황희(黃喜) 정승의 정자다. 파주 임진강 변에 있다. 반구정은 갈매기와 더불어 친하게 지내는 정자란 뜻이다. 조선 중기 허목(許穆)이 지은 반구정기(伴鷗亭記)에 보면 조수 때마다 백구(흰 갈매기)가 강 위로 모여들어 들판 모래사장에 가득하다라고 묘사돼 있다. 압구정의 압(狎) 자나 반구정의 반(伴) 자 모두 친하다는 말이지만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익숙하다, 편안하다, 버릇없이 너무 친하다란 뜻의 압(狎) 자에는 업신여긴다는 뜻이 있다. 한명회는 이런 한자를 알고 썼을까. 그리고 똑같은 갈매기랑 친했는데 왜 황희는 명신이란 소리를 듣고 한명회는 권신이란 오명을 쓰고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황희도 허물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과보다는 공이 크기에 그를 명신이라고 부른다. 반면, 한명회는 정권을 찬탈해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권모술수와 사리사욕의 대명사로 불린다. 같은 뜻의 한자를 썼지만 다르게 들린다. 사람들을 업신여긴 한명회는 압(狎)이요, 노비도 존중했던 황희는 반(伴)이다. 하지만 누구의 삶을 살겠냐고 물으면 한명회 쪽도 만만치 않을 거 같다. 요즘 나라 망치는 인간들에 비교하면 한명회는 양반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환경부의 자세와 역할

지난 21일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가 3조3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지원금을 내걸고 추진한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다음달 14일까지 아직 공모기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공모가 무산되거나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체매립지에 응모하려면 후보지 반경 2km 이내 주민들 대상으로 50% 이상, 토지소유자 7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응모를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도 없다고 알려지면서 수도권 대체매립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환경부 등은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4자 협의체 당사자인 인천시가 빠졌을 뿐만 아니라 동의비율, 부지면적, 공모기간 등 유치가 불가능한 각종 조건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견이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국회 예결위에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대체매립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서울인데,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과 만나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그동안 단체장이 없어서, 아니 서울, 인천, 경기의 단체장이 못 만나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나? 대안을 만들고 갈등을 중재하거나 조율하기는커녕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환경부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사이 인천시와 다른 지자체 간 갈등은 점점 증폭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처럼 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인천시의회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4자 합의 단서 조항을 빌미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거나 인천시 관할이 아닌 김포시에 인접한 4매립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남춘 시장 역시 환경부가 대체매립지 공모를 소극적으로 진행하며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거론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천시가 3-2공구 매립면허권과 매립실시계획 인허가권을 가진 만큼 매립지 추가 사용에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입장에선 수도권매립지 연장과 직매립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겠지만 소량의 소각재만 매립하는 친환경 매립 방식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인천시 주장에 많은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수도권 대체매립지 논란은 단순히 지자체 간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쓰레기, 폐기물 자원순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전향적인 자세와 역할을 촉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겸 청운대 연구교수

[인천시론] 코로나와 기후변화

2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전 세계에 막대한 경제적사회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에 박쥐 종이 갑자기 증가하면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발생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규명될 필요가 있어 현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 이상 기후뿐 아니라 전염병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한파,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와 모기, 병충해가 늘어 전염병도 4.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 재앙과 엄청난 일자리의 감소가 초래되면서 기후변화는 긴급하게 해결해야 문제의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기후변화가 이미 현실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최근 자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2050년까지 기후재앙을 막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사망률은 2100년쯤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의 5배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대립관계가 아니라고 하면서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부터 경제를 구하고 기후재앙도 피할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악화 후유증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EU의 장기예산안(20212027년) 중 약 30%가 기후변화 대응에 할당됐다.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면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앞으로 짧은 주기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로나19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가속화해 앞으로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위협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빌 게이츠가 경고한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봄 훈풍 면면촌촌 닿기를

