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전 세계에 막대한 경제적·사회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에 박쥐 종이 갑자기 증가하면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발생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규명될 필요가 있어 현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 이상 기후뿐 아니라 전염병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한파,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와 모기, 병충해가 늘어 전염병도 4.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 재앙과 엄청난 일자리의 감소가 초래되면서 기후변화는 긴급하게 해결해야 문제의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기후변화가 이미 현실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최근 자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2050년까지 기후재앙을 막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사망률은 2100년쯤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의 5배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대립관계가 아니라고 하면서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부터 경제를 구하고 기후재앙도 피할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악화 후유증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EU의 장기예산안(2021∼2027년) 중 약 30%가 기후변화 대응에 할당됐다.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면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앞으로 짧은 주기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로나19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가속화해 앞으로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위협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빌 게이츠가 경고한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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