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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디세이] 부처님오신날

법장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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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고 달콤했던 연휴가 어느새 지나갔다. 이번 연휴는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이 겹쳐 불교인에게는 온 가족이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으나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는 휴일이 짧아져 다소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사정을 차치하고 연휴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휴일과 연휴는 언제나 그렇게 다가와 어느새 지나가는 꿈 같은 시간이다. 이는 ‘부처’라는 분의 명호와도 같다. 우리가 흔히 부처라고 칭하는 것은 깨달은 자, 눈뜬 자라는 ‘Buddha(붓다)’를 음사한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에게는 ‘여래10호’라는 열 가지의 이름이 있다. 순서대로 ‘여래(如來), 아라한(阿羅漢), 정변지(正遍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이다. 이 중 부처는 마지막 불세존의 불(佛)을 풀어서 표현한 것이다. 여래10호의 순서에 대해 여러 학설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한 인물이 수행을 통해 인연이 일어나는 법칙인 연기(緣起)를 깨닫고 그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과정 속에서 불려진 이름의 순서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최초로 불린 이름은 ‘여래(如來)’다. 여래는 불교에서 추구하는 ‘법’의 가르침과도 밀접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한자를 풀이하면 ‘같을 여(如)’와 ‘올 래(來)’로 ‘그렇게 왔다, 그처럼 왔다’로 해석된다. 이처럼 여래라는 명호는 무언가 특별한 힘이나 능력을 지닌 절대적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인연이 돼 그렇게(그처럼) 우리 곁에 오신 분을 말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불교를 수행하고 신앙하는 모든 존재는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기에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설한다.

 

이 불성의 존재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기도 하다. ‘신’이라는 절대자나 창조주가 없는 불교에서는 모두가 서로의 인연이고 그 인연의 힘이 우리를 지탱해 주고 살아가게 해준다고 여긴다. 그래서 부처나 보살이라는 이상적 존재를 특별한 공간에 두지 않고 우리 곁의 인연 속에서 찾게 하고 나아가 수행을 통해 다름 아닌 자신이 부처가 된다고까지 설한다.

 

부처는 ‘그렇게 그처럼 오는 존재’다. 그리고 ‘그’라는 지시대명사는 어떤 중요한 순간의 시절인연을 말한다.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간절히 바랄 때 바로 ‘그’ 순간에 부처님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나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과 ‘그’ 부처는 바로 우리가 우리 앞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 부처와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가깝고 당연히 있었기에 눈여겨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인연이 우리의 부처다. 그리고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가족이야말로 우리를 바른 삶으로 이끌어주고 모든 순간 우리를 품어주는 부처다. 막연하고 먼 곳에서 부처를 찾지 말고 가장 가까운 우리의 곁에 이미 부처님은 그렇게 와서 함께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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