살을 에는듯한 추위가 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심한 일교차로 저마다 다른 두께의 옷을 입은 모습,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는 모양새 등에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올해는 마스크를 썼음에도 느껴지는 포근한 봄 공기에 봄이 왔음을 느낀다. KF-94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봄 기운이 여러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에 닿아있는 우리 각자의 마음에도 닿았으면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변화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나타났다.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1월 서비스업생산은 2%p 감소했고,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98만2천명이 줄었다. 1월 실업률은 전년 동월대비 1.6%p 상승한 5.7%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7%가 코로나19로 권고사직, 희망퇴직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적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직간접적 피해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돼 소득과 자산, 고용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과 위기가정을 위해 정부의 보조자로서 재난안전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가정 긴급지원은 생계지원주거지원의료지원교육지원기타지원으로 나뉘어 필요한 비용 및 물품을 지원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등 갑작스런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을 평균 월1회 솔루션위원회를 통해 선정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2020년에만 158가구 381명을 대상으로 2.5억원을 지원했다. 단발성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도 제공한다. 위기상황이 이어지면 추가 지원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면 적십자 봉사원 결연을 통해 지원한다. 9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이 정부 정책 평가 좌담회를 열고 코로나19 발생후 지난 1년간의 코로나19 정부 정책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중론은 부채 증가 속도를 문제 삼지 말고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의료공백 문제, 공공병원 부족문제, 사회적 돌봄 공백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이 변화하고, 적십자사는 정부 정책의 대상에서 빠진 가정을 발굴해 지원함이 이상적이다. 봄은 생명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다. 봄이라는 계절이 가져오는 훈풍이 지역사회 가장 춥고 어둠이 내린 곳 구석구석을 찾아 불 수 있기를 바란다. 적십자사는 지난 1년과 같이 앞으로도 관계 기관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봄 바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창남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 세상에는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육당 최남선의 혼자 앉아서란 시조가 있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오마지 않은은 오겠다고 하지 않은이란 뜻이다. 이 시조의 백미는 마지막 구절의 열린 듯 닫힌 문이다. 옛날 툇마루에 앉아 사립문이든 나무판자로 만든 문이든 닫힌 문을 보며 누구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계속 바라봐도 닫혀 있는데 금방이라도 삐걱하며 열릴 것 같다. 기다린다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깊이를 느낀 적이 없는 사람은 암호문일 뿐이다. 친일 딱지가 붙은 육당이지만 우리말을 이렇게 멋스럽게 닦아냈다. 노산 이은상의 소경 되어지이다란 양장(兩章) 시조가 있다. 『뵈오려 못 뵈는 님, 눈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원문) 시각 장애인 입장에서는 황당한 얘기지만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표현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시는 조율(調律)된 말이요, 춤은 조율된 걸음걸이라고 말했다.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작품 12권을 번역한 송태욱 씨는 소세키 번역은 다른 책보다 3배가 더 걸렸다고 한다. 단어량이 일본 현대 작가에 비해 10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소세키 시대 일본의 문해력이 90%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습득하려는 일본 국민의 열기 덕분이다. 우리가 쓰는 한자의 상당수가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다. 유려한 우리말을 쓰고 배우는 노력은 도외시한 채 일본식 한자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얼마 전 어느 신문사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전국의 옛말과 입말, 지역어 2만2683개를 모아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다. 말모이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이름이다. 1911년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이 말모이란 이름으로 최초의 국어사전 편찬을 시작해 해방 이후 우리말 큰 사전을 완간했다. 지금 우리말은 급속도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부서지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현재 대한민국은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전혀 없고, 매일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새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했던 육당과 노산의 시조를 보면 우리말의 운율과 숨결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말을 잘 다스려 옳고 바르고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는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우리 일이다. 세상에는 잊어야 할 일이 있고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는 노력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인천 원도심 인구 유출 대책은

최근 인천연구원이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총 19년간 자료를 바탕으로 인천시 인구이동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 분석결과를 내놨다. 인구통계학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연구로 인천에 주는 메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인구이동 특성 분석과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인천시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내부적으로 신도시와 원도심 간 편중된 인구 이동에 따른 불균형이 점점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신도시 인구 유입 확대는 지속되고 있지만 원도심 인구는 감소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구연수구남동구중구 순으로 인구 순유입이 늘어난 반면 부평구계양구미추홀구동구 순으로 인구 순유출 현상이 심화됐다. 서구의 경우 군구 간 순이동은 79,201명, 시도 간 순이동은 68,642명으로 약 15만 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2005년 입주가 시작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도 순유입 인구가 15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원도심 지역의 인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원도심 지역에서 인천 내부로 유출된 인구는 64,961명으로 87%에 이르지만 인천 외부로 유출된 인구는 9,464명, 13%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 순유출 인구가 인천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평구계양구 등 원도심 주민들이 서구 청라 내지 연수구 송도 등으로 이사를 많이 갔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처럼 신도시 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원도심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교통, 주택, 환경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별 인구 편차와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주거환경, 교육여건 등 주민 생활 여러 분야에서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상대적 소외감을 증대시키고 시민 화합을 저해하기도 한다. 한편, 시도 간 인구 이동, 즉 인천 외부로의 인구 유출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양구의 경우 인구 대비 군구 간 순이동 뿐만 아니라 시도 간 순이동에 있어서도 -15,649명으로 10개 군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가 인천에서 가장 빠르다. 통계적으로 인천 내 인구 유출이 많았던 지역이 인천 외부 인구 유출 역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는 낮은 합계출산율과 이와 같은 높은 인구 순유출에 기인한다. 인구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원동력이자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도시 경쟁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원도심 인구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구 이동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하루빨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별, 세대별 인구이동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특화사업 및 도시재생으로 원도심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 위한 추진전략

