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결하지도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잘하지 못하오. 하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서 내가 그 꾸짖음에 답하게 하시오”(세종실록 7년, 1425년 12월 8일자)
옛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시무(時務) 7조’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이 청원은 인천에 거주하는 필명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39세 가장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쓴 글로 최근 동의하는 사람이 무려 4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당초 청와대는 이 청원을 보름 동안 비공개로 했다가 논란과 비판이 일자 27일에야 뒤늦게 공식 게재했다. 그동안 입소문으로 알려지다가 공개 이후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시무 7조 청원은 공개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경제 실정에 분노하면서도 이를 표출하지 못했던 답답한 마음을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을 통해 예리한 비유와 풍자로 담아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하고 경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무 7조의 일침은 많은 이들에게 반향과 공감을 얻어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세종처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릇된 정치를 바꾸려고 할까? 아니면 역린을 건드려 정국이 더욱 갈등으로 치닫을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부보다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이견에 관대할 것을 약속”했지만 “정부에 반대의견을 낸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대응하거나 건설적 토론 대신 소송을 걸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람은 신(神)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하거나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잘못과 허물은 고치면 된다. 문제는 잘못이 있어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잘못한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고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라고 했다(過而不改, 是謂過矣).
조선 최고의 명군 세종은 ‘백성들의 평범한 행복을 위한 군주의 비범한 노력’을 정치의 목표로 삼았다. 세종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위해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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