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전국민 재난지원금 심사숙고해야

지난 3일 정부는 35조3천억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한 1·2차 추경에 이어 올해만 들어 3번째로 사상 최대 규모다. 3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모두 840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11조2천억원이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도 38.0%에서 43.7%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에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0%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고 상황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위기에 국가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점엔 이의가 없지만, 나랏빚이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8년에는 최대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88.7%)와 비슷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몇몇 여권 중진들은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1차 지원금이 한두 달 정도 소비를 뒷받침해줄 것이기 때문에 오는 8월이나 9월 초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로 1인당 20만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10조3천5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엄청난 금액이지만 대중적 인기와 호응은 상당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와 브라질의 무분별한 대중영합주의, 이른바 포퓰리즘 정책이 국가를 부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지사의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건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경제 수장인 홍 부총리 역시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지만, 지난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성화에 기재부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대규모 추경을 통해 큰 폭의 재정을 풀어 성장을 이끈다면 국가채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채무비율 산술식은 국가채무에서 GDP를 나누는 것으로 분모인 GDP가 늘어난다면 채무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OECD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GDP 순위는 10위로 두 단계나 하락했다. 한국의 GDP 순위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캐나다(8위)와 러시아(9위)에 자리를 내줬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쉽고 눈에 보이는 단기적 처방보단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거나 고용을 보장하는 등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심사숙고(深思熟考)!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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