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지속되는 와중에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 1월 폭설과 한파에 허덕이던 무렵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스페인 아라곤의 최저기온이 영하 34.1도까지 떨어졌다. 작년 9월 미국 콜로라도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다 하룻밤 사이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등 기후위기현상의 극단적인 증거를 보여줬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여서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에 속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며 탄소중립선언을 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탄탄한 기술력, 충분한 경제력과 제도적 기반을 갖춘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만 이룰 수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경제적 부담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데다가 이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구축이 없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 단계는 에너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며 현재로써는 어떠한 에너지도 완벽하지 않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과 풍력에 의한 산림과 농지의 훼손 및 소음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산림과 농지는 이산화탄소의 상쇄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석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에 석탄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원전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적절한 에너지원이다. 물론 원전폐기물 처리나 원전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자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도 정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올인이라는 양극단적인 정책으로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환경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경제성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는 지금의 기술로는 기대할 수 없다. 기후위기 문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수립단계부터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최대한 수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한 정책을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대한민국은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탈피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소원

곧 있으면 민족대명절 설날이다. 2021년의 설날을 앞두고선 올해가 작년과는 달라지기를 바라게 된다. 코로나19의 지속세로 가족 간에도 거리두기가 요구됨에 따라 이번 설에는 귀향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겁의 세월 동안 가족과 만남이 불가능했던 사람들이 있다. 전국 4만9천154명의 이산가족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국가통계에 따르면 1월 31일 시점으로 전국에는 4만9천154명의 이산가족이 있다. 그중 8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전체 이산가족의 67.3%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이산가족은 지난달 298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에 약 300명의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셈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최근 설날을 맞이해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의 초고령 이산가족 62가구에 설 선물을 전달했다. 110세 어르신을 직접 찾아뵙고 마음을 위로하고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피난으로 섬을 나오면서 식구가 나뉘어 가던 중 갑자기 인민군이 내려와 뒤따라오던 식구들과 갈라서게 됐다. 북측에 두 아들과 형제자매를 남겨놓고 긴 세월을 보낸 어르신은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어르신은 100세가 넘은 연세에도 직접 텃밭을 가꾸시며 건강을 유지하고 계셨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과 꼭 만나고 싶다는 의지가 100세가 넘으신 이산가족 어르신들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적십자사는 매년 명절이 되면 망향경모제를 지원하며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망향경모제로 진행한다. 매년 직접 임진각 망배단에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이산가족 신청자 5만 명에 망향경모제 체험영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상봉은 인륜의 문제, 천륜의 문제인 만큼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규모 있는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산가족상봉은 시일을 다투는 일인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만남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대면상봉의 경우 참석할 수 있는 대상자가 한정돼있다. 분단으로 수년간 가족과 분리된 채 기약없는 삶을 살아온 모든 이산가족의 만남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상봉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적십자사는 첫 화상상봉장을 2005년에 만들었고, 현재 8개 지역 13곳에 화상상봉장이 마련되어 있다. 시스템화내실화도 중요하나 결국 가능해지려면 남북간의 조속한 대화재개를 통해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남북이 함께 고민해야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일상의 변화, 뉴노멀을 이산가족은 일찍이 겪었고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함께 명절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일평생 소원이 된 그들의 소망이 어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 사기 공화국

