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위한 법제도화 필요

대한민국은 헌법이 지배하는 입헌주의국가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능력에 따른 교육이란 정신적·육체적 능력과 같이 개인의 ‘일신전속적’ 능력에 따른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재산·가정·성별 등과 같은 비전속적 능력에 따른 교육차별은 금지된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국가의 정책 결정에 따라 학교현장에 원격수업이 도입됐다. 불가항력적인 결정이지만 이로 인한 디지털 교육격차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가정의 경제상황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접속 시설 환경에 따라 교육 수용의 질이 달라지고 부족한 학습량을 사교육으로 메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한다. 원격수업으로 학교의 의미가 변화되면서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들에게 옮겨지고, 가정의 학습지원 부담이 늘어나 교육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지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교육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등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과 고소득층 가정 간의 학습 격차가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부실한 원격 수업에 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의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낮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반면에, 원격 수업 공백을 맞춤형 사교육으로 채워 줄 수 있었던 가정의 학생들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앞서는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명문대 합격자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디지털 교육격차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저하를 세심히 살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단발성 지원책에 그쳐서는 안 되고,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화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애학생과 저소득층 취약 계층 학생의 원격교육 지원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신체능력이나 가정환경의 차이가 원격교육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면 부당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디지털 교육격차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를 예상하지 못해 비대면 언텍트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제2, 제3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을 비롯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차별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원격수업에 대한 제도적인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원격수업에 대한 제도 개선에는 취약계층 학생 대상 원격수업 지원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모가 걱정 없이 자녀의 원격수업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지원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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