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새해의 윷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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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인천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설이 지나고 곧 대보름이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예전에는 설 무렵이면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는 ‘까치 까치 설날’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런데 이 노랫말 속의 ‘까치’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작은’이라는 뜻의 우리 옛말 ‘아츤(앛+은)’의 발음이 바뀐 단어다.

 

따라서 ‘까치 까치 설날’은 ‘작은설(아츤설)’, 즉 섣달그믐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 우리 설날’은 ‘큰설날’이라고도 불렸던 ‘설날’, 즉 정월 초하루다.

 

‘설’은 나이를 말하는 ‘살’에서 나온 말이다. 설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으니 ‘살’과 ‘설’은 같은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뜻이 갈라져 지금과 같은 차이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 짐승의 숫자를 세는 데 쓰는 단어 ‘마리’가 원래 사람의 ‘머리’와 같은 뜻이었다가 모음 ‘아’와 ‘어’의 차이 때문에 뜻이 조금 갈라진 것과 똑같은 경우다. 이 기간, 곧 설부터 대보름까지 예전 우리 선조들은 윷놀이를 즐겼다. 요즘은 윷놀이를 아무때나 하지만 처음에는 이 시기에만 하는 놀이였다고 한다.

 

이는 윷놀이가 본래 놀이보다는 한 해를 시작할 때 농민들이 모여 그해 농사의 결과를 점치던 일종의 민속점(民俗占) 성격이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겠지만, 편을 갈라 경기를 해서 이기는 쪽의 농사가 더 잘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놀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이 지나면 윷놀이를 안 했는데 차츰 그런 점술(占術) 성격이 없어지면서 언제나 즐기는 민속놀이가 됐다고 한다.

 

윷놀이가 언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윷놀이에서 사용하는 사위의 이름 ‘도, 개, 걸, 윷, 모’는 우리 고대 국가인 부여(夫餘)의 벼슬 이름에서 나왔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부여의 관작(官爵)이었던 저가(豬加), 구가(狗加), 우가(牛加), 마가(馬加)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각 동물과 연결돼 있는데 ‘도’는 돝(돼지·猪), ‘개’는 개(狗), ‘윷’은 소(牛), ‘모’는 말(馬)을 말한다. ‘걸’은 양(羊)을 가리킨다는 의견이 많지만 노새를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들의 순서는 몸집이 얼마나 큰지와 얼마나 빠른지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본다. 윷판이 네 구역으로 나뉘는 것도 부여의 행정구역인 사출도(四出道)에서 유래한 것으로 해석한다.

 

윷놀이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민속놀이다. 그만큼 ‘정통성’이 뚜렷할 뿐 아니라 윷가락이나 윷판, 말 등의 도구는 만들기가 쉬우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눈속임 같은 속임수가 통할 여지가 없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어 공동체 의식을 살리는 데도 제격이다.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딱지치기와 공기놀이 등 우리 민족의 여러 민속놀이가 등장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윷놀이가 이런 식으로 소개될 수 있다면 훨씬 더 큰 반향(反響)이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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