대검찰청은 매년 발생한 범죄사건을 통계화해 전산 입력한 범죄통계원표를 발표한다. 2019년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사기죄로 집계됐다. 총 범죄 수 958,865건 중 사기죄가 241,642건이니 25.2%에 달한다. 4건 중 하나다. 다시 통계를 보니 지난 10년 동안 전체 범죄는 20%가량 감소했지만 사기 범죄는 12% 증가했다. 눈을 떠도 코 베어 간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논 다섯 마지기보다 낫다는 우리 속담처럼 정녕 우리는 사기에 최적화된 나라인가? 전과자가 가장 많은 범죄도 사기죄다. 사기 전과 10범이 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사기범의 55%는 5개 이상의 사기 전과를 가지고 있다. 재범률도 75.9%나 된다. 사기꾼이 하는 소리는 숨소리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내가 만난 사기꾼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좋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하면 강도가 된다. 사기꾼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제날짜에 약속을 지키면 CEO이고, 못 지키면 사기꾼이 된다.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다. 잠시 잠깐 약속을 못 지켰을 뿐 다른 파렴치범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별로 죄의식도 없다. 언젠가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희망고문을 한다. 우리는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다고, 약속을 못 지켰다고 사기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전부 사기꾼이다. 우리는 사기라는 말을 자주 쓰나 실제 사기죄로 구속되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기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사기죄의 형량이 낮고 피해 금액의 회수율이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력 위조나 경력 위조는 사기죄에 포함되지 않고 업무방해죄나 허위작성 공사문서 행사죄에 해당한다. 정경심씨 같은 경우다.최근에는 남의 소설을 도용해 각종 문학상을 휩쓴 사기꾼이 나왔다. 그는 학력, 병역, 경력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사기에 관대하니 사기가 넘쳐난다. 사기에 관대한 국민은 위정자의 사기에도 무감각하다. 허황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그냥 화만 낸다. 형법상 사기죄는 피해자가 특정돼 있지만, 위정자의 사기는 대상도 광범위하고 그 피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위정자의 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는 아니다. 무슨 죄로 처벌해야 하나?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미션 임파서블, 수도권 대체매립지

최근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도권 4자 협의체 중 인천시가 빠진 채 공모절차를 진행하는데다 사실상 유치가 불가능한 조건이 아니냐는 실효성 논란 및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체부지로 선정되면 2천5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포함해 총 6천700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이번 공모를 통해 대체 부지를 확보하는 것에 대해 안팎으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문제는 부지 규모다. 공모 안은 수도권 내에서 290만㎡ 이상 부지 확보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소각장 하나도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의도 면적의 75%에 이르는 부지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경기도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조건에 충족하는 부지를 찾는다 하더라도 후보지 반경 2㎞ 이내 주민들 동의 50% 이상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 모든 조건을 갖추는데 주어진 기간은 단 3개월. 글자 그대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를 막기 위한 형식적 공모절차로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위한 꼼수 내지 연막작전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천시가 이번 공모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우려와 실망을 드러낸 건 이런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서울과 경기, 인천이 2017년 대체매립지 입지 선정 용역을 통해 후보지를 선정해 놓고도 주민 반발을 의식해 공개하지 못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이번 공모가 당시의 용역을 답습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인천시는 쓰레기 독립을 선언하며 이번 공모에서 빠졌다. 한편, 박 시장이 강조하는 환경정의,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번에 공모한 대체매립지는 지금처럼 어느 한 지자체가 희생해서 수도권의 모든 쓰레기를 받아 분류하고 소각매립하는 방식이다. 자기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자신의 지역에서 소각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하물며 다른 지역 쓰레기를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번 대체매립지 공모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결국 서울시경기도는 대안이 없다며 4자 합의문 부속조항에 따라 수도권매립지 3-2공구를 연장, 추가 매립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이제는 인천시 몫이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를 위해 공언한 바대로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인천 내 자체매립지와 광역소각장으로 선정된 지역의 반발을 잠재우고 최대한 빠르게 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수도권매립지 종료의 첩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위해, 인구 데드크로스 대비

