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새해에 밝힌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모두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보다 2만838명(0.04%) 감소했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7만6천명에 그쳤지만 사망자는 30만명을 넘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당초 정부가 예측한 2029년보다 9년이나 앞당겨졌다.
이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예측한 2060년의 한국의 모습은 5천만명의 인구가 2천500만명으로 줄어 생산인력과 학생, 군에 입대할 자원도 반 이하로 감소한다.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 국력 쇠퇴를 거쳐 대한민국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적어도 떨어지지 않게 일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200조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영아수당, 육아휴직, 무상교육 등 정책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낮아지기만 할 뿐이다. 한국은 이미 2015년부터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고, 2018년부터는 출산율 0.98로 1쌍의 부부가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해 3분기는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혼인감소와 임신유예 등을 고려할 때, 2022년 출산율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상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적으로 취업난, 높은 집값으로 인한 과도한 주거비용, 만만치 않은 육아비용과 계속 증가하는 사교육비 등으로 결혼을 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체감실업률(단시간 근무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도 포함한 실업률)이 24.4%(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7월 고용동향)로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절망 속에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결혼은 사치일 뿐이다. 집 없는 신혼부부는 높은 집값 등으로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한 아이만 키우는 가정에 둘째를 낳으라고 하면 높은 사교육비 등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의 정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경제 및 사회정책 등을 수립해 양질의 일자리창출과 적절한 주거의 공급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은 대한민국이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것이다.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구현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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