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인간과 인공지능

지난 12, 13일 경기도청에서는 ‘인공지능(AI),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정책포럼이 열렸다.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에 대해 알아보고 행정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행사는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인공지능은 과거부터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챗GPT를 중심으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주목받으면서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자연어 이해와 생성에 특화돼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연스럽게 사회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됐다. 공공영역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 5월8일 행정안전부가 공무원을 위한 ‘챗GPT 활용방법 및 주의사항 안내서’를 배포했다. 이 안내서는 챗GPT를 공공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정보탐색능력 활용 ▲언어능력 활용 ▲컴퓨터 능력 활용 등 세 가지를 제시했고 구체적인 질문을 예시로 들면서 일곱 가지 세부적인 활용 방법을 소개했다. 안내서는 챗GPT가 갖는 문제점(한계)과 활용 시 주의사항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기본 골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공공 부문에서 활용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보로 인해 개인의 권리 또는 이익이 침해되거나 손해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 부문에서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행정에 활용하는 또 다른 예로 고립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위기 상황 관리 및 상담을 들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인공지능 노인말벗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노인말벗 서비스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복지정책에 접목한 사업으로 인공지능 상담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상대방의 안부를 확인한 후 위기 징후가 감지되면 전화 상담 또는 전문 상담으로 연계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인공지능이 짧은 안부 확인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서비스는 향후 위기 상황에 있는 아동,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상담 서비스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때로는 ‘인간을 대체할 만한’ 조건들을 갖췄다는 점에서 ‘사람이 아니지만, 사람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일종의 심리적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당연하게도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며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에 종종 현혹되더라도 눈을 돌려 인간과 인간성(人間性)을 깊이,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경기시론] 재생에너지와 시대정신

아침 출근길, 자전거 위에 몸을 싣고 두 바퀴로 달린다. 자전거 바퀴와 차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서서히 몸을 깨우고, 흔들리는 몸은 가까운 풍경들도 눈에 담을 수 있는 친근한 속도로 바람을 맞는다. 도시 곳곳은 깔끔하게 황색과 회색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도로와 인도 사이로 자전거전용길들도 일부나마 공간을 나누고 있다. 틈틈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피해 달린다. 이 공간들, 저 너머에서부터 가득 채우며 밀려와 이 구획된 지면과 공간을 채우는 대기와 바람과 햇빛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마치 처음처럼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반복한다. 지금까지 사회가 선택한 또는 강제한 생활양식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공간을 기획하고 채우는 구조와 균형의 문제를 되짚는 것이 아닐까. 바람과 햇빛은 누구도 일방적으로 소유할 수 없지만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것들을 제공한다. 건강한 숲과 맑은 숨, 익숙하고 안전한 풍경 안에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깨끗한 대기와 에너지, 거기에 사람들의 노력과 기술을 더해 깨끗한 전력도 생산할 수 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여기에 서로 기여한 바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어디에 속해야 하고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지, 이 문제 의식을 ‘기후위기 시대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의 이익을 따르는 관성을 무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일으킨 ‘자유 지상’의 시장, 경제, 경쟁 요소에서 지속할 수 없는 것들과 지속해야 할 목록을 만들고, 퇴출하고 대체하고 발전시켜 다시 균형 잡는 노력으로 새로운 이익을 만들고 나누는 것은 지금 시대정신에 가장 적합한 상식과 문화가 아니겠는가. 그것으로 선한 경쟁을 일으키고 그 에너지로 다시 사회와 경제를 조직해야 하는데, 여기서 새로운 이익을 만들 물질적 토대로서 재생에너지는 만능열쇠는 아니어도 지름길은 될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바람과 햇빛은 공평한 공간과 시간에 차별 없이 있는데, 그 자체로도 깨끗한 에너지이지만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과 기술, 자본이 필요하다. 전력기반사회로의 이행이 뚜렷한 지금 이를 누가 어떻게 조직하고 지배하고 나눌 것인가는 화석연료기반 사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생에너지는 현 정부에서 홀대받고 있고 우리 정치에서 철저하게 후순위다. 대규모로 집중된 화석연료 기반 경제개발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튼튼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을 가진 존재로서 자기 발전을 꾀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자산, 소규모 기업자본을 기반으로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이와 유사한 말들과 개념은 우리의 정치 언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서 재생에너지는 오히려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를 바로잡는 게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아닐까.

[경기시론] 무전공 선발에 대한 생각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공을 정하지 않은 채 입학한 뒤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의 기초 과목을 수강한 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무전공 선발을 도입 및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에 대한 대학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무전공 선발과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연계했다. 즉, 대학들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무전공 선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무전공 선발과 관련해 2개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1유형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입학 정원의 10%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것이고, 2유형은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 모집 후 계열 또는 단과대 내 모든 전공을 자율선택 또는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 선택할 수 있도록 입학 정원의 15%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2025년부터 교육부에서 제시한 무전공 선발을 하려면 계획을 수립해 오는 4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무전공 선발과 관련해 남아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은데 대학들이 준비해야 하는 일은 너무 많다. 먼저 무전공 선발을 위해서는 기존 학과나 전공에서 학생 수를 감축해야 한다. 학생 수가 많이 감축된 학과나 전공은 다른 학과 및 전공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폐지될 수도 있어 어려운 숙제다. 다음으로는 무전공으로 선발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무전공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누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원기구의 설치, 지원을 위한 교수와 직원의 충원 및 배치, 각종 지원프로그램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인기 학과로의 쏠림현상과 학생들의 이탈현상에 대한 해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각종 기초학문을 학습한 후 전공을 선택할 때 인기 학과나 전공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인기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의 이탈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쏠림현상이 발생하면 교수의 충원 문제 등 새로운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셋째, 학생들의 학습권 훼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충분한 수준의 강의 공간이 확보돼 있지 않았을 때 인기 학과나 전공의 경우 다수의 학생이 한 강의실에서 학습해야 하고 때로는 온라인 강의를 원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비인기 학과나 전공의 경우 수강생 부족으로 인해 다수의 폐강 과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학생들의 학습권 훼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무전공 선발은 난제다. 무전공 선발 계획의 수립 및 실천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성원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무전공 선발은 걸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기에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야 하는 길이라면 아주 작은 비율부터 시작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하나씩 해소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시론] 부시장의 직업병

