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식 시인·문학평론가
올해부터 인천시인협회에서 시 합평을 하기로 계획했다. 시 합평은 두 종류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는 등단한 회원을 위한 시 합평이고 또 하나는 준회원인 시인 지망생을 위한 시 합평이다. 어느 것이든 시 합평은 잘못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 이뿐만 아니라 합평했던 타인의 작품을 표절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합평은 시 공부를 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인천시인협회는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 합평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방식을 찾겠다. 올바른 합평의 원칙을 만들어 참여자 모두 K-문학 장에서 도약하게 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경험했던 합평은 20대 시절이었다. 모두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합평은 할 때마다 서로에게 상처만 줬다. 문청들은 타인의 작품에서 단점을 찾기에 급급했다. 잘된 점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필자의 머릿속엔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합평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 기성 시인들의 시 합평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오랜만의 시 합평이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작되자 필자가 경험한 20대 때의 합평이 재연됐다. 그곳에 모인 시인들은 칭찬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직 문제점 위주로만 합평했다. 이러면 서로 감정 대립이 된다. 필자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서 장점을 찾아내 의견을 개진했다. 합평은 장단점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시적 아노미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도 전 학년에 걸쳐 학생들은 합평 강의를 듣는다. 필자는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시창작연습, 시창작과퇴고, 현대시강독, 문학과신화 등을 오랫동안 가르쳤다. 이 중 시창작연습과 시창작과퇴고는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을 합평하고 마지막에 교수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의 강의였다. 누군가는 상대의 작품에서 단점만 찾아내고 누군가는 장점과 함께 단점을 찾는다. 그리고 다수의 학생은 자기 작품이 혹평받아 상처를 입는다. 필자는 가능한 한 피드백을 줄 때 단점보다는 장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언급했다. 어떤 학생은 상처 입은 것을 강의 평가로 드러냈다. 지나치게 혹평을 한 학생을 막지 않은 책임을 필자에게 물은 것이다. 또 평가 압박 때문에 표절한 작품으로 합평한 학생도 생겨났다. 이 학생의 경우는 징계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휴학했다.
합평이 참석자 모두를 만족하게 한 예도 있다. 필자가 모 문학 단체에서 소모임장을 맡았을 때다. 그 단체의 소모임장이라는 직책은 합평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우선 작품을 회원들이 자유롭게 평가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모임장이 총평하는 방식이었다. 필자는 회원들의 작품에서 장점을 보려 노력했다. 우선 대상 작품에서 잘된 점을 찾아냈다. 잘된 부분을 이론적 근거를 대며 말해줬다. 합평 말미에 퇴고했으면 하는 부분을 조언했다. 더불어 지적한 단점도 필자가 잘못 본 것일 수 있다고 첨언한다. 그러자 모두가 만족하고 합평하는 날을 기다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란 없다. 다만 설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오만한 태도로 작품을 혹평하면 안 된다. 합평은 시인들의 시적 합목적성에 맞게 원칙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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