행정안전부가 새해에 밝힌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모두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보다 2만838명(0.04%) 감소했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7만6천명에 그쳤지만 사망자는 30만명을 넘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당초 정부가 예측한 2029년보다 9년이나 앞당겨졌다. 이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예측한 2060년의 한국의 모습은 5천만명의 인구가 2천500만명으로 줄어 생산인력과 학생, 군에 입대할 자원도 반 이하로 감소한다.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 국력 쇠퇴를 거쳐 대한민국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적어도 떨어지지 않게 일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200조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영아수당, 육아휴직, 무상교육 등 정책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낮아지기만 할 뿐이다. 한국은 이미 2015년부터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고, 2018년부터는 출산율 0.98로 1쌍의 부부가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해 3분기는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혼인감소와 임신유예 등을 고려할 때, 2022년 출산율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상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적으로 취업난, 높은 집값으로 인한 과도한 주거비용, 만만치 않은 육아비용과 계속 증가하는 사교육비 등으로 결혼을 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체감실업률(단시간 근무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도 포함한 실업률)이 24.4%(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7월 고용동향)로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절망 속에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결혼은 사치일 뿐이다. 집 없는 신혼부부는 높은 집값 등으로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한 아이만 키우는 가정에 둘째를 낳으라고 하면 높은 사교육비 등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의 정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경제 및 사회정책 등을 수립해 양질의 일자리창출과 적절한 주거의 공급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은 대한민국이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것이다.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구현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우보천리로 되찾는 잃어버린 일상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소띠해다. 60간지 중 흰색에 해당하는 신과 소를 뜻하는 축이 합해져 신축년 하얀 소의 해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올해는 작년 한 해를 반추하여 소처럼 우직하고 인내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신축년에는 더 이상의 부침없이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한다. 소는 농가의 조상이라고 불리며 농경사회를 지낸 이 땅에서 가축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노동력이자 운송수단이었고 급할 땐 목돈이 되기도 하였으며 물론 식량의 역할도 했다. 70~80년대에는 대학등록금은 소를 팔아 마련한다 해 대학을 우골탑이라 일컫기도 했다. 이렇듯 아낌없이 주는 소는 생구라 하여 마치 가족같이 여겨졌다. 생구는 한집에 함께 사는 하인을 의미한다. 현재는 일소에서 고기소로 바뀐 양상이지만 여전히 소는 가죽부터 뼈까지 남기는 것 없이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재산에 비유된다. 1970년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개발한 경영경제 용어 Cash Cow(캐시 카우)는 수익창출원을 의미한다. Cash가 돈이고 Cow가 젖소를 뜻한다. 즉, Cash Cow는 돈이 되는 확실한 자금원이다. Bull Market(불마켓)이라는 주식용어도 있는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이나 강세장을 의미한다. Bull은 황소를 뜻하며 황소의 뿔이 강하게 아래에서 위로 치받는 형태로 주가가 위로 올라간다고 묘사한 것이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소는 우리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소의 해가 찾아왔듯 2021년도에는 가가호호 풍요로움이 깃들었으면 한다.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는 취약계층의 가정에도 풍요로움이 깃들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처럼 나아가고 있다. 작년 한 해 약 1만 세대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물품지원과 심적지원을 진행하였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약 3천 세대의 취약계층을 추가 발굴하여 지원하였다. 의료비생계비교육비 지원과 같은 긴급지원도 위기가정 158가구를 대상으로 실행하였다. 코로나라는 제약 속에서도 이와 같은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보다 더 어려울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를 겪으며 깨닫게 된 마스크와 보건운송환경미화 업종에 종사하시는 필수노동자분들의 소중함을 언급하였다. 부서진 일상이라도 마스크와 필수노동자분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적십자사도 취약계층의 일상유지를 위해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야 하겠다. 코로나를 겪으며 혼자가 아닌 같이의 힘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소를 생구라 부르며 사람 대접할 만큼 존중했던 나라와 국민이라면, 같이의 힘으로 이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보천리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인내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위기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일상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난중일기의 아쉬운 대목

난중일기에는 거북선에 관한 기록이 세 군데 나온다. 1592년 2월 8일 거북선에 사용할 돛에 다는 베 29필을 받았다, 3월 27일 거북선에서 대포 쏘는 것을 시험했다, 4월 12일 식후에 배를 타고 거북선의 지자포(地字砲), 현자포(玄字砲)를 쏘았다. 이순신이 해전에서 승리한 후 올린 장계(狀啓)에는 거북선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1592년 6월 14일 당포해전 장계에는 신이 일찍이 왜적의 난리가 있을 것을 걱정하고, 특별히 거북선을 만들었는데 앞에는 용의 머리를 붙여 입으로는 대포를 쏘고, 등에는 쇠못을 꽂았으며, 안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어도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고라고 표현했다. 이충무공전서 앞부분에 실려 있는 두 개의 그림은 거북선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충무공전서는 임진왜란 이후 약 200여 년이 경과한 1795년에 발간됐다. 대표적인 논란의 핵심은 철갑선이냐 아니냐, 2층이냐 3층이냐의 문제다. 엄청나게 꼼꼼했던 이순신이 거북선의 제작 과정이나 제원과 성능, 운영방식에 대한 기록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거북선뿐 아니라 한산대첩에 나오는 학익진이나 명량해전에 나오는 일자진 같은 전투 대형들이 실전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모습이나 그런 진법을 펼쳐야 했던 전술적인 필연성을 기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군사 작전 보고서가 아니라 사적인 전투일기로 여겼던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소설가 김훈은 난중일기를 수식을 배제한 무인다운 글의 전범(典範)이라고 평했다. 사료적 가치는 물론 문학적으로도 탁월하다. 난중일기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개인의 일기 형식이지만 교전 상황이나 개인적 소회, 당시 날씨나 지형과 백성들의 생활상까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내가 아쉬워하는 대목이라는 것도 모두 이순신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산물이다. 그렇게 꼼꼼했던 분이 이런 부분은 왜 빠트렸을까하는 일종의 투정이다. 임진왜란은 외부의 침입으로 인한 전쟁이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내전 중이다. 정치에 초연했던 이순신이지만 오늘의 현실을 보면 무어라 말할 것인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서울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서울시 몽니?