필자는 지난 2016~2017년 남양주시청에서 부시장으로 근무했다. 3선 시장이 지휘하는 시정업무 속에서 부시장의 폭은 다소 좁아 보였다. 다른 자치단체 동료 부시장의 의견을 이리저리 모아 봐도 현재의 역할에 대한 진폭이 좁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화학시간에 배운 바로는 다양한 용액은 분자식이 달라 그 속에 다른 용액이 들어갈 틈새가 있다고 들었다. 마찬가지로 지방행정의 달인인 시장 휘하에서도 이리저리 살피면 부시장의 역할은 여러 분야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됐다. 간부들과 영화를 관람하고 소감문을 모아 영화사 허진호 감독 등 관계자, 출연 배우 손예진, 라미란, 박해일에게 보냈다. 이후 당시 공보과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감독과 영화투자자가 시청을 방문해 시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당시 560만 관객은 큰 성과이고 남양주시 공무원이 기여한 바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게 인사하기 위해 방문한 영화사 일행을 덕혜옹주 묘역으로 안내했다. 영화사 관계자가 묘역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홍보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사 관계자의 현장방문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덕혜옹주 묘역을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이 늘었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이 자리한 구리시 소재 문화재청 왕릉관리사무소에서 조선 왕 27명의 왕릉 사진을 덕혜옹주 묘역 앞에 전시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유네스코유산 자료를 전시했다. 시민은 물론 인근 시의 시민과 학생들이 관람했다.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나비효과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으로 남양주시의 홍유릉이 알려지고 덕혜옹주의 스토리가 전국에 전파된 것이다. 다음 해 문화재청은 그동안 비공개 지역이던 덕혜옹주와 의친왕의 묘를 공개 지역으로 지정했다. 남양주시민들은 편안한 시간에 덕혜옹주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홍유릉을 방문한 국민들은 조선 역사 후반부의 치열한 삶을 살았던 영친왕, 의친왕, 덕혜옹주를 추억하게 됐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획 의견을 제시했다. 남양주시와 경기도가 덕혜옹주 묘역 및 영친왕의 묘역 주변의 토지를 매입해 조선 왕릉 ‘미니어처’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공직에서 퇴직했지만 이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에 서울과 경기도 지도를 만들고 왕릉의 특징을 살린 미니어처를 설치하고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을 통해 조선 왕 27명의 역사 스토리를 설명하면 현장에서 학생들은 조선의 역사를 배우고 남양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될 것이다. 경기도는 조선시대에 왕의 땅이었다. 왕숙천, 수종사, 퇴계원에도 조선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정조시대 정약용 선생의 생가, 실학박물관은 앞에서 제시한 왕릉 미니어처와 함께 조선시대 역사 공부의 중심이 될 것이다. 특히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하피첩에서 찾지 못한 4첩의 내용을 채워보는 ‘하피첩 백일장’은 남양주시에서만 가능한 문화 행사가 될 것이다. 최근 기사에 보니 다산동 2청사 용지에 남양주시청 청사 건립을 발표했다. 2032년 완공 목표라고 한다. 이를 위해 2천300억원을 목표로 2021년부터 매년 200억∼250억원을 신청사 건립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행정적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동시에 역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한 문화 발전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시작이랄 수 있는 건원릉과 마지막 홍유릉으로 이어지는 역사 스토리, 그리고 세계적 인물로 평가받는 다산의 하피첩 채우기에 남양주시 행정이 나서 주기 바란다. 잊힌 전임 부시장의 ‘직업병’이 도졌다.

[경기시론] 함께 행복한 삶

지난 14일 경기도는 도내 1인 가구를 위해 ‘2024년 경기도 1인가구 지원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주거, 안전·건강, 외로움, 추진체계 4개 영역의 39개 과제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사업인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사업’, ‘중장년 수다살롱’ 등은 확대되고 1인 가구 정책참여단 모집, 인공지능(AI) 노인말벗서비스 등이 신규 사업으로 추가된다. 이러한 계획은 1인 가구의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1인 가구는 우리 사회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750만2천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인 34.5%를 차지한다. 특히 경기도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중은 21.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 1인 가구가 19.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이 70세 이상의 고령층 1인 가구로 18.6%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와 달라 과거에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그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특히 2018년에는 1인 가구를 법·정책적 보호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이 개정됐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1인 가구를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로 정의하고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1인 가구의 복지 증진을 위한 대책을 포함하도록 하며 가족실태조사에 1인 가구의 연령별·성별·지역별 현황과 정책 수요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지원체계가 과거에 비해 정교해진 것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범주 안에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생활에 필요한 사항이 다르다는 점은 행정이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대책을 강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야기한다. 결국 세밀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분석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또 실제 지원을 받는 대상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은 삶의 어느 순간에 있든, 어떤 형태의 가구를 구성하든,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 그리고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정한다. 1인 가구의 사례에서 보듯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기시론] 각목 버드나무 구하기

