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휘문 성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에는 현재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가 있다. 243개 지방정부는 인구수, 재정여건, 지역경제여건, 문화시설, 생활편의시설 등 모든 여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인구가 많은 지방정부도 있고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방정부도 있으며 비교적 재정여건이 양호한 지방정부가 있는가 하면 매우 열악한 지방정부도 있다. 지방정부 간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는 지방정부 간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때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는 지방정부 간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현재에도 추진 중이다.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하기도 했고 5+2 광역경제권을 구상해 추진하기도 했다.
지방정부 간 존재하는 격차를 줄이려는 지역균형발전 노력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한국의 지방정부를 획일화 또는 동질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면 쉽게 동의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정치철학자인 아이리스 매리언 영은 ‘차이의 정치와 정의’라는 책에서 “좋은 사회는 집단 간 차이를 제거하거나 초월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상호 간의 차이를 긍정하는 사회”라며 “집단 간 차이가 없는 사회가 가능하거나 또는 그런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방정부 간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여건상의 특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 중심의 하향식 추진체계보다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상향식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방정부 중심의 상향식 추진체계는 지방정부가 상호 경쟁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권한이 확대돼야 가능하다.
지방분권을 통해 자율성이 확대되면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통해 다른 지방정부와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당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지방정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특성을 제거하거나 초월하려고 하지 말고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차이를 인정 및 존중하면서 공존·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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