최근 김포공항역에서 환승 없이 인천국제공항까지 갈 수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을 두고 지역 내 논란이 뜨겁다. 궤도 연결 공사가 끝나고 공사 마무리 단계로 전동차를 구입, 시험운전만 남겨 둔 상황에서 서울시가 차량구입비 556억 원 가운데 국비 222억 원을 집행하지 않고 불용, 반납 처리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8년 관련 예산을 확보했지만 전동차를 구입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집행을 하지 못했고 급기야 국비 전액을 반납했다. 서울시는 이렇게 된 이유가 인천시 탓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을 직결하게 되면 대부분 인천시민이 수혜를 본다는 논리로 뒤늦게 인천시에 사업비 분담을 요구했다. 수요 조사 결과, 강남을 오가는 승객 75%가 인천시민이고 서울시민은 25%에 불과하다며 전기, 신호 공사비 40억 원과 연간 운영비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직결 사업의 건설, 운영 주체가 서울시와 국토부라며 분담금을 내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당초 이 사업은 1999년 3월 국토교통부가 공항철도와 서울9호선과 연계방안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 서울시가 도시철도 건설 및 운영자로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의 교통편의 증진과 서울9호선 혼잡도 완화라는 목적으로 기획,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서울9호선 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즉 사업 초기부터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추진한 도시철도사업이다. 애초에 인천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데 현재 인천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광역철도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인천시의 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서울시의 행태는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이 무산될 거라는 우려와 함께 인천시민, 특히 영종과 검단주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불만을 가져왔다. 하지만 불똥은 인천시로 튀어 주민들은 인천시가 어떻게든지 비용을 부담하거나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 단체 중심으로 인천시가 얻게 될 편익을 고려할 때 두 지자체가 여러 대안을 놓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조기 개통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겠다며 전향적으로 서울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직결 사업비를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광역버스 사업 등 법적으로 분담할 명분이 있는 다른 분야에 서울시가 요구하는 40억 원에 상응하는 사업비를 분담하는 절충안이다. 이제 공은 다시 서울시로 넘어갔다. 서울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사업, 이번엔 서울시의 몽니가 아니라 상생을 기대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어려운 시기 더 피어나는 공동체 의식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로 2020년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때아닌 감염병 대응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는 절망적이게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도 올해 3월 1차 대유행 이후 대구발 2차 대유행을 지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방안까지 열어두는 3차 대유행 확산세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코로나블루와 코로나레드로 불리는 우울감무기력증분노의 부정적인 감정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며 생긴 우울감이며 코로나레드는 이를 넘어서 분노로 확산되는 감정을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만 40만명에 이르고, 상가 임대료 납부 문제로 폐업도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이 많다는 뉴스도 빈번이 들려온다. 따라서 여러 부침(浮沈)을 겪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눔과 기부의 손길 또한 얼어붙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시선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치를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2020년 올 한해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의 전년대비 모금현황을 살펴보면 작년에 비해 올 한해 약 2%의 증가율을 보인다. 이는 기부물품이 전년대비 약 54%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부금은 전년대비 약18%의 감소세를 보였고, 마스크, 손소독제 등 기부물품의 형태로도 많은 기부가 이뤄졌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시기에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는 힘이 있다.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한 이후 등장한 금모으기 운동, 아나바다 운동부터 시작해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계품앗이두레향약사창 등 나눔은 우리네 삶에 익숙한 양식이다. 어려운 일,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며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러한 문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적십자 회비 또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국민들이 손을 더하는 국민성금이다. 1952년부터 정부와 행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적십자 회비도 작년에 비해 약 6%의 증가율을 보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고있으면 나눔은 연령과 재산의 유무에 상관없이 행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다가오는 2021년에도 대한적십자사는 우리 사회 도움이 필요한 사각지대의 이웃을 찾아 기꺼이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이제 대통령제를 바꿔야 할 때다