‘각목 버드나무’ 이야기다. 수원시 영통구청과 삼성전자 중간을 지나는 원천천 돌다리 인근에 가로세로 20cm 정도의 소나무 각목이 박혀 있다. 수면 위로 90cm쯤 올라온 용도를 알 수 없는 각목 위에 가녀린 버드나무 다섯 줄기가 20cm 정도 자라고 있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각목 좁은 자리에 구조헬기처럼 자리를 잡았거나 어느 해 장마철에 상류에서 떠내려가던 버드나무 뿌리가 이 각목의 틈새에 끼어들 무렵 수위가 낮아졌고 그 상태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린 것으로도 보인다. 나무에 대해 비전문가이지만 뿌리가 걸려 활착된 것으로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본다. 그래서 이 상황을 ‘각목 버드나무’로 명명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원시에 이식을 건의했다. 물 흐름에 방해가 돼 하천변 이식은 안 된다는 답변이 왔다. 그 하천 어디에 심자는 의견이라기보다는 시민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수원시정의 따스함과 세밀함을 자랑할 기회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는데 단순 건의로 평가한 것이 아쉽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의견을 보내면서 양평군 용문사의 은행나무 사례를 들었다. 대략 1천100년 전에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들고 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그 자리에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2024년에서 935년을 계산하면 1089년이다. 11년생 은행나무 가지였다면 1천100살 은행나무가 맞다. 그래서인지 경기도의 나무는 은행나무다. 이 나무는 세종대왕 재임 시 정3품 당상관의 직위를 받았다. 정3품이면 오늘날 1~2급 공무원에게 해당한다. 1급 공무원은 경기도청의 행정1부지사, 행정2부지사, 경제부지사,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고 2급 공무원은 수원, 화성 등 인구 50만 이상 시의 부시장, 경기도청의 실장이다. 오산시 궐리사 은행나무는 500살이다. 잠시 죽었던 은행나무가 정조대왕이 선왕의 왕릉 자리를 찾기 위해 방문 후에 살아났다는 전설을 감안하면 550살로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산시에는 산림연구소의 나이 측정 결과 550살이라는 자료가 있다. 다음으로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나무는 석송령이다. 600년 전 장마철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소나무 묘목을 나그네가 지금 그 자리에 심었다. 나무의 높이는 10m이고 동서 길이는 32m로 그늘 면적이 324평인데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 자리 잡아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석송령은 성은 석이요 이름은 송령으로 예천군 토지대장에 근거해 종합토지세가 부과되고 납부된다. 또 누구나 아는 정2품송은 세조의 가마가 그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연이 걸린다”고 말하자 가지를 들어 지나가게 했다. 감동한 세조는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 그래서 ‘연걸이 소나무’라고도 부른다. 정2품이면 오늘날의 장관급이다. 이처럼 긴 호흡으로 미래의 역사 스토리텔링을 제안한 바인데 주무 부서에서는 각목을 잘라 하천변에 심자는 생각 정도로 평가한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루트로 접근한 바 수원시의 적극적인 공무원과 연결됐다. 적극 행정의 주인공에 의해 2024년 3월까지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총괄적인 구상은 3월 따스한 날에 각목을 잘라 이식하는 방안이 나왔다. 덕분에 ‘각목 버드나무’를 이식해 활착에 성공하면 역사는 시작되고 10년 이내에 스토리가 생성되고 20년이면 역사를 축적하게 될 것이다. 올 3월 어느 날 수원시 공무원의 적극 행정으로 연약한 버드나무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경기시론] 지방정부의 차이 반영한 균형발전정책 추진

한국에는 현재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가 있다. 243개 지방정부는 인구수, 재정여건, 지역경제여건, 문화시설, 생활편의시설 등 모든 여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인구가 많은 지방정부도 있고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방정부도 있으며 비교적 재정여건이 양호한 지방정부가 있는가 하면 매우 열악한 지방정부도 있다. 지방정부 간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는 지방정부 간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때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는 지방정부 간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현재에도 추진 중이다.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하기도 했고 5+2 광역경제권을 구상해 추진하기도 했다. 지방정부 간 존재하는 격차를 줄이려는 지역균형발전 노력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한국의 지방정부를 획일화 또는 동질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면 쉽게 동의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정치철학자인 아이리스 매리언 영은 ‘차이의 정치와 정의’라는 책에서 “좋은 사회는 집단 간 차이를 제거하거나 초월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상호 간의 차이를 긍정하는 사회”라며 “집단 간 차이가 없는 사회가 가능하거나 또는 그런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방정부 간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여건상의 특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 중심의 하향식 추진체계보다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상향식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방정부 중심의 상향식 추진체계는 지방정부가 상호 경쟁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권한이 확대돼야 가능하다. 지방분권을 통해 자율성이 확대되면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통해 다른 지방정부와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당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지방정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특성을 제거하거나 초월하려고 하지 말고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차이를 인정 및 존중하면서 공존·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탄소중립, 지구이용 행위제한

탄소중립은 일종의 지구 (토지) 이용에 대한 최소한의 행위 제한인 셈이다. 당연히 인간에게 국한된다. 인위적 행위로 인해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계속 축적하면 기후재난이 심각해져 더 이상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누려온 기후조건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자는 지구적 약속이며, 그 자체로 생존전략인 동시에 방법이다. 언제나 여러 차원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과 이슈는 논란이 분분하기 마련이다. ‘탄소중립’도 그만큼 조심스러우면서도 급진적인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다층적인 문제다. 그 말은 탄소를 지구시스템 안에서 외과수술하듯 제거할 수도 없는 문제이고 설사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 방법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기도의 31개 시·군 지자체가 모두 탄소중립기본조례 제정을 완료했다. 탄소중립이 더욱 심각한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출발이듯 각 나라의 도시와 마을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자치제도는 한 사람이 건강 회복을 위해 식단을 계획하고 운동계획을 세워서 체육관을 등록하고, 그것만으로는 실행이 어려우니 올해 가을쯤에 춘계 단축마라톤(10㎞)에 나가겠노라 마음속으로 정하고 3년 안에는 꼭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비유해 볼 수도 있겠다. 만약 개인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을 잃게 되는 대가가 따른다면 지구적 문제와 개인 실천 문제의 심리적 무게는 비슷해진다. 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은 지난 8일 ‘2023 경기도 및 도내 기초자치단체 탄소중립·에너지전환 이행기반 구축현황 모니터링’을 발표했다. 자치법규와 행정조직 개편 측면에서 일부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탄소중립의 정의로운 전환의 이행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입법적, 재정적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제도적 측면은 물론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구조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등 큰 목표들은 있지만 ‘어떻게’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 지자체에 경제정책과, 도시계획과, 주택과, 도로과, 대중교통과, 도시개발과, 하천하수과, 상수도사업소 등 주요 부서를 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관공서 1층 민원실’이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도시의 필수 인프라를 전담하는 부서들이 있듯이 기후위기 시대엔 또 탄소중립을 전담하고 총괄 조정하는 부서가 당연히 필요하다. 위에 나열한 부서들이 도시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정책과 사업, 예산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전혀 별개의 문제도 아닐 뿐더러 ‘화석연료기반’에서 관성처럼 해오던 것들을 어떻게 다시 방향을 조정하고 총괄할 것인가. 지자체 차원의 공공 부문이 사회·경제적 투여를 통해 어떻게 민간 부문의 행동을 견인하고 촉진할 것인가. 이런 과제들은 중앙정부의 전환과제와 산업 부문과 함께 탄소중립 이행 기반의 핵심 축이다. 벌써 2024년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이미 늦은’ 때는 없다.

