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소원

곧 있으면 민족대명절 설날이다. 2021년의 설날을 앞두고선 올해가 작년과는 달라지기를 바라게 된다. 코로나19의 지속세로 가족 간에도 거리두기가 요구됨에 따라 이번 설에는 귀향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겁의 세월 동안 가족과 만남이 불가능했던 사람들이 있다. 전국 4만9천154명의 이산가족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국가통계에 따르면 1월 31일 시점으로 전국에는 4만9천154명의 이산가족이 있다. 그중 8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전체 이산가족의 67.3%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이산가족은 지난달 298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에 약 300명의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셈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최근 설날을 맞이해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의 초고령 이산가족 62가구에 설 선물을 전달했다. 110세 어르신을 직접 찾아뵙고 마음을 위로하고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피난으로 섬을 나오면서 식구가 나뉘어 가던 중 갑자기 인민군이 내려와 뒤따라오던 식구들과 갈라서게 됐다. 북측에 두 아들과 형제자매를 남겨놓고 긴 세월을 보낸 어르신은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어르신은 100세가 넘은 연세에도 직접 텃밭을 가꾸시며 건강을 유지하고 계셨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과 꼭 만나고 싶다는 ‘의지’가 100세가 넘으신 이산가족 어르신들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적십자사는 매년 명절이 되면 망향경모제를 지원하며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망향경모제로 진행한다. 매년 직접 임진각 망배단에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이산가족 신청자 5만 명에 망향경모제 체험영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상봉은 인륜의 문제, 천륜의 문제인 만큼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규모 있는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산가족상봉은 시일을 다투는 일인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만남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대면상봉의 경우 참석할 수 있는 대상자가 한정돼있다. 분단으로 수년간 가족과 분리된 채 기약없는 삶을 살아온 모든 이산가족의 만남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상봉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적십자사는 첫 화상상봉장을 2005년에 만들었고, 현재 8개 지역 13곳에 화상상봉장이 마련되어 있다. 시스템화·내실화도 중요하나 결국 가능해지려면 남북간의 조속한 대화재개를 통해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남북이 함께 고민해야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일상의 변화, ‘뉴노멀’을 이산가족은 일찍이 겪었고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함께 명절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일평생 소원이 된 그들의 소망이 어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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