가끔은 불가능해 보이는 얘기도 해야 한다. 다음번 대선 후보는 자신의 공약에 대통령제를 꼭 바꾸겠다는 내용을 넣었으면 좋겠다. 70년이 넘도록 유지한 대통령제의 효용이 다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자유당 정권 몰락 후 우리는 잠깐 의원내각제를 해 봤으나 파벌 싸움으로 결국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아직도 내각제는 정치 혼란과 의원들의 부패 등 부정적 선입견이 그대로다. 그럼에도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넘어서는 정치보복과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 무엇보다 분노와 증오로 갈라진 국민이 불쌍하다. 5년마다 극단적 선택과 적폐 청산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내각제가 꼭 정답은 아니다. 민주주의에는 정답이 없다. 나라마다 고유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다.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민주화 투쟁의 가장 큰 성과로 보았기에 내각제는 왠지 민주주의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은 사실상 무소불위다. 인기 없고 무능해도 대개는 끝까지 간다. 다음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바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든 아니면 반대당에서 되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정치보복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각제의 폐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칠 방법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입법과 사법을 모두 장악한 대통령제는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잔인한 정치보복이 없었던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끔은 자질이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지만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견제장치가 고장난 탓이지, 선거제 탓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고장난 견제장치는 누가 고치나. 하나마나한 소리다. 과거 60년 전 민주당 때와 똑같은 내각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무능하고 무서운 왕 대신 여러 명이 권력을 균점해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면 적어도 전쟁 같은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정치체제는 제도 자체보다 그 운용이 관건이라고 한가한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현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좋은 대안이 있는지?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을 가져야 한다. 내 임기 중에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을 하겠다는 공약을 하는 후보에게 한 표 던지겠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코로나 시대, 환경보호의 중요성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급습한 이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들의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을 대폭 축소시켰고, 생활 패턴의 변화도 가져왔다.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위기이자, 우리에게 일상적인 활동을 잠시 멈추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인간 활동이 축소됨으로써 자연환경이 일시적으로나마 개선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중국에서는 올해 1월 말 공장이 강제로 문을 닫고 육상 통행과 관광이 줄어들면서 이산화질소의 배출량이 30%까지 줄었다. 대기질과 수질도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금년 1분기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작년보다 27%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도시 봉쇄 두 달 후 오염 물질을 수면으로 방출하는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화학물질인 인과 암모니아의 검출양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급속한 도시화로 터전을 잃었던 동물들이 위협을 덜 느끼기 시작했고, 도시로 내려온 동물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환경 개선의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이런 변화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가하게 된 환경오염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을 감염방지를 위해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일회용 마스크의 사용이 갑작스럽게 늘어났고, 마스크의 재료는 비닐 코팅 처리가 된 종이,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 등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로 새로운 환경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8월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비닐 폐기물과 플라스틱 폐기물은 작년보다 11.1%, 15.6%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위생과 방역에 직결되는 일회용품 소비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경각심을 갖고 환경문제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음식배달을 위한 친환경 용기를 개발하고, 일회용품도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코로나19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이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발생했다는 점, 더 나아가 대기오염이 코로나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자원이 미래 세대로부터 신탁 받은 것임을 깨달아 공유지의 비극(남을 희생시켜서라도 자기의 이익과 권리를 극대화하려고 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 숭실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장