[경기시론] 살기 좋은 곳

‘살기 좋은 곳’은 어떤 곳을 의미할까? 여러 통계에 비춰 보면 일반적으로 안정성, 의료, 문화와 환경, 교육, 각종 사회 기반 시설 등의 기준에 의할 때 일정한 수준 이상에 도달한 지역을 살기에 좋다고 볼 수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 삶의 질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들을 점검하고 이를 높이려고 시도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통의 책무다. 경기 통계 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경기도 총인구수는 1천405만6천450명으로 이는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약 150만 명 증가한 수치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경기도내 사업체 수도 지난 10년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와 사업체의 증가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공동체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교통량의 증가, 사회 기반 시설의 부족,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일례로 최근 경기연구원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통근행태 변화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 사이 출퇴근을 주로 담당하는 광역버스와 도시철도의 경우 코로나 시기 수송량이 급감했다가 대부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경기도 시·군 간, 시·군 내 통행을 담당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코로나 시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서울 인접 지역의 경우 대중교통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출퇴근 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2배 이상 더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서울로의 통근을 위한 지하철, 광역버스의 확대와 더불어 경기도내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할 것 등을 제안했다. 교통 문제의 경우 인구 증가에 따라 더욱 심화할 것이 예상되는 문제이므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밖에도 인구 증가와 맞물려 소아·청소년 인구수 대비 도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부족, 각종 복지시설과 문화기반시설 부족 및 지역 편중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성, 공익성이 강조되는 이 같은 문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균형 잡힌 발전을 지향하는 한편 수준 높은 공적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 실천이 계속될 때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시론] 가장 짧은 건배사 ‘한 말씀’

‘판장모’란 써레질한 논에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설정하고 그 안에 모짐을 넣은 후 한 명씩 들어가 모내기를 하는 농사일을 말한다. 아주 고달픈 방식이다. 좁은 공간에서 주어진 일을 홀로 다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모내기 초보자에게는 이중고의 부담을 주는 일이다. 반면 작업속도가 느린 초보자는 못짐이 모자라면 여러 발짝 후진해 가져와야 하고 남아도는 경우에는 일일이 뒤편으로 이동시키면서 모내기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판장모 이야기를 현대 행정기관의 어느 부서에서 견줘 보고자 한다. 어느 기관이나 과 단위 부서에는 과장과 4명의 팀장이 있고 각 팀에는 대략 6명씩의 팀원이 근무한다. 각 팀의 하는 일이 다른 듯 보이지만 과장으로 올라가면 모두가 ‘우리 과’의 일이다. 그러니 과장은 판장모 작업을 위해 4개의 줄을 그어 놓고 4개의 팀에 각자의 업무를 부여하고 진행을 관리하게 된다. 그러니 과장이 일 잘하는 부서만 격려하는 것은 맞지 않고 일을 못 하는 부서를 질책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과장은 4개팀 전체의 고른 운영을 통해 과 전체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앞서 나가는 팀은 격려하되 이보다 늦은 부서가 있으면 이 또한 지원해야 한다. 판장 모판에서 모를 심는 4명 중에 모가 모자라는 이에게는 채워주고 남아 밀리는 경우 이를 뒤편으로 이동시키는 ‘기획조정’의 역할에 과장이 나서야 할 것이다. 과장은 조율자이고 중용지도를 지키는 관리자다. 해당 부서를 책임지는 책임감 높은 부서장이기도 하다. 1980년대 공직사회에는 ‘무두일’이라는 농담이 있었다. 무두(無頭)란 ‘우두머리가 없다’는 조어(造語)인데 부서장이 출장을 가거나 개인 일로 자리를 비운 날의 오후에 ‘무두일’이 현실화한다. 이날 팀장들은 우르르 소주 한잔하러 나갔다. 6, 7급 직원들도 삼삼오오 퇴근해 석양주를 마시며 여유로운 저녁을 즐겼다. 어떤 사정으로 과장이 한두 달 공석이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처음 2주일 정도는 부서 일이 편안하게 잘 돌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이상 과장, 즉 책임자의 부재가 길어지면 몇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서가 딱히 하는 일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부서에서 우리를 가볍게, 소홀하게 여긴다는 자격지심도 들었다. 관리자이거나 과장이라면 ‘입은 하나이고 귀가 둘인 이유’를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말이 앞서기보다는 부서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다. 부서장은 말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회의에서 먼저 말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주무관이 먼저 말하고 팀장이 보충하기까지 과장은 경청하며 기다려야 한다. 과장이 회의를 주도하는 순간 실패한다. 골프와 정치에서 고개를 드는 순간 실패하는 것과 같다. 과장의 언행은 간결해야 한다. 회식에서조차 말끔해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서무담당이 말했다. 과장님! 술 한 잔씩 모두 따랐으니 ‘한 말씀’하시지요. 과장이 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한 말씀!” 과장의 선창 속에는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목적과 이유를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말이 포함돼 있다. 건배사를 하면서 긴 설명을 하는 것은 구성원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의 지루한 연설은 남아있던 존경심마저 삭감 당하는 원인이 된다. 리더는 과묵해야 한다. 말을 줄이고 먼저 행동하는 리더만이 참으로 어렵다는 이 시대 간부로 살아남을 수 있다.

