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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영화 ‘3학년2학기’ 인천 상영회

임병구 ㈔인천교육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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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살리기 인천 시민 모임’이 있었다. 이미 개봉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영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인천시민들을 불러 모았다. 문화계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까지 참여했고 2001년 11월2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특별시사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천을 배경으로 막 여고(인천여상)를 졸업한 여성들이 사회에 발을 내디디며 겪는 혼란과 갈등,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차이나타운, 월미도, 북성동, 1호선 전철 등 친숙한 인천 곳곳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당시 ‘고양이살리기모임’ 사무국장이었던 송성섭은 “우리 사회의 주변부, 마이너리티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했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인천 영화이자 직업계고 졸업생들 성장 영화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새해 반가운 영화가 찾아온다. 영화 ‘3학년2학기’는 직업계고(특성화고) 졸업반 교실을 배경으로 찍었다. 영화를 프로듀싱한 작업장 ‘봄’ 대표 신운섭은 이란희 감독과 손잡고 고공농성 노동자와 가족 이야기 ‘휴가’로 여러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들은 교육 현장 이야기로 차기작을 예고했고 특성화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썼다.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2학기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 시기다. 학생과 노동자 사이 어중간한 존재로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사고가 터져야 겨우 시선을 돌린다. 수능과 대학입시만이 유일한 성장 과정인 양 보여주는 사회에서 취업 준비 청소년들은 현실 바깥에 비존재로 존재한다.

 

프로듀서와 감독은 인천 특성화고등학교와 노동 현장에서 어른이 돼가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포착해 화면에 옮겼다. ‘3학년2학기’는 부평공고와 인천 남동산단에서 80% 이상을 촬영했다. 장례식장과 주인공 가족이 사는 빌라는 촬영 장소를 구하지 못해 가까운 부천과 안산에서 찍었다. 내용으로 보면 교육영화이기도 하고 노동영화로 볼 수도 있으며 청소년 성장 영화이자 한부모가족의 잔잔한 생활 이야기다. 어떻게 이름을 붙여도 좋을 이 영화는 무엇보다 인천이 주무대이므로 ‘인천영화’임이 분명하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여러 상도 수상하며 2학기가 시작되는 9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영화에 인천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말, 인천인권영화제를 놓쳐 인천에서 이 인천영화와 만나지 못했다. 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 겨우 한 좌석을 얻어 만석 관객 틈에서 관람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때론 답답하기도 하다. ‘파업전야’처럼 뜨겁게 현장을 뒤엎는 드라마도 없고 ‘다음소희’가 던지는 묵직한 사회 고발 메시지도 남기려 들지 않는다. 졸업 예정자인 주인공 창우가 만 19세가 돼가는 과정 자체를 무덤덤하게 보여준다. 극적 사건이 일어나 파국에 이르지 않지만 필자는 한 관객으로서 내내 조마조마했다. 작업 현장은 언제 산재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현실 그대로를 재현한다. 소심한 주인공은 착해빠져서 대들지도 못하고 묵묵하게 견딘다. 공장에서도 견디고 집에서도 참아내고 학교에도 순응한다. 근데 그 주인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바로 내 곁에서 살아내고 있는 삶으로 다가온다. 그의 감정이 몰입한 내 감정을 끌고 다닌다.

 

로맨스로 청춘을 치장하거나 젊은 격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어른이 돼가는 따뜻하고 착한 삶은 숭고하다. 그렇게 어른이 돼가는 이들이 만들어 낼 사회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 어리숙한 듯하지만 인간 자체를 신뢰하게 만드는 게 이 영화가 지닌 큰 미덕이다. 이 영화에 공명하는 인천 사람들이 모여 상영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2월26일 오후 7시, 영화공간 주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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