[인천시론] 선택 그리고 최고의 시절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 찰스 디킨스의「두 도시 이야기」 中 우리는 지금의 순간을 살고 있지만 지나간 시절의 과오와 기쁨을 회상하면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으로 살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리고 선택의 문제는 괴로운 법이다. 어느덧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이 최선인지 불가피하게 내린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마스크 착용 및 국가 봉쇄 여부 등 우리의 선택에 대해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 국제기구가 회의감을 가졌지만 이제는 K-방역이라는 말로 전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여기서 선진국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선진국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나라보다 정치경제문화 따위의 발달이 앞선 나라지만 앞선 정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불분명하다. 경제적 규모 및 세계경제에서의 영향력이 선진국 기준의 잣대라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선진국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면 OECD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각계의 전문가는 경제지표로만 보면 선진국에 가깝지만, 양극화가 심화와 사회 곳곳의 대립과 반목이 많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시민의식이 낮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소위 선진국들의 대응과 시민의 태도를 볼 때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며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단지 선택 속에서 발생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반목(反目)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적십자사도 지난 115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인도주의 기관으로 성장했다. 최고의 시절보다는 최악의 시절을 생각했고 어리석음의 시대보다는 지혜의 시대를 갈구했다. 의심의 세기를 살았으나 믿음의 세기를 기대하면서 절망의 겨울을 넘어 희망의 봄을 국민과 함께 꿈꿨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1년간 우리가 내려 온 선택들이 여러 결과가 되어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을 생각하면서 그 선택의 결정을 올곧이 받아들이고 남은 한 해, 다가올 한 해가 최고의 시절, 믿음의 세기가 되길 기대하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PS) 필자는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회장(15대)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고 적십자의 영원한 후원자로 남기로 했다. 나의 선택이 적십자 최고의 시절에 작은 보탬이 되길 기원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 지사회장

[인천시론] 기본소득을 사회연대 도약점으로 삼자

오늘 우리는 팬데믹이 몰고 온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널이기에 그 시작의 당혹감과 종착에 대한 무지함으로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이에 그 터널을 지나는 방법 중 하나로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보, 보수를 넘나든다. 진보 측은 사회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한다. 전통적 복지시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양극화 해결을 위한 합리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보수 측은 제도가 간단하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면에서 복지행정 효율화에 주목한다. 이에 비해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진영은 현 사회보장체제의 안정과 향후 재정부담을 논거로 삼는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막대한 재정지출로 기존 복지제도 감축이 불가피해져 빈곤층의 삶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사실 사회복지는 산업혁명 초기과정에서 생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수단으로 등장했다. 빈곤이라는 구사회적 위험에 맞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은 기존 산업혁명과는 다른 차원의 혁명이다. 양극화 심화, 고용 절벽같은 사회문제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쳤다. 세계경제가 마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회안전망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바로 신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본소득의 성공은 우선 기존 복지체제에 대한 재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주택자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실업수당, 근로장려세제, 자녀장학금 등을 통합해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여기에 기존 조세 감면제도의 전면적 개편으로 효율성은 물론 소득재분배 기능 역시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는 개혁이 어렵다.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안 된다. 정치인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 이슈가 그들만의 리그로 자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은 권리이자 인권 회복이 주 목적이다.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법에 우선하자. 증세나 다른 복지와 통폐합 가능성을 열어 놓고 치밀하게 그 가능성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 기본소득은 코로나 시대 고통분담과 시민적 연대의 길이 될 수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한 번 도약의 시기를 놓치면 향후 오래 침체와 낙오의 길을 가야 한다. 시기상조의 염려보다 실기추회의 우를 범하지 말자. 유문무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

[인천시론] 요즘 나에게 국가란

서정주 시인의 마흔 다섯이란 시가 있다. 마흔 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 귀신을 기를만큼 지긋치는 못해도 처녀 귀신하고 상면(相面)은 되는 나이. 시인이 말했던 나이는 지금 생각하면 60세 정도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대강은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더 나이 먹고도 철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의나 비분강개 같은 단어가 건강에 해로운 것도 잘 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일임을 알기에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나와 내 주위 사람들도 편하다. 젊어서 군사 독재에 분노하고, 무능한 대통령에 거품을 물었던 것이 지금 와서 보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서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해본다.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자기 나라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저 단순히 나라를 사랑한다는 식의 너무나 애매하고 막연한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된다. 우선 그 전에 어떤 자들이 국가를 좌지우지하는지 바르게 규명하고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삼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의로운 국가나 정의로운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허황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훈아가 말한 소위 위정자들에게 통째로 영혼을 빼앗기고, 사고와 행동을 제한당하고, 자유와 존엄성을 잃고, 비참한 처지에 내몰리는 상황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어느 정권이든 뻔뻔한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고 나라를 말아먹은 사례는 즐비하다. 하지만 경중(輕重)의 문제였지 근본을 훼손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든, 안보든, 외교든, 모두 수단일 뿐 결국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상실돼 버렸다. 운동권의 이상은 몽상으로 전락했다. 무엇에 관한 명분은 무성한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엉터리니 남은 것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억지와 궤변뿐이다. 세상이나 국가라는 것이 어차피 이런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순간 이 나라를 사유화하고 국민을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자들의 승리에 가담하게 된다. 단테는 신곡(神曲) 지옥편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나쁜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은 가만히 있는 사람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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