[경기시론]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들

한국의 인구수는 2019년 5천184만9천861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3년 11월 현재 5천133만7천76명이 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51만2천785명이 감소한 것이다.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넘어야 하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3 분기 기준 0.7명이고 4분기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로 연계될 수 있고 지방소멸은 국가소멸을 발생시킬 수 있어 대재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부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 추진할 저출산 대응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고 여기에 총 15조4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2024년도 정부예산 중 약 2.3%를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는 데 배정한 것이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매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인구수는 감소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과거 또는 현재의 저출산 해소 정책이 저출산 문제의 해소에 크게 공헌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 첫째, 저출산 문제의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 추진했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에 중단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을 버리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과감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저출산 문제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혜자 맞춤형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 공무원의 관점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혜자의 수요를 조사해 원인을 발굴해야 한다. 매년 조사를 시행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등 증거에 기반한 저출산 정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설문조사를 통해 저출산의 원인을 도출했으면 다음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심리는 복합적인 경로와 과정을 통해 변화한다. 출산 의욕이 높아지는 복합적인 경로와 과정을 분석한 후 각 경로와 과정에 합당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중앙부처,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 다수의 기관이 저출산·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수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유사·중복적인 업무 수행의 가능성, 예산 낭비와 비효율적 활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신설을 고민하되 컨트롤타워(Control Tower)가 아니라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새해에는

헛된 바람일지라도, 가자지구 폐허 속에 낡고 허름한 일상이라도 복구되기를 바란다. 끊겼던 상하수도가 연결되고, 쓰러진 전주를 다시 세워 전기와 통신이 복구되고 헤어진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이 서로 닿기를 바란다. 지뢰와 폭탄, 탱크가 헤집어 놓은 작은 평야에 다시 씨앗을 뿌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학교와 병원, 관공서가 다시 문을 열고 내일은 어떤 폭탄과 미사일도 날아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안도로 하루가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과 그다음 날들을 기대하고 내년을 계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검고 기름진 평야에도 다시 세계의 식량창고를 채울 밀과 옥수수가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바람들이 공허한 것은, 비단 70%에 이르는 주택과 도시가 파괴되고 돌아갈 곳마저 사라진 가자지구의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생사의 갈림길, 폐허와 공멸뿐인 전쟁의 실체보다 명분과 합리성을 포장하는 정치 언어가 의미 없는 주문처럼 횡행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겪고 있는 먼 나라의 총리,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전쟁 구호들의 공허함은 대부분 명분이 될 수 있는 상황의 통제나 관리 실패와 무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각자의 근본주의로 회귀할 것을 부추긴다. 한 번 시작된 전쟁은 이 허기지고 닿을 수 없는 명분을 채울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대부분 전쟁은, 전쟁을 일으킨 권력자들의 생존과 운명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게 종결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전쟁체제가 당사자 국가와 국민들에게 씌우는 멍에다. 정치의 나태함과 무능은 불평등과 각자도생, 전쟁 등 극단적 상황의 자양분이 된다. 다시 그 위에 자유, 인권, 평화와 국익으로 위장해 세대와 남녀 시민들끼리 싸움을 부추기고 전쟁 불사를 부르짖는, 실제로 그런 위기 상황을 관리할 능력도 목적도 없이 오로지 권력만을 탐하는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전쟁 불사를 먼저 부르짖는 유능한 지도자는 없다. 이슬람국가, 유대국가,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의 방어권, 이런 말들을 양극으로 밀어붙여 전쟁의 명문으로 삼는다. 이런 말들은 대체로 상대를 멸해야 이룰 있는 목적들이다. 이 전쟁을 보고 우리 정치인들이 어떤 진영에 속하든지 평화 공존의식으로 각성하기 바란다. 그래서 ‘체제 통일’과 ‘힘에 의한 평화’ 같은 모순된 정치 언어를 버리기 바란다. 전쟁 위기를 자신들이 권력을 탐하는 놀이쯤으로 여기는 세력이 발 붙일 수 없는 정치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탱크와 쏟아지는 포탄과 로켓, 미사일 아래서 죽음과 굴욕 외에 어떤, 살아남은 자들의 명분이 있는가. 전쟁이 가장 잘 안다.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명이 언제 가장 고통스러운지, 그래서 폭탄은 학교와 병원, 발전소, 교회와 사원, 곡물창고, 도로, 통신기지, 댐 위에 떨어진다. 제발 먼저 전쟁을 부르짖지 말고 만일의 하나라도 불씨가 될 명분과 물리적 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유능함으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경기시론] 검찰이 진정 해야 할 일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까지 수사기관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는 사후적인 대응이므로 사전에 전세사기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수사기관에 물을 수는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엔 전세사기가 문제 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의 내력을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기획부동산사기, 보험사기 등 범행의 소재와 수법이 변했을 뿐 다양한 유형의 대형 사기 사건이 선량한 국민을 울렸다. 법조인으로서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사기범죄 일소라고 답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사기범죄가 너무 많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3년 사법연감을 보면 형사공판사건 전체 31만254건 중 사기와 공갈의 죄가 6만205건(19.4%)으로 가장 많고(공갈사건은 미미하므로 사기 사건이 대다수임), 다음으로 도로교통법위반이 4만4천148건(14.2%), 상해와 폭행의 죄가 2만6천597건(8.6%), 절도와 강도 죄가 1만3천313건(4.8%) 등 순이다. 이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사기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음주운전, 무면운전보다 더 많다. 재산거래를 할 때 ‘혹시 이거 사기 아닐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전체 범죄 중 1위 다발범죄가 사기범죄라는 사실은 대외적으로 국가 위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기범죄가 만든 불신의 늪이 우리 사회를 정글사회, 불신사회로 만들었다. 정글 속에서는 언제 적의 기습을 당할지 알 수 없듯이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는 불안감 속에서 재산 거래를 하고 있다. 정글사회, 불신사회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수치로 추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진정한 선진사회가 되려면 사회의 정직성이 확보돼야 한다. 사회의 정직성은 재산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의 말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도처에 사기범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에서는 정직성이 확보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사기범들이 죄의식을 느끼기보다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사기범들은 적발되면 일부 합의금을 주고 집행유예를 받을 생각을 한다. 사기범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처음에 몇 개월은 이자를 일부 지급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웬만한 사람은 차용사기를 범하고도 처벌받지 않을 방법을 상식처럼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기가 일상화된 나라가 됐다. 국민들은 정치적 사건 수사에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다. 재산거래에서 사기 피해를 보지 않는 사회가 이뤄진다면 이 얼마나 중요한 민생의 진전이겠는가. 사기범죄를 일소해 재산거래에 있어 정직성과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게 할 책임은 검찰과 경찰에 있다. 특히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진 검찰의 책임이 크다. 진작 검찰이 사기범죄 일소에 나섰다면, 그래서 사기범죄를 저질렀을 때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더라면 전세사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사기범죄 일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제발 부탁한다.

[경기시론] 한파에 대응하는 자세

지난 주말 사이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상 10도를 훌쩍 넘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맹렬한 추위가 찾아온 것이다. 경기도는 한파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지난 15일 오후 3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비상 1단계 근무 체계에서는 상황 관리, 긴급 생활 안정 지원, 시설 피해 응급 복구 등 6개 반 12개 부서 13명이 시·군과 함께 선제적 상황 관리와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한파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최대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하는 경우 보온에 특히 유의할 것이 요구된다. 수도계량기, 수도관 등의 시설물이 동파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도로 결빙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이뤄져야 하는 대응은 바로 한파에 취약한 노인, 어린이 등의 상황을 철저히 확인하고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으로 심각한 건강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감시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올해 초 ‘2022~2023 절기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관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작년 겨울철 한랭 질환자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49% 증가했고 사망자도 33.3% 늘었다. 한랭질환의 증상으로는 주로 저체온증(67.1%)과 동상(30.4%) 증상이 대부분인데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 22.8%를 포함해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42.3%를 차지했다. 홀몸노인의 경우 거동이 불편해 혼자 외출하기 어렵고 기저질환 등이 있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홀몸노인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겨울의 한파가 유독 힘겹게 느껴질,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동절기 난방비 지원 및 에너지 절감 대책’을 통해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금액을 인상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소상공인,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에 대한 지원을 일부 확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 정세에 비춰 난방비와 가스비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외에도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종 단체와 기업은 이른바 ‘온정의 손길’로 대표되는 취약계층, 소외계층을 향한 각종 지원과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차가운 바람과 현실은 때로 매섭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결국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것이 또 한 번의 ‘겨울나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파에 대응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기시론] 기우제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기우제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디언 추장이 있었다. 그가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리니 다른 부족에서도 기우제 제관으로 초청을 받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효험 있는 기우제를 지내는 비법을 추장에게 물었다. 추장의 답은 간단했다. “나는 비가 내릴 때까지 꾸준히 기우제를 지냅니다.” 그는 아마 1년 내내 기우제를 지냈거나 때로는 1년 이상 비가 내리기를 소원하는 기도만 했을 수도 있겠다. 추장이 사는 동네의 건넌마을 유행어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로 말하면 복지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일반행정은 문서 한 장을 기안한 후 여러 부 복사해 뿌리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복지는 문서 한 장에 한 사람씩 붙어 복지사무,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복지행정은 그냥 서류를 배포하면 실현되는 일이 아니라 각기 다른 복지요구에 맞게 음식과 옷을 먹이고 입히고, 편안한 잠자리에 재워야 한다. 우리나라 1970년대로 가보면 ‘마을 입구 논농사’는 온 동네 사람이 함께 짓는다는 말도 있었다. 이 말은 과거 행정력이 농촌 농사에 집중하던 ‘농정 최선의 시대’에 생겨난 요즘 청년들의 유행어와도 같은 것이다. 당시에 논과 밭의 주인은 인적이 뜸한 다른 논밭 농사는 혼자서도 열심히 지었지만 동네 입구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논에 대해서는 모내기조차 서두르지 않았다. 때가 되면 면장과 면 직원들이 모판의 모를 들고 와 모를 내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심오하다. 면사무소 산업계장이 군수님 시찰 코스에 들어있는 이 농부의 마을 입구의 논은 별도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시찰 코스에서 잘 보이는 논에는 반드시 통일벼를 심었고 적기에 모내기했으며 피살이는 물론 제때 농약을 뿌리고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벼 베기를 마쳤다. 공무원과 학생봉사대가 적극 참여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소속입건’하고 ‘생고시용’했다. 이 필지는 청와대, 농림수산부, 도청의 간부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시찰 코스'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이후에 행정기관에는 이른바 ‘어공’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민선 초기에는 기관장의 측근이 이른바 ‘보좌관’이라는 명함으로 들어오더니 지방자치가 깊어지면서 부서별로 전문가를 넣기 시작했다. 교통, 건설, 환경, 복지, 전산 등 여러 부서 중심부에 이른바 ‘어공’이 자리 잡았다. 어공의 장점이 있을 것인데 단점이 이를 가린다. 물론 공조직이 직업공무원의 전유물이 되는 것에 일방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동시에 행정이 단체장 측근의 ‘어공터’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사에서 보니 고수(高手)는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어공에게 말한다. 갑 속의 칼이라야 권위를 지킨다. 칼을 뽑는 순간 권위의 칼은 ‘벌침’이 된다. 벌침으로 공격에 나선 벌은 그 순간에 죽음을 마주한다. 지방행정에 기대한다. 우리의 지방행정에서 더는 ‘깨지지 않는 유리 제조기술’이 사장되거나, 기관장이 시찰 오는 논에만 농사를 지으라 하거나, 애써 완성한 정책을 사장하거나, 공직에 당선하고 취임한 후 4년 내내 기우제만 올리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경기시론] 지방정부와 대학, 상생의 길 모색해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2분기 기준 0.7명이다. 한국이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국가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출산은 인구 감소로 연계돼 지방소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21년 인구감소 지역 89개, 2022년 관심 지역 18개를 선정한 후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대학 역시 지방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출산으로 인해 발생한 입학자원의 감소는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다수의 대학을 발생시킴으로써 폐교 대학을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방소멸과 대학 폐교를 막으려면 해당 지역으로 기업이 들어오게 하고 대학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배출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취업자들이 해당 지역에 정주하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편의시설, 교육여건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와 대학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방정부와 대학이 상생할 수 있도록 대학 지원 방식에 변화를 줬다. 새로운 대학지원 사업으로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RISE)와 글로컬 대학육성 사업이라는 두 개의 대학 육성 사업을 제시한 것이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는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대학을 육성하고 대학에서 양성해 배출한 지역인재가 지역혁신을 이끌어 가는 지역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사업이다. 글로컬30사업은 대학 안과 밖, 국내와 국외의 벽을 허물고 지역과 산업이 동반관계를 형성한 후 지역-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대학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사업 추진을 위해 교육부는 대학 지원의 행정·재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전략적 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30사업의 목적 달성을 통해 지방도 살고 대학도 성장하려면 지방정부와 대학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2023년 12월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2월경 실행계획을 수립한 후 2024년 3월경 교육부에 관련 예산을 신청하고 교육부는 5월경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한다. 국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예산이 확정되면 2025년 1월이나 2월경에 지방정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을 통해 사업 주체를 선정하는 절차를 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와 대학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한 수준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 민관학연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 지방정부에서는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요구하고 대학은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배출할 수 있도록 학사구조 개편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교육부와 지방정부는 각 대학이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충분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대학들이 자신들에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상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시론] 여기서 햇빛발전하자!

꽃뫼환승주차장, 서수원 음식물자원화시설 주차장, 수원시 각 버스정류장,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주차장과 건물, 중보들공원 주차장, 물향기공원 화장실 옥상, 성균관대 주차장,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 시립보훈어린이집과 보훈회관, 평생학습관,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경기도 건설본부 옥상과 주차장, 호매실도서관, 수도권기상청 주차장, 경기남부경찰청 주차장, 효행공원 어린이생태미술 체험관, 경기대 수원캠퍼스 컨벤션센터주차장, 금곡신미주 야외주차장. 이상 18곳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여기서 햇빛발전하자! 공공부지찾기 시민공모대회’ 심사 선정 결과다. 수원시 공공부지를 우선으로 했지만 전체 공공부지를 대상으로 모집했다. 6주간의 홍보와 모집을 거쳐 응모된 곳들은 공공부지 여부와 소유 기관, 발전소 부지로 적합한지, 확산 가능성과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해 한 해를 거르고 올해까지 4회째 이어져 온 공모대회는 수원기후행동네트워크에서 함께하는 시민환경단체들과 교육기관, 시민발전협동조합들이 공동 주관으로 진행해 왔다. 선정 후보지들은 소유 지자체와 담당 기관부서들과 사업 추진을 정책으로 제안하고 협의할 계획이다. 당연히 응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필요한 자원이 넘쳐 나지만 시공간을 넘어 그 많은 ‘욕구 충족’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많은 ‘저렴함’ 뒤에 지속가능성의 위기, 기후위기가 함께 잠복해 있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먼 곳으로부터 많은 자원을 옮겨 오는 것, 그 생략된 과정만큼 많은 에너지가 손실되고 소모된다. 동물적 힘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거리, 설사 우주여행이 현실이 되는 미래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우주여행의 꿈과 도전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꿈까지도 품어주는 사회와 문명을 지탱하는 필요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 때문에 생략됐던 ‘저렴한 것들’이 우리에게 오는 시공간을 복원하는 도전이야말로 우주여행보다 원대하고 꼭 성공해야만 하는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그래도 확실한 방법들이 흩어져 있다면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원의 효율을 위해 도시를 발전시켜 왔다면 도시는 우리가 극복하려는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고 핵심 방법이기도 하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여기서부터’. 응모에 참여한 시민들은 도시를 ‘다르게 보게’ 됐다고 말한다. “평소 빈 땅처럼 지나던 곳들을 다시 보게 됐다. 동네를 새롭게 보게 되고, 탄소중립 그린도시로 동네가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과 관심이 생겼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을, 도시에 사는 시민은 이렇게 색다른 행동으로 대면한다. ‘여기서 햇빛발전하자!’ 여러분도 다시 주변을 둘러보시라. ‘도시 전원(電源)’이 손에 잡힐 듯할 것이다.

[경기시론] 횡재세 도입 추진해야

고금리로 인해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보는 반면 이자 부담 때문에 기업이 휘청거리고 가계가 힘들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번에 코로나19 그리고 경제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고금리에 따른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들은 이 상황을 활용해 고금리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쌓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공정한 경제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 이 고금리로 엄청난, 특별한 예상하지 못한 이익을 거둔 금융기관들 그리고 고에너지 가격 때문에 많은 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횡재세 법안’에 대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규정한 뒤 “횡재세법은 여러 가지 법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미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횡재성 초과수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과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받았지만 그 후 호황 때는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나 사회에 대한 공헌이 부족했다. 논의 대상이 된 횡재성 초과수익은 기업의 혁신이나 기술개발,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 유가 상승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 현재 국회에 접수된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을 신설해 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징수된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에 쓰이도록 하며, 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해당 지원사업을 하는 기관에는 기여금 일부를 출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 취약계층 및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의 내용을 보면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논란,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위헌소송 가능성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다른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는 은행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차별성이 있다고 보이고 미진한 부분은 논의를 거쳐 보완하면 될 것이다. 특정 기업이 외부적인 특수 요인 때문에 ‘횡재’를 하고, 반면 국민들이 그 부담을 안게 된다면 횡재세를 부담케 하고 거둬들인 세금을 피해를 본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횡재세 도입은 필요해 보인다.

[경기시론] 행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

최근 경기도는 360°(도) 돌봄 정책 중 하나인 ‘누구나 돌봄’ 정책을 2023년 도민 참여 공론화 의제로 선정했다. 360°(도) 돌봄은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경기도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으로 ‘누구나 돌봄’, ‘언제나 돌봄’, ‘어디나 돌봄’ 등 총 3개의 정책으로 구성된다. ‘누구나 돌봄’은 그 시작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의 모든 도민에게 신속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다. 이 정책의 주요 목표는 기존 돌봄의 틈새를 보완해 도민에게 더 고른 삶의 기회를 제공함에 있다. 구체적인 공론화 과정을 살펴보면 11월 초 전문가토론회와 이해관계자그룹이 참여하는 심층토론회를 거쳐 8일부터 13일까지 북부권, 남부권, 동부권, 중부권으로 나눠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한다. 또 경기도민 2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12월10일과 17일 숙의토론회를 진행한다. 권역별 토론회와 숙의토론회는 모두 경기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개되고 도민들의 참여 또한 가능하며 이후 각각의 내용은 결과보고서와 영상백서로 제작돼 도민들에게 공유된다. ‘행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는 학문적 개념으로 접근하면 정의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개념에 속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참여의 형태는 주로 행정에 대해 주민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렴된 주민의 의견은 의사결정권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판단의 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도에서도 이번 공론화 추진 결과를 향후 정책 개선에 반영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행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는 행정과 주민이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고, 행정이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기여한다. 또 그 자체로 행정에 대한 일정한 통제 기능을 담당하고 행정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한다. 나아가 이렇게 결정된 정책은 그에 대한 주민의 이해도와 수용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주민 참여 과정에서 주민 간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도 있고, 주민 의견의 대표성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나 합리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행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는 점차 강조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행정의 영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서비스 수요자인 주민 간긴밀한 소통이 요구되는 본질적 특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주민 참여가 갖는 의의와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번 공론화의 과정과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개된 정책에 대해 누군가는 반가울 수도, 누군가는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노력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경기시론] 경기도청 팔달에서 광교까지

지난 1963년 법률 제1538호로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경기도청의 수원 이전이 결정됐고, 1967년 팔달산에 청사를 짓고 서울에서 수원 팔달산으로 도청이 이사했다. 당시 공무원들은 289만 경기도민과 함께 산기슭에 뽕나무를 심어 그 잎으로 누에를 쳐서 고치를 수출 외화를 벌어들이고 통일벼를 심고 논보리로 이모작을 하면서 식량 증산에 헌신했다. 춘궁기를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안보적 차원에서 통일벼를 심었다. 1980년대는 공직은 물론 사회 모든 분야에 있어 변혁의 시기였다. 88올림픽은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 되었고 IMF는 힘들었지만 극복의 과정에서 국민의 저력과 국가의 힘을 확인했다. 이후 2002년 월드컵,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고 공직사회에도 크나큰 변혁의 시대를 맞았다. 최근의 잼버리대회로 인한 논란도 있었지만 경기도와 광역·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참여와 범정부 중심적인 대처로 오히려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고 해외에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와 공직사회의 저력을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경기도청 청사가 광교로 이사했다. 팔달산 도청사 55년 동안 수많은 공무원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도정을 고민하고 도민을 걱정했다. 그리고 거의 매년 바뀌는 관선 도지사 시대를 거쳐 1995년 민선 초대 이인제 도지사를 시작으로 1998년 임창열, 2002년 손학규, 2006년 김문수(재선), 2014년 남경필, 2018년 이재명, 2022년 7월 현재의 김동연 도지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광교 신청사에 가보니 팔달산 청사에서와 같은 여유로움이 없어 보인다. 1990년대에 청사를 주름잡던 ‘나를 따르라’고 소리치던 6급, 5급 중간 간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수는 늘고 전보다 젊어진 듯 보이는데 활기차게 보이지는 않는다. 퇴직 1년을 앞둔 간부의 말로는 “과거 선배들처럼 일 열심히 한다고 설치면 대부분 ‘갑질’에 해당한다”며 선임들이 대부분 공사(公私) 모든 분야에서 몸을 사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1980년대처럼 7급이 날아다니고 6급이 결정하고 5급 사무관의 권위가 하늘에 닿던 시절이 더는 아니라는 것이다. 소통이 중요하고 젊은 공무원의 창의력이 존중받아야 하고 주무관이 행정의 중심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행정공무원은 비록 전쟁을 수행하는 군조직이 아니지만 최근 공직사회에서 크게 약화된 지휘관의 지휘봉에 에너지를 심어 줘야 한다고 걱정을 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고 형을 형이라 말해야 하는 것처럼 간부의 지휘권이 되살아나서 지난날의 국장님, 과장님, 팀장님이 돼야 하고 정말로 ‘차기에는 사무관’이 될 6급 주무관, 차석을 차관(次官)이라 소리 높여 불러줘야 한다. 선임과 상사를 후배들이 존경하고 신뢰하고 공감하며 따르던 1990년대 공직 풍토를 장식하던 권위와 권위주의를 둘 다 다시 불러왔으면 싶다. 후배가 선배를 밀어주고 선배가 후배를 이끌었던 그 시절의 공직 분위기를 다시 찾아내야겠다. 그리고 꼭 집어서 공직 5년 남은 간부 공무원의 혁신을 주문하고 30대 공무원의 유연한 적응과 동참을 기대한다. 또 조직 발전에 기여하고 스스로 업무성과를 내면 그 성과와 과실이 모두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부서가 갈등하고 개인의 주장을 강조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책에 실패한 피해는 그 부서의 실무자에게 돌아오더라는 경험을 전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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